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 차를 드시겠습니까?" 회갈색 몸을 한 여성 유니콘이 수도 없이 쌓아 둔 왕실용 찻주전자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한 주전자 하나를 들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그렇게 하지요, 코지 부인." 대답하며 옛 유니콘 마법을 일으켜 예스럽고 아름다운 마호가니 티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고풍스럽고 화려한 무늬가 들어간 찻잔을 들어 가져왔다. "제가 차 향을 잘못 맡은 게 아니라면, 오늘 아침 티타임은 국산 오렌지 페코겠군요. 그렇지 않은가요?"
* 오렌지 페코(Orange Peko): 길고 얇으며 털이 많이 난 찻잎. 작은 새싹이 붙어 있기도 함.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공주님." 코지 부인이 대답하고 이어 말했다. "공주님께서 어떤 차를 즐기시는지 잘 아니까요. 공주님께서도 이미 아시겠지만, 이번에 하인드에서 돌아온 스파클 양을 접견하실 때는 최상품 자스민을 내어갈 예정입니다. 그 어린 아가씨는 자길 닮은 꽃을 아주 좋아하니까요. 그렇지 않은가요?"
"그래요. 아주 좋아하죠." 왕실 티마스터에게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동감해 보였다. "그 아이와 함께 자스민을 마셔 온 것도 꽤 오래 되었네요."
"벗들과 함께 약간의 다도를 따라서 차를 즐기는 일은 항상 즐거운 일이니까요." 코지 부인이 대답하다가 한쪽 발굽을 들어 잠시 코에 갖다 대고 덧붙였다. "좌우간, 차를 내어다 드린 후 차와 함께 식사를 하시고 싶으실 때쯤 고급 우롱차와 함께 전통 방식으로 만든 물냉이 샌드위치를 내어다 드리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루나 공주님과 함께 차를 드실 때는, 얼그레이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주책없는 일이나 이 늙은이의 사견을 같이 아뢰자면 이번 얼그레이 블렌드에 첨가된 베르가못 에센스의 향이 특히 풍부합니다."
* 얼그레이(Earl Grey): 베르가못, 오렌지 오일 등의 원료와 홍차 잎을 블렌드한 가향차. 그레이 백작(Earl Grey)의 의뢰로 영국의 홍차 브랜드인 트와이닝에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명 블렌드이므로 어지간한 홍차 브랜드에서는 반드시 취급하는 가향차이며, 변주한 것으로 트와이닝의 레이디 그레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해요.
"그거 잘 되었네요." 대답하고 덧붙였다. "얼그레이 블렌드를 훌륭히 해 주셨네요, 코지 부인."
그녀는 얼굴을 조금 붉히며 활짝 웃어 보이고 대답했다. "과찬이십니다."
"그리 겸손해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덧붙여 말했다. "부인의 뛰어난 솜씨에 대한 응당한 평가일 뿐이니까요."
"황송합니다, 공주님." 코지 부인이 살짝 무릎을 굽혀 절하며 대답했다. "아, 그리고 침전에 드시기 전에 드실 차를 특히 준비해 둔 것도 있답니다!"
"무엇인가요?"
코지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페퍼민트입니다!" 그녀가 외쳤다.
귀를 쫑긋 세우며 되물었다. "페퍼민트 뭐죠?"
"그야 물론, 페퍼민트 티지요!" 코지 부인이 대답했다.
"아." 대답하면서, 기대고 있던 쿠션에 몸을 더욱 파묻었다. "좋군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좋아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답니다." 코지 부인이 대답했다. 그러고는, 말을 꺼냈다. "이런, 차를 따라 드려야 하는데 무용한 잡담이나 늘어놓고 있었군요. 그럼, 찻잔을 이리 주세요."
찻잔을 건네주자 코지 부인이 잔을 가득 채워주었고, 향이 묻어나는 흰 증기가 피어났다. 기대앉아 있던 쿠션 쪽으로 찻잔을 띄워 가져와 섬세한 각도로 고개를 기울여 차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다가 한숨 쉬듯 날숨을 내보냈다.
"아." 이어 말했다. "정말 멋지네요, 코지 부인."
"다시 과찬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코지 부인이 정중하게 물러서며 짙은 갈색을 한 염동력을 끌어내 찻주전자 손수레 손잡이를 잡았다. "차를 더 드시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벨을 울려 주세요. 바로 오겠습니다. 공주님, 제 말 듣고 계십니까?"
"말씀하신 대로 하도록 하죠!" 듣기 좋은 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제가 한 잔만 마시고 끝낼 일은 좀처럼 없으니까요!"
"언제나처럼 공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코지 부인이 말을 마치고 방 문 밖으로 차 수레를 가볍게 밀며 나갔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이는 가면 아래에 진심을 감추고 있다가, 코지 부인이 방문을 찰칵 하고 닫는 소리와 홀 저편으로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를 듣는 순간 바로 그 가면을 벗어 던졌다.
고개가 떨어졌다. 마법으로 들고 있던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도자기 찻잔을 움직여서 이럴 작정으로 들여둔 양치식물 화단에 가져가 너그럽고 참을성 있게 이 지긋지긋하고 진저리처지는 액체를 받아들여 줄 흙 속으로 찻물을 들이부으면서, 잠깐 반짝이다가 이내 사라지는 그 모습을 죽 지켜보았다.
"차는 정말 미치도록 싫은데." 중얼거리며 흙만 쭉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저희가 사슴들의 나라인 하인드와 그리폰의 나라인 하늘왕국 사이에 막 시작된 국제적 갈등을 해결하고 완전한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었습니다.", 라고 내 신실한 제자가 즐거이 자스민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음." 아이는 중얼거리면서 행복한 듯 두 눈을 감으며 차에서 피어나는 김에 젖어 갔다. "언제나 그랬듯 정말 좋네요, 셀레스티아 공주님!"
"언제나 최상품만 사용하니까 말이야." 웃으며 대답해 주고, 말을 꺼냈다. "이걸 포함해서 만족스러운 외교 성과들이 들려오니 정말로 기쁘구나, 트와일라잇. 큰 문제가 없다면, 너희들 모두에게서 이번 업무에 관련한 보고서를 받아보고 싶구나."
"친구들이라면 바로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공주님. 보고서라면 현지에서 이미 작성했고요. 이번에는 우정뿐만 아니라 복잡한 다국간 조약 외교에 대해서 많을 걸 배울 수 있었는데, 공주님께 빨리 말씀드리고 싶어 몸둘 바를 모르고 있답니다!" 트와일라잇이 나를 보고 커다랗게,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고는 자스민을 한 모금 더 삼켰다.
트와일라잇처럼, 내 잔을 들어 언제나 그랬듯 온갖 끌어올 수 있는 단어를 전부 끌어와도 그 끔찍하고, 맛을 형용할 수 없는 이 역겨운 액체를 마시라고 스스로를 종용하며, 한 모금 마셨다. 언젠가 시간 마법에 관한 모든 걸 전부 조사하고 싶다는 내면의 유혹을 떨칠 수단을 더 찾지 못하는 날엔, 곧장 초창기 포니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가 잎사귀를 우린 물을 마셔 보자는 생각을 해낸 그 불한당을 찾아 그자가 남자든 여자든 한 대 찰지게 찰싹 때려 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현재로 돌아왔을 때 포니 문명이 무너지고 그 지독한 다이아몬드 독들이 득세해서 온 세상이 녀석들 아래에서 신음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한 행동일 거라 생각한다.
"아!" 트와일라잇은 내 치열한 고민은 눈치채지도 못하고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다른 것들에 대한 것도 많이 배워 왔어요! 래리티는 뭔가 '발리우드'라 불리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고 하고, 핑키는 왜 포니들이 콜리플라워 빈달루를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되는지에 대해 그림 자료도 첨부한 자료를 준비해 왔고, 레인보우 대쉬는 일 년마다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연을 띄우는 축제를 조금 바꿔서 그곳 주민들이 다들 그러하듯 모두가 연을 띄워 연싸움을 하는 축제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는 청원을 할 거에요. 마무리만 잘 될 계획 같지만요."
* 발리우드, 빈달루 등의 요소로 조합해 보면 하인드는 인도에서 모티브를 따온 국가로 보입니다. 하인드Hind는 힌두Hindu에서 한 글자만 떼어낸 것이죠.
"모두 들어 봐야 할 이야기들인 것 같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것도 하나 준비해 왔어요!" 트와일라잇이 짓궂게 말하며 뿔을 너울너울 밝혀 목에 걸어 가슴에 기대놓은 외교용 가방을 뒤적거렸다. "하인드에서 깜짝 선물을 하나 준비해 왔거든요. 한번 맞춰 보세요!"
"혹시...... 차니?" 두 눈을 반짝이며, 공주다운 우아함이 묻어나는 즐겁고 부드러운 웃음이 입가에 고정시켰다.
"네, 차에요!" 트와일라잇이 큰 소리로 대답하며 조그만 차 통을 꺼내 높이 들어올렸다. "세상에, 이걸 외교행낭에 넣어 가져다 드려도 된다고 허락을 받아올 줄은 상상도 못 하셨을 거에요! 세관이라거나 검색대를 거치지 않은 건 말할 것도 없고, 가장 좋은 건 그 모든 특혜가 완전 합법이라는 거죠!" 아이는 차 통을 자기 쪽으로 돌리고는 금속 통에 쓰여진 글들을 읽어 나갔다. "최고 등급, 1등품 다즐링." 트와일라잇이 설명을 읽었다. "흔히 '홍차의 샴페인'으로 불리는 차로서, 가벼운 바디감과 더불어 매혹적인 꽃 향기와 머스캣 향이 적절히 조화된 차입니다. 아침 식사나 가벼운 간식, 어느 때든 잠시 쉬고 싶을 때 탁월합니다." 그러고는 활짝 웃어 보였다. "공주님, 그 누구도 하인드 주민들만큼 차에 대해서 알지는 못할 거에요. 믿지 못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곳에 있을 때 정말 많은 차를 즐길 수 있었어요."
* 최고 등급: Super Fine, 다즐링 홍차의 등급을 매길 때 사용되며 최상품을 뜻합니다.
* 다즐링: 인도 다즐링에서 생산되는 홍차. 실론, 아쌈과 함께 대표적인 품종으로 꼽힙니다. 가벼운 머스캣... 청포도 향이 나며, 맛은 녹차에 가깝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라 대답했다. "서둘러 마셔 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공주님도 참, 저도 알아요!"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지금만큼 좋은 때도 없겠죠, 그렇죠? 코지 부인을 모셔다가 한 잔 부탁하면 될 거에요! 지금 당장 선물을 열어 보시는 게 좀 그렇지 않으시다면요."
"오, 잘 모르겠구나. 지금은 자스민을 좀 더 즐기고 싶거든." 한 점 부끄럼 없이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면서, 나의 제자를 향해 고개를 숙여 바라보며 대답했다.
트와일라잇이 깜짝 놀랐다. 내 신실한 제자는 기민하고 열정적이며 통찰력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을 내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는 데 쓴다. 확신하건대, 지난 세월 동안 이 아이를 가르쳐 왔으므로 이 아이의 눈을 속이려 해 봤자 그리 효과를 보지는 못하리라. 내 얼굴과 태도에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한 말에 아이는 실망하고 있었다.
"혹시...... 뭐라도 문제가 있는 건가요?"라고, 트와일라잇이 물은 말에는 그 아이 특유의 강박증적 증세가 묻어나고 있었다. "다즐링을 싫어하시는 건가요?"
"난 차라면 무엇이든 좋아한단다."라고 대답하며 내가 떨어져야 할 영원의 나락 바닥을 조금 더 파고 들어갔다. "내 충실한 제자야, 네 선물을 받아 너무나 기쁘고 감동했단다."
"다즐링은 오랫동안 즐겨 오셨기 때문이겠죠."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언젠가 한 번 벽장 하나 가득 다즐링을 쌓아둔 적은 있었다. 하나도 포장을 뜯지 않은 것들로 말이다. 하지만 지난주에 뜬금없이 기분이 나서 룬 마법으로 그것들을 전부 봉인해 깊은 밤에 마법학적 위험 폐기물 폐기장에 가져다 버렸고, 그걸로 작별이었다. "그렇지 않단다!" 그래서 대답했다. 완벽히 진실한 대답을.
"그럼...... 대체 무슨 일인가요? 부탁이에요, 공주님. 말씀해 주세요!"
그러고는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에오히푸스 아버지시여, 저 두 눈에게서, 제 제자에게서 흘러나오는 폭풍처럼 강력한 사랑스러움으로 애원하는 저 두 눈에게서 저를 구원하소서, 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트와일라잇은 온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나를 보고 저런 눈을 자주 해 보이곤 했는데, 그 때마다 나는 마멀레이드 정도로 약해지곤 했었다. 그 앞에서 나는 무기력했으니까.
그래, 그렇다면.
"트와일라잇 스파클." 역적 모의를 하는 자들처럼 고개를 숙이며 말을 꺼냈는데, 내 목소리에도 비밀스러운 행복이 춤추고 있었다. "지금부터 해 주려는 말은 온 세계에서 그 누구에게도 해 주지 않은 어떤 비밀에 대한 거란다. 듣길 원하니?"
내 사랑하는 태양처럼, 트와일라잇의 얼굴이 환해졌다. "네!" 거의 고함치듯 대답하는 소리 안에서, 트와일라잇의 안에서 샘솟는 즐거움이 들여다보였다. 이퀘스트리아에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비밀 하나를, 내가 트와일라잇 스파클과 기꺼이 나누겠다는 데서 샘솟는 즐거움 역시도. "듣겠어요, 공주님!"
최대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웃음을 지으며 말해주었다.
"사실은, 난 정말 차를 싫어한단다."
곧바로 트와일라잇의 눈동자 위로 얼음 같은 냉기가 덮여서, 내 전매특허인 계산 실수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트와일라잇의 얼굴은 아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눈에 비친 빛이 순간 꺼지며 진흙탕으로 범벅이 되어 있을 머릿속에 파묻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해서, 내려앉은 구덩이를 말로서 메워 보려고 입을 열었다. "우스운 이야기지, 정말." 처절할 정도로 이 진실을 납득시키려고 애쓰며 말했다. "수천 년 전, 루나가 내 생일 선물을 준비하는 데 아주 푹 빠져 있을 때의 이야기란다. 그 때 내 나이쯤의 여성에게 간식거리는 항상 좋은 선물이었는데, 그 때 왕실 고고학자들이 나조차 잊어버리고 있던 장식품 저장소를 발굴하는 데 성공해서, 아마 너도 알고 있을 흥미롭고 아름답게 생긴 촛대를 찾아냈단다. 뭐, 어떻게 안 건지는 몰라도 루나는 내가 차를 마신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금박 장식 다기 세트에다 온갖 찻잎들을 사다 주었단다. 비록 내가 그것들을 쓸 일은 없을 것이었지만 정말 감동했단다. 하지만 그걸 면전에서 이야기할 수는 없었어. 너도 루나가 얼마나 여린 아인지 나만큼 잘 알잖니. 그래서 루나가 보는 앞에서 한 잔 차를 우려 즐기는 척 했던 거야. 효과가 있어서, 정말로 행복해하더구나."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치롄의 특사와 수행원들이 무역 관련 사항들을 협의하러 우리 나라에 왔는데, 너도 알다시피 드래곤과 유니콘의 혼혈들은 자신들의 차 문화에 정말로 자부심이 깊어서, 최고의 티마스터를 고용하자는 생각을 했단다. 그 티마스터가 바로 코지 부인의 아주 오래 전 선조인데, 우리는 그분을 고용해서 한 잔 차를 청했단다. 모두가 차를 즐기는 것 같아서,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싶었단다."
"한 달 후 치롄에서 첫 교역품이 도착했는데, 그 중에는 무역 협정을 원만하게 진행해 주어 고맙다는 뜻으로 보내온 선물도 있었단다. 같이 온 즐거운 편지 안에는 오래도록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차 선물을 즐겨 달라는 부탁이 쓰여 있었지. 흡사 내 가식을 정면으로 조롱하는 것과 같았단다, 그렇지 않니?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차 맛도 모르는 이 멍청한 입맛을 바꿔 보자고 결심하고 습관처럼 차를 마셔 오기 시작했단다. 차 맛을 견딜 수 있게 말이야."
"그렇게 지내다 보니 우리 백성들은 내가 차를 너무 좋아해서 항상 달고 산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단다. 얼마 안 가 왕궁에는 차를 마시지 않는 나를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로 가득 차게 되었지. 일종의 상징이나, 그것 비슷한 게 된 거지. 나한테는 그저 어린애 같은 일일 수도 있었지만, 이게 어느 지점까지 다다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이 사실을 부정한다면 나에 대한 공공의 인식에 흠집이 감과 동시에, 영원한 빛의 수호자가 시간이 내포하는 어둠에 물들었다는 생각이 퍼질 거라는 생각이."
로즈우드 방에 내어둔 작은 발코니로 걸어가 부산하면서도 즐거운 캔틀롯의 정경을 내려다보며, 장난감처럼 작게 보이는 백성들이 각자 수레를 끌고 이리저리 엇갈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차를 마셔온 것은 맞아. 하지만." 말을 이었다. "익숙해질 수가 없었단다. 내 속을 뒤집어놓곤 했었지. 가끔은 말 그대로 된 적도 있었단다. 내 평생을 되돌아봐도, 차는 내 역사상 최악의 음료, 심지어 700년경에 유행했던 무설탕 주니퍼 맥주보다도 더한 음료란다. 심지어 주니퍼 맥주는 마시고 나면 배가 아팠는데도 말이야. 너에게 충격을 주었다면 정말로 미안하구나. 다만 다즐링을 사 올 돈으로 다른 멋진 기념품을 사 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란 곳까지 생각이 미쳐서 그랬단다. 그러니 내 신실한 제자야, 이 늙은이가 지금까지 해 온 하얀 거짓말을 용서해 줄 수 있겠니?"
고개를 돌려 트와일라잇이 앉아 있던 자리를 보자, 빈 자리만 눈에 들어왔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좀 더 좋게 마무리할 수도 있었을 텐데." 홀로 중얼거렸다. 로즈우드 방 아치문에서 누군가 서둘러 들어와서 고개를 돌리니 페가수스 근위대 하사관(이름은 호필리테라 했다)이 눈에 들어왔다.
"아, 호필리테 하사관." 웃으며 말을 걸었다. "혹시, 어디 좀 고통스러워 보이는 보라색 유니콘 하나가 조금 전쯤에 여길 나가는 걸 보셨나—" 그는 대답 대신 다분히 드라마틱한 동작으로 날아와 나를 덮쳐 바닥에 메다꽂았다.
내란 음모와 암살 계획이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두 눈이 절로 크게 뜨였다. 그 생각 때문에, 호필리테 하사관이 투구를 밀어 벗으며 내 얼굴에 대고 외친 한 마디 단어에 엄청나게 놀랐다.
"찬탈자다!" 이라고 소리쳤으니까.
아, 이거 참.
"호필리테 하사관."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날개 하나만으로도 달궈진 쇠를 충분히 구부릴 수 있는 게 접니다. 그리고 이건 확실히 해둬야 하는데, 이것은 법도의 문제이나 제가 직접 그대를 떼어내기 전에 비켜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왕위를 찬탈한 자의 명령을 들을 것 같으냐!" 호필리테가 쏘아붙였다. "마법의 원소께서 네 녀석의 속임수를 눈치채셔서, 바로 왕실근위대에 알리러 오셨단 말이다!"
"호필리테." 로즈우드 방에 깔린 바닥 석재에 머리를 톡 내려놓으며 이 지나치게 열성스러운 근위대 청년이 몇 미터만 더 오른쪽으로 날 메다꽂았으면 돌보다 훨씬 편안한 카펫 위로 떨어질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직무에 헌신하는 것은 인정해야겠군요. 그대의 아버지께서, 그리고 그 선조들께서 그러하셨듯 말입니다. 그대의 가문은 10대를 이어 그대와 같은 직무, 왕실근위대에 복무하였고 제가 직접 훈장을 수여했으며, 저 개인적으로도 알고 지내기도 했었기에 말씀드리는 것인데, 그대의 오랜 선조께서 임무 수행 중 부상으로 퍼플 하트 훈장을 받으셨는데, 지금 제가 겪는 고통이 그와 비견할 만할 것 같군요. 그러니 이제 그대의 아름다운 공주를 놓아 주시지 않겠어요?"
"말은 청산유수로 잘하는구나, 체인질링 여왕아!"
"아, 그게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군요."라 대답했다. "호필리테 하사관, 제 확약하는데—"
"넌 그 어떤 것도 확약할 수 없다!" 호필리테가 고함쳤다. "왕실은 이미 한 번 트와일라잇 스파클 양의 생각을 의심했었고, 그 결과는 왕실 결혼식 쿠데타로 나타나 온 캔틀롯을 거의 폐허로 만들 뻔했다! 왕실근위대는 두 번 다시 네 속임수에 넘어가는 불명예를 안지 않겠다, 추악한 짐승 녀석!"
아치문 너머에서 누군가 급히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샤이닝 아머가, 내 신실한 제자의 오라비이자 왕실근위대 지휘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다행이네요." 억지로 몸을 돌려 그와 이야기하기 편한 각도를 만들고 말했다. "샤이닝 아머, 이 충직한 근위대원을 물려 주시고 그대의 여동생을 찾아 주시겠어요? 무언가 경솔한 일을 벌이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샤이닝 아머는 완전무장을 한 채 조용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그가 말을 꺼냈다.
아, 이거 정말 환장하겠네.
"너!" 샤이닝 아머가 차갑게 내뱉으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사랑하는 케이던스를 잡아다가 캔틀롯 산 아래 깊숙한 곳까지 파둔 차디찬 보석 광산에 죽으라고 처박아 놨었지! 그런 짓을 하고, 케이던스를 가둬 두고 뻔뻔스럽게 결혼식장에서 내 옆에 서기까지 했어! 네 구걸은 듣지 않겠다!" 샤이닝 아머가 나를 노려보면서 한 줄기 자홍색 섬광을 쏘아냄과 함께 호필리테를 떼어냈고, 곧장 순수한 마력으로 방어막처럼 단단한 반투명 벽을 만들어내 나를 가두었다.
"들어 봐요, 샤이닝 아머." 그가 소환해 낸 완벽한 반구형 마법장이 장밋빛으로 반짝이면서 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눈 위로 비쳤다. "일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이건 다만 엄청나게 큰 오해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요."
"잠자코 조용히 있어, 체인질링아!" 샤이닝 아머가 말했다. "네가 뭐라고 뻐끔뻐끔 중얼거려 봤자, 아무것도 안 들리니까. 널 가둔 마법장 안에 한쪽으로만 소리를 전달해 주는 차단막을 설치해 둬서, 네가 그 어떤 거짓말을 하든 하나도 안 들린단 말이다!"
샤이닝이 쳐둔 마법장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무시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살아온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이가 바로 나였기 때문에, 수단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샤이닝 아머, 들어 보라니까요—" 다시 한 번 말을 걸어 보았다.
샤이닝 아머는 '보잉'하는 소리 같은 걸 내면서 곧바로 소리 차단막을 다시 설치했다. 한 번 더 무시해 주기로 했다.
"샤이닝 아머, 부탁이니—"
보잉. 무시하자.
"부탁이니 제발 제 말 좀 들어 주—"
보잉. 무시.
"꼭 말씀드려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단—"
보잉. 다시 무시.
"에오히푸스 아버지의 이름으로, 샤이닝 아머—"
"저기 있어!"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소리치며 이미 꽉 찬 로즈우드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는데, 옆에는 다섯 친구들을 팔랑크스 군단병처럼 데리고 있었고, 머리 위에는 봉화처럼 빛나는 우정과 마법을 상징하는 관을 쓰고 있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사칭하고 있는 체인질링이 바로 저 녀석이야!"
"오우!" 핑키 파이가 소리쳤다. "변장 되게 잘 했네, 완전 똑같잖아!"
"그래, 근데 한 가지 놓친 게 있더라." 트와일라잇이 승리감에 젖은 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글쎄, 차를...... 싫어한다지...... 뭐야!"
"그쯤되면 중증이네." 래리티가 중얼거렸다.
"그러게, 완전 돌대가리 아냐." 레인보우 대쉬가 이 난장판에서 몇 피트쯤 날아서 날개를 퍼덕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내일 따위는 없다는 듯 차를 엄청나게 드신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정직의 원소, 애플잭이 물었다.
"간단하지." 트와일라잇이 대답했다. "쫓아내 버릴 거야! 얘들아, 준비해!"
"저기......" 플러터샤이가 얌전히 한쪽 발굽을 들어올리며 물었다. "쫓아내더라도 사실확인을 분명히 하고 쫓아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 시간 없어, 플러터샤이!" 트와일라잇이 대답했다. "최대한 빨리 이 타락을 태워 없애야 한단 말이야!"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플러터샤이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아냐, 잠깐, 잠깐만!" 갈수록 크게 뜨이는 눈을 느끼며 말했다. "트와일라잇, 친구들 말을 들으렴!"
"잘 들어, 가짜 셀레스티아." 트와일라잇이 대답했다. "물론 플러터샤이가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인 건 맞지만, 종이접기처럼 다루기 쉬운 친구라는 건 온 세상이 다 안다고."
"다루기 쉬운 게 비슷하긴 해." 플러터샤이가 인정하며 말했다.
"들었지?" 트와일라잇이 속뜻을 분명히 내보이며 말했다. "모두 내 뒤로 와서 준비해. 다른 분들도 뒤로 물러서 주세요. B.B.B.F.F., 다른 분들 안 다치시게 성도 안 무너지게 지킬 겸 보호막 좀 쳐 줘."
"그러지, 트와일리!" 샤이닝 아머가 쾌활하게 웃으며 거수경례를 붙이고 말했다.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농담은 여기까지만 하죠."라 말하고 덧붙였다. "제 말 좀 들어 보시—"
조화의 원소가 다시 생명을 꽃피우며 일으킨 무지갯빛 에너지가 매끄러운 갈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 통에 내 빛나는 갈기도 완전히 비틀린 것은 물론이다. 원소의 대행자들을 가운데 두고 무지갯빛이 빙빙 돌기 시작하더니 순수한 조화의 힘이 그들을 하늘 위로 들어올렸고, 그 중심에는 트와일라잇이 있었다.
"알았어!" 조금 땀을 흘리며 외쳤다. "정말로 농담이 아니었구나! 이건 확실히 해둬야겠는데,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은 하지 않겠지만 방에 놓아둔 장식들이 훼손되고 타 없어지는 건 절대 바라는 바가 아니니까—"
조화의 원소의 충전이 완료되어 한 줄기 무지갯빛이 쏘아져 나와 우정의 빛으로 이루어진 한 마리 찬란한 말벌처럼 달려들었다. "아야!" 잔뜩 골이 나 소리쳤다. "저기, 이거 되게 아프단 말야!"
"나 역시 조화의 원소가 최대 출력으로 방출한 힘에 맞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아주 잘 알지, '언니'." 아치문 너머에서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건너왔다. "두 번이나 맞아 봤지. 대비하려 조사를 벌이던 걸 기억할 거야."
"룰루."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려 애쓰며 말했다. "내 신실한 제자에게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좀—"
"거짓말은 이제 그만해!" 루나가 내지른 고함이 방 안 곳곳에 가 부딪혀서, 단단히 고정해 둔 물건들은 물론이고 고정해 둔 물건마저 몇 개가 흔들렸다. "언니한테 차를 선물했을 때 얼마나 좋아했는데! 몇 번이고 그렇게 대답했다고! 이제 네 거짓말도 애처롭기까지 할 정도구나, 크리살리스!"
"전혀 효과가 없잖아!" 그 사이 트와일라잇이 경악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조화의 원소를 위아래로 흔들어 보더니 친구들을 뒤돌아보고 물었다. "원소를 쓰기에 아직은 우리 우정이 충분치 않거나 뭐 그런 걸까? 노래라도 하나 불러 볼까? 각자 비밀이라도 하나씩 고백해 볼래?"
"한 방 더 먹여 버려!" 레인보우 대쉬가 소리쳤다.
"좋은 생각이야, R.D." 트와일라잇이 동의하고 말했다. "좋아, 뻥레스티아 씨, 사랑과 관용의 가장 강력한 힘으로 한 대 더 얻어맞을 각오나 하고 있어!"
"트와일라잇, 부탁이니 대체 뭘 말해 줘야 날 믿어 줄 것인지 말해 다—" 다시 한 번 무지갯빛이 날아왔다.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알았어! 알았다! 너무 아파서 목구멍에서 쇠 맛이 날 지경이니, 제발 이제 그만 멈추어 줄 수 있겠니?"
"안 돼!" 징벌자처럼, 래리티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파멸시켜 버려! 다시 쏴 보자!"
"래리티, 이거 아무래도 효과가 없는 것 같아!"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루나 공주님, '월면 추방 유배'를 시켜 버리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원소 뒤에 뭔가 스위치 같은 거라거나 하는 게—"
"아니란다, 그것보다 조금 더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하지." 루나가 말하며 트와일라잇의 발굽에 들려 있던 조화의 원소를 받았다. "달을 조정해 줄 필요가 있거든. 잠시만 기다리......"
"그래!" 방 안에 들어선, 정말로 내게 무언가 위해를 끼칠 만한 일을 할 수도 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두 눈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맞아! 사실 차가 정말 좋아! 음, 음, 향기롭기도 하지!"
"너무 늦었다, 기만자의 여왕이여." 루나가 트와일라잇에게 다시 원소를 건네주며 선언하듯 말했다. "준비되면 쏘거라, 트와일라잇 스파클."
"네!" 트와일라잇이 고개를 높이, 거만하게 치켜들며 대답했다. "다시, 준비!"
다시 한 번 조화의 원소의 빛이 꽃피기 시작했다. 내가 어찌할 수 없고, 일사천리로 흘러가는 이 모든 상황들을, 냉철한 이성의 몇 개 안 되는 조각을 끌어다가 생각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이유 하나 때문에 닥쳐온, 몸이 상하는 모욕은 물론이요 나 자신을 파멸로 이끌 상황을 고개를 들어 똑바로 쳐다보았다.
깊은 숨을 한 번 들이마시며 형형색색의 리본과 같이 아름다운 몸 주변에 흐르던 공기를 최대한 몸 안에 저장하고, 그 모든 기운을 알리콘에 집중하자 뿔 전체를 둘러싸고 요란하게 번쩍거렸다. 두 눈이 번쩍거려 스스로의 책임과 운명 모두에 걸쳐 불타는 마음 가장 깊숙한 곳을 비추는 창이 되었다. 불사조와 같이 하늘 위로 날아 올라가자, 몸을 감싸던 오색 기운이 로즈우드 방에 있던 물건 중 산 이와 붙어 있어 생명의 보호를 받고 있던 것 말고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태워 나갔다. 처음은 목공예품이 그 다음으로 바닥에 깔아둔 석제 타일이 불에 타 검은 재와 마그마로 변해 떨어졌다. 캔틀롯 안에 늘어서 있던 벽들도 그 힘에 굴복해서 한 무리의 포니들이 도시 최상층 갤러리 가장자리에 붙어 있던 석조 바람받이벽 위에 위태로이 앉아 있었다.
알리콘(Alicorn): TV 시리즈에서는 날개와 뿔을 모두 가진 포니를 알리콘이라고 부르나, 알리콘의 원래 뜻은 유니콘의 뿔이다.
천둥처럼 커다란 목소리와 함께 숨을 내보내며 왕실 포고를 선포했다.
"이제 잘 들으라." 우렁찬 소리로 외쳤다. "태양의 공주, 광휘의 셀레스티아로 선포하나니, 대지의 피가 이 몸 안에 밝게 빛나며 흐르고, 그 어떤 대범한 이들도 내 빛 앞에 눈물짓지 않은 자 없노라! 한 번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수만 세대가 먼지로 무너져 스러지고, 잠들기 전에 다시 수만 세대가 그 뒤를 따라가나니! 방금 일어난 모든 것은 내 명령하에 일어난 것이며, 오늘 너희 백성들에게 한 가지 널리 알려 선포해야 할 것이 있노라!"
머리 위에서 노랗게 빛나던 태양이 눈부신 청백색으로 번쩍였다.
"나는...... 차를...... 즐기지 않느니라."
태양빛이 다시 어두워져 평소처럼 돌아왔을 때, 전에 방이었던 곳에, 그리고 온 캔틀롯에 침묵이 드리웠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고산지대의 바깥바람에 완전히 산발이 된 갈기로 오라비를 올려다보았다.
"이런, 샤이니."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성 지키느라 고생 많았어."
"그래, 완전히 엉망이 됐네." 샤이닝 아머가 한쪽 발굽으로 목을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이건 누군가가 새벽의 전당을 굴러 내려오면서 '포니 살려요! 사악한 무언가가 셀레스티아 공주님인 척 하고 있어요.'하던 때랑 막상막하로 개판인데 그래."
"잠깐만, 난 '도플갱어'라고 했단 말이야."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어쨌든, 뭔 말 하려고 했는지는 알겠어."
투닥거리는 두 남매는 무시했다. 순간 기운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다 부서진 방 가장자리로 걸어가 바깥 캔틀롯을 내다보았는데, 어지러이 흐르던 바람이 빛나는 갈기를 앞뒤로 채찍질하며 평소의 흐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도시는 말 그대로 멈춘 것 같았다. 길가의 수레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를 향한 수백, 수천의 겁먹은 눈초리가 느껴졌다.
수백, 수천의 굳은 시선이 한 번 깜박이지도 않고 나를 보고 있었다.
"아, 나 진짜." 홀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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