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2. Evershy
갑자기 나타난 빨간 개똥지빠귀 때문에 스쿠틀루의 걸음이 잠시 멈추었다. 새는 새빨간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꼬리가 빠지게 날아가 버렸다. 시간여행자는 플러터샤이의 오두막 문 바로 앞 1미터 정도에서 얼어 있었고, 그녀의 시야 주변에서 꿈지럭거리는 몇 마리의 동물들을 사납게 쳐다보고 서 있었다. 하지만 동물들은 월안에 비치는 에버프리 가시숲 안에서 꾸물대던,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는 그림자들처럼 무서운 녀석들이 아니었다. 그 반대였다. 따뜻한 녀석들이었고, 아름다운 색채를 지니고 있었다. 스쿠틀루의 몸은 공포로 단련되어 있었고, 동물들은 갑자기 나타난 처음 보는 네 발 달린 포니를 보고 잔뜩 겁에 질려 달아나고 있었다. 동물들이 숨은 곳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고, 그 자리에서 몇 쌍의 반짝이는 눈이 슬쩍 나와 내다보고 있었다. 포유동물의 눈이 있었고 조류의 눈이 있었으며 양서류의 눈이 있었다. 동물들의 눈은 오두막집 문으로 향한 닳아 빠진 돌길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스쿠틀루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채, 온통 가시덩굴로 가득했던 지옥에서 도망쳐 나와 따뜻하고 생기 있는 천국에 닿았다는 것을 순간 깨달았다. 초대받지 않은 자의 죄책감과 어색함으로, 그녀는 자기가 추방당한 페가수스 유니콘의 깨지지 않는 몸 속에 자신의 영혼을 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황혼만이 드리운 폐허에서 그녀는 이리로 왔고, 그랬기에 그녀는 잠이라는 걸 몰랐으나 그녀가 다급하게 내딛는 발걸음 아래서 흔들리는 에메랄드 빛의 미래의 그림자를 밀고 지나가기에는 그렇게 상관은 없었다.
떨리는 호박색 눈동자는 공포에 질린 망아지들의 얼굴을, 치어릴리의 움찔하는 얼굴을, 저녁 식탁을 사이에 두고 창백하게 질려 그녀를 바라보던 애플 가족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모두는 결국 죽음이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었고, 대절멸 직전의 그들의 행복을 지켜볼 운명을 타고났기에 하모니는 그들의 운명을 알았다. 그녀가 잊혀진 역사의 저편에 숨어 있던 평온하고 아름다운 이 같은 안식처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었다.
이런 여정이, 앞으로 그녀에게 몇 번이나 더 허락되어 있을까? 그녀가 플러터샤이의 과거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큰곰자리는 여전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한 무리의 팀버울프가 버티고 서 있을까? 복수심에 불타는 다이아몬드 독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잔인한 트롤 녀석들이 있을까?
이것이 엔트로파 공주의 안배였거나 그저 순수한 우연이었다면, 하모니가 생각할 여지는 별로 없을 것이었다. 그녀는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움직여 찾아낼 수밖에 없었다. 허스워밍이브 날 집안을 장식하는 조각들처럼 스스로를 잘 꾸며서 말이다. 그렇기에 다시 시간의 화신으로 화한 스쿠틀루의 영혼은 황동색 몸뚱이를 앞으로 움직였다. 하모니는 양 옆에 늘어선 동물들에게 웃어 보이고는 호박색 줄 그어진 갈기를 휙 움직이며 오두막 문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처음에 드래곤의 이빨을 통해 내려와 그녀를 달래 주던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다리를 절며 걸어갔다.
다 자란 페가수스에게 오두막집 문은 놀랄 만큼 작았다. 그녀의 무너져 가는 기억 속에서, 오두막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은 난쟁이와 같았다. 떨리는 자각 속에서, 하모니는 조용히 한쪽 발굽을 들어 붉은 나무로 마감한 오두막집 문을 정중하게 세 번 두드렸다. 대답도 없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도 없었고, 웃는 얼굴도 없었으며 반짝이는 파란 눈동자도 없었으며 마지막 포니의 회색으로 얼룩진 꿈 속에서도 거의 드러나지 않던 부드러운 색도 보이지 않았다.
하모니는 한숨을 쉬었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녀 뒤에 숨어 있던 조그맣고 복슬복슬한 동물들이 밖으로 나왔다. 조그마한 코를 씰룩거리던 동물 하나가 용감하게 낯선 포니의 다리를 향해 폴짝폴짝 뛰어갔다. 하모니가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뇌는 배가 반응하는 것보다 세 배는 늦게 그 동물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다람쥐." 왠지 모르게 이 동물의 진짜 이름은 "비상식량"이 차라리 더 나을지 모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페가수스는 세 번째로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드디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그녀를 고정할 페가수스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아니었다. 훨씬 퉁명스럽고,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무언가 물고 뜯고 하는 소리와도 닮아서, 플러터샤이의 목소리와 비교해 보자면 데이지 꽃과 차가운 월석 덩어리의 차이와도 같았다. 하모니는 순간 큐티 마크 없는 회색 망아지가 무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시간역행의 녹색 화염에서 떨어져 오두막집 바깥에 떨어진 게 약 백만 년은 지난 것 같았다. 망아지의 말을 무시하는 숨결이 아닌, 순수한 호기심의 숨결이 그녀의 등을 밀어 주었다. 하모니는 호박색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오두막집을 훑어보았고, 문이 아주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문에 발굽을 가져갔고...
...플러터샤이의 따뜻하고 건조한 오두막집 문을 부드럽게 밀자 문은 끼익 하고 자그마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벽난로 앞에 흠뻑 젖어 몸을 떨고 있는 오렌지색 망아지가 있었다. 어린 스쿠틀루는 오두막집 바깥에 자기의 스쿠터를 기대어 세워 놓고 들어와 깊고 떨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있었다. 아이는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 정중한 태도로 문을 활짝 연 뒤 한쪽으로 비켜 서 노란 페가수스가 지나갈 길을 터주었다. 플러터샤이가 급히 방 안으로 들어왔고, 그녀의 갈기는 오후에 쏟아진 폭우 때문에 잔뜩 축축해져 머리에 두르고 있던 분홍색 수건도 엄청나게 축축해져 있었다. 그녀는 녹색 마룻바닥 위에 빈 바구니를 내려놓았고 절로 나오는 재채기를 억눌렀다. 플러터샤이의 집은 옛날의 냄새가 났고 그녀는 잘 마른 집안 안으로 얼굴을 돌리며 다정한 미소를 띄웠다.
"괜찮단다! 나와도 돼! 엄마 왔어! 엄마가 손님을 데려왔단다!"
말이 끝나자 아늑한 집안 곳곳에 나 있던 애완동물용 문과 구멍, 목제 격자문에서 몇 마리의 다람쥐와 명금(鳴禽), 담비, 설치류 몇 마리가 후두두 하고 튀어나왔다. 동물들은 사랑을 받고 자라 몸에 신뢰가 배어 있었고, 전부 다 플러터샤이의 옆구리로 후다닥 달려가 빙글빙글 돌며 그녀의 다리와 젖은 꼬리에 자신들의 얼굴을 비볐다.
포니빌 동물 훈련사도 미소를 지으며 동물들에게 얼굴을 비벼 주었고, 그녀의 혀와 입술은 몇 마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플러터샤이는 말 그대로 뼛속까지 흠뻑 젖어 있었지만, 그녀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이 커다란 나무 캐비닛으로 걸어가 먹이가 담긴 포대를 몇 개 열심히 꺼냈고, 자기 주변에 모여든 동물들 하나하나에게 간식을 나눠 주었다. 간식을 받아 챙긴 동물들은 호화로운 자기들의 집으로 재빨리 흩어졌다.
여덟 살 난 스쿠틀루는 오두막 문간에 서서 그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주시하고 있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아이는 발을 질질 끌며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는 활짝 웃고 있었다. "와, 플러터샤이. 언니가 발굽만 한 번 까딱 하면 바로 달려올 동물 군대를 하나 데리고 있는 것 같은데!"
"오, 아냐. 내 귀여운 작은 동물들을 그 누구랑이라도 싸움을 붙여 볼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걸!"
"헤헤, 장난이야, 플러터샤이. 그냥 농담이었어. 그냥 요 귀여운 것들이 어떻게 언니를 그렇게 믿고 따르는지 잠깐 생각해 본 거야."
"난 그저 내 원소를 따라 아이들에게 쉴 자리를 마련해 주려고 한 것밖에 없어. 오늘 우리가 했던 것처럼 말이야." 플러터샤이가 젖은 머리를 들어 근처의 창문 바깥을 턱짓하여 가리켰다. 갑자기 번개가 내리쳐 창문의 판유리가 덜거덕거렸다. 플러터샤이가 꺄악 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커다래진 눈을 하고 덜덜 떨었다. 그녀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흠흠." 그녀의 미소에는 홍조가 어렸고 초조함이 묻어났다. "있지, 이 아이들이 날 믿고 따르는 건 그냥 덤으로 따라온 거야."
"그래. 그렇구나." 스쿠틀루가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고, 이내 플러터샤이의 오두막집에서 은은히 피어나는 향에 잠시 몸을 맡겼다. 마음이 절로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사실, 동물들의 빠진 털과 수십 자루씩 쌓인 새 모이 위로 피어나는 먼지 묻은 냄새 아래 토끼 똥의 지독한 냄새까지 더해져 안 좋은 냄새가 훨씬 더 강했다. 그래도 플러터샤이의 목소리에 그 아름다움을 더하고 그녀의 눈에 총기를 더한 무언가, 그녀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그 무언가가 거칠기 그지없는 집안 곳곳에 스며들어 영원의 향을 더하기라도 한 듯, 전체적으로 집 안에는 달콤한 향기가 배어 있었다. 언젠가 이곳에서 하룻밤을 난 적 있었다. 애플블룸, 스위티벨과 어울려 잔뜩 들뜬 채였다. 그 둘의 그림자가 그녀의 기억에 꽉 달라붙었고, 오렌지색 망아지는 가슴 속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찰나의 축복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텅 빈 헛간과 눈물뿐이었다.
"금방 불 피워 줄게." 플러터샤이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녀의 고개가 숙여졌고, 두 앞발굽을 축축해진 갈기로 가져갔다. 플러터샤이는 질척거리는 갈기에서 빗물을 짜냈고, 떨어진 빗물은 물웅덩이를 이루어 고였다. 그녀는 얼굴을 몇 번 흔들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 다음에는 폭풍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거야. 혹시 레인보우 대쉬가 기상관리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면 그렇게 오래 끌지는 않을..." 플러터샤이는 말을 하다 말고 순간 입술을 깨물어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어린 손님의 다리를 침울한 듯 쳐다보고 있었고, 조금 불쾌한지 몸을 떨고 있었다. "어... 저기... 에구구..."
"왜 그래?" 스쿠틀루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이는 눈을 내려 깔았다. 그녀의 발굽은 말 그대로 진흙투성이였고, 플러터샤이의 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된 에메랄드 빛 마룻바닥 위로 진흙을 떨어뜨려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아우... 제기랄."
그녀는 당혹감으로 얼굴을 움찔했고, 그녀의 몸은 순간 똑바르게 선 하나의 삼각대처럼 굳어져 움직일 줄 몰랐다. 그와 동시에 악문 이빨 사이로 식식대는 숨이 새어 나왔다. 그녀의 오렌지색 솜털 아래 깊숙한 곳이 욱신거리며 고동쳐 마치 끓는 것 같았고, 이 한심한 상황의 순간은 톱니처럼 날이 서서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는 갈수록 죄책감에 몸을 떨었다. 그녀는 여기 올 정도로 멍청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는 그만큼 영리하지 못했고, 그 어리석은 짓거리를 예측할 정도로 마음이 강인한 것도 아니었다. 그 순간의 비에 젖은 기쁨에 젖어 스쿠틀루는 플러터샤이의 엄청난 친절을 날려 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그녀도 알았다. 그것을 보였고, 그것을 알았기에 그녀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언니, 저기... 어... 큐티마크 크루세이더한테 진흙 레슬링의 재능이 있을까?" 스쿠틀루는 초조한 웃음을 지어 보였고, 곧장 한심하기 그지없는 자기의 몸뚱이를 곁눈질하듯 눈을 굴렸다.
"난 잘 모르겠어. 에헤헤... 음..." 플러터샤이는 아이를 안심시키려는 듯 웃어 보였고, 웃음은 기진맥진해 있었다. "걱정하지 말렴, 스쿠틀루. 내가 닦을..."
"절대 안 돼!" 비명과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쿠틀루의 두 눈은 그녀가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자마자 갈수록 줄어들어 아주 작은 구멍처럼 변했다. "아니, 내 말은... 내가 할게!" 그녀는 사방을 이리저리 흘끗 쳐다보다가 구석에 놓여 있던 양동이와 대걸레를 보자마자 말했다. "잠깐이면 다 끝날 거야!" 그녀는 흡사 진흙으로 만든 모노레일처럼 잽싸게, 바닥에 자국을 남기며 달려갔다. "당장 걸레로 닦아 줄게!"
"아냐, 아냐, 괜찮아!" 플러터샤이가 발굽을 뻗으며 쉿 하는 소리를 냈다. 망아지는 눈이 커다래져 제자리에 얼었고, 반쯤 달려가던 중이었기에 한쪽 발굽으로만 균형을 잡고 서 있었다. 다 자란 페가수스가 숫기 없이 아이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냥... 그냥 여기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서 있으렴. 내가 치울게."
"하지만 플러터샤이, 언니네 집 바닥을 무슨 다이아몬드 독들이 난리를 쳐 놓은 것처럼 만들어 놓은 건 내 잘못인걸!" 스쿠틀루가 말했고, 곧 다시 움츠러들었다. 아이의 눈은 기분 좋게 따뜻하고 낙원처럼 잘 마른, 꿈에서나 볼 법한 곳이 언제라도 그녀에게서 사라져 버릴 것처럼, 그 너머의 외로운 삶과 빗물이 흐르는 밖으로 쫓겨나고 말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내가 치우고 싶어서 그래! 언니네 집에 온 지 두 번밖에 안 됐고, 예전에 벌써 멍청한 짓거리로 언니네 집을 다 어지럽혀 놨었단 말이야!"
"스쿠틀루, 아가, 괜찮단다." 플러터샤이가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고, 그 웃음은 산 위에 쌓인 만년설조차 녹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스쿠틀루를 제자리에 앉혀 주고 양동이와 대걸레를 세워 둔 모퉁이로 가 진흙 묻은 바닥 쪽으로 살살 밀고 갔다. "누구라도 실수를 하는 법이야. 무엇보다도, 우리 집인데 내가 가장 잘 알지 않겠니."
"하지만 내가 어지럽혔는걸. 내가 해야 돼." 스쿠틀루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의 시선 가장자리는 거실의 한쪽 빈 구석을 비추고 있었다. 운수가 지독히도 나빴던 파란 테이블 하나가 서 있던 자리였다.
그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건 그렇고, 밥 줄 동물들이 더 있지 않아? 폭풍 때문에 애들이 어디로 도망가 버렸는지도 잘 모르겠는걸!"
"오, 음, 글쎄, 맞아. 급하게 해야 할 일이 몇 개 더 있었는데." 플러터샤이가 멍하니 큰 소리로 중얼거렸고, 그러면서도 그녀는 양동이에 물을 가득 받아 세제를 풀어 넣고 있었다. "우리 집 바로 뒤에 낡은 헛간이 하나 있는데, 우리 집에 들어오는 걸 너무 수줍어하는 아이들이 거기로 피해 있을 텐데. 금방 데리러 갈 거야."
"플러터샤이, 지금 데려오는 게 어때?" 스쿠틀루가 진흙 잔뜩 묻은 발굽을 부끄러운 듯 흘끗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나 때문에 그 애들을 놓아둘 필요는 없어. 나도 걸레질 할 줄 안다 뭐."
"스쿠틀루, 넌 내 손님이란다." 플러터샤이가 차분하게 말했고, 근처의 선반에 발을 뻗어 깨끗한 수건을 하나 집어 망아지에게 건네주었다. "청소하는 거라면 난 괜찮아."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들어 진흙 묻은 방바닥으로 가져갔다. "좋은 친구를 맞이했잖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란다."
망아지는 플러터샤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마지막 몇 마디의 말에 묻어나는 따뜻함을 억지로 무시하며 말했다. "나는 지금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냥 예의를 차리고 싶을 뿐이라니까!" 스쿠틀루는 수건으로 진흙 묻은 발굽들을 닦았고, 몇 발짝 뒤로 물러서 고집스레 노란 페가수스가 잡고 있던 대걸레의 손잡이를 빼앗아 들었다. "약속할게, 핑키 프로미스 할게. 걸레질만 하고 그 다음부턴 아무것도 안 건드릴 거야, 진짜! 언니네 오두막집을 다 때려부술지 모르는 그 정신나간 수행 같은 거 안 할 거야! 부탁해, 플러터샤이."
"이런, 이런." 플러터샤이가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스쿠틀루, 정말이지 요지부동이구나. 그래도 내가 좀 전에 내가 치울 수 있다고 하지 않았었니?"
"플러터샤이, 난 큐티마크가 없잖아." 스쿠틀루가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그런데 언니는 있지. 그 뜻은 우리 둘 중 하나는 자신의 재능이 뭔지 알고 있다는 말이야. 자, 봐. 바깥에 있는 동물들은 언니가 필요해. 언니가 걔들을 돌봐 주러 가는 게 더 말이 되지 않아?"
플러터샤이는 어린 망아지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열린 문 바깥을 슬쩍 쳐다보았고, 스쿠터가 빗물에 젖어 반짝이고 있었다. 스쿠터의 철제 몸통은 바깥에서 우르릉거리는 회색 세계의 공허함을 비추고 있었다. 어쩌면 추모공원 관리자의 시선은 무언가 진실의 단편을 잡아냈을지 몰랐다. 스쿠틀루가 말해 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해 줄 수도 없는 진실의 단편을. 그리고 그 순간, 망아지는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고... 과거를 닦아내려 하고 있었다.
에버클리어 추모공원에서 아무 말도 없이 날아 내려온 한 노란 페가수스의 기쁨 섞인 숨결과 같은 숨이 새어 나왔고, 부드러운 웃음이 지어졌다. 플러터샤이는 그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렴, 스쿠틀루.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고치거나 정리하려고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거다. 알았지?"
스쿠틀루가 싱긋 웃으며 발굽을 꼿꼿이 세워 거수경례를 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노려보기 마스터!" 아이는 양동이에 대걸레를 집어넣어 흠뻑 적시고는 거품이 가득 묻은 대걸레를 들어 진흙 묻은 마룻바닥을 원을 그리며 닦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중에 언니가 허락만 해 준다면 저 헛간에 있는 동물들을 데려오는 것도 도와 줄게! 가끔씩 스위트 애플 에이커에서 애플블룸을 도와 주고 그러거든. 적어도 언니네 동물들은 밥 주러 돌아다닐 때 다리를 건다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고 장담할게!"
"흐으으음..." 플러터샤이가 앞문으로 걸어가다가 잠시 멈추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너희 부모님이 원더볼트 공연에 널 데려가지 않았다는 게 정말 놀랍구나. 너처럼 이렇게 책임감 있는 딸을 두셨는데, 상을 안 주신다면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스쿠틀루는 악마처럼 히죽히죽 웃었다. 벌써 그 말을 맞받아칠 말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이리라. "플러터샤이, 진짜 최고의 상은 끝내주게 좋은 집으로 도망을 왔다는 거야!"
"에헤헤..." 플러터샤이의 얼굴이 살짝 발그레해졌다. "내가 그 '끝내 주는' 집에 사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녀는 침을 삼키더니 바깥 세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곧 돌아올게. 뭔가 도움이 필요하면, 엔젤을 깨우도록 하렴. 내가 언제, 어디에 있을지 아는 아이니까." 노란 페가수스는 살짝 끼잉거리며 웃더니 용감히 비 속으로 뛰어 나갔다."
스쿠틀루는 걸레질을 하다가 멀뚱히 서 있었다. "엔젤?" 그녀는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는 그 문제의 흰 털뭉치를 찾아내었다. "아하, 그렇군. 너구나."
흰색 토끼 한 마리가 오두막집의 계단 옆에 놓아 둔 조그마한 침대 위에서 누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토끼의 귀가 한 번 흔들렸고, 반짝이는 눈이 번쩍 하고 열려 떠졌다. 그 다음 순간, 토끼는 악마처럼 오렌지색 방문자를 향해 얼굴을 잔뜩 찌푸려 보였다.
"걱정 마. 안 물어." 스쿠틀루가 눈을 찡긋했다. "그래도 뭔가 쪼아먹을 줄은 알지." 그녀는 갑자기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마지막 진흙을 다 닦아내자 마룻바닥은 반짝거리며 빛났고, 그녀는 비로소 양심의 가책을 덜어놓을 수 있었다. 바깥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빗소리는 따뜻하게 아이를 재우는 자장가와 같이 그녀의 마음을 달랬다. 그녀는 잠깐 대걸레의 나무 손잡이를 한쪽에 기대어 놓고 몇 주 동안의 고독이 담긴 한숨을 토해냈다. 세상은 궂고 외로운 곳이었고 아이의 위장은 고통과 괴로움의 공허로 영원히 차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가 여기 있었으니까... 그녀의 앳되어 보이는 두 귀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 흔들리고 있었다. 즐거운 기운은 한때 파란 테이블이 놓였던 빈자리를 비롯해 온 오두막을 가득 채웠다.
"내가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는걸." 어리고, 날 수 없는 망아지가 생각하며 말했다. 그녀는 걸레질을 하다가 씩 웃으며 잘 자고 있던 토끼를 돌아보았다. "그럼 정말 한 순간 한 순간이 정말 꿈 같을 텐데. 너처럼 말이야!"
베개 하나가 굉장히 거칠게 방을 가로질러 날아왔고, 스쿠틀루의 얼굴에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아야! 야, 임마!"
하모니의 호박색 눈동자에 다시 초점이 돌아왔고, 놀랄 만큼 좁은 응접실이 눈에 들어왔다. 동물들이 다니는 통로와 나무 격자들이 사방으로 미로를 이루며 꼬여 있어 황동색 페가수스는 고개를 푹 숙이고 그녀의 다 자란 몸을 초조하게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걱정이 가득한 숨과 함께, 그녀는 옆구리 쪽을 돌아보았고, 그 자리에는 몇 개의 발자국이 에메랄드 빛 쿠션이 깔린 자리로 향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오렌지색 그림자 하나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깜박이는 자기의 몸 속으로 사라져 버리기 전까지, 시야 저편에 달리 와 부딪히는 형상은 없었다. 하모니는 왠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심장은 다시 평상시처럼 뛰기 시작했고, 그녀는 느릿느릿 발을 끌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시선은 천사의 집 같은 오두막집으로 스며든 까칠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무언가 썩은 듯한 냄새가 풍겼다. 마지막 포니의 콧속에 여전히 하나의 염증으로 남아 숨어 있는 오두막집 안 온갖 동물들의 냄새가 뒤섞여 있던 그것보다는 훨씬 덜했지만, 그 냄새는 이름 없고, 행복 또한 없으며 기이하기까지 한 페가수스 하나가 불현듯 발걸음 소리를 울리며 나무집 한가운데를 걸어가기 시작하자 부드럽게 공기 중에 섞이며 퍼졌다. 그녀의 뾰족한 그림자에서 대각선 쪽에 있던 익숙한 노란 포니가 가엾을 정도로 풀이 죽어 잔뜩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녀의 주둥이는 살짝 오만하게 치켜졌다.
"관할 지역 토끼들의 개체 수 증가를 체크하지 않은 것도 분명 잘못된 일인데, 거기다가 근래 지역 여우들의 식단마저 바꾸고 있다고요? 포니빌 최고 동물 훈련사의 일은 육식동물들을 쓸데없이 길들이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 자각하세요!"
"알겠습니다, 레드게일 부서장님."
"또, 먹이사슬 상위에 위치한 개과 동물들이 고기에 입맛을 잃게 된 사태 역시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에버프리 숲 가장자리까지 설치류와 유대류 동물들이 득시글거리지는 않았을 거라고요! 굳이 제가 작년에 있었던 토끼 떼 폭주 사태를 다시 말해 줘야 알아듣겠어요? 포니빌의 훌륭한 공원 몇 개를 아주 초토화시켰던 바로 그 사건 말입니다!"
"아닙니다. 레드게일 부서장님."
"안 그래도 된다고요? 아가씨, 아가씨가 포니빌 지역 야생동물들을 관리하기 시작한 지 딱 오 년 됐는데,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나 합니까? 작은곰자리가 포니빌을 공격하지를 않나, 자러 들어온 드래곤이 연기를 막 뿜어대지를 않나, 근처 늪지에서 히드라에게 쫓기지를 않나, 그리고 그 사악한 패러스프라이트 떼가 광란을 부린 일 때문에 온 마을이 말 그대로 거의 초토화가 될 뻔했잖아요! 이 일련의 사태는 다 누군가가 자기 일만 똑바로 했으면 사태가 터지기도 전에 아주 쉽게 예방 가능한 일이었다고요. 제가 전에도 말씀 드린 것 같지만, 아가씨한테 예산을 지급한 건 거의 다 저를 필두로 한 클라우드데일 동물관리위원회 위원들 덕분이라고요. 캔틀롯 제일은행 위에 떨어뜨리면 2/3은 충분히 박살내고도 남을 금화를 말입니다!"
"네, 레드게일 부서장님."
"그러고 또, 플러터샤이 양, 제발 좀!" 암말 하나가 이리저리 원을 그리며 걸어다니다가 멈추더니, 조소를 띄우며 집 모퉁이에 선 포니 하나를 노려보았다. 그 암말의 두 날개는 루비 색이어서 서서히 세어 가는 진홍 갈기와 잘 어울렸고, 그녀는 푸른 눈동자로 구석에 선 포니를 흡사 녹색 마룻바닥 위에 싸 놓은 똥만도 못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맨날 '알겠습니다' 나 '아닙니다' 라는 말밖에 못 합니까? 당신은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위해 일하는 포니빌 최고 동물 훈련사라고요!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레드게일 부서장... 음... 제 말은... 이건 긍정의 표현... 그러니까... 음... 음......." 잔뜩 겁먹은 페가수스가 애처롭게 훌쩍이며 말했다. 그녀는 늙은이의 노기에 눌려 있었다.
"하아......" 나이든 클라우드데일 공무원은 얼굴로 발굽을 가져갔다. "지금 내 앞에서 잔뜩 겁먹고 움츠러든 포니가 나이트메어 문이 해방되던 날, 그 포악한 맨티코어를 달랜 포니랑 동일인물이라니,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군요." 레드게일은 발굽을 쾅 하고 내려찍더니 플러터샤이를 향해 얼굴을 잔뜩 찌푸려 보였다. 불만 때문이라기보다는 아주 지친다는 듯했다. "플러터샤이 양, 우리는 지금 엄청난 위기상황에 놓여 있어요. 클라우드데일 동물관리위원회는 유사시에 아가씨 말고 믿고 일을 맡길 만한 포니가 없다는 말입니다. 새 업무를 하달하기 전에 아가씨가 지금까지 해 왔던 온갖 실수들을 다시 말해 드리는 게 저한테는 항상 골치 아픈 일이라는 사실을 좀 이해해 주세요. 아가씨가 포니빌 동물훈련사의 직책에서 파면되는 걸 미리 막으려고 발굽에 불이 나게 날아왔다는 말입니다. 정말이라니까요, 전 아가씨가 아가씨의 능력을 증명해 보일 만한 기회를 주려고 온 거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아가씨는 이번에 에버프리 숲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잃어버린 동물을 발견해 낼 만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야 하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아가씨 대신 기상관리팀 포니들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레드게일 부서장님, 수색팀이 올린 상세 보고서에 적힌 대로 에버프리 숲 동쪽을 모두 찾아 보았습니다만..." 플러터샤이의 여성스러운 분홍 갈기가 가볍게 흔들렸고, 그녀의 순종적인 얼굴을 가렸다. "사슴이나 주머니쥐, 도마뱀 몇 마리, 거위 한 무리, 공작새 한 마리밖에 보지 못했는걸요.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그 어떤 아이들도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이 아니었는걸요. 제가 본 동물 중에 가장 큰 동물은 에뮤였어요."
"플러터샤이 양, 우린 지금 염소자리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름 하나는 잘 어울리는 레드게일(Redgale) 부서장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부서장은 다시 오두막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그녀의 나이든 발굽들은 조용한 집안 바닥에 부딪히며 구멍을 낼 듯한 소리를 냈다. "그 녀석은 약 삼 일 전에 포착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클라우드데일 비행 수색팀 포니들도 녀석을 포착하지 못했죠. 여전히 숲 안에 있는 게 틀림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녀석이 계속 그 안에 숨어 있다면, 분명 에버프리 숲 속에 사는 동물들 중에서도 특히 마법력에 민감한 녀석들한테는 분명히 해가 될 겁니다."
"하지만 부서장님!" 어린 암말이 말했다. 파란 눈동자가 깜박였다. "일반적인 염소자리에 대한 설명과는 완전히 다른데요! 동물학 논문에 따르면 염소자리가 그렇게 이기적으로 굴면서 환경에 해를 끼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아가씨, 내가 그것도 모르는 줄 알았습니까?" 루비색 페가수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그 녀석을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가씨가 포니빌 뒤편 숲 속에서 그 녀석을 빨리 끌어내면 끌어낼수록 동물관리위원회 측에서도 그 수수께끼를 더 빨리 풀어낼 수 있으니까요! 아가씨가 이 일을 수락하는 걸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아, 물론입니다. 레드게일 부서장님! 하지만 제 조사가 그렇게나 쓸모가 없었다는 사실은 정말 유감입..."
"그러면 더 열심히 조사하도록 하세요, 아가씨! 보고서가 에버프리 숲 동쪽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하든지 말든지, 전 그런 거 신경 안 씁니다. 분명 나뭇잎 밑으로 들어가서 숨었을 겁니다. 그렇게 커다란 녀석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 수는 없으니까요. 아가씨가 더 열심히 하든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다른 페가수스를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흠흠." 하모니가 때맞추어 헛기침을 했다. 핏줄을 타고 흐르는 그녀의 피는 이상하게 들끓고 있었고, 그녀는 차분하게 마음을 추스르고 난 다음 용감히 그 둘 사이로 걸어갔다. "포니빌 동물 훈련사보다도 능력 있는 페가수스가 있다는 말인가요?" 그녀는 조건반사적인 미소를 띄우며 나직이 말했다. "전 없을 것 같은데요!"
"아, 그렇습니까?" 레드게일이 하모니를 향해 가늘어진 푸른 눈동자를 돌리며 말했다. 나이든 포니의 입술은 미심쩍어하는 듯한 숨으로 오므려져 있었다. "그쪽은 누구시...?"
마지막 포니가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은 언제부턴가 갑자기 아주 쉬워져 있었다. "전 하모니라고 해요. 그냥 하모니라고 부르세요." 가볍게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전 여기 서 계신, 이 오두막의 주인이신 숙녀 분의 능력이 충분하다고 보는데요. 그렇지 않았다면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그토록 칭찬하시는 이 포니의 능력을 직접 보고 오라고 절 보내시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흐음......" 레드게일은 댐에 어디 새는 곳이 없는지 살피듯 하모니의 큐티마크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캔틀롯 왕궁비서관이시군요. 잘 알겠습니다. 글쎄......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보좌하시는 포니가 어딘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군요. 플러터샤이 양은 이 오두막의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 오두막은 저를 필두로 한 클라우드데일 동물관리위원회의 위원들이 예산을 지급하고 있는 포니빌 야생동물 관리부에서 플러터샤이 양에게 대여해 준 곳이고요."
"부인, 그걸 자기 소개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하모니가 음흉하게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흠흠." 나이든 포니는 점잔 빼며 몸을 꼿꼿이 세우고 말했다. "클라우드데일 동물관리부 부서장, 레드게일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후유! 이제 조금 알 것 같네요!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하모니가 한쪽 발굽을 건넸다.
부서장은 나직이 투덜거리며 잔뜩 못마땅한 듯 악수를 하려 한쪽 발굽을 들었다.
"맞다!" 부서장이 내민 발굽은 하모니의 발굽을 잡지 못했다. 그녀의 발굽은 위로 치솟아 그녀의 머리를 한 대 콕 쥐어박았다. "아, 진짜. 오늘 왜 이러지?" 그녀는 목이 쉰 듯한 소리로 까르르 웃더니 눈만 깜박이고 있던 플러터샤이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명으로, 아가씨께 중요한 전갈을 전해 드리러 왔어요. 흠흠...... 트로팅엄과 나머지 서쪽 도시들의 경계를 나누는 숲에서 패러스프라이트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공주님께서는 지금 클라우드데일의 동물관리부와 급히 연락을 취해 해당 지역을 정밀히 조사하셔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패러스프라이트가 발견되었다고요?" 풀이 죽어 있던 노란 페가수스의 날개가 단단히 접어졌고, 그녀의 목소리는 다시 생기가 돌았다. "이런, 세상에나!"
"네, 네, 플러터샤이 양." 부서장은 발굽을 흔들어 플러터샤이를 조용히 시켰고, 가늘어진 눈으로 다시 하모니를 쳐다보았다. "혹시나 그런 끔찍한 일이 있었다면, 진작에 제가 미리 경고를 했을 텐데요."
"부서장님도 마찬가지네요." 하모니의 이마가 찌푸려져 주름이 생겼다.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녀는 다시 구석에 서 있던 포니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발굽을 몇 번 털었다. "하지만... 부서장님께서 지금 여기... 능력 있는 정리해고자와 나누실 말씀이 많다면 공주님께 해명 편지라도 써 드리죠. 왜 부서장님께서 트로팅엄에 들끓는 형형색색의 패러스프라이트를 구제할 수 없었는지, 아주 자세히 써 드릴게요." 그녀는 쾌활하게 까르르 웃었다. "페가수스끼리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죠. 안 그렇습니까?" 그녀는 몸을 구부려 나이든 암말의 어깨를 쿡쿡 찌르며 눈을 찡긋해 보였다.
레드게일 부서장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더니 자기 몸에 석면이라도 가득 묻은 양 몸을 털었다. "지금 왕실을 기만하자고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 생각은 치워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다른 포니들과는 다르게, 저 같은 한 기관의 장(長)은 책임의 균형 정도는 잡을 줄 아니까요." 그녀는 헛기침을 하더니 오만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방을 건너가 열려 있는 오두막 문 앞에 섰다. "플러터샤이 양, 다음 번에는 이... 재치 있는 캔틀롯 왕실비서관보다도 더욱 나은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흠흠, 어쨌든 염소자리 수색 건의 경과를 보러 다음에 또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그 게걸스럽기 짝이 없는 지긋지긋한 벌레 떼를 잡으러 가야 하니까요."
하모니는 차갑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행운을 빕니다."
레드게일 부서장은 다시 한 번 더 뒤를 돌아보더니 눈을 몇 번 깜박여 보이고는 신경질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더니 그녀의 새빨간 갈기를 휘날리며 갑자기 튀어나온 왕실 전령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루비 같은 날개가 활짝 펼쳐졌고, 클라우드데일의 고위직 공무원은 하늘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 포니는 레드게일 부서장이 날아간 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침 덩어리를 차가운 목구멍 너머로 씁쓸히 삼켰다. "망할 아줌마 같으니. 저렇게 살고 싶을까?" 그녀는 황동색 솜털이 덮인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이더니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오두막집 구석을 향해 몸을 돌렸다. "연락도 없이 나타나 정말 죄송해요, 플러터샤이.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이름은 하모니라고 해요. 제가 여기 온 건..." 그녀는 깜짝 놀라 중간에 말을 멈추었다. 텅 비어 있었다. 파란 테이블도 없었고 페가수스도 없었다. 그녀는 몸을 떨더니 몸을 틀었고, 노란 페가수스 하나가 씩씩하게 식료품 용기들을 올려 둔 선반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찾아냈다. "저기요, 플러터샤이..."
"음... 하모니 양이죠?" 기진맥진한 포니는 선반에서 서로 다른 세 개의 단지를 끌어 내리더니 곡예를 하듯 들었고, 단지를 하나하나 열어 빈 밥그릇에 먹이를 쏟으며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레드게일 부서장님이랑 회의를 하면 항상 너무 길어져서... 휴우..." 그녀의 황금빛 얼굴은 가련할 정도의 스트레스에 치어 구겨져 있었다. "으음... 세 시간이 넘도록 제 소중한 동물들에게 한 번도 먹을 걸 줄 수가 없었답니다! 음... 큐티마크도 그렇고, 상냥한 몸가짐도 그렇고, 정말 캔틀롯 왕궁에서 오셨나 보네요. 방문해 주셔서 정말 영광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양해를 부탁드려도..."
"그럼요! 당연히 괜찮죠!" 하모니는 급히 움직이는 플러터샤이의 페이스에 맞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좁은 오두막집 안을 이리저리 쏘다녔다. "바로 그거에요! 그리고... 음... 플러터샤이, 당신은 일을 정말 잘 해 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절 당신한테 보낸 거랍니... 후아!"
플러터샤이의 얌전하던 몸은 거의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고, 그녀는 배를 부여잡고 모여든 한 무리의 흰담비 한가운데에 음식 접시를 놓아 두었다. "정말 죄송해요. 고맙습니다." 그녀가 동물들 위로 날아 지나갔고, 오두막집 대들보 아래 매달아 놓은 앵무새 새장 안에 몇 숟가락 새 모이를 넣어 주었다. 그녀의 분홍 갈기는 완전히 헝클어져 있었다. 그녀는 조그맣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모이줘야지. 연못도확인하고. 접시닦고. 음... 로즈마우스, 엘리자비크, 너트킨스... 오, 너트킨스, 가엾기도 하지! 네 복통을 내가 어떻게 해야 좋겠니?!"
"흠흠. 공주님께서 당신이 일을 얼마나 잘 하는지 직접 보고..."
"엔젤! 엔젤—어... 어디 있니?"
"...가능하면 왕궁에서 중히 논의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답을 얻어 오라고 절 보내셨는..."
"어머, 여기 있었구나, 엔젤!" 플러터샤이는 시간여행자가 오두막집에 들른 이래 처음으로 웃어 보였다. 그녀는 익숙한 흰 털뭉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고, 녀석은 커다란 당근을 굶주린 위장에 열심히 쑤셔 넣고 있었다. "엔젤,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니? 응? 천천히 먹으렴. 천천히 씹어 먹으렴."
"...왕궁에서 중히 논의되고 있는 문제란... 음..." 하모니는 플러터샤이가 다급하게 달려나갈 길을 터주느라 제자리에서 훌쩍 뛰었고, 땀 한 방울이 떨어졌다. 플러터샤이는 배고프다며 찍찍대는 쥐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치즈 냄새가 소박한 거실을 채웠다. "... 숲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현재 상태와 일반적인 이퀘스트리아의 생태계... 흠흠, 플러터샤이 양, 도움이 되어 주실 수 있겠어요?" 황동색 페가수스는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도움... 도움이요? 아뇨, 아뇨. 저기... 제 말은 이 일들은 제가 다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특히 제가 해야 할 일들이랑..."
"네, 그거 말이에요." 하모니가 초조한 듯 몸을 움직였고, 플러터샤이를 곁눈질하며 바라보았다. "그 염소자리 운운하는 얘기는 대체 다 뭐에요?"
"들어 보신 적 없다는 말씀이세요?" 행복한 듯 음식을 씹어먹고 있던 쥐들을 바라보던 플러터샤이의 고개가 번쩍 하고 들려졌다. "그것 때문에 오신 거 아니었어요?"
"저는 그냥 단순히 공주님께서 당신 일이 잘 되어 가는지 체크하고 뭘 좀 알아 오라고 보내신 줄로만 알았는데요..."
"잠깐만요, 방금 오신 거에요?" 플러터샤이가 멍하니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그녀는 분홍 갈기를 부드럽게 등 귀로 넘기더니 열린 오두막집 문을 쳐다보았다. 바깥에는 햇빛이 밝게 반짝이고 있었다. "제가 몰랐던 건가요?"
"모르셨어요?" 하모니는 눈썹을 씰룩이더니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래요, 모르셨어요! 아마도 제가 처음부터 착각을 하고 있던 모양이네요. 다시 제 소개를 하죠. 제 이름은..."
"딩키!" 플러터샤이가 숨을 헐떡이며 끼잉 하는 소리를 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절망적인 공포에 움츠러져 있었다.
"아니에요. 딩키가 아니에요. 하모니라구요." 흐릿한 노란 형체가 마지막 포니를 지나쳐 뛰어나갔다. 그 통에 검은 갈기가 흔들렸다. "어디 가세요?"
"딩키! 딩키! 어머 어머 어머 어머! 난 정말 함량 미달의 베이비시터야!" 플러터샤이의 발걸음 소리는 후두두 하며 오두막집의 벽과 창문 너머로 서서히 사라져 갔다.
"어..." 하모니는 걱정스러운 듯 문을 빤히 쳐다보고 섰다가 조그마한 흰 털뭉치를 흘끗 보았다. "대체 왜 저런다니, 혹시 짐작 가는 거라도 있니?"
반쯤 먹다 남긴 당근이 날아와 그녀의 머리통에 정통으로 부딪쳤다.
"아야! 야, 이 자식아!"
"딩키!" 플러터샤이는 조그마한 티세트 앞에 미끄러지듯 멈추어 섰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고, 조그마한 회색 망아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오, 고맙기도 하지! 너한테 신경 못 써 줘서 정말, 정말 미안해! 그 회의 때문에 정말, 정말 머리가 복잡했거든!"
"제가 잘 지내고 있는 것도 다 플러터샤이 언니 덕인데요 뭐." 금발머리 유니콘은 배불리 먹고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동물 친구들에게 빙긋이 웃어 보였다. "홍관조가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 가기 전에 서른 세 번씩 지저귀고 간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건 모르고 있었단다!"
"직접 세 봤거든요. 제 생각에는 나무의 진동수가 자기 노래를 최대한 멀리까지 퍼뜨릴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짝꿍을 찾으려고요." 아이는 전에 완벽히 이해했던 내용을 토대로 산출해 낸 내용을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사 준 책에 이런 말이 나왔어요. 홍관조는 자기가 노래하는 걸 멈출 때까지 한 시간 내내 쉬지 않고 지저귈 수 있다고요. 그래도 그 책을 쓴 작가님은 홍관조가 대체 왜 지저귀는지는 모르고 쓰신 모양이에요. 제가 본 것 같은 걸 보지 않으신 거죠."
"딩키, 가끔 새소리는 그냥 새소리일 때가 있는 법이란다." 플러터샤이가 수심에 잠기며 입술을 깨물었고, 그 모습은 작은 아이 앞에서도 자신을 낮추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언제 들어도 정말 아름답잖니. 그렇지?"
"제가 암컷 홍관조였으면 남자애의 노랫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건 별 관심 없을 것 같아요. 저라면 걔 목소리가 건강해 보이는지, 아닌지에 더 신경을 쓸 것 같아요."
"음... 그래, 뭐, 그것도 자연의 이치겠지."
"하지만 한밤중에 부엉이가 부엉부엉 하고 울 때는 얘기가 달라지죠. 그 울음소리는 자기의 영역을 표시하는 소리거든요. 왜냐면 부엉이는 맹금류에 속하는 새들이고 걔들은 짝을 만나는 것보다는 당장 사냥을 하는 데 더..."
"딩키!" 플러터샤이는 조그마한 티 테이블 한가운데 놓인 텅 빈 찻주전자를 얼빠진 듯 바라보며 헉 하고 숨을 내쉬었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다 마셨구나!"
"아뇨, 제가 마신 게 아니에요! 그건..."
"탈수증이 온 거니? 열이 많이 나니?" 노란 페가수스는 말 그대로 조그마한 티세트 사이로 돌진해 와 한쪽 다리로 아이의 뿔을 만져 보았다. "어머, 얘야. 너무 더웠나 보구나!"
"플러터샤이 언니, 제 솜털이 언니 솜털보다 더 어두운 색을 하고 있잖아요. 어두운 색은 가시광선 대부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고요. 지금까지 여기 앉아서 햇볕을 쬐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가시광선을 더 많이 흡수했고, 그러다 보니 실제 제 체온보다도 훨씬 뜨겁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나도 안단다, 얘야!" 플러터샤이가 초조한 듯 미소를 지었다. "찬물 좀 갖다 줄게! 그 다음에 오두막 안으로 들어와서 정말 시원한 그늘을 즐기도록 하렴!"
"하지만 플러터샤이 언니, 차를 마신 건 제가 아니라니까요!" 딩키가 노란 눈을 깜박거렸다. "하늘에서 떨어진 포니가 마신 거에요!"
노란 페가수스는 불편한 듯한 얼굴을 지었다. 그녀의 발 밑에 깔린 잔디는 눌려 포니 모양의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다. "포니가 어디서 떨어졌다고?"
"하모니!" 딩키가 노란 날개 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페가수스겠죠. 아마." 하모니는 어느 새 플러터샤이의 등 뒤에 서 있었다.
플러터샤이는 비명을 질렀고, 당황한 듯 땅 위에 털썩 쓰러졌다. 그녀의 얼굴은 장미꽃처럼 붉게 물들었고, 재빨리 네 다리를 움직여 일어서서는 황동색 방문객으로부터 재빨리 달아났다. "음... 저기... 안녕하세요..."
"저에요. 기억하시겠어요?" 하모니가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호박색 눈은 굳어져 있었지만 말이다. "좀 전에 뵈었었죠? 오두막에서요. 한 구 초쯤 전에 뵈었던 것 같은데요?"
"오, 음... 네." 플러터샤이가 풀이 죽어 가볍게 무릎을 굽혀 인사를 했다. "공주님께서 보내 주신 왕실비서관님과 같이 일하게 되어 정말 기뻐요."
"제가 보기에는 전혀 같이 일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은데요!" 하모니가 싱긋 웃었다. "당신이 확실히 온갖 잡무에 치어 있다는 것밖에 알 수가..."
"언니 옆구리에 그거, 무한대 기호 맞죠?" 딩키가 플러터샤이의 어깨 너머로 물었다.
하모니의 입술은 무감각하게 공기를 가르며 돌아갔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조그마한 유니콘을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 그래. 그래, 맞아." 그녀는 기침을 하더니 다시 플러터샤이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여기 파견된 건 당신과 같이 일을 하라는 명령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이 직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체크하고, 몇 개의 질문을 던져 당신이 당신의 직무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려는 거지요. 또..."
딩키가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왜 왕궁의 비서관님께서 무한대 기호를 큐티마크로 갖고 계신 거죠?"
딩키를 바라보는 하모니의 두 눈은 가늘어져 있었다. "내가 참견쟁이 꼬맹이를 낳기 전까지 나 혼자 살려고 하는 세월을 나타내는 거란다." 그녀는 다시 플러터샤이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좀 전에 그 '염소자리' 운운하는 것 말인데, 괜찮으시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
다시 아이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태양의 문장 안에 무한대 기호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잘 안 돼서 그래요."
하모니가 딩키를 향해 다시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쩌면 우리 둘 다 태양까지 작은 동물들을 던져 버리길 원할지도 모르겠구나."
"그걸 하려면 정말 엄청난 힘이 필요할 거에요."
"꼬마야, 음... 대체 왜 그러니?"
"조그마한 강아지나 고양이를 쏘아 올릴 때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지, 혹시 알고 계세요?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태양까지 가는 건 차치하고라도, 일단 대기권 바깥까지만 내보낸다고 할 때 말이에요."
"어......"
"언니가 대공포 부대의 온 대포를 동원한다고 해도, 그 조그마한 동물 하나를 날려 보내봤자 기껏해야 몇 킬로미터밖에 날려 보낼 수 없어요. 이 계산은 언니가 포대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밸러스트(받침대)보다도 수백 배 더 무거운 밸러스트의 반동을 견딜 수 있다는 전제하에 한 계산이고요."
"잠깐만. 내 말은 진담이 아니라..."
"일단 어떤 투사체를 지표면에서 정확히 수직으로 쏘아 올렸다고 할 때, 이 투사체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비행하기 위해서는 달의 중력을 이용하며 완벽한 궤도를 그려야 해요. 여기에 천문학적인 에너지량이 들어간다는 건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거고. 그럼 이때부터 태양의 뜨거운 코로나를 향해 날아가게 하려면 원심력을 이용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지구를 원점으로 했을 때 투사체가 그리는 궤도의 반지름을 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요. 또..."
"그래, 그래. 알았어! 넌 우주 포니로구나! 영리하기도 하지. 흠흠." 하모니가 진이 쭉 빠져 다시 플러터샤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플러터샤이 양, 잠깐만 제 말만 들어 주시면 되..." 그녀의 눈이 튀어나왔다. 플러터샤이는 다시 없어져 있었다. "어... 대체 또 무슨 일이야? 젠장."
"으음?" 몇 걸음 떨어진 곳, 동물훈련사의 오두막집 창틀 너머로 플러터샤이의 고개가 들려졌다. 죽은 물고기를 무더기로 넣어 놓은 두 개의 바구니를 가지고 곡예를 하듯 허둥거리더니, 플러터샤이는 허둥지둥하며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정말 미안해요! 아직 일이 남았어요! 실례할게요!" 그녀는 사라져 버렸고, 오두막집의 뒷문이 끼익 하고 열렸다. 그녀가 뒷마당을 지나 졸졸 흘러가는 시냇물 너머로 재빨리 달려갔다는 뜻일 것이었다.
"어쩌면 조화의 원소를 사용하면 지구의 궤도 저편의 작은 동물들의 위치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중력을 거슬러 투사되는 일도 피할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공주님을 달로 내쫓아 버리기에 쓰기에는 너무 잔혹하다고 생각해요."
"음......" 하모니는 이를 악물고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발을 질질 끌며 플러터샤이가 사라진 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좀 자제해라, 꼬마야. 그러다 약골 된다."
하모니는 몰래 씩씩대고 있었다. 플러터샤이의 고집스런 일련의 움직임은 어떤 큐티마크 크루세이더의 어리기 짝이 없었던 일련의 짜증스러운 행동을 절로 생각나게 하여 마지막 포니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뒤에야 깨달았다. 자기의 행동이었을 행동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괴의 역설의 순간에도 한 무리의 녹색 불꽃이 그녀를 집어삼키지 않은 것은 기적이었다. 그녀는 곧장 종종거리며 걸어갔고(사실, 집 안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는 잔뜩 화가 난 듯 쿵쿵거리고 있었지만) 이내 플러터샤이를 따라잡았다. 그녀는 물고기자리가 만들어 낸 음식들을 몇 마리 족제비에게 던져 주고 있었다. 족제비는 배고파 죽겠다는 듯 물가에 파놓은 굴 밖으로 슬슬 고개를 디밀고 있었다.
"플러터샤이 양..."
"아기 오리들한테 먹이도 줘야 하고, 개구리들도 옮겨 줘야 하고, 그 다음에는 정원의 나비 번데기 상태도 점검해야 하고 그러고 나면..."
"플러터샤이 양." 하모니가 플러터샤이의 바로 앞으로 날아 내려왔고 안심하라는 듯 그녀의 떨리는 어깨 위에 발굽을 얹었다. "잠시만 속도를 늦춰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냥 방해가 안 될 정도의 가볍고 정중하게 몇 마디 설명만 드리려는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저기..." 플러터샤이가 초조한 듯 서 있던 자리에서 몸을 옮겼다. 그녀의 얼굴 절반이 분홍 갈기 뒤에 가려졌다. "얼마나 정중하게...요?"
그녀는 순간 너무나 나약하고 또 작아 보였다. 하모니는 처음에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지만, 그 노란 페가수스와 눈높이를 맞추고 빤히 쳐다본 적은 거의 없었다. 애플잭을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달랐다. 마지막 포니가 바라본 농장의 암말은 그 어떤 각도에서 보든 상관없이 커다랬고, 또 강인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플러터샤이는, 아이의 경탄과 경이로 가득했던 세월에서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포니는, 말 그대로 폭풍 같은 바람에 휘어져 버린 연약한 가는 나뭇가지와 같았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다. 하모니는 꿈결 속에서 그녀를 그리던 것과 같고 또 다르게 그녀에게 마음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그러니까..." 하모니는 플러터샤이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재빨리 말했다. "그렇게 정중하게 온갖 예절을 다 갖춰서 말할 필요는 없겠네요!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도 당신의 능력에 대해 말씀 많이 들으셨거든요. 그래서, 저를 참관인으로 삼아 당신이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직접 보고 오라는 의미에서 저를 파견하셨습—"
"어머, 이런. 제가 필로미나를 숨겨서 저희 집으로 돌아와 간호해 준 그 일로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욕되게 했기 때문인가요?"
"네? 그럴 리가요! 그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
"음...... 세상에나." 플러터샤이는 입술을 깨물었고, 그녀의 몸은 풀이 죽어서 축 처졌다. 그녀가 들고 있던 죽은 물고기를 넣어 둔 바구니는 연못 옆 잔디밭에 떨어졌다. 그녀의 눈은 털썩 주저앉아 버린 그녀의 두 다리로 떨어졌다. "그럼... 그럼 그랜드 갤로핑 갈라에서 정원에 있던 동물들을 제가 연회장 안으로 몰아 넣었기 때문인가요?"
"갈라 때 동물들을 몰아 넣었다고요?!" 하모니는 더 말을 잇지 못했고 그녀의 두 눈은 커다래져 있었다.
플러터샤이는 가슴팍에 총알이라도 맞은 듯 몸을 더욱 움찔했다.
하모니는 흠칫 놀라 마른침을 삼켰고, 이내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아... 제 말은, 그랬죠! 연회장 안으로 동물들을 죄다 몰아 넣으신 적 있으셨었죠! 하하하... 흠흠, 그래도 그 문제라면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진작에 용서하셨답니다!" 그녀는 잠시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녀는 잠시 입술을 깨물더니 눈 앞에 선 페가수스를 향해 슬며시 웃어 보이고는 나직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지금까지 해 온 고귀한 일... 그러니까... 지난 몇 년간, 포니빌에는 지역 주민들과 야생 동물들 사이에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이름의 기적이 찾아왔으니까요."
"아, 알겠어요..." 플러터샤이는 앉은 자리에서 꽤 당혹스러운 듯 몸을 꿈틀대더니 다시 바구니를 집어 올려 옆구리에 짊어졌다. "클라우드데일 위원회 분들이 캔틀롯 왕궁과 같은 입장이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아, 그래요. 뭐, 유유상종이란 말도 있잖아요?" 하모니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싱긋 웃었다. 그녀가 다시 눈을 뜨자, 플러터샤이는 또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사방으로 고개를 휙휙 돌렸고, 깊은 짜증에서 우러나는 투덜거림을 억눌렀다. 그녀는 다시 오두막집으로 돌아가는 멀찍한 형체를 향해 종종거리며 걸어갔다. "플러터샤이 양, 맹세하죠. 저는 그 노처녀 히스테리 위원장인지 뭔지 하는 양반이랑은 하등의 관계가 없어요. 지금까지 당신을 귀찮게 하던 그 작자들과도 마찬가지고요."
"레드게일 부서장이에요." 플러터샤이가 정정했고, 불현듯 건조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리고 다른 포니에 대해 뒷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에요. 그건 아주 무례한 행동이니까요."
하모니의 심장은 지금 이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이 처음부터 그녀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놓으려고 뜻했던 것처럼, 갈기부터 발굽까지 부서진 유리 조각으로 그녀의 온 몸을 찌르려 했던 것처럼 벌렁거리며 뛰었다. 왠지 그 말은 가슴을 태우던 불사조의 불길보다도, 다리를 찌르던 트롤의 창보다도 아팠다. 하모니는 어른스러운 평정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었다. "무례를 범하려던 생각은 아니었어요, 플러터샤이 양. 레드게일 부서장에 대해 잘 모르니, 그것밖에 말할 거리가 없었거든요. 저는 그냥 단순한 왕궁비서관 하나일 뿐, 심리학 전문가는 아니랍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분의 나무를 심각하게 긁고 있다는 것만은 알 것 같아요. 제가 말한 그 '나무'라는 건,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그 무언가를 말하는 거랍니다."
"우와!" 플러터샤이가 오두막집의 뒷문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그녀의 뺨이 장미꽃처럼 붉게 물들었고, 그 뒤에는 황동색 페가수스가 따라오고 있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비서관들은 전부 그렇게... '시적인' 포니들인가요?"
"대단한 포니들이나 그렇죠." 하모니가 빙긋 웃었다. "그래도, 진지하게 말씀드리는데, 그 레드게일 부서장의 목적이 대체 뭔가요?"
"어......" 플러터샤이는 길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한쪽에 쌓아 놓은 바구니들 근처에 지고 있던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며 음식들을 가득 쌓아 놓은 선반들 사이로 가볍게 달리듯 걸어갔다. "레드게일 부서장님은 동물 관리와 훈련을 담당하고 계시는 제 감독관들 중에 가장 직급이 높으신 분이에요. 제가 포니빌에서 처음으로 봉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 분의 지시를 받아 왔죠."
"그렇게나 당신과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해 왔다면, 부서장님도 분명 당신한테는 조금 더 힘이 되어 주려고 할 텐데요. 단순히 유능한 수준을 넘어선 걸 보셨을 테니까요. 안 그랬으면, 왜 포니빌에서 당신한테 계속 주변의 귀중한 동물들을 돌보게 하겠어요?" 하모니가 자신감이 묻어나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제 말이 맞죠?"
플러터샤이가 그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상반신 전체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감추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그녀는 발굽으로 바구니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당신은... 당신 이름이 아름다운 만큼이나 친절하신 분이시군요, 하모니 양. 하지만 이 점만은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레드게일 부서장님의 평가 기준은...... 아주 엄격하답니다."
"네, 분명히 그래 보이더군요."
"확실히 모래알처럼 작은 문제일 뿐이에요. 어머, 방금 제 말도 나름 시적이지 않았나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모니가 싱긋 웃었고, 방금 자기가 내뱉은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시적인 표현이라고요. 어, 저, 저기, 제가 하려던 말은—"
플러터샤이가 계속해서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마 무척 가혹한 분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그저 부하 직원이 일을 제대로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엄청나게 빙빙 돌려서 말씀하실 뿐이랍니다. 저는 그걸 이해할 정도로 오랫동안 같이 일해 왔고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적어도, 어떤 경우에는......"
하모니는 곁눈질로 플러터샤이를 바라보았다.
플러터샤이는 헛기침을 하더니 그녀의 목가에 매달려 있던 동물들의 먹이가 담긴 바구니 너머로 말했다. "음...... 흠흠, 어쨌든, 레드게일 부서장님은 지금 이 불행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말씀해 주시러 들르셨을 뿐이랍니다."
"염소자리에 관련된 무언가군요. 맞죠?"
"네에. 하모니 씨는 염소자리에 대해서 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하모니는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입을 벌린 채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지나가는 회색의 지평선 사이에서, 몰려든 검은 구름의 무리 사이에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수십의 죽은 생명들 사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마땅히 가졌어야 할 다양한 것들, 우아함과 저열함 사이의 그 모든 것들을 가지기에는 그녀를 뒤덮은 화석들이 너무나 많았다. 태양이 입맞춤하는 이퀘스트리아의 가슴 위에 한 번 '살았던' 화석이 너무나 많았다.
플러터샤이는 나올 리 없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그건 천공의 생명체 중 하나에요.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 전갈자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생을 우주에서 보냈던 아이죠. 그 아이들은 원래 이퀘스트리아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말이에요. 그 녀석들의 혈관에는 피가 흐르지 않아요. 그 대신 순수한 마법력이 흐르고 있답니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뿔과 연결되어 있는 순수한 마법의 빛을 받아 이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답니다. 그 에너지는 그 후에 곧장 또 하나의 아름다운 생명체로 변화했죠. 그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염소자리가 된 거랍니다. 그 다음, 그들은 모두 하늘로 올라갔어요. 아이들의 체력에도 한계가 있어서 마나 크리스탈을 통해 체력을 재생한다거나, 아이를 낳으려는 생각이 들 때에만 땅으로 내려오곤 하죠."
"아하, 그렇군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게 참 유감스럽기 그지없네요."
"대부분의 살아 있는 포니들은 자연적으로 내려온 염소자리를 볼 만큼 운이 좋은 편이 아니랍니다." 플러터샤이는 창턱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다람쥐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는 바구니에서 몇 조각의 빵 부스러기를 꺼내서 나누어 주었고, 한두 마리의 다람쥐의 머리에 얼굴을 비벼 주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최근에 밤하늘에서 떨어져 에버프리 숲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 녀석이 있다는 모양이에요. 제가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기도 하고...... 지금 즉시 조사를 시작할 만큼 검증이 된 포니이기도 해서요. 아시겠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에버프리 숲의 총괄 관리원(Ranger)으로 승진이 되었거든요. 북서쪽의 제브라하라라는 곳에서 온 제코라라는 주술사가 절 도와 준 덕분에 숲 속에서 발견된 모든 동물들의 상세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어요. 클라우드데일의 몇몇 학자 분들과 동물학자들께서는 한 달마다 아주 상세한 보고서를 받아 보시길 원하시고요. 게다가...... 음...... 산림지대에서 일어나곤 하는 뜻밖의 사건들도 잘 처리해 주길 기대하고 계세요."
"지금...... 이 사건 같은 것 말씀이시군요." 하모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당신의 그 소중한 부서장님께서 아주 목을 매고 계신 거고요."
"그렇게 흥분하신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죠." 플러터샤이가 한숨지으며 그녀의 앞에서 휙휙 흔들리는 복슬복슬한 꼬리들을 쓸쓸히 쳐다보았다. "염소자리들은 멸종 위기종이랍니다. 혹시나 에버프리 숲에서 염소자리 하나가 죽기라도 하면... 포니빌에서 가까운데다 제 관할 구역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저, 전......"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고, 두 눈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젖어 가기 시작했다.
하모니가 놀라 말했다. "어...... 저기요...... 플러터샤이 양?"
플러터샤이의 몸은 흔들리며 떨고 있었다.
"지금... 지금 울고 계신 거에요?" 하모니의 심장은 갈수록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아, 이 일을 어째. 진짜 울고 계신 거 맞죠?"
"그...... 그런 아름답고 소중한 동물이 부, 불필요한 주,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모...... 모자라서 온 이퀘스트리아에서 가, 가장 머, 멋진 일을 이, 잃게 될지도 모, 모르는 상황에서...... 모, 모자란 건가요?"
하지만 플러터샤이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지기도 전에 시간여행자가 달려와 두 발굽을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
"제가 도와 드릴게요!" 하모니의 숨은 거칠었고 눈가는 씰룩거려 흡사 광인(狂人) 같았다. 미래는 불길 속에 있었다. 그 너머의 황무지는 영겁의 회색 재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녀도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었고, 포니들의 종말도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이 앞으로 지나갈 시간의 역사에서 해와 달을 다시 띄울 첫 번째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었다. 플러터샤이를 울리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제가... 어... 제가 그 산양자리를 찾는 걸 도와 드릴게요!"
"염소자리에요."
"그래요, 그래요. 뭐 어쨌든, 수색 작업이 얼마나 어려울까요?"
"하모니 씨의 친절한 제의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플러터샤이가 훌쩍이며 어깨를 붙잡고 있던 하모니에게서 몸을 떼어 안락의자 쪽의 창문으로 쭈뼛쭈뼛 걸어가 근처의 닭장 너머로 널따랗게 펼쳐진 에버프리 숲을 쓸쓸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옳지 못해요."
하모니가 한쪽 눈썹을 치켰다. "왜 그렇죠?"
"부서장님께서 하신 말씀, 들으셨죠." 플러터샤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어요. 제가 그 어떤 일이 됐든, 다른 포니의 도움을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답니다. 저는 지금 시험에 든 거에요. 확실하고 명백하게 말이에요."
"이봐요, 그 염소자리를 살리고 싶은 거에요, 아니면 그 반대에요?"
"전......" 플러터샤이가 안절부절못하며 노란 발굽을 들어 창틀을 걱정스럽게 주물럭거렸다. "물론 살리고......"
"캔틀롯 왕궁비서관으로서, 이퀘스트리아의 온 생명들이 충분한 장수를 누리게 하고 번영하게 하는 것 또한 제 임무입니다!" 하모니가 용감히 말을 꺼내기 전에 그녀의 머릿속에 몇 마디 말이 떠올랐고, 그녀는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에 말을 다듬어 꺼내고 있었다. "플러터샤이 양, 제가 여기 파견된 것은 당신이 당신의 직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직접 참관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만 좋다면 말이죠. 어떻게 일을 끝내야 하는지 모범답안을 말씀해 드리려고 온 게 아니라는 말씀이에요. 당신의 그 전지전능하신, 흠흠, 부서장님께서도 모르는 게 있으면 아마 공주님께서 똑같이 해 주실걸요?"
플러터샤이는 한 번 훌쩍이더니 더는 훌쩍이지 않았다. 그녀가 불현듯 등 뒤에 서 있던 친절하기 그지없는 낯선 이를 바라보자 하모니의 구멍 뚫린 영혼을 금으로 채워 주는 듯한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이지. 당신의 그 제안은 정말... 음..."
"굉장하죠?" 하모니가 눈을 찡긋했다.
"정말 친절한 제안이네요." 플러터샤이가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띄웠고, 그녀의 목소리는 오후의 아지랑이 사이로 흔들리며 날리는 이불 같았고, 방 곳곳에 그 부드러움이 퍼졌다. "하모니 양, 부디 제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무례하게 굴려던 뜻은 없었어요. 당신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손님이 왔던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그녀의 부드러운 눈길은 낯선 페가수스를 향해 진심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만 여쭤 봐도 될까요? 전에, 우리 만난 적 있던가요?"
하모니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음... 네?"
"아, 저도 이런 걸 묻는다는 게 참 바보 같은 거라는 건 안답니다. 그래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걸요. 이렇게 아름다운 갈기를 가진 포니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좀 부끄러운... 헤헤헤... 그래도, 너무 아름다운데......"
"아, 포니빌에 그렇게 자주 들르는 편이 아니라서요. 제가 당신에 대해 들은 거라고는... 음... 트와일라잇 스파클 양이 보내 주신 편지나... 또..." 하모니의 시선은 한쪽으로 무감각하게 기울어져 숙여졌다. 좀비 같은 침묵이 그녀를 덮쳤다.
근처에는 부엌이 있었고 부엌 멀찍한 곳에는 모퉁이가 있어 소박한 오두막집 안에 드리운 먼지 앉은 그림자 속에 버려지고 잊혀진 물건이 하나 놓여 있었다. 양동이였다. 양동이 옆에는 대걸레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 빨아 썼었는지 짐작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하모니가 대걸레의 잔뜩 곤두선 흰 걸레조각을 오래 보면 볼수록, 그녀는 더욱 깊은 곳으로 빠져 들어갔다. 가느다랗고 새하얀 걸레 실 사이에 갇힌 그녀의 시선은 월안을 통해 보는 세계 깊숙한 곳과도 같았다.
깊은 숨결은 그녀가 바로 몇 주 전에 바로 여기의 마룻바닥을 닦았었고 이십오 년 전에 닦았었기에 마지막 포니를 떠나 흩어졌다. 이십오 년 전에 닦았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그녀에겐 과거가 아니었으나 어쨌든 과거는 과거였기에 그랬다. 이 모든 것들은 그저 단순히 투영된 것들에 지나지 않았다. 모두가 한 페가수스의 죽은 유령에 매달려 부푸는 거대한 우연의 구름이었고 하모니의 영혼이 깃든 엔트로파의 몸과 그 안에서 뛰는 심장을 기다리는 유일한 실체이자 진실은 단 하나뿐이었다. 죽음의 세계, 그 한가운데 기분 나쁜 냉기와 습기로 눅눅한 어두운 굴, 그 거대한 석관 안에는 수많은 가시덩굴이 엉겨 날카로웠고, 삼백 년 하고도 이십오 년 전, 바로 그곳에 살았을 어떤 보라색 드래곤이 토해 냈던 한 줄기의 녹색 화염과 함께 다시 찰나의 순간에 현세로 돌아올 조그마한 간식거리를 기다리고 있을 큰곰자리가 있을 터였다.
마지막 포니 스스로도 자기의 발자취를 이렇게 일찍 되짚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길은 그녀의 것이기도 한 발굽과 다리로 걸어온 길이었으나 동시에 그녀의 것이 아닌 발굽과 다리로 걸어온 길이기도 했다. 순간, 그녀는 깊은 고독과 고통, 그리고 벌거벗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 안에 고인 어린아이의 숨결은 하모니 호의 흔들리는 그물침대에 안겨 흐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그 지극히 충동적인 욕구의 아이러니를 이해하기도 전에, 아름다운 목소리가 비단결처럼 방을 건너와 감겨왔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그녀는 순간 한 쌍의 노란 발굽들이 그녀를 감싸 안자 당황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대로,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녀의 투영된 영혼은 땀을 흘릴 수 없었기에 몸을 떨며 그녀를 안고 있던 페가수스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고 나직이 말했다. "플, 플러터샤이...?"
"괜찮으세요, 하모니?" 방문객이 순간 몸을 비틀거리자 플러터샤이가 걱정스러운 듯한 숨과 함께 말했다.
마지막 포니는 자기가 보이고 있던 흐트러진 모습을 최대한 빠르고 잽싸게 정리한 다음, 몸을 곧게 펴고 서며 머리를 흔들어 검은 갈기를 목 뒤로 넘기고 말했다. "흠흠. 죄송해요. 저... 하루 종일 날아다녔거든요. 아마 몸에 피로가 쌓였던 걸 잊고 있었나 봐요."
"잠깐 누워 계셔야겠는걸요. 딩키한테 말해서 물을 좀 가져다 드릴게요. 그 동안 가볍게 수프라도 만들어 드릴—"
"그, 그러실 필요 없어요. 플러터샤이." 시간여행자는 춤추던 과거의 그림자를 향해 눈을 깜박여 익숙한 방 안에서 내쫓았고, 아직 어린 티를 못 벗은 어조로 안심시키듯 말한 뒤, 좀 전보다는 훨씬 편안하게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제가 방금 어질어질해 있는 동안 뭐라고 말씀하셨었는지 다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저기..." 플러터샤이가 수상쩍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공주님께 보낸 편지에 제 이야기가 쓰여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아신 거죠?"
"저, 네?"
"좀 전에 그러셨죠. 트와일라잇의 편지에 제 이야기가 쓰인 걸 아신다고."
"아, 제가 그렇게 말씀드렸었죠?" 하모니가 얼굴을 찡그렸다. "전... 그게... 저..." 그녀는 얼굴색을 밝게 하더니 기대가 묻어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공주님께서 편지를 읽어 주시곤 하거든요! 그래요! 그리고 또, 음... 캔틀롯 왕궁의 벽 자체가 좀... 저기... 얇은 편... 이죠, 아마." 그녀는 헛기침을 했고, 그 헛기침은 이제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암시하듯 애처롭게 울렸다.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공주님... 저기... 다른 공주님 편지도 그렇게 하시는 버릇이 있으셔서... 특히 루나 공주님께 온 편지는 죄다..." 그녀는 바보처럼 눈을 깜박이고 말했다. "...원더볼트 단원들이 보내 온 편지 말이에요."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비행 기술 관련한 거던데요."
"아... 알겠어요..." 플러터샤이의 말은 방금 뿜어져 나온 혼란스러운 듯한 숨 속에 휩쓸리고 있었다.
"자, 그럼!" 하모니가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힘차게 상체를 뒤로 젖혔다가 다시 내리며 두 발굽을 바닥에 탁 하고 쳤다. "염소자리는 언제 찾으러 갈 건가요?"
"그렇게 일찍 출발하지는 않을 거에요, 하모니."
"아, 그렇군요. 흠흠... 왜요?"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을 더 지켜봐 주실 용의가 있으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늦은 오후까지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그 이유, 제가 맞춰 볼까요? 분명 밥을 줄 동물들이 더 있는 거죠?"
"음, 거기에다 딩키네 어머님께서 오실 때까지 딩키를 보살펴 주어야 한답니다."
"그럼 왜, 아니, 전 잘 모르겠는데, 딩키를 데려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에버프리 숲 속으로 데리고 간다고요?" 플러터샤이의 숨은 다이너마이트가 그녀의 폐 속에서 터지기라도 한 양 급하게 터져 나왔다. "하모니, 전에 그 안을 돌아다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음, 뭐 사실대로만 말씀드린다면, 네, 있어요." 하모니가 말했다. 가시 돋친 덩굴들과 가시덤불, 그리고 꾸물대는 검은 그림자들이 그녀의 나이든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때, 그녀는 근처의 창문 바깥을 흘끗 쳐다보았고, 이내 지금의 세계가 회색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아, 잠깐만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잠깐 들른 것 정도니까요. 에헤헤..."
"적어도 당신이랑 저는 우리 몸 하나 정도는 알아서 지킬 수 있겠죠." 플러터샤이가 중얼거리며 창문을 향해 발을 질질 끌며 걸어왔고, 쓸쓸히 그 밖을 내다보았다. 조그마한 유니콘과 티세트가 보였다. "하지만 저 작은 망아지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느니 차라리 달로 쫓겨나는 걸 택하겠어요!"
"아, 네. 하긴, 요즘 같은 때 사는 포니들이 달로 쫓겨나는 걸 무서워하기야 하겠어요?"
"하모니...?" 플러터샤이가 혼란스러운 듯 눈을 깜박였다.
하모니는 한숨을 쉬더니 가까이에 서 있던 플러터샤이를 향해 몸을 돌렸다. "오늘 오후에 있을 염소자리 수색을 도와 드리고 싶어요. 허락해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어머, 다른 포니가 도와 준다면 정말로 기쁠 거에요." 플러터샤이가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닐 거에요."
"이봐요, 우리는 페가수스라고요." 하모니가 종종 걸어와 싱긋 웃어 보였다. "우린 늘 어려운 일만 하잖아요?"
"그거 레드게일 부서장님의 업무 철학인데요."
"그것 참, 차라리 제 혀를 잘라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머나, 세상에!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플러터샤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플러터샤이, 이건 그냥 농담이었어요!" 하모니는 순간 깜짝 놀랐다. 데자뷰가 그녀의 뇌를 졸라매고 있었다. 오렌지색 망아지 하나가 한쪽 다리로만 균형을 잡고 서 있었고, 이내 비에 젖은 숨소리와 함께 흐려져 사라졌다. 순간 플러터샤이는 그녀를 쳐다보는 조그마한 도자기 인형처럼 보였다. 마지막 포니는 비명을 지르고 싶은 피 맺힌 충동을 억눌러야만 했다. 그녀는 싱긋 웃어 보이며 숨을 내쉬었고, 이내 말을 꺼냈다. "뭐, 일단 보러 가기 전에 당신이 직무를 처리하는 모습을 참관할 건데요, 어떻게 참관을 해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날까요?"
"음... 흐음..." 플러터샤이의 부드러운 푸른 눈동자가 오두막집 구석을 향했고, 그녀의 숨결이 새어 흩어졌다. "저기, 헛간에서 절 도와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거든요."
"플러터샤이, 여기 근처에 얼마나 많은 동물들을 데리고 계신 건가요?"
"233마리에요. 물고기와 곤충들은 세지 않았어요."
하모니가 깜짝 놀랐다. "우와. 전... 저기... 당신이 수를 세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오, 하지만 당연한 거랍니다!" 플러터샤이가 밝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제 소중한 작은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하나라도 놓치면 정말 전 저 스스로를 미워하게 될 것 같아요. 매일 아침마다 아이들의 수를 세서 길을 잃거나... 좀 더 심한 일을 당한 아이들이 없나 항상 점검하고 있답니다."
"걔들 이름도 다 지어 주셨어요?"
"음... 아뇨." 플러터샤이가 한쪽 발굽을 들어 그녀의 분홍 갈기를 쓰다듬으며 창 밖에 앉아 있을 딩키를 다시 한 번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저희 집에 들이는 아이들 몇몇밖에 없답니다."
하모니가 싱긋 웃으며 그녀의 옆구리 너머의 흰 털뭉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계신 선샤인 양처럼 말인가요?" 밥그릇이 그녀의 황동색 머리를 맞고 덜그럭거리며 튕겨져 나갔다. "아오! 이 빌어먹을 자식아!"
"엔젤! 그럼 못 써! 제발 말 좀 들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