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 여기 서 있으니.
.사후세계의 마지막 남은 칠흑 같은 조각이 내 주위로 녹아들고 있다.
.무슨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배가 스스로 무너져 사라져가고 있었다.
.내 배였지만, 이제는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수도 없이 많았던 사람들 중 중요한 사람은 일부였다.
.생각해 보면, 어떤 식으로든 다들 중요한 사람이었겠지.
.그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시선을 두었을 뿐.
.등잔 안에 고여 있던 마지막 빛 한 줄기가 사라진 끝에, 등잔까지 깨져 없어졌다.
.고개를 돌려, 나를 기다리는 심연과 마주선다.
.심연의 바닥에 침잠하는 것으로, 이 짓도 끝이 난다.
.칠흑보다도 검은 원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여기서 이만큼 쪼는 건 처음이다.
.그래, 이제 말이 통하네.
.한 줄기 숨결이 불꽃을 튀기다가, 사라졌다.
.본능적으로 발굽을 들어 불똥을 막자, 심연의 반들반들한 표면 위로 공허한 메아리가 진다.
.이제 내가 걸어온 발걸음의 수를 세지 않아도 된다.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얼굴과 눈과 갈기와 입가만이 떠오를 뿐.
.마지막 숨결과 함께 얼굴 위로 섬광이 튄다. 섬광 속으로, 심연 속으로 얼굴을 박는다.
.내 곁으로 수많은 색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마지막 베일이 떨어지며 한 줄기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사지를 마비시키고, 가만히 달래 준다.
.그리고, 흩어진다.
.장식끈과 리본, 그리고 우주가 웃음소리 사이로 흩어진다.
.잘들 자라구, 트와일라잇, 핑키, 애플잭.
.자장가처럼 부드럽고 느릿하게.
.플러터샤이, 스파이크, 래리티.
.몸을 말아 웅크리며, 그렇게 떠간다.
.다들 사랑해.
.검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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