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니니까 : 모드 파이 편
포니빌에 가까워질수록 기차로 수송하는 돌들은 더 다양해졌다.
어느 게 어느 돌인지 꿰고는 있었지만, 정신은 돌에 가 있지 않았다.
내 동생에게 가 있었다.
핑키 파이.
핑키 파이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각별한 사이였다.
내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건 오직 그 애뿐이었다. 감정을 표현하기란...... 내가 그리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으니.
핑키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도 나뿐이었다. 그 혼란스럽기까지 한 발랄함에 감춰진 진짜 의도와 감정을 읽고, 시대의 지성들마저도 혼이 빠지고야 말 한없는 어휘의 나열로서 그 애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는 건 나 하나였다. 오직 나만이 그 아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자매는 어떻게 보면 그리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내 생각을 숨겼다. 핑키는 한없이 많은 감정들을 표출하며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
그렇기는 해도, 핑키가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낼 때도 있었다. 요즘 같은 때처럼.
삼 주 전, 핑키의 친구인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죽었다. 암살당했다고 했다.
나는 핑키 파이를 위해서라도 가족들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래니 파이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보다도 큰 소리로 우는 핑키를 보는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트와일라잇은 좋은 사람이었다. 가까이 지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좋은 사람이란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볼더도 트와일라잇을 좋아했다.
나는 핑키를 가족들과 함께 데려오지 않고 포니빌에 혼자 남겨두고 오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같이 오기를 바랐지만, 핑키는 친구들과 같이 있고 싶어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편지를 부쳤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케이크 부부께 편지를 부쳤다. 핑키가 요즘 어떤지 묻는 편지였다.
케이크 부부는 핑키가 방실방실 웃고 다닌다고 답신을 보냈다. 여전히 즐겁고, 단 걸 만들며 지낸다고 했다.
나는 편지에서 한 가지 심각한 문제를 읽어냈다.
파티를 연다는 말은 한 마디도 쓰여 있지 않았다.
나는 즉시 포니빌행 기차표를 끊었다.
내 동생이 어떤 녀석인지 나는 안다. 핑키는 내가 필요하다. 핑키는 괜찮지 않다. 전혀 괜찮지 않다.
나는 기차역에 도착했다. 곧장 슈가큐브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도 몰랐을 테지만, 나는 내 동생을 보게 되는 일이 조금은 두려웠다.
케이크 부부가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곧장 동생이 쓰는 방으로 올라가 문을 열었다. 얼굴로 색종이 조각들이 날아들었다.
"놀랬지롱! 언니가 올 줄 진즉에 알고 있었지! 내 친애하고 사랑하는 언니가 날 보러 온다고 핑키 센스가 다 말해줬지롱!" 핑키는 날 껴안더니 뺨에 자기 얼굴을 비볐다. "언니가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마지막으로 본 지 한 수백 년은 지난 것 같지롱!"
그리고는 내게 방을 보여주었다. 평소처럼 파티용품들이 들어차 있었다. 풍선이나 종이테이프, 펀치 음료, 컵케익 같은 것들.
하지만 포니는 하나도 없었다. 우리 빼고.
"자, 그럼 음악 틀고 파티나 함 땡겨 볼까!" 핑키는 그렇게 말하며 레코드 플레이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핑카미나."
핑키를 멈추게 하는 데는 그 한 마디면 충분했다. 진지할 때가 아니면 내가 자기를 본명으로 부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핑키는 천천히 이쪽으로 몸을 돌렸는데, 그 얼굴에선 웃음이 천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진심으로 웃는 게 아니었으니 상관없는 일. 아마 내 얼굴에 색종이 몇 개 던진다고 날 속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더라도, 나는 언니다. 알아야지.
"어, 응?" 핑키가 되물었다.
나는 핑키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전부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아파하고 있는지. 얼마나 슬퍼하고 있는지. 얼마나 혼란스러워하고 있는지. 동생은 항상 누군가를 잃는 일에 익숙치 않았다. 특히 그 사람이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는 가까이 다가가 동생을 안아주었다. 내 가슴팍 깊숙히 핑키의 머리를 묻으면서. "괜찮아."
그 말 한 마디로 핑키를 울리기는 충분했다. 부풀어 올랐던 갈기가 가라앉으며 직모로 변했다. 핑키는 흐느껴 울었다. 핑키는 계속해서 울었고, 나는 동생을 가만히 안고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다. 아주 긴 시간이 지났다.
핑키가 울음을 그쳤을 때는 날이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삼 주 동안 눈물을 참으면, 그 정도 울 수도 있는 법.
"미안...... 셔츠가 다 젖었네..." 핑키 파이가 말했다.
"괜찮아..." 나는 동생의 등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중요한 사람이었으니까."
"트와일라잇......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어..." 핑키가 조용히 말했다. "난 걔가 너무 좋았어. 내 친구들 전부 다 너무 좋았고. 작별 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보내 버려서......"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핑키를 쳐다보았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짚이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너, 약 제대로 챙겨 먹는 거 맞지?"
핑키는 창피하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나는 할 말이 있었다.
"핑키. 약은 챙겨 먹어야지..."
"알아...... 그래도 환청이 들릴 때마다...... 걔 목소리도 들려서."
나는 핑키를 안고 있던 앞발을 풀어주었다. 처음으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그들은 어둡고, 슬픈 나날들의 사생아였다.
"걔 목소리가 들리거든...... 다른 애들 목소리도...... 우정에 대해 뭘 배웠는지도 물어 보고...... 무슨 파티를 계획하고 있는지도 물어 보고...... 간단히 '안녕' 한 마디만 하기도 하고..." 핑키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걔가 죽었다는 건 알아. 그래도 난 상관 안 해! 내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뭐가 문제야? 걔가 말하는 걸 계속 계속 계속 듣고 싶은데! 설령 다른 목소리가 아무리 무섭고 끔찍하다 해도 말이야!"
나는 핑키를 흔들었다. "그래니 파이 할머니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었어?!" 나는 거의 쓰지 않는 큰 목소리로 물었다. "할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기억하지?"
나는 눈을 감았다. 할머니의 시신이 아직도 눈에 선명했다. 목에 밧줄을 감은 채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핑키를 다시 단단히 안았고, 핑키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두 번 다시 그 꼴은 못 봐. 네가 그렇게 되는 걸 보고 싶지도 않아."
"...미안..." 핑키는 겨우 말했다. "트와일라잇이 너무 그리워서 그랬어."
"알지......" 나는 답했다. "나도 알아..."
핑키는 잽싸게 내 포옹을 풀고 나가더니 내게 등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나랑 뭣 좀 같이 안 할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이것... 이것만 도와 주면...... 착하게 약 잘 타다 먹을게..."
"뭔데?"
핑키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트와일라잇을 죽일 때 쓴 칼 있잖아? 그 칼이 평범한 칼은 아닌 모양이야."
맞는 말이다. 알리콘은 해하기 힘들다. 알리콘을 죽일 수 있는 건 극히 한정적이고, 평범한 칼로는 명함도 내밀 수 없다.
"그 칼...... 오리칼쿰*으로 만든 칼이라나 봐."
나도 모르게 눈이 크게 뜨였다. 오리칼쿰은 아주 희소한 금속이다. 아주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성질이 있고, 이걸 가공해 만든 칼은 용의 비늘이라 해도 버터 자르듯 잘라낼 수 있다. 그러고 나서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다. 오리칼쿰이 귀한 건, 그게 미노타우루스의 섬에서만 채광되는 광물이기 때문이다.
딱 한 군데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입을 헤벌리기까지 했다. 이퀘스트리아에서 오리칼쿰이 채광되는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믿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가문의 비밀이었으니까.
핑키는 나를 쳐다보며, 노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가문이 오리칼쿰 광산을 넘겼는지 아닌지 알아야겠어. 날 도와줘."
차가운 표정을 한 언니와 분홍 풍선 같은 동생은 함께했다
그리고 진실을 찾았다
둘은 서로를 껴안고 울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과 맞서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 오리칼쿰 : Orichalcum, 고대 그리스, 로마 전승에 등장하는 전설 속 금속. 이를 일본산 게임에서 잘못 표기한 것이 오리하르콘입니다. 여기서는 로마식 발음을 따라 라틴어 발음으로 표기했습니다. 오리칼쿰을 어떻게 발음해야 오리하르콘이 되나요? 가나 문자로 써도 오리카루쿠무 정도 되겠는데. 막상 써놓고 보니 참......
역자후기
볼더가 뭐드라... 돌이란 뜻 아니었나... 하고 생각하다가 결국 모드 파이 에피소드 다시 봤읍니다. ㅈ무위키에도 모드 파이의 애완 돌멩이 이름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지수스! 시즌 2에서 끝난 걸 시즌 4 에피소드까지 가서 찾아야 하다니!
그거랑 별개로 모드 파이 캐릭터 자체는 잘 만든 캐릭터인 듯.
저는 정치 쓰릴러 떡밥을 아주 좋아합니다. 감성은 제 취향 아니에요. 근데 왜 다 잡은 게 하나같이 감성적인 것들이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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