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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Flashgen] 바람과 희망, 그리고 방랑

Session 01 - Lantern - April 27th

by Mergo 2019. 10. 24.

세션 01 녹취록 : 부수사관 랜턴

일자 : 4월 27일

시각 : 오전 7:58

 

어젯밤 취침 전, 랜턴에게 잠시 면담을 해도 괜찮을지 물어 보았다. 랜턴은 아침까지 대답하지 않았으나, 최근 꾸고 있는 꿈과 스윗 애플 에이커에서의 사건에 관하여 논의하는 데 동의했다. 바인스 수사관은 일지를 발견한 뒤부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 때문에 랜턴의 근무 일정을 수정해야 했음을 알려주었다. 그것들은 랜턴이 밤에 잠을 청할 때 나타나거나 보이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때문에 밤에 자지 않고 목록과 기록을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면담 이전에 내게 검토할 서류를 건네주었다.

 

블루 스카이(BS) : 좋아요, 랜턴 씨. 면담을 시작하기 전에, 성함이랑 직급을 좀 불러 주시겠습니까?

 

랜턴(L) : 음, 그러죠. 이름은 랜턴, 직급은 부수사관입니다.

 

BS : 근무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L : 육 년, 하고도 몇 달이 더 되었군요.

 

BS : 고마워요. 자, 그럼 바인스 수사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며칠 전부터 선생님 신상에 문제가 좀 생겼다고 하시던데 맞나요?

 

L : 네, 뭐, 잘 때 몇 가지 문제가 생겼죠. 악몽 한두 개 정도.

 

BS : 스윗 애플 에이커에서 일지를 찾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바인스 수사관께 보고하셨고요?

 

L : 저...... 네.

 

랜턴은 잠시 확실치는 않다는 듯한 눈치였다. 무언가를 숨기려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것에 더 가까웠다.

 

BS : 랜턴 씨, 압박감 가질 필요 전혀 없어요. 정신 건강을 위한 거지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아주 심각한 병증이 아닌 이상 강제로 복귀할 일은 없으니 안심하시고, 기억나는 대로 하나하나 전부 말씀해 주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L : 알기는 아는데...... 선생님, 이게...... 말하기 좀 어렵네요. 그러니까, 미친 것 같은 기분이라.

 

BS : 랜턴 씨는 미치지 않았어요. 자, 그럼 그 현상이 일지를 찾은 날 밤부터 시작되었다는 거죠?

 

랜턴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니, 마른침을 삼키며 발굽을 맞대고 꾹 눌렀다.

 

L : ......아뇨.

 

BS : 네... 네? 바인스 수사관님 말씀으로는...

 

L : 말이 다른 건 압니다. 그 때는 정신이 좀 오락가락했던 것 같은데...... 저희가 과수원에서 일지를 발견하기 이틀 전부터 그랬어요.

 

BS : 그러면, 그때부터 꾸었던 꿈은 다 비슷비슷한가요?

 

랜턴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기억을 잘 믿지 못하는 것처럼 머뭇거렸다.

 

L : 어느 정도는 그렇더군요. 그 날 밤은 왠지 걱정이 되고... 잠도 잘 안 와서 한참을 뒤척거렸습니다. 겨우 잠들었더니 한밤중에 또 잠이 깬 것 같더군요. 혹시 제가 선발대로 뽑혀 파견된 건 알고 계시나요?

 

BS : 네, 기록에 있습니다.

 

L : 저는 선발대로 파견되어 오기도 했지만, 도서관에서 발견된 일지를 처음으로 읽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아마 그때 제 무의식이 뭘 잘못 주워들어서 이상한 꿈을 꾸는지도 모르죠. 저... 음... 깨 보니 제 텐트가 아니더군요. 어떤 복도에 있었는데, 촛불 하나만 든 채 새까만 어둠 속에 혼자 있었습니다. 일지에 적힌 것과는 달리 어떤 얼굴이 나타나지는 않더군요. 근처에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느끼기로는...... 그것들 수백이 득시글거리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수백 개의 눈이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았죠. 군중 앞에서 무언가 공연을 하고 평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양 마음이 영 불편하더군요. 저는 그냥 그 자리에 서서 한없이 몸만 빙빙 돌려댈 뿐이었습니다. 그 어떤 소리도 없었고, 그 어떤 기척도 없었죠. 제 옆에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촉광을 받기는 했지만 밖에는 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습니다. 몇 분쯤이 지나고 나서 창문 밖을 내다봤는데, 순간 그 위로 어떤 형상이 언뜻 비쳤다가 사라지더군요. 솔라스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꿈에서 깼습니다.

 

랜턴은 잠시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L : 아는 친굽니다. 솔라스는 슈가케인과 더불어 소수 근위대를 데리고 저희보다 먼저 파견되었었죠. 처음 봤을 때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요. 그러니까, 그냥 아는 얼굴이다, 싶었던 겁니다. 그런데 스윗 애플 에이커에서 다른 일지를 찾고 난 다음에는 달라졌어요. 그 형상이 슈가케인과 스패너는 과수원으로 갔고, 솔라스는 시청으로 갔었다고 말해주더군요.

 

랜턴이 단순한 우연을 가지고 필연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BS : 잠시 화제를 돌려서, 일지를 발견했을 때를 얘기해 볼까요. 바인스 수사관은 랜턴 씨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시던데, 혹시 그 얘기는 들으셨어요?

 

L : 수사팀은 모두 과수원에 서 있었습니다. 그날의 수사 진척도는 어떻다 저렇다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게 검은색으로 변해 버리더군요. 그 다음으로 기억나는 건 제가 그 문짝 위에 서 있었던 겁니다. 흙범벅이 된 사지가 저릿저릿하게 아파 왔죠. 피도 나더군요. 그 때 어떤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주 잠깐, 정말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슈가케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글쎄, 그냥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나 싶기는 합니다...... 슈가케인과 저는 친구는커녕 아무 사이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니까...... 그 친구가 사라져 버린 게 좀 그랬다는 거지요.

 

BS : 그 심정도 이해가 되네요. 직장 동료였던 사람이 그렇게 되면 으레 그렇겠죠. 그때부터 기억의 공백이 생긴 적은 있었나요?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거나 하는 건?

 

L : 아뇨......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깨어 있을 때만큼은요. 잠잘 때도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마는......

 

BS : 그럼 됐습니다. 괜찮군요. 어딜 다치거나 해도 기억에 구멍이 날 수 있거든요. 그날 이후 받으신 검사 결과지를 봤는데, 특별히 문제될 건 없어 보이더군요. 지혈도 다 됐고요. 그러고 보니 일지를 찾기 전후로 꾸신 꿈이 비슷하기는 했어도 달랐다고 하셨었죠? 그럼 그 다음에 꾸신 꿈은 어땠는지 얘기해 주실래요?

 

L : 뭐, 좋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모르는 새 순식간에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는 걸 생각하니 무섭더군요. 잠을 잘 수 없었지요. 자려고 눈을 감기만 하면 그 촛불이 나타났고요. 어찌어찌 겨우 한 시간 자고 나니 벌써 다른 수사관들과 발견된 일지를 조사하러 갈 시간이 되었더군요. 그래 결국 그렇게 일어났습니다. 적어도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은 들더군요. 그 때 솔라스가 시청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저는..... 그때까진 시청에 가 보질 않았습니다. 도서관이나 근처 건물, 농가 정도나 다녀왔지요. 발견한 일지를 복사해 사본을 만들고 난 다음, 시청으로 갔지요. 복도 한 군데는 서늘하다 못해 춥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꿈 속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결국 바닥에 쓰러져 잠들 때까지 자리를 빙빙 돌면서 걸어다닐 수밖에 없었지요. 잠드니 다시 시청에 와 있더군요. 저는 솔라스를 소리쳐 불렀습니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굽 소리가 들렸지요. 그쪽으로 몸을 돌려 쳐다보니 아무도 없더군요. 다시 솔라스를 불렀는데 여전히 아무 소리도 없었습니다. 그것들이 아주 느리게 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틀 동안 잠을 못 잤지요. 바인스 수사관님께서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걸 허락해 주셔서 그래도 좀 낫습니다. 전에 불 끄고 잘 때 그런 꿈을 꿔 본 일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발목 잡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가 없더군요.

 

불안감 때문에 그런 꿈을 꾸는 것 같다. 처음 꿨던 꿈과 더불어 현실과도 유사성이 식별된다.

 

BS : 그럼 랜턴 씨, 마지막으로 꿨던 꿈에서 발굽 소리가 들렸다고 했었죠. 뭐 중요해 보이는 거라도 보신 게 있나요?

 

L : ......아뇨. 뭔가 제 등 뒤에 있는 느낌이 들기는 했는데, 항상 뒤돌아서 쳐다보려고만 하면 잠에서 깨더군요.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가 있긴 한데,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가끔 기차 바퀴가 철로를 긁어대면서 나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까? 그런 소리밖에 들리지 않더군요. 더 이상은 기억나는 게 없네요.

 

트와일라잇 스파클 양이 남긴 일지의 기록과 흡사하다. 불안감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은데, 낮에 잘 때는 왜 그러지 않을까.

 

BS : 괜찮습니다. 혹시 꿈을 꿀 때마다 적어놓은 게 따로 있나요? 아니면 그냥 기억하는 그대로 말씀하신 건가요?

 

L : 따로 적어둔 건 없고, 기억하는 대로 말씀드렸습니다.

 

BS : 앞으로 가능하면 적어두세요. 그냥 '평범한' 꿈을 꾸더라도 잠에서 깨면 바로 적어 놓으세요. 내일 별 일 없으시면 내일 이어서 하겠습니다.

 

L : 내일 또 한다고요? 제가 정상이라는 건가요, 아니면...

 

BS : 수사관님들 정신 건강 관리 차원에서 하는 것뿐이라니까요. 슬슬 수사관님껜 늦은 시간이겠군요. 이만 주무시지요. 나머지는 내일 아침에 계속합시다.

 

L : 네. 네, 그러죠.

 

BS : 고마워요.

 

랜턴은 괜찮아 보이는데, 약간 불안하고 긴장해 있는 듯하다. 이 사람 정신 건강이 어떻다고 말하려면 내일까지 기다려 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