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할 무렵 그 끝자락에서 날카로운 두통이 엄습했다. 이 거지같은 기분, 낯선 것은 아니다.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또 누군가를 해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내가 이렇게 의식을 잠시 잃었다는 것은, 내 머리 속 목소리 중 하나가 주도권을 잡고 뭔가 일을 저질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가끔이기는 했지만 무해한 행동도 몇 번 있었다. 포니빌 곳곳을 재주넘기로 쏘다니는 것으로 하루 온종일을 보낸다거나 하는 것처럼. 그땐 의식을 찾고 보니 옆구리에 알이 배겨서 고생한 것 빼고는 별 일 없었다.
이따금씩...... 그리 유쾌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그 누구도 내 파티에 오지 않으려 하고, 그 누구도 내 친구로 남지 않으려 한다는 생각이 드는 때처럼 말이다. 그 때마다 내 의식은 깊은 곳으로 후퇴하고 머릿속 목소리 중 하나가 내 몸을 지배하게 된다. 언젠가는 내 생일이 되고 나서야 내 의식 깊은 곳에서 겨우 나 자신을 건져낸 적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증세는 정신분열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목소리나, 완전한 타자로 존재하는 인격이 내 귓가에 속삭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내 각기 다른 면모들이 내 안에서 중얼거리고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내 의식이 심층으로 잠겨들 때마다 그 하나하나가 느껴진다. 몸 위를 작은 가시 같은 게 쓸고 지나가는 느낌이라고 해두자. 이것 하나하나가, 그 전부가 밖으로 표출되고 싶어한다. 뭐라도 말하고 싶어하는 놈도 있고, 뭐라도 하고 싶어하는 놈도 있다. 나는 이것들의 충동과 욕구를 억눌러야 하고.
그야 이것들 중에서는 끔찍한 일이라도 상관없이 하고 싶어하는 놈들이 있거든......
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들자 모드 언니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니의 뺨에 한 줄기 베인 상처가 나 있는 걸 본 순간, 최악의 상황인 것을 직감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그때야 깨달았다. 나는 의자 위에 튼튼한 밧줄로 팽팽하게 결박되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물었다.
"마블을 덮치더구나. 칼을 들고." 모드 언니는 무덤덤해 보이는 어조 속에 아주 약간, 걱정스러운 심정을 내비치며 대답했다. "결국은 내 손으로 널 때려눕혀야 했지. 또 날뛸지 몰라 평소 네가 먹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을 먹였고."
머릿속 목소리들이 겨우 속삭임 수준으로 잦아든 것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 와중에도 거사를 방해한 모드 언니를 당장 잡아 죽여야 한다는 말들과 사과해야 한다는 말이, 겁쟁이 포니들처럼 뛰어다니며 춤추자는 말과 뒤섞였다.
"많이 다쳤어?" 나는 물었다. 곧게 펴진 갈기가 내 얼굴 위로 늘어져 있었다. 암살범들이 트와일라잇을 죽이는 데 사용한 무기를 넘겨준 장본인이 마블인 것은 맞지만, 그렇더라도 내 자매가 크게 다친 것은 보고 싶지 않다. 어떤 일이 있었더라도 마블은 여전히 내 자매였고, 그 무엇으로도 그 사실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다치기보다는 많이 놀랐지. 그 때부터 하염없이 울고만 있어. 미안하다면서." 모드 언니는 가만히 나를 끌어안고 덧붙여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겠대."
당장 이 집을 떠나 두 번 다시 마블과 말을 섞지 않을 테니 그딴 건 집어치우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는 다만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언니는 조용한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이제 완전히 홀로 남았으므로, 울 수 있었다. 크게 흐느껴 울거나, 슬퍼서 흐느끼지 않았다. 울기만 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내 자매가 나를 배신했다. 내 여동생이, 매일 밤마다 내가 직접 동화책을 읽어주었던 그 여동생이 내 가장 훌륭한 친구를 죽이는 데 일조했다. 마블은 우리 자매들 중에서도 유독 어리숙하기는 했다. 더 어린 라임스톤보다도 그랬었다. 어렸을 적, 마블은 항상 같이 놀자고 먼저 말했고 우리에게 어떤 감명을 주고 싶었는지 항상 열심이었다.
마블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성애적 사랑이 아니다. 조화의 원소 여섯이 서로 갖는 애정 같은 것이 있다. 일종의 특수한 유대감이라고 하자. 트와일라잇의 죽음을 기점으로 내 친구들은 트와일라잇 생전의 그 모습에서, 그 그림자로 전락하고 말았고 나는 그 때 그 애정을 상실했다. 그리고 내 동생이 그 과정에 발을 담그고 있다.
가장 큰 두려움이 현실로 변해 내게 닥쳐온 것이다. 트와일라잇을 죽이는 데 오리칼쿰이 동원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 공급원이 우리 가족이 아니기를 바랐고, 부디 그러지 않기를 내 생 처음으로 기도했다. 응답받지 못한 기도의 전형이라고 해도 되겠군. 그렇지 않은가? 이제 마블이 그런 짓을 한 이유는 알아야겠지만, 그 다음에는...... 내가 어떤 짓을 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끌려가는 꼬락서니를 구경하게 될까? 그냥 집으로 돌아가 악인으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져서 나 자신으로 돌아갈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가능할 때 이야기다.
혹시 자살기도를 하지는 않을까? 어떤 방법으로 내 목숨을 끊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몇 주 동안 내 눈앞에서 내 인생이 작살나는 꼴을 본 것은 사실이다. 내가 믿었던 모든 가치가 무너진 자리에 남은 건 피눈물밖에 없는 것 같다.
트와일라잇은 죽었다.
친구들도 상태가 좋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내 동생이 최악의 방법으로 암살사건에 엮여 있다.
그냥...... 그냥 누군가가 나를 꼭 안고 다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이 슬픔을 지워 줄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좋았다.
가족들이 방에 들어서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라임스톤과 어머니가 울고 있는 동생을 끌어안고, 더러는 뺨을 비비기도 하며 데리고 들어왔다. 아버지는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들어섰는데, 두 눈에 불꽃이 튀고 있었다. 아버지가 술에 취하는 일은 드물었지만, 아버지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딸내미 하나가 공주 암살 음모에 엮여 있다면 그 누구라도 취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일이다. 가족들은 하나같이 뺨에 눈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가족이란 같이 슬퍼하기도 하고 같이 울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마블은 뭐라도 말하려고 입을 움직였지만, 내가 선수를 쳐 입을 다물게 했다. "됐으니까 똑똑히 들어." 마블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얘길 들어 주는 건 이번 한 번이 마지막이야. 네가 말하는 것에 따라서 널 근위대에 넘길지 말지, 널 용서할지 말지 결정할 거야. 어쩌면 두 번 다시 널 자매로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기회는 한 번이야. 딱 한 번."
"......알았어......" 마블이 나지막하게 대답했고, 어머니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나와 마블 때문에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다니 자식으로 못 할 짓이지만, 할 일은 해야 했다.
"언니, 아무리 그래도 동생으로 안 볼지도 모른다고 하는 건 아니지! 가족이잖아! 어떤 짓을 저질렀든지, 미안해하는 건 내가 장담해!" 라임스톤 파이가 소리쳤다.
"너 지금 쟤 편 드냐?!" 나도 소리쳤다.
"언니가 진짜 큰 실수 할까 봐 이러는 거야!" 라임스톤은 지지 않고 되받았다. "언니 진짜 자매로서 보낸 좋은 날들은 싹 잊어버리겠다는 생각은 아니겠지? 우리 모두 언닐 사랑해. 마블도 마찬가지야!"
기억의 끄트머리가 머릿속으로 파고들어서 나는 눈을 감고 눈물을 억눌렀다.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케이크 선생님 댁으로 가기 전날 밤의 일이었다. 마블이 내 방으로 찾아와 나를 껴안았다. 내가 떠나는 뒷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마블을 내 곁에서 재웠다. 마블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울기 시작했고, 울음소리를 들은 모드 언니와 라임스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왔다가 졸지에 네 자매가 한 방에서 자게 되었다. 그 때, 나는 자매의 품에서 평화로이 잠들며 일말의 염려마저 놓았었다. 그래, 우리 네 자매가 함께한 밤이었지만 가장 먼저 내 방으로 들어온 건 마블이었다. 자고 깨면 내가 간다는 생각에 울며 들어온 그 꼬맹이가.
속에 붙은 불길이 서서히 잦아들어 갔다. 그 때 마블은 하룻밤 내내 나를 껴안고 자고 싶어하던 울보 꼬마처럼 보였다. 나는 눈을 감고 물었다. "왜 그랬어, 마블? 대체 왜?"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도 몰랐어." 마블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문질러 닦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게...... 그러니까...... 반했었거든......"
온 가족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마블을 쳐다보았다. "바, 반해?" 아버지는 벽에 기대선 채 물었다. "남자로 보고 있었다는 게냐?"
마블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말할게......" 마블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캔틀롯 바위농장 엑스포, 올해는 내가 담당이었잖아. 그렇지? 일은 괜찮게 했다고 생각해. 신규 고객도 유치하고, 우리 멋진 바위들도 선보이고. 그리고...... 오리칼쿰도 진열했었어. 많은 것도 아니야. 정말, 아주 조금만이었어!" 나는 아버지 쪽을 돌아보았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신 것이다.
바위농장 엑스포. 근교 도시라면야 가족들 얼굴도 볼 겸, 일도 도와 줄 겸 해서 대체로 가는 편이었다. 이번에는 트와일라잇을 비롯한 다른 공주님들을 도와 드리느라 정신없이 바빴었다. 극동에서 새로운 여우 부족*과 접촉해서, 환영 파티를 기획해야 했기 때문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 여우들 놀 줄 아는 친구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 역주 : 원문은 Kitsune, 왜말로 여우를 뜻합니다. Fox로 지칭해도 되는 걸 굳이 Kitsune로 부르는 것은 구미호, 그 중에서도 JAP 전설에 등장하는 구미호를 특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양에서 구미호 하면 JAP 미디어물로 전파된 게 많다 보니.
"엑스포 둘째 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말을 걸었어. 우리 농장을 비롯해서 우리 사업에까지 흥미가 있다고. 그러면서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했어. 그저 좋았지, 그게...... 그 누구도 나한테 데이트 신청 같은 건 안 했었으니까. 그 남자가 데려간 식당도 되게 멋있게 꾸며놓은 데라, 우리 집도 돈 꽤나 만지는 집안인 걸 잊게 되더라고." 마블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어났다. "우리 가문이 그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딱 하루만 그쪽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 건...... 동화 속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했지."
"그 외간남자가 저녁이나 하자는 말을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웅얼거리며 말하는 마블을 쏘아보던 아버지가 다그쳐 물었다.
나의 자매는 두 발굽을 꿈지럭거리며 대답했다. "그게...... 대공의 말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나도 모르는 새 입이 쩍 벌어졌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그 모드 언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얼굴을 붉힌 동생에게만 집중하기도 모자랐으니까, 정말로 그랬는지는 잘 모른다. 여동생이...... 블루블러드 대공과 데이트를 했다고? 그 자리에서 구역질을 하거나 졸도하더라도 그리 이상한 반응은 아닐 것이다.
"잠깐...... 네가 저장고 위치를 발설한 게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작자였단 말이니?!" 어머니가 소리쳤다. "그자와 네 언니 친구 사이가 얼마나 험악했는지도 몰랐어?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다는 걸 몰랐다고?!"
"알았어요! 그 때도 알고는 있었지만, 하루만이라도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마블이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언니도 동생도 전부 특별한 사람이었어요. 모드 언니는 힘도 세고 바위에 관한 거라면 무엇이든 알죠. 핑키 언니는 유명할 뿐더러 친구도 수백은 있고. 라임스톤도 마찬가지에요. 우리 가족 중에서도 가장 특출한 바위 농부고 남자친구도 있네요. 뭐 그래요. 그자가 저보다 나이를 많이 먹기는 했지만 저도 먹을 만큼은 먹었고...... 대공과 데이트를 하면...... 저도 특별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고요!"
마블은 끝내 얼굴을 감싸쥐었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전 그냥 병신에! 머저리였어요! 머리에 모자란 놈이 들어서...... 그자가 절 좋아하는 거라 제멋대로 생각했었어요!"
라임스톤과 어머니는 다시 내 동생을 가만히 부둥켜안았고, 마블은 다시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마블이 이런 소리를 하다니.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설마 마블이 날 질투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게 마블은 그저 항상 착하고 수줍음 많은 여동생이었다. 그래, 플러터샤이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지구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은 다름아닌 내 동생, 마블이라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래, 그래서 편지에는 광부들을 돕다가 내려오겠다고 적어놓고는 한 달 내내 그...... 인면수심, 악마와 데이트를 했다는 거로구나?!" 아버지의 얼굴은 갈수록 붉으락푸르락해지고 있었고, 어조는 더욱 사나워져 갔다.
"그자는...... 항상 저에게 잘해줬어요. 매력적이었죠...... 그 누구도 그자처럼 절 대해주지 않았으니." 마블은 수치심을 느끼는지 얼굴을 감싸쥔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자는 가장 멋진 곳들만 골라서 절 데려갔어요. 숙소로 쓰라며 호텔방을 잡아주고 숙박료도 본인이 대납했어요. 그리고...... 저보고 사랑한다고 했어요...... 절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못했어요. 그냥 이렇게 될 운명이라고만 생각했죠." 마블은 전율하면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밤...... 그자는 저에게 술을 진창 먹였어요. 취했죠...... 제정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그래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나기는 해요. 그자는 그대로 저장고 위치를 물었고...... 저는...... 그걸 그대로 불어 버렸어요! 그래요, 제가 불어 버렸어요!"
"아, 마블." 어머니는 마블의 뺨에 당신의 뺨을 비비며 다시 우셨다. "우리 아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가문 외부자에게는 절대로 저장고 위치를 누설하면 안 된다는 걸 왜 몰랐니. 그런 어리석은 짓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이니?"
"취했었으니까요! 같잖은 변명인 건 알고 있어요. 그 때 그자가 저에게 입을 맞추더군요...... 저는 그대로 같이 자자고 했고...... 그자도 그러자고 하더군요...... 제 처음......" 마블은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다. 당장이라도 구역질을 할 것처럼 한쪽 발굽은 배에 갖다대고 다른 한쪽은 마룻바닥을 디뎠는데, 거의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리고는 일이 있다면서 저를 돌려보냈어요...... 다시 보게 될 줄 알았는데...... 일 주일이 지나고 나서 신문을 봤어요. 그자의 정적,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가 죽었다고요. 그제야 그자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았어요.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핑키 언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주여, 긍휼히 여기소서......" 아버지는 중얼거리며 눈을 질끈 감고는 한 마디 기도를 올렸다.
"아버지, 죄송해요." 마블이 다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마블, 네게 화가 난 게 아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마블에게 다가가 뺨에 입맞추었다. 아버지가 마블을 향해 보이던 안타까움과 슬픔의 눈빛은 이내 격노로 바뀌어 불타올랐다. "네게 이런 짓을 한 그 개만도 못한 자식을 내 손으로 목매달아 죽이지 못한 것 때문에 화가 난 것뿐이란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눈만 크게 뜨고 내 동생만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일을 저질렀으리라 생각했지만, 블루블러드 그 새끼가 내 동생을 장난감 다루듯 갖고 놀았다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자신을 향한 연정을 가지고 내 동생을 이용해 먹었다. 그 때, 나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감정의 바다가 한없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기분만 들었다.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들조차, 방금 들은 사실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느라 바빠 아무 말도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때 우리 가족은 우리 가족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또 하나의 사실을 마주했다.
"나는 더러운 창녀야...... 사람을 죽인 창녀......" 마블이 중얼거렸다.
"아니야, 그렇지 않단다." 어머니는 젖어 가는 눈으로 가만히 속삭이며 마블을 달랬다. "그 자를 좋아하지 않았니...... 그냥 이용당한 것뿐이야...... 네 잘못이 아니다...... 블루블러드 그자의 잘못이지."
"그렇지만...... 오리칼쿰을 넘긴 건 저에요......" 마블이 대답했다. "저 때문에 트와일라잇 공주가 죽었어요. 그리고...... 그게......"
라임스톤이 마블의 어깨에 가만히 발굽을 올렸다. "마블 언니...... 그게 뭐든 우린 다 이해해 줄 수 있어...... 우린 가족이잖아...... 뭐가 어떻든 우린 언니를 사랑해."
마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심호흡하고 말했다.
"저 임신했어요."
이번 편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침 드라마 같군요.
'Etc. > [Rated Ponystar] 떨어진 별과 남은 자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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