[tooshyshy]여기 밖은 너무 추워It's cold out here
※ 이 작품은 fimfiction.net의 tooshyshy 작가가 쓴 것입니다.
첫 번째 밤
발굽 하나가 창문 유리를 두드렸다.
새벽 네 시였는데, 플러터샤이가 애플블룸의 침실 창가 밖에 서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은 공허했고, 얼굴에는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미소가 어렴풋하게 어려 있었다. 애플블룸이 고개를 돌려 창가 쪽을 바라보자 플러터샤이가 화답하듯 다시 발굽으로 창문 유리를 두드렸다. 그녀는 입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단 네 마디 말만을 말했다.
“여기 밖은 되게 추워.”
애플블룸은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 뒤집어썼다. 오래된 집이 삐걱대며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곧 동이 틀 터였다.
다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번째 밤
플러터샤이가 다시 창가 바깥에 서 있었다. 플러터샤이는 아무리 봐도 멀쩡한 포니의 눈은 아니지만, 어째서 그렇게 보이는지 설명해 보라면 무어라 설명하기도 애매한,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 플러터샤이의 얼굴 왼편에 검붉은 얼룩이 묻어, 밝은 노란색의 솜털과 분명하고 건조한 대비를 이루었다. 그녀는 다시 창문을 두들기며 네 마디 말만 했다.
“여기 밖은 되게 추워.”
추울 턱이 없었다. 그날 밤은 유독 따뜻한 봄날의 밤이었다.
애플블룸은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올려 덮었다. 어린 마음에는 가서 창문을 열고 플러터샤이를 들여보내 주고 싶었지만, 그 어린 마음의 한구석에서 ‘그럼 안 돼’ 라고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것은 애플블룸의 이성이 말해주는 소리였다. “창문을 열면 안 된다.” 그랬으므로 애플블룸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플러터샤이의 약간 풀린 눈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잠은 멀고 아득한 이야기로 다가오지만, 끝내는 찾아오는 것이었고, 애플블룸이 까무룩 잠이 들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멈추었다.
세 번째 밤
그 날 밤 애플블룸은 장난감 꿈을 꾸었다. 단순하고 평범한 장난감이 아니라, 어릴 적 그녀가 갖고 놀던 솜인형이나 목조 가면 같은 것이었다. 스미스 할머니가 주었던 나무 인형도 있었다. 빅 매킨토시와 애플잭이 물려준 장난감도 있었는데, 애플블룸이 기억하는 것보다도 칙칙한 색을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애플블룸은 끝도 없이 쌓인 장난감 더미를 파헤치고 있었다.
뭘 찾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애플블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애플블룸은 이내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곰돌이 인형인 왕발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굉장히 아낀 인형이었다. 그런데 왜 나오지 않지? 왕발이는 분명 어디엔가 있을 터였다. 애플블룸의 유년기의 유물은 그렇게 쉽게 묻어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발이를 파묻은 적은 없는데? 왕발이는 어느 순간 없어진 인형이었다. 어느 봄날 밤을 기점으로 애플블룸의 곁을 영영 떠나 버린 것이다. 그리고 애플블룸은 그 이후 그만큼 장난감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을 문득 깨달은 애플블룸은 자신도 모르게 울기 시작했다. 감정이 밀려 들어와 잠에서 깨어났다.
플러터샤이가 창문 밖에 서 있었다. 그녀의 입에는 낡아빠진, 오래된 곰돌이 인형이 단단히 물려 있었다.
네 번째 밤
애플블룸은 그 날은 애플잭의 방에서 잤다.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얼마나 애 같고 어려 보이는지 스스로 끔찍하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무서운 꿈을 꿔서 무섭다는 핑계를 댔다. 애플잭은 기꺼이 방을 바꿔 자기로 해주었다. 애플블룸이 자기를 괴롭히는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말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었다.
침대에 누운 애플블룸은 몇 가지 이유로 어렸을 때를 회상했다. 열린 옷장 안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한 쌍 눈동자나, 집안 곳곳을 살금살금 돌아다니는 그림자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떠오르면 보통 잠이 든다는 신호였다. 물론 그것들이 실재했을 리는 없다. 옛날에 꾼 악몽의 파편들이 되살아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애플잭은 다음 날 머리가 아프다며 툴툴거렸다. 애플블룸이 겪은 것에 비하면 새 발에 피에 불과했다.
다섯 번째 밤
그 날 애플블룸은 혼자 집을 보았다. 그녀의 형제, 자매들과 그래니 스미스는 들어온 특별 주문 처리와 더불어 멀리 사는 친척과 어떤 일을 하게 되어 외박하게 되었다. 다음 날 늦은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
애플블룸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집의 모든 출입구와 창문을 단단히 문단속했다. 오늘의 잠자리는 거실의 긴 의자였다. 만일에 대비해 헛간에서 낡아빠진 괭이도 꺼내다 둔 참이었다. 그녀는 발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괭이를 놓아두었다.
밖에는 비가 내렸다. 잠에 빠져드는 애플블룸의 귓가에 지붕에 부딪혀 깨지는 빗방울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이로 무엇인가 다른 소리가 섞여 있는 게 확실하다고 애플블룸은 생각했다. 발걸음 소리인가? 두드리는 소리인가? 속삭임? 아니, 그럴 턱이 없었다. 그저 상상일 뿐이었다. 어쩌면 그냥 바람 소리일지도 몰랐다. 애플블룸은 뒤집어쓴 담요 밑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소리가 들려왔다. 애플블룸의 침실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불가능했다. 창문은 닫아 놓았으니까.
정말 창문을 닫아 놓았던가?
애플블룸은 쿵쿵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나 앉았다. 집안 구석구석을 돌면서 문단속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의식적으로 자신의 침실을 피해다니고 있는 주제에, 창문을 확실히 닫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어쩌면 다른 가족 중 누군가가 길을 떠나기 전에 열어두고 갔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소음이 더욱 커졌다.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쩌면 발걸음 소리 같기도 했다. 애플블룸은 이제 그 소리가 자신의 침실에서 들려오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는 덜덜 떨면서 담요를 꽉 쥐었다. 이제 어쩌지? 가 볼까? 도망갈까? 도망간다 쳐도 이 모든 게 머릿속에서 일어난 상상일 뿐이고 창문이 제대로 닫혀 있으면 그건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거 아닐까?
애플블룸은 담요를 벗어 던져 버렸다. 알아야 했다. 어쩌면 호랑이 굴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알 수 없는 공포에 옥죄이는 것보다야 그 편이 훨씬 나았다. 애플블룸은 괭이를 물고 층계로 향했다.
집은 조용했지만, 애플블룸은 거기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조심 침실로 향했다. 차라리 문이 홱 열리고 거기서 무엇인가 끔찍한 것이 튀어나오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기가 될 만한 것을 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용기가 났다. 망설임 없이 문을 살짝 밀어 열어 볼 만큼의 용기가.
창문이 열려 있었다. 비바람은 이제 말 그대로 울부짖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열린 창문 사이로 빗살과 젖은 잎사귀가 방 안으로 온통 들이쳐 있었다. 창가 아래에 쌓인 잔가지와 잎사귀의 양으로 미루어 보아 창문이 열린 지는 꽤 지난 것 같았다.
하지만 창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애플블룸이 굳어 버린 것은 아니었다. 목구멍 너머까지 올라온 비명을 억누르느라 그런 것 또한 아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보고 만 것이다. 그것을 본 순간, 애플블룸은 자신이 방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애플블룸의 침대 위에 무언가가 있었다. 포니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살아 움직이는,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무언가가. 애플블룸은 무언가가 썩는 듯한, 그리고 케케묵은 오래된 책 책장 사이마다 쌓인 먼지 같은 냄새를 맡았다. 그저 상상 속의 냄새일 뿐이었지만.
애플블룸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침대 속 무언가도 숨쉴 때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제외하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때, 자신의 침대를 차지하고 누운 무언가는 아직 자신이 여기에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녀가 문간에 얼어붙은 듯 서 있는 동안 그것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바람이 소리를 막아 준 것 같지도 않았다.
애플블룸은 최대한 조용히 문을 닫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계단에 이르러서는 너무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조금 전보다도 더 느리게 움직였다.
애플블룸은 그날 밤을 헛간에서 지냈다. 가족들이 모두 돌아와 왜 그러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자, 애플블룸은 빈집털이 도둑에 대한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주었고, 모든 방을 뒤져보기 전까지는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애플블룸이 예상했던 대로, 그 어디에도 출입구를 부수고 들어온 흔적은 없었다. 오직 한 곳, 애플블룸의 침실 열린 창문 하나뿐이었다.
애플블룸은 가내 수색이 끝난 뒤 침실로 돌아갔다. 몇 조각 마른 잎사귀와 방에 맴도는 썩은 냄새를 제외하면, 그녀의 침대에서 밤을 지낸 무언가의 흔적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때, 애플블룸은 그녀의 옷장에서 누군가의 발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흙으로 범벅이 된 옷 하나를 찾아냈다.
그 날, 애플블룸은 곧장 그 옷을 불태워 버렸다.
여섯 번째 밤
애플블룸은 그 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졸려서 반쯤 미칠 지경이었지만, 창가를 계속 감시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도 플러터샤이가 밖에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입에 천 조각을 하나 물고 있었다. 애플블룸이 불태운 그 옷에서 뜯어낸 천 조각이 틀림없었다. 애플블룸은 옷을 태우고 남은 잔해를 마당에 묻었었다.
애플블룸은 갈수록 플러터샤이의 눈과 그림자를 어릴 때 봤었던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제 생각해 보니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 외에도 뭔가를 긁는 듯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렇다 해도, 꾸었던 악몽의 기억은 흔히들 실제 기억과 혼동되기 마련이었다. 그러했지만, 애플블룸은 그 둘이 서로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지는 못했다.
애플블룸과 플러터샤이는 동이 터 올 때까지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해가 뜨고 햇빛이 구름 사이로 퍼져갈 때쯤, 플러터샤이는 비로소 몸을 돌려 총총히 사라져 갔다.
애플블룸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몇 분 지나지 않아 곧장 곯아떨어졌다.
일곱 번째 밤
애플잭이 마당에서 타고 남은 옷 조각을 찾아냈다. 애플잭은 애플블룸이 옷을 태운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고, 최근 애플블룸의 수면 장애와 더불어 플러터샤이를 향한 일종의 적의의 이유도 물어보았다.
애플블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변명을 지어냈다. 애플잭이 그것을 믿든, 믿지 않든 그것은 별로 상관없었다. 그녀는 애플잭이 자기를 다른 동네, 친척집 같은 곳에 보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적어도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먼 곳으로.
하지만 애플잭은 애플블룸을 보내주지 않았다. 그 문제라면 분명 빅 매킨토시와 상의한 다음에야 결정될 것임을 애플블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동안 그녀는 플러터샤이와, 아니면 플러터샤이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쓴 끔찍한 괴물과 눈싸움을 해야 하는 밤을 더 보내야 했다.
플러터샤이가 창문에 두 발굽을 대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은 평범한 포니의 눈보다도 더욱 넓어져 있는 듯했다. 그녀는 위대한 정복의 여로가 좌절된 것처럼 비통해하고 있었다.
애플블룸은 플러터샤이가 돌아갈 때까지만 정신을 잡고 있을 수 있었다.
플러터샤이는 다시 네 마디 말을 중얼거렸다.
“여기 밖은 너무 추워.”
애플블룸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플러터샤이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그 끔찍한 얼굴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여덟 번째 밤
애플블룸은 자신이 어제 몽유병 증세를 보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잠들기는 침대에서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닫힌 창문 아래에서 깨어났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 라고 중얼거리며, 애플블룸은 침대에 누웠다.
그것은 일종의 용기 있는 선언서 낭독과도 같이 느껴졌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애플블룸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녀는 그날 밤도 잠들지 않고, 창문 너머의 무언가를 주시했다.
그날 밤에도 플러터샤이가 애플블룸을 찾아왔다. 입술을 핥으며 웃고 있었다.
아홉 번째 밤
애플블룸은 그 날 일찍 빅 매킨토시와 애플잭이 병원 이야기를 하는 것을 어쩌다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형제, 자매가 자기를 병원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조만간 이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애플블룸은 그 날 밤 창문을 열어두었다. 그녀는 해가 거의 질 때까지 기다렸다. 가족들은 조금 전 모두 잠들었다. 자신을 뺀 다른 가족들이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한 애플블룸은 침실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는 부엌에서 낡은 가스등을 찾아냈다. 찬장을 뒤져 그나마 가장 날카로운 부엌칼도 꺼내놓았다. 전에 찾아온 괭이보다 훨씬 유용할 것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방어 용도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었다.
애플블룸은 집 안에 완전히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기다렸다. 그 뒤, 한쪽 발굽으로 가스등을 들고 입에는 부엌칼 손잡이를 문 뒤 조용히 방으로 돌아갔다. 애플블룸은 천천히, 가능한 소리를 내지 않고 문을 밀어 열었다.
그것이 애플블룸의 침대에 다시 누워 있었다. 이불 위로 윤곽이 드러났다. 애플블룸은 가스등을 방바닥에 가만히, 최소한의 소리만 나도록 내려놓았다. 침대 위에 누운 그것은 소리에 반응한 기색이 없었다. 애플블룸은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내쉬었다.
애플블룸은 그것이 완전히 잠든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얼마간 더 기다렸다. 그리고 난 뒤, 부엌칼을 단단히 문 채 침대로 다가갔다. 몸이 덜덜 떨렸지만, 이 순간에 망설여서는 안 될 일이었다. 애플블룸은 침대 모서리로 다가가 천천히 두 앞다리로 침대를 잡고 서서 조심스럽게 그것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것이 움직이고야 말았다. 잠들어서 몸을 뒤척이는 정도로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애플블룸의 신경을 자극하기에는 차고 넘쳤다.
애플블룸은 물고 있던 칼을 떨어뜨리고, 입 밖으로 공포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는 황급히 입을 막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것은 애플블룸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홱 하고 움직이며 등을 아래로 한 채 서서 머리를 돌리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할 법한 자세로 일어섰다. 그것은 경련하듯 꿈틀대며 이불을 홱 벗어 던지고는 길게 으르렁대는 듯한 소리를 흘렸다.
애플블룸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침대에서 떨어졌다.
그것 역시 거미처럼 움직여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여전히 플러터샤이를 닮아 있었지만, 목뼈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각도로 목이 꺾여 있었다. 머리가 한쪽으로 돌아가더니 이내 거꾸로 뒤집혔다. 그러고는 입술만 구부려 웃는 얼굴을 했는데, 입이 찢겨 올라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웃음을 지었다. 입 밖으로는 개의 그것처럼 혀가 빠져나와 축 늘어져 있었다. 그것은 사냥의 흥분에 헐떡이고 있었다.
그 때, 애플잭이 방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가스등을 들고 있었다.
“시방 이게 대체 뭔 일이여?” 애플잭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애플블룸은 무어라 말하지도 못한 채 다만 흐느끼며, 의기양양하게 창가에 버티고 선 괴물을 가리킬 뿐이었다.
애플잭의 두 눈이 당혹감과 공포로 크게 열렸다.
“이런 썅, 이건 뭐여?” 애플잭이 놀란 숨을 들이마셨다.
그것은 다시 목을 돌려 평범한 포니의 목 각도로 돌려놓았다. 그 얼굴도 플러터샤이의 얼굴과는 달라져 있었다. 찢어진 입은 그대로 늘어나 있었고, 눈동자는 바늘 구멍처럼 작아져 있었으며, 얼굴형 자체도 플러터샤이의 본래 얼굴을 완전히 비틀어 놓은 모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것은 벌어진 아가리에서 늘어져 나와 바닥까지 닿는 혀를 빼물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애플잭이 들고 있던 가스등을 던졌다. 가스등이 부딪쳐 깨졌고, 그것은 곧 불길에 휩싸였다.
불타기 시작한 그것의 얼굴이 다시 변형되며 플러터샤이의 얼굴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불길은 그것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솜털이 불타며 유황 냄새 같은 냄새가 퍼졌다. 그것은 자신의 최후를 격렬하게 거부하며 플러터샤이의 본래 목소리와 고문당한 새의 끽끽대는 소리를 섞어놓은 것 같은 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것은 비정상적인 속도로 불타고 있었지만, 그 비명 소리는 오랫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분홍 갈기가 불꽃에 삼켜졌다.
얼마 뒤, 그 자리에는 그을린 뼈다귀밖에 남지 않았다.
에필로그
애플블룸과 애플잭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은 시체를 농장 구석,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파묻고 나서도 그 둘은 그 사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로 합의한 것이다.
애플블룸은 그 날 이후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절대로 창문을 열어두고 자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 몇 달이 지나서야 겨우 진짜 플러터샤이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지만, 어쨌든 그녀와의 관계도 회복되었다. 그러고 나서도 애플블룸은 플러터샤이의 미소를 볼 때마다 몸이 떨렸다. 그 짐승의 웃음이 그녀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애플블룸은 가끔씩, 엄동설한의 날씨에 바람이 울부짖으며 지나가는 날 밤이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이제는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이불 속으로 더욱 웅크리며 빨리 잠에 빠지기를 기도할 뿐이다.
하지만 목소리까지 들려오는 것은 무시하기 힘들다. 그 소리가 애플블룸의 귓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속삭인다. 플러터샤이의 그 목소리와도 같은 소리로.
“여기 밖은 너무 추워.”
번역후기
저는 호러 장르를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 MBC인가? 토요 명화극장인가 뭔가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틀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제 인생 최초의 공포영화를 이 프로그램으로 접했습니다. 원제 Child's play, 국내 번안명 사탄의 인형이죠.
그 때 공포에 떨며 아버지 등 뒤에 숨어 보던 기억이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데(어쩌면 일종의 PTSD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때 느꼈던 쓰릴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괴물이 무엇인지, 왜 애플블룸을 노리는지, TV 애니메이숀 '학교괴담'보다도 허접하게 퇴치되는 이유가 뭔지는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번역했던 기억이 납니다. 짧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