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P : FiM과 TRPG
MLP : FiM이 왠지 성년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각종 2차, 3차 창작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팬픽션과 팬아트, 팬뮤직(창작, 리믹스 불문), 팬게임 등으로 범위와 종류도 가지각색이었죠. 이 중에는 TRPG용 룰북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여러 팀이 작업을 했는지 타이틀도 다양하고 시즌마다 업데이트를 조금씩 해서 개정판이 나오기도 하고, 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도 취미삼아 Roleplaying is Magic 3판을 옮겼었죠. 이게 아마 시즌 3 기반으로 나온 물건일 거에요. 번역해놓은 물건을 아직 갖고 있긴 합니다마는 딱히 자랑할 만한 것 같지도 않고, 업로드하자니 너무 오래된 물건이고 해서 그냥 번역했었다는 얘기 자체를 안 했습니다. 이게 무슨 룰을 기반으로 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입죠. 그러니 이거 기준으로 헛소리나 몇 마디 해 보겠읍니다.
이제 와서 좀 뒤적거려 보니까 재미있어 보이긴 해요. 예를 좀 들어 볼까요? 사실 MLP : FiM 세계관의 종족별 밸런스가 심각하게 터져 있기 때문에 TRPG를 한다고 하면 백이면 백 유니콘을 픽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마법 사용 쪽에 상당히 신경을 쓴 티가 납니다. 일단 첫 번째로, 유니콘 캐릭터가 자기만의 마법을 개발해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모든 마법은 그 마법의 사용 난이도와 같은 수치의 체력, 정신력을 지불해야 합니다. 섞어서 내도 되긴 하지만 고급 마법을 함부로 남발할 수 없게 장치가 되어 있는 셈이죠. 셋째, 아무 생각 없이 마법을 쓸 수는 없습니다. 모든 마법 사용에는 명백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여기까지 보면 '글쎄, 이게 신경 좀 쓴 건가...?' 싶으실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마법 개발의 6개 구성요소를 고려해서 난이도를 산정하는 특성상 트와일라잇 같은 사기 캐릭터가 쉽게 튀어나오긴 어렵다는 게 중요한 거죠. 적용 대상, 사거리, 지속시간, 마법 기능, 마법 효과, 유효 대상 6가지를 가지고 난이도를 결정하는데, 이 기준을 가지고 시즌 1~3까지의 마법 난이도를 평가한 표를 같이 보면 굉장히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뭐 그렇습니다. 이걸 갖고 뭘 할지는 각자의 자유죠. EoP나 폴이퀘 세계관을 바탕으로 모험 대서사시를 만들 수도 있을 터고, 원작 에피소드의 내용을 재현해 봐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으리! 팬덤이 황폐화된 지금 TRPG는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슬픈 일이죠. 2014년... 그러니까 이걸 옮기고 반 년쯤 지났을 때는 이거라도 하고 논다면야 국내 팬덤이 나중에 다 빠져나가더라도 코어 팬층은 남겠구나 싶긴 했는데,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온라인 인연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는 건 뭔가 많이 그렇다... 싶은 분위기가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뭐 슈헤*트 같은 작자만 아니면 오프라인으로 봐도 딱히 문제는 없다는 입장입니다마는, 분위기가 그러니 별 수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세션을 진행해도 되긴 할 테지만 그러면 TRPG 특유의 맛이 안 살고. 팬덤 쪼그라드는 거야 더 빨아먹을 게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데, 정 빨아먹을 게 없다면 온라인으로라도 TRPG를 해 보고 리플레이를 공개하거나 시나리오를 공모받아 플레이하는 등 자체 컨텐츠 생산을 꿈꿔 봐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러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으니, 저 밖에서 고라니가 가로되 "영영 없으리!" 라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