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본 작품은 트와일라잇 스파클 암살사건의 시퀄입니다. 트와일라잇 암살 이후, 각 캐릭터의 상황을 다룹니다.
여기에서 용의 길, 폭군의 길 2개 시퀄이 또 파생됩니다. 다행히도 포니종말처럼 은근슬쩍 묻힌 줄 알았습니다. 작년에 써놨는데 Incomplete 상태였거든요. 근데 오늘 보니까 최근에 수정했어요. 세상에. 근데 등급이 Mature, 과격한 묘사가 나오는 등급이라 안 할 것 같아요. 아니면 비밀번호를 걸어두거나...... 제가 가능한 순화하는 방향으로 칼질하거나. 골라 보시죠. 안 하거나, 비밀글로 걸어두고 모든 비밀번호를 적어둔 페이지를 하나 만들거나...... 어휘, 표현, 묘사를 제 선에서 순화해가며 칼질하거나...... 저는 1번을 선호합니다.
백그라운드 포니 번역하다가 쉬운 문장이 그리워져서 조금씩 해볼 생각으로 잡았습니다. 이 씨리즈는 어휘와 문장을 돌려쓰는 환경 친화적 씨리즈입니다.
잘 가게 나의 적이여 : 트릭시 편
나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은 이 트릭시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나 트릭시의 라이벌이자, 유일한 친구가 죽을 리 없지 않은가. 어떤 음모거나, 계획의 일환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단순히 죽음을 위장해 있는 것이고, 암살범들은 자기네들의 암살 기도가 성공했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를 일 아닌가. 트릭시는 언론이 됐든 소문이 됐든, 왕궁에서 있었던 재판을 찍은 사진이 됐든 아무튼 믿지 않는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죽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이 트릭시가 직접 본 게 아닌 이상 믿을 수도, 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러므로, 나 트릭시는 이퀘스트리아의 공주를 모신 유리관 앞에 늘어선 줄 사이에 끼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 트릭시가 비보를 전해들은 것은 밴후버 공연 때였다.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잡아 놨던 공연을 전부 취소하고 캔틀롯으로 급히 달려왔다. 이 트릭시가 캔틀롯에 당도하던 날, 셀레스티아 공주 본인이 공표한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믿을 수가 없었다.
나 트릭시는, 직접 봐야만 했다.
온 캔틀롯이 슬픔에 잠겨 있었다. 일 년밖에 재위하지 못한 공주의 깃발이 온 집집마다 걸려 있었다. 시민들은 하나같이 상복을 입고 다녔고, 몇몇은 무엄하게도 이 트릭시의 잠재력을 눈치채지 못하고 제적처분을 내린 그 학교에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올렸다. 그 동안 이 트릭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러 사방을 돌아다녔다. 어쨌든 나 트릭시는 그 말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연출이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냥 그래야만 했다. 이 위대한 트릭시의 삶에 유일하게 필요했던 게 트와일라잇 스파클뿐이었으니까.
마법의 원소 정도가 아니면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의 호적수가 될 수 없다. 이 트릭시는 포니빌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로 본좌의 마법을 갈고 닦았고, 위대한 성과를 거둘 때마다 트와일라잇 스파클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 사실을 통지하곤 했다. 그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자신도 놀랐다며 이 트릭시를 북돋아 주었으니, 트릭시가 위대하고 강력하지 않을 리 없다. 스파클 그 녀석도 공주로 승격된 뒤 이 트릭시에게 말해주지 않았던가.
제대로 들은 게 맞다.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는 공주와도 연줄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지, 있다! 있었던 게 아니라 '있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살아 있다. 그래야만 한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죽임을 당하기란 불가능하다. 이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 어쨌든 마법의 원소가 아니냐. 이퀘스트리아의 영웅이 아니냐. 마법과 우정의 공주가 아니냐. 몇몇 돌대가리들이 정책을 싫어하고, 녀석의 마법을 두려워했다고 해서 그 녀석이 순순히 죽어 줄 것 같으냐. 트와일라잇 스파클이나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 정도로 장대한 힘을 가진 녀석들은 마땅히 만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의견이 다르고 멍청하다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지 않으냐. 무엇보다도, 이 트릭시는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꺾고 세계 최고의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알리콘 아뮬렛 같은 멍청한 물건에 의지하지 않는다.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는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포함한 모두에게 알려야만 한다. 이 트릭시는 자신의 실수에서 배움을 찾는 위대한 존재이며, 그러므로 누가 나서서 도와 줄 필요도 없다는 점을 말이다.
자신의, 실수에서, 말이다.
이제 보라, 트와일라잇은 저 모두를 속이는 데 성공하지 않았는가. 자신의 정적들 또한 자기가 죽었다고 믿게 만들었겠지. 하!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도 스스로 죽음을 위장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끔은 그럴 필요도 있으니까.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약만 있으면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가 세상을 버리고 소천하였다고 우민들을 속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트와일라잇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이 트릭시는 스파클이 관짝을 박차고 튀어나와 죽음을 속였다고 공표하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 분명 엄청난 환호를 받겠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좀비가 나타났다고 비명을 지르며 시내로 달아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뭐가 더 마음에 드느냐.
어느 쪽이든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는 저 바보들이 틀렸다는 걸 입증하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른바 '국장'이 치뤄지는 날, 이 트릭시도 장례 행렬에 끼었다. 당연한 일이지. 평소 쓰고 다니던 망토와 모자를 검은색으로 물들여 상복처럼 만들어 입을 수도 있었을 터였다. 겉모습만 그렇게 꾸미는 짓이지. 이 트릭시도 자신의 슬픔을 위장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트릭시는 그러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난 뒤, 이 트릭시는 장례 행렬을 조용히 따라가 왕궁에 이르렀다. 수백 개는 될 꽃다발과 화환들이 검은 리본을 두른 홀에 잔뜩 들어차 있었느니라.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생전에 찍었던 사진을 크게 인화한 것들이 온 벽을 따라 붙어 있었는데, 탄생부터 죽음까지 온 과정이 담겨 있었다.
트릭시가 보기에 이건 참 웃기는 일이었다. 이 트릭시와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똑같이 마법의 재능을 갖고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으냐.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하급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셀레스티아 공주의 제자로 들어가고 만인에게 사랑받는 삶을 살았지. 반면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그치들의 기준이란 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다니던 학교에서도 제적되었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고대의 악을 물리치고, 자신이 마법의 화신 자체임을 입증했다.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는 그 날 먹을 음식을 벌기 위해 더러는 싸우고, 더러는 연기까지 하는 삶을 살았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친구도, 가족도, 자신을 사랑하는 다른 이들도 있었다.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에겐 아무도 없다. 오히려 그 위대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민들에게 미움을 살 뿐이었지.
이 트릭시가 대충 꾸며낸 이야기만 믿고 마을로 작은곰자리를 몰고 들어온 두 우민의 일에 관해 트릭시의 잘못은 하나 없다. 사람을 홀리는 마법 아뮬렛에 홀려 포니빌을 광기어린 폭정으로 뒤집어놓은 것도 트릭시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만나기 전까지 선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지 못했으니, 결국 이 트릭시의 잘못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트릭시를 조금이나마 바꿔놓을 수 있었던 건 트와일라잇 스파클뿐이다. 이 점을 명심하도록.
그럴지언정, 이 트릭시도 알현실 안으로 들어섰을 때는 약간의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게 속임수가 아니라면 어떡하나? 이 트릭시가 같잖은 소리로 스스로를 홀리고 있었다면 어떡하나? 그렇다 쳐도 이 트릭시가 울음을 터뜨렸다는 건 아니다. 그럴 리 없지. 나 트릭시는 트와일라잇이 잘못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잠깐 접어두고 다른 생각을 해보려 했다. 이 트릭시가 그렇게까지 하는 건 드문 일인데. 나 트릭시는 다른 공주들을 향하여 처음으로 시선을 돌렸더니라. 이 트릭시가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였지. 온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강력하고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자들이 어떤 모습이었을 것 같으냐. 검은 베일을 쓴 두 알리콘의 형상은 다른 객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느니라. 그 둘이 트와일라잇을 자매로 여겼던 만큼, 그야말로 눈물이 강처럼 흐르고 있었지. 셀레스티아 공주를 볼작시면 그 누구보다도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더니라.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가 그 모습을 형언할 수 있는 적절한 어휘를 찾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보기는 했으되, 이 트릭시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거의 천오백 년을 살아온 알리콘 공주들이 그깟 연기 하나 제대로 못 할 리는 없지 않은가.
나 트릭시는 이제 그만 현실을 인정하라고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귀찮은 목소리를 떼어낼 만한 다른 화제를 찾아보려 했다. 그 현실이란 건 거짓말이다! 이 트릭시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그 때 이 트릭시의 눈에 익숙한 자들이 들어왔다. 다른 조화의 원소들이었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나 트릭시에게 보내온 서신마다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가던 다섯 친구들 말이다. 또, 이 트릭시가 마법으로 괴롭히고 못살게 군 자들이기도 했다. 저들의 상처와 무너진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얼굴을 포았을 때, 이 모든 게 연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나 트릭시의 의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분홍색 녀석의 갈기는 난파선에 엉겨붙어 흐느적거리는 미역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페가수스 둘, 그러니까 무지개 갈기를 한 녀석은 울지 않으려고 아득바득 악에 받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노란색이었는데, 벌써 펑펑 울면서 무지개 갈기를 한 녀석을 부여잡고 있었지. 농부로 기억하는 녀석은 퀭한 표정으로 관이 있는 쪽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대로 굳어져 석상이 된 것처럼 말이다. 저들 중에서도 가장 예쁜 상복을 차려입은 하얀 녀석은 항상 트와일라잇 옆에 엉겨 있던 조그마한 용 꼬맹이를 달래고 있었다.
트릭시는 그제야 트와일라잇이 보내온 편지에서 저 용 꼬맹이를 언급했다는 걸 기억했다. 이름은 스파이크라 하며, 자기에겐 아들 같은 녀석이라고 했었지. 이 트릭시는 그 누구도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없었다. 그렇게 친절한 부류는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깊은 상처를 떠안은 그 슬픔에 찬 표정이란 이 트릭시조차도 달려가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안쓰러운 것이었다. 품에 안고, 울지 말라고 해주고 싶었다. 나 트릭시의 마법 망토로 저 가엾은 꼬맹이의 눈물을 닦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 트릭시는 그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떨구었다.
이유라면, 이 트릭시는...... 아니다, 그만두자. 그게 사실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말이다.
트와일라잇 스파클, 내 유일한 벗이자 내 영원한 적수는 이제 없다. 진정으로 나를 알아주던 유일한 녀석이 영영 떠나간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어려웠다. 한창 멍하니 서 있을 때, 그 여섯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저들의 시선은 당황스러워하는 것이 확실했지만, 그 안에는 분노가 꿈틀대고 있는 것을 알았다. 속이 싸하게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트와일라잇과는 모든 걸 해결했지만, 그 친구들에게만은 내가 저지른 짓을 사과하고 용서를 빌 용기가 없었다.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되면 저들이 나에게 뭐라고 할까, 무엇을 할까 두려웠고, 저들이 두려웠다. 그래, 결국 마주치고 말았다. 트와일라잇의 장례식에서 말이지. 적당한 자리는 아니었다.
무지개 녀석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한 대 칠 기세였다. 그걸 막아선 것은 하얀 녀석이었다. 고개를 가만히 저어 보이고는, 아주 차분한 표정으로 나 트릭시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를 혼자 있게 해주겠다는 말인 듯싶어서, 재빨리 고개를 마주 끄덕여 보였다. 나 나름대로의 감사 표시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자리를 피했다.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모른다.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내심 등 뒤를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리 될 것이기는 했지만. 순금과 유리로 짠 관 주위를 꽃들이 둘러싼 자리에서 말이다. 조화의 원소를 상징하는 문양이 에메랄드나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잔디밭은 트와일라잇 하나만을 위한 잠자리인 듯싶었다. 녀석은...... 편안해 보였다. 그냥 좋은 꿈을 꾸며 잠들어 있는 표정으로, 천사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대관식 다음 날 찍혀나온 신문에서 봤던 바로 그 옷을 입고 있었다. 몇 군데는 좀...... 슬픈 모양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가슴 위로 모은 두 다리 위에는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꽃들은 하나같이 싱싱해 보였다. 공주, 영웅, 내 진실한 벗에게 걸맞는 작별이었다.
더는 견딜 수 없었다. 트와일라잇의 죽음을 더 증명할 필요도 없었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정말로 죽었다. 분명히 울면서 성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왕성 정원까지 와 있었다. 나는 절규했다. 분노와 절망 속에 비명을 질렀다. 이렇게 죽은 트와일라잇이 미웠다. 이제 나 트릭시가 그 녀석보다 얼마나 우월한지 입증할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렸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소식을 전할 수도 없게 되었다. 당당하게 녀석에게 말을 걸고, 녀석을 친구라고 부르지도 못했는데.
이건 아니다. 이건 잘못되었다. 어째서 트와일라잇 스파클처럼 위대하고 놀라운 녀석 대신 나 같은 살아있는 실패작이 버젓이 살아 돌아다녀야 하는가? 싸구려 카지노 딜러들에게나 어울리는 눈속임에만 능한 나 같은 머저리를 세상이 원할 리가 없지 않는가. 이 세상에는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필요한데.
나는 참담한 심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누군가가 내 곁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의 흰 유니콘이 나를 안쓰러워하는 듯한 눈길로 바라보고 서 있었다. 녀석은 내게 발굽을 내밀었고, 나는 그 발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발굽을 내밀어 잡았다. 녀석은 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워주었다. 내가 본 녀석의 표정은 여전히 당황해 있었다.
"네가 올 줄은 몰랐는데." 그 여자가 이 트릭시를 향해 연민하는 듯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트와일라잇이 맞았네. 너도 변했구나."
"그 녀석이...... 나를 두고 뭐라 말하더냐?" 나 트릭시가 눈을 닦으며 물었다.
흰색 유니콘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자기. 가끔씩 네 이야기를 하던걸.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이야. 몇몇은...... 안 믿었어. 그렇다 해도 지금은 옛날 일을 갖고 아웅다웅하기에는 적절치 않지."
"미안...... 미안하다...... 전부 다." 나 트릭시는 부끄러움에 땅바닥만 쳐다보며 말했다. 그 때 포니빌에서 이 트릭시가 저지르고 만 잘못된 행위들을 사과하기 적당한 시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여자가 한숨지었다. "작은곰자리가 포니빌로 들이닥친 건 자기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 알리콘 아뮬렛은 사람을 홀려 악하게 만든다고도 했고." 나 트릭시는 고개를 들어 서글픈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트와일라잇이라면...... 자길 용서하길 바랄 거라 생각해. 트릭시, 나는 당신을 용서해."
이 트릭시는 한없이 연약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짊어지고 있던 과거의 짐들이 어느 정도는 벗겨진 듯싶었다. 내 앞의 여자가 이 트릭시를 용서할 수 있다면, 다른 녀석들도 그럴 수 있지 않겠는가. "고맙다. 어......"
"래리티야."
"그랬지, 래리티." 이 트릭시가 화답했다.
"그럼 이제부터 어쩔 생각이야?" 래리티가 물었다.
이 트릭시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트릭시는 이제 뭘 어쩌면 좋을지 모른다. 아뮬렛 사건 이후 트와일라잇은 이 트릭시를 용서했고, 트릭시는 트와일라잇만큼이나 자신이 훌륭한 마법사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트와일라잇, 나의 적을 잃은 지금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다시 화려하기만 한 쇼에 이야기나 덧붙여서 팔아먹는 유랑 광대로 다시 돌아가?
이야기라.
이 트릭시의 머리에 떠오른 위대한 아이디어에 두 눈이 절로 크게 뜨였다. 오직 이 트릭시처럼 위대하고 강력한 자들에게나 허락된 발상인 것이다. 이 트릭시는 가슴을 펴고 웃으며 말했다. "글쎄, 이 트릭시는 이제 제일 잘하는 걸 할 생각이다! 온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쇼를 보여줘야지! 나 트릭시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이야기만 할 생각은 아니다. 절대 아니지. 이 트릭시는 위대하고 강력한 트와일라잇 스파클의 이야기도 함께 알릴 생각이다! 이 트릭시가 그 녀석의 위대한 여정을 온 세상이 알게 한다면, 역사의 파도가 몰아치더라도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영원 불멸할 테니!"
래리티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트릭시의 위대한 선언에 감명받은 것이다. "멋진 생각이야, 트릭시. 트와일라잇도 분명히 좋아할 테지."
"이 트릭시에게 그 정도는 일도 아니다." 눈을 천천히 감아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이제 이 트릭시는 소중한 친구가 좋은 데 가기를 빌어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언젠가 이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도 그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는 날, 그간의 수모를 되갚을 수 있는 것이다. 이 트릭시는 눈을 뜨고 조금은 켕기는 어조로 말했다. "이 트릭시가 트와일라잇 스파클의 위대함을 설파하고 다니려면, 마땅히 그를 잘 아는 자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어 봐야 하지 않겠나."
래리티는 나 트릭시를 보며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언제라도 포니빌에 와. 뭐든지 이야기해 줄 테니."
이 트릭시도 따라 웃음짓고, 래리티에게 작별을 고했느니라. 길을 따라 내려가며, 나 트릭시는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의 전설을 온 이퀘스트리아가 알게 하리라는 서원을 세웠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건 오직 이 트릭시처럼 위대하고 강력한 유니콘 하나뿐이다.
떨어진 별의 이야기는 그렇게 온 나라를 따라 퍼져갔다.
트릭시의 위업은 시대를 거치며 기억되었다.
유랑의 세월 동안, 이야기꾼은 단 한 순간도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은 날이 없었다.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 후에야, 그녀는 자신의 호적수와 밤하늘의 별로 다시 만났다.
'Etc. > [Rated Ponystar] 떨어진 별과 남은 자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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