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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E/백그라운드 포니22

사족 : Curtain Call 커튼콜 포니빌 어느 언덕 벤취 위에 앉은 채로 숨이 끊어진 행려병자의 죽음은 산보를 나온 어느 부부의 신고로 알려졌다. 포니빌 경찰이 시신을 인계받아 시립병원으로 옮겼다. 늙은 의사는 오래된 만년필을 들어 사망진단서에 서명했다. 포니빌 경찰은 시청으로 사건을 이관했다. 시신과 함께 발견된 두꺼운 공책은 거의 비어 있었다. 반쯤 곰팡이가 핀 잉크로 적어 내려간 글 몇 줄에는 시신이 아직 살아 있었을 때 어떤 이름을 썼고, 출신지가 어디며, 가족은 누가 있는지에 관한 정보가 없었다. 홀로그램 처리된 신분증 카드는 있었으나, 사진과 이름을 비롯한 각종 정보들은 기입되어 있지 않았다. 시청은 이퀘스트리아 데일리와 지역지에 조그맣게 광고를 내 시신의 연고자를 찾기 위한 공고를 게재했다. 닷새가 지나도록 연락은 오.. 2023. 8. 22.
Background Pony, and re-backgrounding. (고쳐 씀) Background Pony 번역은 2013년 중반 즈음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 포게에서 BgP 번역을 시도한 사람들이 몇 명 있기는 했었어요. 연재 중이었던 BgP 만화 버전을 번역하시는 분도 있었고, 원문을 번역하려는 시도도 있긴 했습니다. 저는 EoP를 개판으로 옮기고 있었고요. 그러던 중, Google Docs로 BgP를 번역하려고 한다는 자가 나타났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었죠. 어느 날 문득 기억나서 들어가 보니, 조금도 진전이 된 게 없더라고요. 그 꼬락서니가 워낙 한심스러워서 그냥 챕터01을 제가 옮기기로 했죠. 그렇게 EoP로도 모자라 BgP라는 짐까지 스스로 떠안는 꼴이 되었어요. 2014년 입대 직전의 번역 속도는 끔찍할 정도로 느렸습니다. BgP 챕터05를 옮기다가 제 영어 능력의 한.. 2022. 3. 20.
Chapter 20. 종극Denouement(完) [`24.01.20. 오타 및 최후 분량 일부 수정] 일기. 계절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여신들께서 계절을 창조하시고 서로 순환케 해서 자연의 한쪽 힘이 소진되지 않게 만들어 두신 것일까. 최초로 창조된 사람들도 농번기와 농한기를 정해서 농사를 짓고 수확했을까. 태곳적 여신들께서 그저 심심풀이로 계절을 만드신 건 아닐까? 밖은 눈이 온다. 아주 많이 온다. 이번 달이 몇 월이더라... 11월인가? 12월? 잘 모르겠다. 한동안 밖에 나다니질 않았으니. 오두막에 물건은 충분히 쌓아두었다. 앨이 먹을 사료와 식수도 풍족하고, 벽난로에 집어넣을 땔감도 넉넉하다. 당분간은 더 나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유를 콕 집어서 말하긴 어려운데, 밖에 나갈 기분이 아니다. 하긴 평소에도 눈 내리는 건 고사하고 겨울 자체를 별로 좋아해 본 적이 없지. 요맘때쯤 되면 난.. 2022. 2. 25.
Chapter 19. 디미누엔도Diminuendo "버려진 자여, 그대가 꼭 알아야겠다면 말해 주겠다. 그것은 선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의문부호에서 출발했다는 게 맞을 것이다. 한때는 유일무이한 진실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갈래로 나뉘어 버렸지. 우주의 진리를 밝혀내겠다는 일련의 탐구가 하나의 진리를 깨뜨려 여러 조각으로 부수고 말았고, 깨진 조각 하나하나가 저마다 다른 소리로 울리는 소리는 일종의 합창으로 뒤섞여 심연 깊숙한 곳에서 하염없이 똑같은 음만 반복하고 있지. 최초의 노래는 울음도, 웃음도 아니었으니, 이는 궁창이 부서져 삼라만상이 영원히, 두 번 다시 생겨날 수 없도록 무너진 후에야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노라." *1 숨을 헐떡이며 좌우로 눈을 굴려 어둠 속을 살폈다. 저 목소리, 분명 들은 적 있는 목소리였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 2022. 2. 23.
Chapter 18. 크레센도Crescendo * 이 장은 라이라 하트스트링스의 조각난 기억들이 서로 뒤엉키며 현실에 갈마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리하여 정말로 미친 사람이 주절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 수 있다. 셀레스티아와 루나의 화법은 정체政體가 왕정인 점, 인격이 아닌 신격인 점을 감안해 왕정시대의 왕족이 쓸 법한 어조로 옮겼다. 의 인조와 홍타이지, 의 문정왕후가 구사하는 화법을 기본 골격으로 삼아 참고하되 불가피하게 현대적인 화법을 덧붙여야 할 때는 의 치천제를 참고했다. 이 구분을 분명히 하지 못한다. "신민들이여." 셀레스티아 공주가 두 날개를 활짝 펼치고 말했다. "포니빌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그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노라. 전 국토의 도시들과 비교하여 그 크기가 작고 영세할지 모르나, 너희가 발 붙이고 사는.. 2022. 2. 14.
Chapter 17. 세상이 그대를 버릴지라도All That's Left You 일기에게. 소중히 간직하고 싶어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스스로를 지탱해 오던 것들을 한순간에 전부 상실한 뒤 남는 사람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해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찾을까, 그저 끝없는 슬픔에 무너지고 말까. 이 질문에 답변할 말을 생각해 보기에 충분할 정도로 살기는 했지만, 진실은 아직도 멀고 흐릿해서 잡을 수가 없어. 사람의 지혜와 사람의 가식 아래 그 어딘가 깊은 곳, 사람의 본질 안에 있을 무언가일 수도 있겠지. 설령 자기의 본질을 향하여 한없이 침잠한 끝에 다시 표면의 삶으로 돌아오더라도, 거기서 무엇을 보았는지 사람의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못 할 수도 있겠지. 다만 표현한다는 행위에 목을 매고 달려들 필요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야. 무엇이 나를 .. 2021.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