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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Rated Ponystar] 떨어진 별과 남은 자들

14. Many Voices, One Traitor : Pinkie Pie Part I

by Mergo 2019. 11. 7.

수많은 목소리, 하나의 배신자 : 핑키 파이 편

 

 

 

내 이름은 핑키 파이. 평소대로라면 날 소개할 때 뭔가 재미있고 웃긴 짓을 했을 텐데. 뭐 노래를 부른다거나, 풍선을 띄운다거나, 별사탕을 왕창 섞은 케이크를 얼굴에 던진다거나 하는 거 있잖아.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 말이야. 왜냐니? 내 친구가 죽었는데 그럴 순 없잖아.

 

상실에 관해서라면 처음 겪는 일은 아니야. 평소 둥글둥글하게 지내며 웃고 다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미치거나 울 줄 모른다는 건 아니거든. 즐거워할 때나 슬퍼해야 할 때는 구분할 줄 알아.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병환이나 노령으로 인한 자연사, 가끔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그분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그분들과의 작별 파티가 항상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보내 드리고 싶었어. 편히 쉬시기를 기도하면서.

 

그래, 그렇지. 천국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럼 너도 죽어. 그러면 끝이야.

 

천국 당연히 있지 이 바보야! 사방에 푹신푹신한 구름이 깔려 있는데 그게 죄다 솜사탕! 하늘에선 풍선껌이 비 대신 내리고! 잘 녹은 코코아로 된 커다란 초콜릿 연못도 있을 거야! 마시멜로도 같이!

 

하지만 죽임을 당한 친구는 하나도 없었어.

 

트와일라잇이 보고 싶어. 정말 좋은 친구였는데.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개똥같은 소리 집어치워! 그 개자식들을 우리 손으로 쳐죽일 수만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능하면 산 채로 가죽을 벗기고 창자에 불을 싸지른 다음 그 뼛가루에 오줌을 갈겼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무, 무서운 소리는 그만해.

 

지금까지 살아오며 그 어떤 웃음으로도 마음을 달랠 수 없었던 죽음은 단 두 번뿐이었다. 첫 번째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나는 할머니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 할머니께는 빚진 게 많다. 그렇지만, 그 소중한 가족이 목에 올가미를 건 채 천장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 날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야야, 할머니가 감자 대포를 만들어서 이웃 농장 쪽으로 쐈더니 백 야드 정도 떨어진 데 있던 풍차가 거기 맞아 박살났던 거 기억나니? 그거 엄청 끝내줬지!

 

그 때부터, 내 생물적 목숨이 할머니의 그것처럼 끝장나지는 않을지는 내 가장 큰 두려움이 되었다. 이것들 덕분이다.

 

그... 그래도 제대로만 하면 무서움을 느낄 새도 없을 거야. 평화롭게 생을 마감할 수 있어...

 

약을 먹어도 이것들 입을 완전히 다물게 할 수는 없지만, 무시하는 것 하나만큼은 쉽다. 얘네들 입을 닥치게 하고 싶은데, 도저히 거기 집중할 수가 없다. 왜긴 왜겠어,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 때문이지.

 

암살에 참여한 열 명은 모두 죽었다. 그리고 솔직히 까고 말하겠는데, 잘됐다고 생각한다. 그 자들이 죽도록 싫다. 평생 살면서 지금까지 누군가 미워해 본 일이 없는데도. 이게 잘못된 일인 건 알지만, 그래도 증오스럽다. 진실로 증오스럽다. 이제 그 가족들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고 있자니,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왜 마음을 써. 셀레스티아가 그 새끼들을 더 고통스럽게 죽이지 않은 걸 안타까워하란 말야.

 

그 때, 트와일라잇을 살해하는 데 쓴 무기가 오리칼쿰이라는 특수한 광물로 주조한 무기라는 사실이 내 주의를 끌었다. 오리칼쿰은 지구상에서 가장 희소한 광물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광물이기도 하다. 드래곤 비늘을 베는 건 물론이고, 백 년 동안 관리하지 않아도 날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다 마법도 차단할 수 있다.

 

오리칼쿰 광맥 대부분은 남동쪽 군도에 위치해 있는데, 그곳은 미노타우르스가 통치하는 곳이다. 우리 파이 가문도 오리칼쿰 광맥을 하나 가지고 있다. 처음 광맥을 찾아낸 것은 우리 가문의 선조들이었고, 우리 가문은 오리칼쿰을 함부로 캐내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그 때문에 우리 농장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오리칼쿰을 사겠다는 나라들이 줄을 서 있었으니까. 우리 가문은 부자가 되었지만, 캔틀롯의 돈 좀 있다는 양반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애초에 그런 스타일은 우리 가문과 맞지도 않는다. 특히, 수도에 사는 귀족님네들과는 상극이라 할 만하다.

 

귀족은 지랄. 그 새끼들 하나하나 전부 캔틀롯에서 추방했어야 해. 애초에 트와일라잇이 죽은 것도 그 새끼들 잘못이잖아!

 

어, 귀족들이 전부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 몇몇은 그냥 김을 좀 빼고 제정신만 차리면 된다구!

 

야, 니네 작작 좀 해!

 

미안.

 

지랄, 너나 싸물어!

 

"핑키 파이?" 기차 옆자리에 앉아 있던 언니가 말을 걸었다. 나는 창 밖을 내다보던 시선을 돌려 언니를 쳐다보았고, 언니는 가만히 발굽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언니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코를 살짝 씰룩여 보였다. 걱정스럽다는 표시였다. 언니는 속마음이 그대로 행동으로 드러나니까, 이해하기 정말 쉬운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왜 언니를 어려워하는지 모르겠다니까. "괜찮아?"

 

"으, 응. 그냥 좀 긴장돼서......" 창 밖으로 나의 고향 미네랄 타운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나는 도저히 그 기억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나왔다. 케이크 선생님 부부를 그 때 만났다. 두 분은 부모님께 나를 맡아서 돌봐도 될지 물어 보셨고, 부모님 또한 할머니와 내가 얼마나 가까웠는지 알았으므로 선선히 동의하셨다. 가족들은 나를 보러 포니빌에 자주 왔지만, 나는 본가로 돌아가 본 적이 별로 없다.

 

우리가 왜 가야 하는데? 그 동네 아주 개판에 구질구질하잖아. 아주 전에 완전히 연 끊고 나왔어야지!

 

거기 살아서 좋을 거 하나 없긴 하지...

 

"또 목소리가 들리는 모양이네. 그렇지?" 모드가 물었다. 나는 깊은 한숨으로 대답했고, 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약을 좀 더 먹도록 해. 좀 나아질 거야."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진 아냐." 나는 딱딱하게 대답했다. 내 뒤통수를 따끔하게 쏘아보는 눈길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했다.

 

저 개년은 제 주제도 모르고 지랄이야.

 

언니를 그따위로 부르지 마.

 

네가 어쩔 건데?

 

야, 정줄 놓은 애. 쟤 입 좀 닥치게 만들어.

 

앗싸! 아주 신경 박박 긁는 노래 불러야징! 박박 긁어야징!

 

좆까!

 

이제 저 두 녀석도 좀 닥치고 있겠지. 이제 슬슬 이것들 소개를 해야겠지? 이것들은 내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인데, 할머니가 목숨을 끊은 이후 머릿속에 막 속삭이기 시작하더니 날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파이 가문이 타고난 저주 중 하나라고 해둘까.

 

그, 파이 가문은 대대로 딱 한 명, 좀...... 특별한 사람이 나온다.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을 감지하고, 인식하고 행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몇몇은 현실의 물리법칙을 무시할 수 있다고도 표현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좀 신기하긴 해도 멋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파이 가문이 미친 알리콘의 후손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또 집시 일족의 저주를 받아서 이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원인이 뭐가 됐든지, 이게 저주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그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좀...... 불안정해진다. 목소리가 들린다거나, 이상한 행동들을 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의사들은 그냥 조현병이라고 퉁치는 듯하지만, 그것과는 성질이 다르다. 들려오는 목소리가 마치 주도권을 빼앗으려고 기다리는 각자 다른 존재처럼 느껴진다. 대체로 이 저주를 타고난 사람들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거나, 정신이 나가서 미친 짓을 하다가 죽기 다반사다. 편안히 죽음을 맞이한 사람은 아주 적다. 내가 괜히 항상 행복해지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는 게 아니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죽기는 싫으니까. 미쳐서 죽거나 내 손으로 죽기는 싫다. 천수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다 가고 싶다.

 

처음에 우리 가족은 내가 알아서 이 저주를 감당하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많이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다른 몇몇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뿅 하고 낫는 마법 같은 치료법은 아직 없다. 이퀘스트리아에 치료법이 없는 질병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 때 깨달았다.

 

내가 지금 먹는 약. 이 약물요법을 개발한 것은 미노타우르스들이었다. 대부분의 목소리는 이 약물을 투여하는 것으로 잠재울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온전한 나 자신으로 남아, 다른 동전의 양면인 특별한 재주는 계속 써먹을 수 있게 된다. 마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온갖 질병에 대한 의학 연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트와일라잇의 계획을 지지한 것은 대부분 이것 때문이다. 순진한 사람들은 마법으로 무엇이든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법이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은 분명히 존재하며 나처럼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그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마법으로도 치료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연구는 처참히 실패했고, 그들은 치료법 대신 요양원 자리를 내주었다. 우리를 치료할 수 있는 마법을 개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그리폰이나, 심지어 미노타우르스와 같은 종족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정신질환을 치료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다행히, 바위 농장과 관련된 사업을 하다 보면 알음알음으로 미노타우르스와도 접선할 수 있는 법이었다. 듣자하니, 우리가 좋은 바위를 길러내는 동안 그 동네 사람들은 바위 깨기 대회를 연다는 모양이다. 어쨌든 그쪽을 통해 몇 년은 먹을 수 있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약을 먹기는 해도,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으면 그 목소리가 들리는 게 문제였다. 지금처럼 말이다. 그렇더라도 길들이는 방법은 있는 법이다. 저것들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그렇다 쳐도, 이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우리 가족이라는 게 중요한 것이다. 이퀘스트리아에서 내 친구를 죽일 수단을 캐낼 수 있는 유일한 바위 농장의 소유주가 우리 가족이라는 게 문제다.

 

빨리 보고 싶어 죽겠어! 재밌는 일도 엄청 할 수 있겠지?

 

뭐하러 그런 짓을 해? 그냥 흠씬 두들겨 패서 근위대에 넘겨 버려. 그리고는 심문해서 누가 먼저 나발을 부는지 보자고!

 

우리가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할까? 정말로 가족들이 트와일라잇을 주, 죽이는 걸 도와 줬으면 어떡해......

 

그땐 내가 알아서 할 거야. 걱정 고마워.

 

나는 모드 언니에게, 지질학 학위를 따러 몇 년 동안 외국 유학을 나가 있어 사건과 무관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내 유일한 혈육에게 시선을 돌렸다. 모드 언니라면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신뢰할 수 있다. 언니가 뺨을 비비며 가만히 말했다. "항상 네 옆에 있을 거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렇겠지......" 나는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최후의 순간, 과연 누가 내 옆에 남아 있을지 궁금해졌다. 누구일까?

 


 

우리는 우리 집 앞에 섰다. 늘 그랬듯 칙칙한 구름이 끼어 있었다. 오늘 밤에는 비가 올 모양이다.

 

우리 가족이 엮여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이 암살 모의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내가 어떻게 할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트와일라잇의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레인보우는 주정뱅이가 되었다. 애플잭은 자신을 혹사하다시피 일에만 매달려 있다. 플러터샤이는 집에 틀어박혀 매일을 울며 보낸다. 래리티는 눈에 반짝이던 총기를 잃었다. 스파이크는 그 누구와도 말하지 않는다. 포니빌 전체가, 비탄에 잠겨 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 본인도 침소에서 한 걸음도 나오시지 않는다. 국정은 전부 루나 공주님이 떠안고 계시고.

 

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어. 가족들이 어쨌든 무슨 상관이야? 트와일라잇은 죽었어. 이제 그 어떤 것도 옛날같진 못할 거야. 이제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을 거고.

 

야, 그렇게 말하지 마! 아무리 찡그린 표정이라도 거꾸로 뒤집으면 웃는 얼굴이 되지롱! 트와일라잇이 좋은 데 갔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야지!

 

"핑키." 모드 언니가 한 마디 툭 던졌다. 상념에서 깨어난 나에게 언니가 말했다. "굳이 이럴 필요 없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아. 하지만 진실은 꼭 알아야겠어."

 

나는 가만히 문을 두드렸다. 언니가 뒤에 섰다. 문이 열리고 아버지, 이그니우스 락 파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지는 우리를 보고 놀란 눈치였다. 아버지는 모드 언니를 바라보며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모드. 어서 오거라. 슬슬 돌아왔겠거니 생각했지. 그리고 우리 핑키...... 너..." 아버지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내 갈기가 다른 자매들과 마찬가지 모양으로 곧게 펴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핑키..." 아버지는 나를 꼭 끌어안았다. 아버지가 내 등을 다독이면서 뺨을 비벼주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니? 트와일라잇 공주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이랬던 거니?"

 

"아빠... 전 괜찮아요..." 나는 눈을 감으며 거짓말을 했다. 아버지의 품은 공기에 감돌다가 솜털에 묻은 한기를 녹일 정도로 따뜻했다. 내 아버지가 암살 모의에 가담했다고 해도, 아버지의 애정과 온기는 계속 느끼고 싶었다.

 

트와일라잇을 죽인 자들에게 그 무기를 건네준 자가 누군지 알고 나면 네 표정이 얼마나 구겨질까 한번 보자.

 

아버지는 태풍이 오고 있다며, 밤 동안에는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 들어가 있는 게 최선이라고 우리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언니와 내가 거실에 들어서자 내 어머니, 클라우디 쿼츠 여사가 한창 뜨개질하던 물건을 살펴보고 있었다. "딸내미들. 반가워. 어쩐 일이니?"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자매의 뺨에 가볍게 입맞추었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핑키는 좀 어때? 괜찮은 거지?"

 

"그냥... 가족들 얼굴이나 보려고 왔죠. 가족이랑 같이 있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래요." 나는 거짓말을 했고, 그 거짓말에 나를 찔렀다. 나는 한 번도 부모님께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지만, 부모님이라도 쉽사리 믿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해야 했다. 아직은 아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알고 나서 해도 안 늦어.

 

우왕 그거 좋다! 가족들이 아무 잘못 없으면 크게 까르르르르 함 웃고 신나게 놀아제끼면 되겠네! 온 가족 밤샘 파티! 이야 이게 얼마만인가 몰라?

 

"라임스톤이랑 마블도 있나요?" 모드 언니가 물었다.

 

"그럼 있지. 저녁거리 만들고 있어." 엄마가 대답했다. 나는 모드 언니와 부엌으로 향했다.

 

깜짝 놀란 자매들과 반갑다고 인사하고 끌어안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우리 가족은 한데 모여앉았다. 창가에 빗방울이 부딪치며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차분히 앉아 있는 동안, 가족들이 음식을 날라왔다. 모드 언니를 뺀 나머지 가족들이 조용한 목소리로 나를 흘끗흘끗 쳐다보면서 식사하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대화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가끔씩 '트와일라잇'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들 봐라, 대놓고 앞담하네. 트와일라잇 얘기로 넘어가. 한 방 팍 찔러 버려.

 

이제 슬슬 얘기를 하긴 해야 해. 얘기하고 나면 좀 편할 거야.

 

파티 시작이다! 마피아 게임 먼저 하장!

 

나는 이를 악물었고, 내 발굽은 부들부들 떨렸다. 내 맞은편에 앉아 있던 라임스톤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핑키 파이? 괜찮냐?"

 

"아니, 하나도 안 괜찮아!"

 

나는 식탁을 거세게 내려쳤다. 그 순간 밖에서 천둥벼락이 내려치며 섬광과 굉음을 퍼뜨렸다. 모드 언니를 뺀 전원이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침묵은 금방 찾아왔다. 나는 씩씩거리며 트와일라잇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했다. 무덤 위에 누워 있던 트와일라잇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울던 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했다. 내 친구들과, 트와일라잇의 죽음으로 친구들이 받아야만 했던 상처를 생각했다. 아직도 내 귓가에는 스파이크가 더러는 울면서, 더러는 애원하면서 트와일라잇을 찾는 소리가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 모든 게 그자들과 결탁한 자들 때문이다. 그 자들 때문에!

 

"트와일라잇을 죽일 때 쓴 칼...... 오리칼쿰으로 만든 거더군요." 나는 그 말과 함께 눈을 휘둥그레 뜬 가족 하나하나를 똑바로 쏘아보았다. "이 특수한 광물이 나는 광맥은 세상 단 두 군데. 첫째는 미노타우르스가 다스리는 군도. 그리고 보다 가능성이 높은 건, 우리 바위 농장." 나는 근처에 있던 칼을 집어다가 곁에 있던 튀긴 가지에 내려찍고 말했다. "누가 그랬는지 알아야겠어요. 누가 내 친구를 죽이는 계획에 동참했죠?"

 

그리고 우리 다섯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쥐 죽은 듯한 집 안에 집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만 가득했다.

 

어, 어째 너무 놀라게 한 거 아닌가 모르겠어.

 

쫄려면 쫄라고 그래! 그 새끼 찾아내기만 하면 그보다도 끔찍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걸 보여 줄 테니까!

 

아 나, 파티 조졌네. 좀 웅장한 음악 같은 거라도 깔고 하면 어디 덧나냐? 밤 밤 밤, 밤 밤 밤! 하고.

 

내 자매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고, 어머니는 두 발굽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으며,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핑카미나 다이앤 파이! 대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네 친구를 죽이려는 암살 모의에 우리 가족이 가담한 게 아니냐는 망상으로 가족들을 몰아붙이다니! 그럴 줄 알았으면 널 들여놓지도 않았을 것을!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오리칼쿰 저장고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한 적 없다!"

 

"아 그래요?! 블루블러드 그 자식도 지가 수괴인 게 드러나기 전에 우리한테 먼저 쪼르르 와서는 유감이라도 하던데? 그러니 내가 오늘 좀 까칠하게 나와도 이해 좀 해 주세요!" 나는 아버지를 맞쏘아보며 쏘아붙였다. "자, 그래서 누가 그랬어요?!"

 

"핑키, 제발 그만두거라. 일단 좀 진정하고......" 엄마가 말했다.

 

그 때, 모드 언니가 자리에서 발굽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식탁은 그대로 두 조각이 나 쓰러졌고, 사방으로 음식이 쏟아지는 통에 마블이 비명을 질렀다. 모드 언니가 박살난 식탁 위에 올라섰다. 평소대로였다면 많이 먹기 대결하자면서 소리를 쳤겠지만, 지금 기분으로 소리를 친다 한들 절규밖에 내지를 게 없었다. "앉아 계세요." 모드가 말했다. 두 눈이 가늘게 뜨여져 있었다. "얘기하시죠."

 

"우린 아무것도 안 했어! 핑키 언니, 진짜야!" 라임스톤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말했다. "우리가 왜 언니 가슴에 못을 박으려고 그러겠어! 우리가 왜 언니 친구들을 싫어하겠어! 언니, 이제 그만해! 무서워!"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애원하는 동생의 얼굴은 내 가슴 속 일말의 연민을 깨우기 충분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사실을 알고 싶었고, 아직 내게는 마지막 패가 남아 있었다. 나는 눈을 감으며 조용히 말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셨다면야.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신다면야...... 지금 당장 핑키 프로미스로 입증해 보시죠."

 

가족들이 전부 그 자리에 얼었다. 핑키 프로미스는 첫 번째 핑키 파이에서부터 시작해 대를 이어 파이 가문에 내려온 관습 같은 것이었다. 우리 가문 그 누구도 핑키 프로미스를 깨뜨린 적 없었다. 그것은 일종의 종교와도 같았다. 우리 가문 모두가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무언가로 우리는 배웠다. 파이 가문의 일원으로 핑키 프로미스를 깨뜨린 자는 아마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죄를 저지른 것과 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걸 두고 너무 잔혹한 거 아니냐고 말하겠지. 내 알 바 아니다. 이제는 답을 들어야 할 때다.

 

복수도 빼먹지 마.

 

이런, 그래도 재미 볼 시간은 있겠지!

 

내 앞 네 명의 용의자이자, 내 가족들은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기만 했다. 마침내 아버지가 한숨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 이그니우스 락은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 암살 모의에 그 어떠한 형식으로도 관여한 바 없으며, 오리칼쿰 비밀 저장고의 위치 또한 누설한 바 없다. 가슴에 발굽을 얹고 맹세하니, 아니거든 내 눈에 컵케익을 박겠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핑키 센스가 뭔가 잡아낸 것도 없었다. 아버지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쉬고 있던 어머니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 클라우디 쿼츠는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 암살 모의에 그 어떠한 형식으로도 관여한 바 없으며, 오리칼쿰 비밀 저장고의 위치 또한 누설한 바 없다. 가슴에 발굽을 얹고 맹세하니, 아니거든 내 눈에 컵케익을 박겠다."

 

다시 아무것도 없었다. 어머니도 관련이 없었다.

 

"나 라임스톤 파이는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 암살 모의에 그 어떠한 형식으로도 관여한 바 없으며, 오리칼쿰 비밀 저장고의 위치 또한 누설한 바 없다. 가슴에 발굽을 얹고 맹세하니, 아니거든 내 눈에 컵케익을 박겠다." 막내동생은 동작 하나하나를 재연해 가며 핑키 프로미스를 마쳤다.

 

그럼 이제 단 하나가 남았다.

 

우리 모두의 시선이,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를 보고 있던 마블을 향했다. 마블의 이마 위로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을 달리하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할 수 있던 것들이란 우리가 같이 돌을 던지며 놀던 어린 시절뿐이었다. 성질 못된 것들이랑 싸움이 붙었을 때, 나는 고무로 만든 뱀 모형을 가지고 그것들을 놀래켜 달아나게 만들었다. 마블이 무도회에 갈 때, 드레스를 준비하는 것을 도운 적도 있었다. 마블이 태어났을 때, 나는 그 작은 것의 발굽을 잡고, 항상 사랑할 것을 맹세했다.

 

마블이 고개를 푹 수그리자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죽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