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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Flashgen] 바람과 희망, 그리고 방랑

Session 05 - Lantern - April 28th

by Mergo 2019. 11. 6.

세션 05 녹취록 : 부수사관 랜턴

일자 : 4월 28일

시각 : 오전 8:22

 

상담 이전, 랜턴은 상당히 양호한 기색을 보였다. 랜턴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과 비슷한 꿈을 꾸게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침을 먹고 상담 장소에 도착한 랜턴은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꿈 일기를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블루 스카이(BS) : 좋은 아침이에요. 어제처럼 이름과 직책을 다시 불러 주시겠어요?

 

랜턴(L) : 그러죠. 이름은 랜턴, 바인스 수사관님 휘하 부수사관입니다.

 

BS : 좋아요. 오늘은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이시는데, 밤에 일이 잘 되었나 보죠?

 

L :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낮에 잘 잤더니 기분이 좋네요.

 

BS : 잘됐네요. 어제 상담을 마치면서 꿈 일기를 써서 가져와 달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가져오신 것 같진 않고.

 

L : 그거라면 텐트에 두고 왔죠.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는 쓰잘데없는 꿈이었으닊요.

 

BS : 내용은 기억하나요? 가능하면 일기에 적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적어 두시긴 했죠?

 

L : 물론 적었죠. 밤에 꾸던 꿈과 하등 다를 게 없었던 것 같지만요. 깨고 나서 기억에 남아 있던 것도 똑같았고요. 그래도 뭐가 있긴 하더군요.

 

랜턴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자기 발을 내려다보면서 자기가 기억하는 게 확실한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던 그 표정이었다.

 

L : 시청 꿈을 또 꿨어요.

 

BS : 시청 안쪽에 있었나요? 아니면 바깥? 특히 눈에 띄던 건요?

 

L : 밖이었는데, 그게...... 여기가 보이더군요.

 

랜턴은 다시 나를 올려다보더니, 그건 무슨 뜻이냐고 묻기도 전에 스스로 부연 설명했다.

 

L : 저희가 쳐놓은 텐트도 보였고, 마을 주변에 밝혀놓은 불빛들도 보였습니다. 하늘에는 별도 있었지요. 일지에 써놓은 상황과는 조금도 같지 않았습니다.

 

BS : 즉 이번에는 수사에 관한 꿈을 꾼 거로군요. 무슨 일이 일어나던가요?

 

L : 아뇨, 뭐가 일어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마는...... 왠지는 몰라도 하늘에 떠서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누가 저를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그리고 나서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 시청 안쪽에 있었습니다. 시청 내부로는 지금껏 딱 한 번밖에 들어가 본 일이 없지요. 펜던트 선생님이 자료를 정리한다고 하셔서 도와 드리려고요. 그나마도 시장 집무실만 들어갔다 나왔는데 말입니다.

 

BS : 거기서 뭔가 눈에 띄는 게 있었나요? 아니면 뭐 들으신 거라도?

 

랜턴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BS : 랜턴 씨, 아무리 허무맹랑하더라도 상관없어요.

 

L : 발걸음 소리가 나더니, 쿵 소리가 났습니다. 뭐가 움직이지도 않았고, 달라진 것도 없었는데도요.

 

BS : 확실한가요?

 

L : 그렇습니다. 그러고 나서 곧장 잠에서 깼죠. 그게 어젯밤 아홉 시쯤 됩니다. 늦잠을 잤죠. 어쨌든 곧장 꿈 일기에 바로 적어 뒀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과 똑같지요.

 

랜턴은 나를 쳐다보다가, 텐트 입구 쪽을 슬쩍 쳐다보고 말했다.

 

L : 바인스 수사관님께는, 늦잠을 자긴 했지만 깼다고, 보고드렸습니다. 그리고 수사관님께서 찾아 달라고 하신 책 몇 권을 찾아보았죠. 저는 그 때, 통금 시간이 지났는데도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바인스 수사관 말로는 통금 시간 이후로는 캠프 인근을 순찰하는 순찰대와 교대조를 제외한 그 누구도 마을 외곽 통금 캠프를 벗어날 수 없다고 했는데.

 

BS : 거기서 뭐라도 찾으셨나요?

 

L : 아무것도요. 그 꿈이 뭔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혹시 거기 뭔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가 봤는데, 저희가 도착하고 나서 봤던 그 건물 그대로 남아 있더군요. 특히 펜던트 선생님이 그 누구라도 무엇이든 살펴봤으면 반드시 제자리에 그대로 갖다 두라고 단속하고 계시니 더욱 그렇겠지요.

 

BS : 제가 처음 뵈었을 때 말씀드린 것 같은데, 방금 랜턴 씨가 말씀해 주신 건 수사 기밀입니다. 그것도 중요한 기밀이죠. 랜턴 씨가 바인스 수사관님 지시를 어기고 시청에 다녀오신 건 일단 묻어두죠. 그 호기심 때문에 현장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것쯤은 알고 계실 테니, 분명 반성하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랜턴이 고개를 끄덕였다.

 

L : 뭐라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지요.

 

BS : 어제 바인스 수사관님께서 지금 수사가 본인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전부 말씀하시더군요. 랜턴 씨도 그렇고, 바인스 수사관님도 그렇고, 다른 수사관들도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았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적어둬야 할 것 같은데, 바인스 수사관은 숙면 유도제로 쓰이는 약초 몇 가지를 청구한 내 요청서에 확인 서명을 해주었다. 내가 알기로 그 약재들은 오전 중으로 도착할 예정이었다.

 

BS : 그...... 랜턴 씨 꿈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 몇몇도 비슷한 꿈을 꾸었는데, 하나같이 랜턴 씨가 전에 꾼 꿈을 따라 꾸었거든요. 꿈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랜턴의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이미 눈치챈 것 같았지만, 달리 말은 하지 않았다.

 

BS : 솔라스 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꿈에서도 솔라스 씨가 나타났다더군요. 랜턴 씨도 이미 짐작하고 계시겠죠. 랜턴 씨가 지금까지 감당해야 했던 스트레스 때문에 굉장히 피곤하신 건 알고 있어요. 이제 제가 할 제안은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되는 거에요. 바인스 수사관님과 얘기해서 아주 강력한 약재 몇 가지를 배합한 조제약을 받아 왔어요. 전문가들은 이 약이 보다 생생한 꿈을 꾸게 하지만 숙면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평가하죠. 그 날부터 잠만 잤다 하면 나타나는 그 꿈을 요즘은 꾸지 않고 계시지만, 이 약을 드시면 다시 그 꿈을 꾸게 될 거에요.

 

내가 말하는 동안 랜턴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나는 주의를 끌 생각으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수사팀의 일원도 아니고, 수사의 결과나 방향에 영향을 줄 자격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BS : 앞으로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거에요. 약을 드실 용의가 있나요?

 

L : 그러죠, 선생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뭐라도 밝혀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먹겠습니다.

 

BS : 결과도 명확히 인지하시고 답변하셔야 해요. 바인스 수사관님이 승인을 내주시긴 했지만, 아무래도 랜턴 씨가 처음 악몽을 꾸기 시작했을 때 괴로워하던 걸 직접 보신 당사자시기도 하다 보니까 또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유 하나로 얼마나 고민하셨는데요.

 

L : 저도 압니다, 선생님. 그렇더라도 그 꿈이 뭔가 숨기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애초에, 그 꿈에서 달아날 수도 없고요.

 

랜턴은 한 시간 뒤 조제약을 받아갔고, 그대로 자러 들어갔다.

 

 

일러두기

 

내일 발표다 보니까 영 싱숭생숭해서(떨어졌다는 건 이미 알지만) 그냥 일찍 왔습니다. 한 8시쯤 왔죠. 뜬금없이 일찍 올라왔다고 당황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