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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E/.마지막 사람을 건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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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go 2020. 11. 3.

.그렇게 수백 년이 흘렀다.

 

.수백 년이 수천 년이 되었고.

 

.몇 번의 겁파劫波로 이행되었다.

 

.한 번 왕복하는 시간을 재고, 몇 번 왕복했는지 곱하여 시간을 센다.

 

.검고 검은 강 위로 한 명을 건네주고 나서 바로 다음 사람을 건네주어.

 

.모든 사람을 건네주었다.

 

.생명을 낳은 자들과 생명을 꺼뜨린 자들을.

 

.성자와 악인을.

 

.영웅과 비겁자를.

 

.다만 한 번에 한 명씩, 가야 할 곳으로 인도했다.

 

.하나같이 이전의 색을 잃어 창백하고 아무 색도 남지 않은 자들이었다.

 

.내가 아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수도 없이 많은 자들 중, 희미하게라도 희망과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자들은 거의 없었다.

 

.수천 명 중에 한 명 정도는 내게 말을 걸었다. 그쯤이면 자주 있는 일이었다.

 

.말을 건다 해도 무의미한 헛소리, 울먹이는 넋두리에 불과했다.

 

.몇백 명 정도, 나를 강물에 처박고 자리를 찬탈하려는 자들이 있었다.

 

.자기가 노를 이어받을 테니 이제 안식을 취하라 권하는 자들은 열댓 명에 불과했다.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거절했고, 그들 모두 가야 할 곳에 다다랐다.

 

.500억 정도를 실어 나른 뒤, 그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다.

 

.500조 정도를 실어 나른 뒤, 강변 모래톱에 설 자리가 마련되었다.

 

.100경인지 그 이상인지를 실어 나르자, 강가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때부터 수십, 수백 년에 걸쳐 나는 탈색된 강변을 뒤지고 돌아다녔다. 보이지 않는 모래톱마다 길 잃은 영혼들이 그 허무에 매달려 방황하며 피안의 끝없는 공허에 안기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몇 번의 겁파를 거듭한 동안, 길 잃은 자들을 찾기란 갈수록 어려워져 갔다. 그 끝에, 이제 더 남은 자들이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강에는 이제 침묵만이 감돌아서, 죽음 그 자체보다도 조용한 공간이 되었다.

 

.이제 더 노를 저을 일이 없었으므로, 강물은 기름처럼 고요했다.

 

.다시 몇 번의 겁파가 지나간 뒤, 진흙탕조차 말라 사라졌다.

 

.해안에 널려 있던 뼈다귀는 풍파를 맞아 부서지고 무너지기를 반복하다가, 이제 아무것도 없이 길고 긴 균열처럼 펼쳐진 수평선과 그 너머의 어둠만을 남기고 사라져 있었다.

 

.강물조차 말라 버리고, 이제 나와 배만 남은 자리를 검고 퀴퀴한 안개만이 휘감고 있다.

 

.나는 쉬지 않고 배를 지킨다. 한 시대가 저물어갈 때마다 갈수록 희미해지는 저 피안을, 나는 다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

 

.사후세계의 근간조차 기나긴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할 무렵.......

 

.그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