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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E/백그라운드 포니 참고자료

보셔도 되고 안 보셔도 되는 완결 후 QnA 01

by Mergo 2024. 4. 18.

일러두기

 

본 포스트는 Background Pony 완결 후 핌픽션에 SS&E가 등록한 QnA포스트에서 이루어진 댓글을 통한 질의응답을 한국어로 옮긴 것입니다. 아무래도 양이 좀 되다 보니 한 번에 번역해서 올리기는 버겁고, 여러 개의 포스트로 연재하듯이 올리다가 마지막 포스트를 올린 후 2주 후에 통합 포스트를 작성할 생각입니다.

 

 

Q. 이제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해 보시죠. 어떻게 이걸 다 썼습니까? 쓰다가도 흘끗 보고 '시발 내가 왜 이딴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싶은 순간이 있지 않았나요?

 

A. 백그라운드 포니 속 라이라는 제 개똥철학을 여러분께 전달하는 통로와도 같았습니다. 즉, 쓰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포니 최후의 날은 얘기가 좀 다릅니다. 훨씬 쓰기 버겁거든요. 플롯을 훨씬 치밀하게 짜야 하는 글이다 보니 대충 넘기는 부분 없이 줄거리 전개에 필요한 각종 장치들을 정확히 다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글을 쓰고자 하는 목적 때문에 일이 더 어려워지기도 했고요. 비숍 브레스스타Bishop Breathstar(포니 최후의 날, 드레지메인의 등장인물)가 하모니를 심문하다시피 하는 장면처럼 긴장감도 높고 긴데 멜로드라마스럽기까지 한 장면들을 끄적이거나, 수많은 포니들 앞에서 설교하는 것처럼 '사랑스러운 신민들이여' 운운하는 말을 쓸 때는 같잖고 우스워서 실실 쪼개며 오 분 정도 키보드를 놓습니다. 그게, 하느님 맙소사, 저 서른 살입니다. 왜 염병할 포니, 포니, 포니 팬픽션 따위를 끄적이고 있는 걸까요? 갸아아아악.

 

 

 

Q. 이 말도 안 되게 기나긴 글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다 끝마친 소감이 어떤가요? 나는 도저히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거든.

 

A. 그쪽이 생각하는 것처럼 충실감이나 기쁨이 충만한 느낌은 아닙니다. 기껏 어질러진 공을 다 주워다가 정리했는데, 굳이 더 손 댈 것 없나, 하고 돌아볼 이유도 없으니까요. 마무리지은 것은 마무리된 것이고, 그걸 받아들이면 됩니다. 이게 뭐 'Of Music and Magic' 같은 것도 아니고 말이죠. 실은 저 또한 그게 무슨 느낌인지 잘 모릅니다. 포니 최후의 날을 아직 다 못 썼으니까요. 

* SS&E는 포니 최후의 날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연재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2023.09.11.을 마지막으로 핌픽션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Q. 라이라가 후드를 가지고 뭔가 하는 모습으로 축전을 그리고 싶습니다. 아이디어 없나요?

 

A. 챕터 19에서 후드를 냅다 벗어 던져 버린 바로 그 자리에는 풀잎이 고개를 들어 자라고 있는데, 라이라의 후드는 다 낡아빠지고 올이 다 드러난 모습으로 버려져 있으면 좋겠네요. 다만 좀 행복한 모습으로 그리시겠다면야...... 음...... 둥근 쿠션 위에 누워 있는 모습으로 그리셔도 괜찮지 않을는지.

 

 

 

Q. SS&E 선생? 문해력이 부족한 나 같은 바보들을 위해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줄 수 있나요?

 

A. 망각의 운명 앞에 서서 라이라 스스로 지키고자 했던 것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라이라 자신만의 정의관과 그녀의 성격에 입각한 끊임없는 성찰 끝에 찾아온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직 단 한 순간만 존재하고 그 찰나가 지나면 사라지는 '그 순간'을 거머쥐어야 한다는 것이죠. 라이라는 최후의 순간까지 '그 순간'을 거머쥔 채 죽었습니다.

 

 

 

Q. 하나만 묻고 싶습니다. 셀레스티아는 어떻게 되었나요? 라이라가 셀레스티아를 죽였나요?

 

A. 라이라는 셀레스티아를 죽이는 것은 물론,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줄 만한 행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 셀레스티아와 루나가 다시 디스코드와 맞서 싸우지 않는 결과를 도출한 행동이 있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셀레스티아는 팔팔하게 잘 살아 있습니다. 어차피 불멸자이기도 하고.



Q. 혹시 마지막 챕터를 쓸 때 White Box에서 빌려온 것들이 있었나요?

 

 

White Box

Here in the White Box, the lights hurt my eyes.

www.fimfiction.net

 

A. Chromosome 선생님의 위대한 걸작이죠. 백그라운드 포니 챕터 4인가 5인가를 쓸 때 접했던 것 같습니다. 설마 색깔을 그 정도 경지로 활용해서 팬픽션을 쓰는 분이 계시다니, 정말 놀라웠습니다. 작품성도 정말 좋았어요. (핌픽션 페이지에서는 색깔놀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구글 독스로 보셔야 합니다.)

* Chromosome 또한 FiM 팬픽션 창작 활동을 그만두었다.

 

그 때 제가 어땠는지 말씀드리자면, 제 글에...... 뭐랄까... 무지막지한 규모의 총천연색 오바이트를 쏟아 버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천만다행히도, EoP의 실패한 드래프트를 끄적이면서 아무것도 교훈을 얻지 못한 건 아니었죠. 거대한 규모로 색칠놀이를 하는 것은 팬픽션에 있어 매우 해롭다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백그라운드 포니 최후반을 보라색 색칠공부로 칠하지 않았다면 좀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사람의 해석이 동일할 리가 없기도 하고, 엔딩 자체도 제가 의도한 대로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신 분들께는 완전히 폭망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게 뽑히기도 했으니까요.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백그라운드 포니의 결말이 화이트 박스의 결말과 흡사하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제를 보자면 둘 다 칙칙하고 비극적인 테이스트를 깔고 가지만, 백그라운드 포니와 화이트 박스 사이에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차이가 있답니다. 화이트 박스의 주인공은 절망에 결국 굴복하고 맙니다. 백그라운드 포니의 라이라는 자신의 선택으로 고통 받게 될 걸 알면서도 그 절망을 긍정하지요. 이것이 그 간극일 것입니다.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구글 독스로 올라온 버전(단언컨대, 제 것보다 훨씬 나은)을 읽고 난 뒤 Chromosome 선생님께 이 글을 핌픽션으로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핌픽션으로 글을 옮기는 과정뿐만 아니라 폰트 컬러의 부재로 인해 이야기의 주제가 훼손될 수도 있겠다며 곤란해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실험적인 시도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이야기 스스로의 힘으로 견디고도 남을 것이라고 설득했었고요. 그리고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화이트 박스는 포니 팬덤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비극적인, 최고의 작품 반열에 오르게 되었죠. 아직 읽어 보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어서 읽어 보십시오.

 

 

 

Q. 포니 최후의 날을 계속 쓸 생각인지, 아니면 다른 글로 옮아갈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A. 치워야 할 똥더미가 산적해 있는 게 현실이죠. 조만간 팟캐스트에 패널로도 나가야 하고, 교정도 봐야 하고, 기타 중요한 일들도 많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두 개... 아니면 세 개 정도만 마무리짓고 다시 포니 최후의 날로 돌아가 마무리할 의향은 있습니다. 그...... 훌륭한 글들을 다시 읽어 볼 필요도 있고, 교정도 봐야 하고(서사를 바꾸는 건 아닙니다. 형식만 바꾸는 거에요), 핌픽션에 올려둔 것도 다시 올려야 할 테니, 그걸 다 마무리지은 다음에야 다음 막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말까지 포니 최후의 날을 업데이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마는, 제 차순위 프로젝트인 것은 확실합니다. 저도 빨리 포니 최후의 날을 마저 쓰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는 말을 어떻게 더 강조드릴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라이라만 갇혔다고 느끼는 게 아니었습니다......

 

 

Q.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결말을 정해두고 쓴 건지, 아니면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계속 바뀌어 갔는지 궁금합니다.

A. 백그라운드 포니 챕터 1은 기분이 별로인 상태에서 썼습니다. EoP를 쓰는 일이, 그저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일로밖에 느껴지지 않아서 탈출구가 필요했어요.

 

일반 독자들께 공개하기 전에 미리 제 글을 읽어 봐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께 미리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정말입니다. 그분들이 하시는 일이 제 멍청함을 지적하는 것이긴 한데, 그게 그분들께서 해 주셔야 할 일인 걸 어쩌겠습니까.

즉, 제 해골 속에서 날아다니는 상상력 대장 파리를 잡으려면 글을 써야 하는데, 그것들이 쓰인 글이 아니라 싸질러진 글이 아닌가 싶은 때가 종종 있었다는 것입니다. 백그라운드 포니 또한 그 실험 중 하나였고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전 이게 이렇게 잘 먹힐 줄 몰랐습니다. 이야기가 잘 전개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단편으로도 먹힐 수 있게 쓴 것이 챕터 1이었거든요.단편으로도 읽히게 썼다고 하지만, 제가 거의 늘 하는 것처럼 백그라운드 포니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않게 쓴 것이기도 합니다. (제 다른 글인 The Rainbow Face Up만 해도 제가 할 생각만 들었다면 거기서 온갖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마는, 반응이 크지 않아서 조용히 묻어 버렸습니다.)

 

뭐 그래서 백그라운드 포니 챕터1이 성공한 걸 보고 나니, 내가 뭘 해내긴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작품 전체의 플롯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챕터1 업로드 후 이틀인가 사흘 동안 여기저기 소요하기도 하고, 혼자 생각하기도 하면서 다음 장을 어떻게 쓸까 아이디어를 짜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바로 그 내용을 옮겨 적었어요. 그 때 적은 내용을 그대로 옮깁니다.

= 광인

 - 라이라와 하계 태양절 축제

 - 광인만이 할 수 있었을 행동을 했다. 나는 웃었다.

 - 세상에 내가 남길 흔적이라, 무덤밖에 더 있겠는가

 

= 기반

 - 라이라, 애플잭, 미완성 주택

 - 애플잭이 호의를 베푼다. 애플잭의 집에서 라이라는 다시 협잡꾼으로 전락한다

 - "제기랄. 또 시작이야!"

 - 애플잭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

= 에버프리

 - 라이라, 플러터샤이, 제코라, 재료를 찾으러 간다

= 최초의 실험

 - 저주가 시작된 때로 달리는 주마등

= 숲에 갇힌 아이

 - 에버프리 숲으로 추위에 떨며 아이를 찾으러 간다

 - 스스로의 힘에 대한 긍지로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라이라는 말한다

= 핑키 파이

 - 라이라의 옆에는 항상 핑키 파이가 있다

 

= 래리티

 - 산업

= 옛 친구들

 - 문댄서가 포니빌에 온다

 - 문댄서와 트와일라잇이 절교한다. 라이라는 무력하다

 - 그들의 우정은 라이라의 기억과 음악 속에만 남아 있다

 - "우리가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 아동 학대범

 - 어린 라이라와 죽은 새

 - 상해 직전까지 치닫는

 - 음악으로 아이를 구원하다

= 충돌

 - 라이라가 행인과 부딪친다

 - 내 아이조차 나를 잊어버릴 텐데 아이를 가질 수가 있겠나.

= 가족

 - 한 유니콘이 캔틀롯에서 포니빌로 온다

 - 라이라와 시장

 - 라이라가 시장과 시장의 딸을 화해시키다

 - 라이라가 "아버지"를 향해 가족애를 표현한다

 - 유니콘, 라이라에게 '내게도 딸이 있었다면' 이라고 말하다

= 댄스 파티

 - 라이라와 잘생긴 청년

 - 청년 여자친구 냅두고 다른 여자와 놀아나다 적발되다

 - 슬픈 라이라를 핑키 파이가 달래 주다

= 노인

 - 라이라와 치매노인

 - 무덤 앞에 선 라이라

 - 묘지기 라이라의 추도문을 듣다

 - 돌아가던 묘지기 모두 잊다

 - 라이라 : 비석은 어떤 음악을 만드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뭐가 빈 것 같다는 생각이 막 드실 겁니다.

보시다시피 대부분의 내용은 나중에 추가된 것입니다. 앨러배스터나 나이트브링어, 아리아와 디스코드의 관계, 라이라의 면상에 재채기를 날리는 핑키 파이 등등 전부 다요. 난장판이 된 기차 사고 현장처럼 어떻게 수습이 안 되는 개판이긴 한데, 이게 요지입니다. 더 있기는 한데 잘 기억나질 않는군요.

그래서 결론은, 백그라운드 포니를 쓰기 시작한 때부터 전체적인 줄거리는 구상이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말까지 완성하는 데는 한 2주에서 3주 걸렸던 것 같군요. 그 밖의 모든 것들은 최종장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한 것들이었고요. 막판에 게으름을 피우긴 했지만.



Q. 라이라는 음악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큐티 마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A. 이거야말로 제 게으름을 통렬히 꼬집는 촌철살인의 한 마디라 하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까먹었어요. 헤헹.

 

흠흠. 챕터19를 보시면, 큐티마크의 모습이 '금빛 무언가'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라이라가 자신의 재능을(적어도, 자신의 적성에 대한 인지만큼은) 상실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죠. 왜 챕터20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느냐고 물으시면, 제가 할 수 있는 변명은 '라이라가 도저히 자신의 큐티 마크에 신경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밖에 없습니다. 어쩌다 큐티마크가 눈에 들어와도 별로 문제될 게 없으니 그냥 넘어갔을 거고요. 다만 실체적 사실을 밝히면, 라이라의 큐티 마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리아의 권능이 닿는 것은 인지의 방식을 변화시키거나, 아예 인지하지 못하게 막아 버리는 데 그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