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E/백그라운드 포니22 Chapter 04. 고독의 교향곡Symphony of Solitude[개정] 일기에게, 혼자가 됨은 어떤 뜻일까? 그러니까, 완전한 고독 말이야. 진정한 고독이 무엇인지 나는 과연 이해하고 있을까? 덜덜 떨며 잠들었다가, 눈물에 젖어 깨어나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으로 한숨짓던 시절은 이제 지나간 지 오래야. 지금 내 모습이 그 때보다는 나이도 좀 더 먹고, 더 의연하고 강인한, 똑똑한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한 사람이 수많은 자질을 광배光背처럼 거느린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고독을 극복할 수는 없어. 나는...... 예나 지금이나, 고독한 사람이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그렇더라도, 그 사실에 집착하고 싶지는 않아. 집착하는 데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러고 보면, 뭐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게 세상에 있기나 할까? 이 모든 것에는 이유가 .. 2019. 8. 4. Chapter 03. 기반Foundations[개정] 일기에게. 무엇이 사람을 만들까. 그 사람의 꿈인가. 아니면 그 사람의 사상이나 이루고자 하는 바인가. 아니면, 죽기 전에 이것만은 이루고 죽고 싶다는 희망인가.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들인가, 그 두려움과 염려 그 자체인가. 가족들과 같이 살 때, 그러니까 캔틀롯에서 살 때는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명확했었다.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고 싶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이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이상형도 확립되어 있었다. 심지어 꼬마를 낳으면 어떤 아이였으면 좋겠다, 싶은 것까지 생각해 두었었다. 그 때 '무엇이 사람을 만드는가' 물었다면 아마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의 총합이 그 사람이다.' 라고 했을 터이다. 돌아갈 집이 있는 동안에는 그 모든 것이 명백해 보였다. 포니빌에 와서부터 끝없는 밤에.. 2019. 8. 4. Chapter 02. 광인의 꿈Lunatic's Dream[개정] 일기에게. 사람이 자고 깰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매일 밤 달이 뜨고 나면 사람의 의식은 줄지어 가는 양떼처럼 저 깊은 어둠 속으로 불려가고, 잠든 사이의 길고 고결한 침묵 속 심장 박동은 무엇으로 주관되는 것인지 사람은 끝내 알 길이 없지. 자고 깰 때 사람은 잠들기 전의 자신으로 온전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지난밤 침대에 몸을 누이던 존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그저 비슷한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그러한 것이라면 사람은 자고 깰 때마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닿았던 생각의 희미한 청사진으로 끊임없이 재구축되는 자동인형이요, 웃기지도 않는 정자미인情子微人*1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사람이 세운 뜻과 염원과 희망이 잠드는 순간 사라진다는 것이니. 그렇다면 사람이 꾸는 꿈은 뭐라고 해야 좋을.. 2019. 7. 22. Chapter 01. 선율Melodious[개정] 일기에게. 음악의 기원은 언제일까? 음악의 뿌리는 의문이었을까, 아니면 확신이었을까? 음악의 탄생과 함께 누가 웃는 사람이 있었을까? 아니면 우는 사람이 있었을까. 음악을 만들어낸 사람 혼자만 그 탄생을 목도했을까? 그 앞에 청중이 있었을까? 왕립 영재 유니콘 학교에 입학할 즈음에는 이제 음악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지. 학교는 음악사상 기교면 기교, 감성이면 감성, 멜로디면 멜로디 모두 하나 빠지지 않았던 시대의 걸작들 전부 소실되어 사라져 버렸다고 가르쳤어. 이퀘스트리아 문명이 존속해 온 지 어언 일만 여 년이 지났지만 보존된 악보와 녹음된 연주, 현재까지도 연주되는 곡들은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고 해야 겨우 천오백 년 전의 곡들이지. 영영 잊혀 버린 음악은 어떻게 .. 2019. 7. 22.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