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S&E/백그라운드 포니22

Chapter 10. 근홍자적近紅者赤Green Is the New Pink*1 일러두기 SS&E의 초창기 장편소설에서 핑키 파이가 등장하는 경우, 영화나 음악, 소설, 전자오락 등 다양한 방면의 오마주나 인용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The End of Ponies의 4막 Dredgemane은 통째로 핑키 파이와 관련된 부분인데, 그 첫번째인 Chapter 31 'Heart of Pinkness' 부터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Heart of Darkness', 어둠의 심연을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퍼펙트 스톰, 파이널 판타지, 제5도살장, 콜드 인 줄라이, 지옥의 묵시록, 브이 포 벤데타 등이 챕터명으로 언급되고 있지요. 그리고 그 전통은 Background Pony까지 이어져 내려옵니다. 유독 이 챕터만 각주가 빽빽하게 적힌 것은 그것 때문입니다. 작가가 영 번역하.. 2020. 9. 26.
Chapter 09. 궁창穹蒼The Firmaments 일러두기 이번 챕터는 초반부터 역주가 길어졌고, 역주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관계로 각주를 미주로 옮깁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미주로 달 것 같아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폰트를 백색 처리하고 삭선을 그어 표시합니다. 일기에게. 공포의 근원은 어디인가? 매일 밤 두려움에 몸부림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자기가 죽었는지 아니면 그냥 잠들어 있던 것뿐인지 굳이 확인하려고 가쁜 숨을 내쉬며 두 눈을 부릅뜨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이지? 어둠에게 이러한 권능을 내려준 자는 누구인가? 어둠 속으로 난 문간에 설 때마다 불안해지는 이유는, 먼지 퀴퀴한 구석에 불가해한 형상을 내려보내 끊임없이 속삭이게 한 자는 누구이고? 뒷목에 난 솜털과 갈기가 소름과 함께 쭈뼛 일어서게 만든 자 대.. 2020. 9. 14.
Chapter 08.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Everypony Is Made To Be Loved 일기에게. 사람이 일평생 원하는 게 뭘까? 그러니까, 정말로 원하는 게 뭘까? 각자 꿈꿔왔던 것을 성취하기만 한다면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인생의 종막을 내리는 순간에도 자기가 이뤄낸 것들이나 받아온 메달, 트로피가 예전처럼 소중할까? 일평생 세상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공헌한 시간들을, 죽음의 차가운 품에 안기는 순간까지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세레나데처럼 추억할까? 각자 무엇을 해 왔는지, 어떤 서원을 세웠는지, 그리고 어떤 역경과 고난을 넘어섰든지 인생에는 결국 끝이 찾아오기 마련이며 그 마지막 순간은 끝내 공유될 수 없는 각자의 것이지. 만인은 죽음 앞에서 고독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고독함을 결국 부정하고 말아. 매혹적인 역설이지. 수많은 요소들이 각자의 지류를 타고 흐르다가 마.. 2020. 4. 13.
Chapter 07. 가교Bridge 일기에게. 우리는 언제 자기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자각할까? 주어진 시간 내내 밥벌이만 하다가 소중한 것을 눈앞에서 잃어버릴 때일까? 아니면 기껏 무언가를 손에 넣었더니 다른 사람이 홀랑 집어갈 때일까? 자기가 해 온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느낄 좌절감과 고통은 그때까지 해 왔던 일들과, 거기 갖는 자부심의 무게와 똑같을까? 어쩌면 그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인지 정의하는 본질적인 무언가는 결국 상실될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게 살아가면서 원래 자신이었던 부분들을 조금씩 잃어 가면, 어느 순간 뒤로 물러나 자기 자신을 새로 정의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남아 있지 않을 거야. 그 날이 오면 자기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들이 자신을 구성하는 근간이었다면 어떠했을.. 2020. 2. 28.
Chapter 06. 영웅과 시인Heroes and Bards 일기에게. 영웅은 다만 역사에 기록되었기 때문에 영웅인 것일까? 신화적인 삶을 살다 간 위대한 이들이 역사에 남은 이유는 또 무엇일까? 영웅의 자질을 스스로 성취해서? 아니면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덕을 봐서? 서사시에 이름을 남겨 시간의 돌팔매와 화살을 이겨낸 이들이 다만 일반상식의 일시적 변덕의 덕을 본 것뿐이라면,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지난날과 오늘날의 악인을 섬기게 되는 것도 가능한 일일까? 솔직히 나는 유명해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어. 정말로. 아주 약간의 유명세가 생기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었지. 혹시나 내가 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겨서 대대손손 내 이름을 남기게 된다면야 기쁘기는 하겠지만, 뭔가 극적인 위업을 남겨 내 이름을 소리높여 연호하게 할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 2020. 2. 11.
Chapter 05. 산업Industry 일기에게. 저주를 받았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게 진정으로 뜻하는 바는 과연 뭘까? 무언가를 빼앗겼다는 것? 아직 뺏기지 않고 쥐고 있는 것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 나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운명에 떨어지고 만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 들이닥칠 잔혹하고 어두운 운명을 그저 누워서 기다리고 있는 것에 불과한 걸까? 스스로를 동정하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었어. 매일 각각의 하루마다 곱씹고 되새김질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무언가, 라고나 해두자. 얼마간은 이게 내 머리를 돌게 만들지는 않을까, 언젠가 그 끝에 다다랐을 때 애처롭고 처절한 발악에 기대게 되지는 않을지, 그래서 내 주위에 남아 있지도 않은 친구들의 유령 같은 그림자를 찢어놓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더구나. 그러던 차에 저 놀랍고 멋진 사람들을 만.. 2020.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