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있어 : 레인보우 대쉬 편
일어났을 때 춥다는 생각부터 들더군. 감기 들 정도로 추웠다는 게 아니야. 얼어붙은 황무지에서나 겪을 법한 추위를 말하는 거야. 추우니까 어디라도 따뜻한 곳을 찾아 날아가야 쓰겠다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웬걸, 집이 아니라 포니빌 길바닥에 엎어져 자고 있었던 거더라고. 그것도 유독 어둑어둑하고 흐린 날에 말이야. 더 이상한 건, 추워 죽을 것만 같은데도 얼굴에 가느다란 바람 한 점 와 부딪치지 않고, 눈이 쌓여 있는 것도 또 아니었단 말이지. 기분 참 이상하더구만. 그래 동네 길바닥에 엎어져 잠든 주제에 어쩌다 집 대신 거기서 잠을 자게 된 건지도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났어.
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 하고 기억을 한참 더듬어 봤는데도 그저 몽롱하기만 하더군. 독한 사이다를 몇 잔 들이킨 것까지는 기억났는데, 그럼 혹시 필름이 끊겼었나 싶더라고. 혹시 또 누가 거하게 장난질이라도 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 핑키 파이가 그랬을 수는 없었지. 그...... 그래, 아주 오래 전부터 축 늘어져 있으니까. 그래도 이게 장난질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오더군. 혹시 곡예비행을 하다가 어디가 잘못돼서 추락했나, 생각해 봤는데, 그러면 땅이 움푹 패이거나 적어도 내가 다친 자리는 있어야 하는 게 맞잖아. 뭐가 잘못됐어.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어.
순간 엄청나게 머리가 아파오더구만. 고개를 막 흔들어서 어떻게 떨쳐낸 다음 주변을 휘휘 둘러보니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오더구만. 첫째, 그 길바닥은 포니빌 번화가로 손꼽히는 자리였는데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는 게 참 이상했어. 심지어 내가 알기로 그 날은 장날이었는데, 그러면 시장이 섰으니 물건을 사고 팔러 길거리를 바쁘게 누비고 다니는 양반들이 득시글거려야 정상이잖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페가수스라고는 그림자도 안 보이더군. 그런데 또 구름은 왕창 끼어 있지 뭐야. 기상관리팀 자식들, 눈에 띄면 온갖 악성민원을 박아 주겠다고 단단히 별렀지. 아니 햇빛 하나 안 새어 들어올 정도로 구름을 갖다두면 안 되잖아.
둘째, 어째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다는 점이야. 뭐라고 할까, 엄청나게 어둡고 음산하다고 해야 하나? 가로등이면 가로등, 집이면 집, 가로수면 가로수, 하나같이 검은 리본을 두르고 있지 뭐야. 그게 무슨 뜻인가 짐작하고 나니, 어째 더 추워 오더구만. 마지막으로 검은 리본을 매단 날부터 벌써 몇 달이 지났지.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좋은 녀석이었고,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위대한 사람이기도 했던 그 녀석을 기리며 그 리본을 매달던 날이 아직도 똑똑히 기억나는데. 아, 진짜 눈물이 엄청나게 차더라고. 거기서는 안 울려고 무진 애를 썼지. 그래, 울기 직전이었지. 그게 뭐? 절친이 죽었는데 너 같으면 안 울겠냐?
미안. 얘기가 샜네. 제정신을 차리고 나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생각하느라 머리를 한참이나 굴려봤는데, 도저히 떠오르지 않더라고. 그래 그냥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그 무서운 리본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거야. 얼마나 무서워졌는지 몰라. 누가 죽었는지는 몰라도 분명 아주 중요한 사람일 테지 싶었지. 마침 옆에 있던 둘, 그러니까 하나는 유니콘이었고 하나는 어스 포니인 사람들한테 물어봐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어.
"저기요?" 사람이 물어보는데 고개 한 번 돌려서 쳐다보지도 않더라. 짜증이 팍 나니 언성도 같이 올라가더라고. "이봐요! 사람이 얘기하잖아요!"
유니콘은 내 말을 끝까지 무시하고 저희들끼리 얘기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 양반이 이렇게 중요한 양반이었다고요? 제가 듣기로는 술에 절어서 하루하루 떡이 되어 있었다고 하던데."
"그 사람이 그렇게 변한 건 몇 달 되지도 않아요. 막 요 근처로 이사 오셨을 즈음이네요. 그 전만 해도 얼마나 굉장한 사람이었는지 몰라요. 온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그...... 우상처럼 봤다고 해야 하나......" 어스 포니가 몸을 떨며 대답하더군.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가 죽더니, 이번엔 이 사람까지 이렇게 되다니 말이에요. 그만하면 됐지 또 이런 비극을 겪어야 한다니......"
유니콘 자식은 비웃더라. "제가 보기엔 그냥 본인이 본인 명줄 재촉한 거에요. 그 말뽄새에, 그 꼬락서니를 하고 다니던 거 보셨잖아요? 그 양반이 겪었을 상실감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공공장소에서 술주정에, 싸움질에 노상방뇨까지 해서 경찰서 끌려가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도움이 필요하면 그렇다고 얘기라도 해야 하잖아요."
"도움을 거부한 거죠. 알코올 중독자들이 그렇잖아요." 어스 포니가 대답했어.
그 자식들한테 제발 이쪽 좀 보라고 온갖 쇼를 하긴 했지만, 그 둘이 쑥덕거리던 얘기는 다 들었어. 알코올 중독 증상이 있는 녀석이라면 내가 아는 녀석 중에서는 베리 펀치 정도가 유일했거든. 유산 상속 문제로 전 남편이랑 이혼하고 나서부터 몇몇 친구들이랑 어울려 질펀하게 마시고 다니더라고. 불쌍한 것. 전에 소식 들었을 때는 좀 나아졌다고 하더니, 이제 또 아니었나 보구만. 그 녀석이랑 그리 가까이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 부고를 들으니 참 마음이 그렇더라고. 그런데, 유니콘 녀석이 뱉어낸 말을 들으니 등골이 싸해지는 거 있지.
"다니던 학교에서도 제적처분됐다고 하더군요. 원더볼트 사관학교였죠, 아마?"
"맞아요, 저번 주였죠. 술에 취해 사고를 냈는데, 후배 후보생이 여럿 다쳤다고 들었어요. 본인은 더 심각했다는데." 어스 포니 녀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덧붙였어. "뭐 그래도 고통 없이 빨리 갔으니 다행이죠. 부딪치는 순간 목이 부러졌다니까."
바로 앞에서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냥 그 사실을 거부하면서 자기 기만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내가 딱 그 짝이었어. 원더볼트 사관학교 학생명단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는 건 포니빌에선 나 하나인 걸로 알고 있었거든. 훈련장에서 소란을 일으켜 제적처분을 받은 것도 나. 그것 때문에 싸움을 일으켜 사람 여럿 다치게 만든 것도 나. 그리고, 사실을 깨닫고 당장이라도 오줌을 지릴 것 같은 것도 나.
그래, 나.
천천히 발굽을 들어 뭐라도 해 보려고 해 봤지. 영화나 소설에서 이런 장면을 내가 얼마나 많이 봤는데. 그런 매체에선 주인공들이 결국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 걸 보고 아, 난 죽었고 유령이 되었구나, 하고 현실을 깨닫잖아. 그 자식의 머리에 대고 발굽을 밀어 보니까, 그 어떤 저항도 없이 머릿속으로 쏙 들어가더라. 아, 내가 죽었구나 하는 걸 확실히 알게 됐지.
그래, 나.
내가 죽은 거였어.
"안 돼에에에에" 같이 절규하거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 같은 짓거리는 하지 않았어. 그냥 그 자리에 서서, 그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려고 골치나 썩이고 있었지. 내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둘도 다른 데로 자리를 옮기더라고. 그쯤 되니 이제 춥지는 않은데, 대신 엄청 외롭고 무섭더라. 내가 정말로 죽은 게 맞으면...... 왜 아직 여기 남아 있는가? 하는 거 있잖아. 왜 내 최고의 친구와 다시 만날 수 없는 거지? 내 영혼을 거두러 낫을 들고 다가오는 창백한 저승차사는 어디 있는 거지? 영원히 귀신으로 여기 처박혀 있어야 하나?
머리를 막 흔들어 봤지. 꿈일 게 뻔하잖아. 벌써 죽었을 리 없잖아. 그럴 수 없지. 아직 원더볼트도 못 됐고, 내가 정말로 죽은 게 맞으면 여기 귀신으로 남아 있을 리도 없으니까. 아니야? 저승으로 끌고 가려는 어떤 힘 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그래, 그건 그냥 꿈이고 이제 일어날 때도 됐다 생각하고 있었지. 문제는 방법이었어. 한참을 머리를 굴리다 보니까, 꿈에서 자기 얼굴을 보면 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게 생각났어. 우주로 막 날아가는 꿈을 꿨는데, 고개를 돌려 고향 행성을 쳐다보니까 별 대신에 내 얼굴이 딱 있더라고. 그 순간 잠에서 깼다고 트와일라잇한테 얘기하니까 걔가 그랬던 것 같아. 내가 진짜 죽었으면 내 장례식도 치러졌겠지? 묘지 정도는 있을 거 아냐?
그래 몸 상태가 영 찌뿌둥한 게 저 꿈 속 유니콘이 지껄인 얘기가 맞는 것 같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하관식에서 얼굴 정도는 보여줬어야 하잖아.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추돌 사고로 죽은 것만은 아니기를 바랐어. 아니, 진짜? 이 내가 사고로 죽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설정이잖아. 또, 감히 나를 두고 그따위로 말한 것도 빈정이 상하더군. 물론 내가 사이다를 많이 마시는 건 사실이긴 한데 그래봐야 한두 병이지 알코올 중독자는 아니란 말이지. 왠지 머리가 더 아파왔는데, 그냥 대충 털어 버렸어.
장례식장은 포니빌 근교에 있었으니까, 거기까지는 또 가야겠더라고. 거기 가면 내 얼굴도 볼 수 있을 거고, 그러면 벌떡 일어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곧장 하늘로 날아올라 가능한 빠른 속도로 날개를 움직였어. 머릿속에 자꾸 이상한 의심 같은 게 올라오길래, 그것들을 밟아 죽이면서 말이야. 이 내가? 이 레인보우 대쉬가? 죽었다고? 그럴 리가. 팔십 이전엔 안 죽어. 구십도 괜찮네. 내가 진짜 죽었으면...... 트와일라잇을...... 만나야 하잖아? 다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어. 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어. 적어도 그때는. 당장 이 악몽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아파오고 있었단 말이야.
포니빌 시립 장례식장까지 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도 않았는데, 거기서 정말 끔찍한 걸 보고 말았어. 커다란 현수막이 입구에 걸려 있었는데, 형형색색의 꽃들로 장식해 놓고는 커다란 글씨로 "레인보우 대쉬 영면하다"라고 박아놨지 뭐야. 그걸 보고도 난 무섭지 않다고, 꿈에게 반항하기라도 하려는 듯 억지로 웃어보려고 했지.
걸음을 옮겨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마음의 준비를 하긴 해야 했지만, 불안하다는 생각은 없었어. 잠깐 자리를 피했다가 조금 있다 올까, 같은 생각은 물론이고 이를 딱딱거리면서 떨지도 않았다는 말씀이야. 그냥...... 그래...... 무섭긴 했지. 너라고 다르진 않을 거 아냐? 갑자기 깼더니 내가 죽었대. 장례식장엘 가니 내 장례식을 하네? 하는 상황이면 너도 정신줄 놓을걸.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기라도 한 양, 빈소 의자마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어. 중앙통로로 걸어 들어가니 거기 있던 양반들은 또 다 엉엉 울고 있대. 기상관리팀 팀원들도 보이고, 원더볼트 사관학교에서 알고 지내던 녀석들도 보였는데...... 글쎄다...... 누가 죽기라도 한 것마냥 그러고 있더라고. 그 스핏파이어가 우는 걸 보고 있자니 내 속이 다 쓰릴 지경이었어. 스핏파이어와는 전에 말다툼을 했었는데...... 그...... 내가 해선 안 될 말을 해버렸었지. 그래도 날 계속 안고 가려던 사람이었는데!
아, 그 생각은 그만두려고 용을 썼지. "나 안 죽었어. 나 안 죽었다고. 씨부랄 나 안 뒈졌어!" 이런 식으로 자기최면을 걸었다고 해둘까. 그래도 별 도움은 안 되더군. 맨 앞줄까지 가니까 더 그랬어.
내 친구들이 거기 다 모여 있더군. 트와일라잇의 장례식에서 울던 것만큼이나 슬프게 흐느끼고 있었어. 아, 트와일라잇. 내가 살아서 견딜 수 없이 미안했던 그 녀석. 그 녀석이 있었다면 아 이건 꿈이구나 하고 안도했을 텐데. 내가 존경하고, 자매처럼 사랑했던 그 녀석이 살해당했다는 얘기를 들은 그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하니. 유리관 안을 바라보던 그 날도 영영 못 잊을 것 같아.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으니. 절대 잊지...... 차라리...... 아니다, 그만두자.
그쪽은 이제 더는 보고 싶지 않았어. 래리티에게 붙들려 겨우 몸을 가누면서 빗줄기처럼 눈물을 쏟아내는 플러터샤이는 정말 보기 힘들었으니까. 시선을 다른 쪽으로 옮겨놓으니까, 차라리 플러터샤이를 보는 게 나았겠다 싶을 정도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더군. 내려앉았다기보다, 추락했다고 해두자. 내 부모님 레인보우 볼트와 파이어플라이가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생명줄을 붙들고 있는 것처럼 서로를 꼭 붙들고 있었으니 말이야. 두 분이 우시는 건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고. 두 분께 가까이 가 뺨을 비벼보려 했지만, 그렇게라도 내가 거기 있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건 이미 몇 번이고 겪은 뒤였지. 꿈이긴 했지만, 그 정도는 해드리고 싶었어.
"아가...... 레인보우야......" 어머니는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계셨고.
"여보 괜찮소...... 이제 괜찮소." 아버지는 어머니를 달래고 계셨어. "이제 편안히 쉴 거요...... 더는 아프지 않을 거요......"
"속을 그렇게 썩으면서 왜 그랬느냐!" 어머니가 아버지의 가슴을 치면서 울부짖으셨어. "왜 어미 말을 안 듣고 다니다가 이리 되느냐...... 아이고...... 아이고......"
마른침을 삼키며 빈소 안쪽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려 보니, 한가운데에 관이 하나 놓여 있더군. 파란색이었는데, 형형색색 천지빛깔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지. 내 갈기 색에 하나하나 대응되는 색깔이었고. 관은 열려 있었는데, 난 솔직히 관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지 그 안은 안 보려고 엄청 애썼어.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았거든. 진짜야.
하지만, 볼 수밖에 없더라고.
결국 보고 말았지.
대체 누가 죽었나 보고 만 거야.
나더라고.
내가 관짝에 누워 있는 걸 보게 되니, 저절로 비명이 나오더라. 어디가 뭉개진 것도 아니고, 흉하게 바뀐 것도 아니었어. 그냥 제복 차림으로 누워 잠자는 모양새더라고.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입술은 어딘가 조금 불만이 있는 듯 앙다물고 있었고. 호흡 없는 가슴팍 위로 두 발굽을 가지런히 모아 얹어두고 있었지. 그래, 뒤로 나자빠져 버렸지. 그리고는 마구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어.
"레인보우 대쉬!"
솔직히, 누가 내 존재를 알아채 줬으면 하고 고개를 홱 돌린 자리에는 스쿠틀루가 검은 상복을 입은 채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매달고 달려오는 모습이 있었어. 잡으려고 했지만 걘 그냥 뚫고 지나가 버리더라고. 제발 저 녀석을 잡게 해달라고 누구에게든 구걸하고 싶은 심정이었지. 다른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냥 공기의 일부가 된 듯 그 녀석이 나를 뚫고 지나가는 걸 볼 수밖에 없었어.
몸을 돌리자, 스쿠틀루가 관으로 뛰어들어 내 시체를 미친 듯 흔들어대고 있더군. "일어나! 레인보우! 빨리 일어나! 날지도 못하는 구데기 같은 놈이라고 불러도 되니까 빨리 일어나! 주정뱅이 등신이라고 해서 미안해! 빨리 일어나!"
더 끔찍한 게 있을 줄은 짐작도 못했지. 스쿠틀루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면서 저 어린것의 가슴을 찢어놨다는 생각을 하니 더 비참해졌어. 저 녀석이 나를 부른 말은 사실에 입각해 있었는데 말이야. 자기 우상이었던 사람을 주정뱅이 등신이라고 부르는 심정이 오죽했겠어. 아, 어쩌면 내 얼굴을 봤는데도 꿈에서 일어나질 못하니 여기서 깨어날 희망은 앞으로도 없겠구나, 하는 깨달음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아냐...... 아냐, 이건 아냐! 일어나야 돼! 당장 일어나야 돼!" 나는 그때껏 그 정도로 처절한 소리를 질러 본 적이 없었어. 하지만 아무도 내 비명을 듣지 못했지.
애플잭이 달려와 스쿠틀루를 달래는 모습을, 그저 젖은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스쿠틀루! 이제 그만해. 레인보우 대쉬는 죽었어...... 이제...... 돌아오지 못해......"
"대체 왜?! 왜 이따위로 죽어야 했는데?! 다 미워! 그 병신같은 알코올도 다 싫어! 나도...... 나도...... 나도 싫어 죽겠어!" 스쿠틀루는 그렇게 비명 같은 울음을 울더니, 얼마 동안 그 자리에서 울음을 다시 눌러 참다가 애플잭의 품에 안겨 다시 엉엉 울기 시작했어. "내가 도와줬어야 했는데...... 내가 도와줄 수도 있었는데...... 왜 내 말은 안 듣고......"
"네 잘못이 아냐...... 몇몇은......" 애플잭이 입술을 깨물고 말을 이었어. "몇몇은 견딜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사람이 바뀌더라고."
나는 계속 그 둘 뒤에 서 있었어. 보이진 않았겠지만, 나도 울었지.
사실을 더는 부정할 수 없었거든. 나 레인보우 대쉬는 죽은 게 맞다고.
그리고...... 알코올 중독이었다는 것도.
'Etc. > [Rated Ponystar] 떨어진 별과 남은 자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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