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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Rated Ponystar] 떨어진 별과 남은 자들

03. Letter of Resignation : Cheerilee

by Mergo 2019. 9. 30.

사직서 : 치어릴리 편

 

 

교장 선생님께,

 

우선 제가 메인해튼 P.S. 134에 도착한 이후 제게 베풀어 주신 모든 호의에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2년 동안 포니빌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기는 했으나, 조금 더 나이를 먹고 학년이 높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건 어떨 것인지 항상 궁금했었거든요. 2학년 담당 기간제 역사교사로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서를 보내주셨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고향을 떠나는 일은 어려웠지만, 다른 연령대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더 났었습니다.

 

여기서 처음 교편을 잡은 날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실수도 몇 번 했었습니다마는, 그래도 어떤 일이 있든지 제가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아,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죠. 포니빌에 있었을 때는 학생들이 오직 공부할 생각밖에 없어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여기에선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에는 관심 없이 파벌 싸움에만 흥미를 갖더군요. 물론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선량한 학생들과 똑똑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와서 말을 걸어주지는 않았어요. 포니빌과는 정반대였어요.

 

이곳 친구들이 좋아라하는 건 연로한 선생님이시더군요. 수업 빠질 생각으로 비위를 맞춰대는 모습이란. 그런 냉대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또 그렇지는 않더군요. 어느 학교에나 불량배, 낙제점, 날라리, 학습장애는 있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문제들도 있었어요. 마약에 흡연, 패싸움은 기본에, 교실에서 성행위를 하질 않나, 제 면전에서 온갖 상스러운 말을 늘어놓질 않나 말이에요! 세상에, 이보다도 불량할 수 있을까 싶더군요.

 

그 때 레갈Regal을 만났어요.

 

레갈이 여기로 전학 온 날이 기억나는군요. 선생님께선 그 친구가 누구인지보다도 그 친구랑 엮여 있는 게 누구인지를 더 강조하셨었죠. 혹시 알고 계셨을지 모르겠는데,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가 포니빌에 있었을 때 저랑 친하게 지냈었던 거 알고 계시려나 모르겠네요. 걔가 죽었다는 얘길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탁월한 지성은 물론 가끔 저와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할 만큼 착한 아이였어요. 수학, 과학을 비롯해 온갖 과목 얘기로 시간을 보내곤 했죠. 트와일라잇은 제겐 둘도 없는 친구였어요.

 

그래, 그 트와일라잇 스파클의 암살범 중 하니의 조카를 맡아 가르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죠. 그 애 삼촌이 가장 끔찍한 범죄에 연루되었으니, 그 아이에게도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거에요. 흩어진 가문의 부와 사라진 가문의 명예를 안은 채, 캔틀롯에서 쫓겨나 새로 정착할 곳을 찾아 떠돌아다녔다고 하니까요.

 

그 끔찍한 일이 있었던 지 몇 년이 지났을 텐데, 지금도 포니빌 출신 포니들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영웅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어요. 그렇더라도, 저는 레갈의 숙부가 저지른 일로 그 애를 판단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대했으면 대했지요. 이런 말씀 드리긴 송구하지만, 학생들은 별로 그럴 생각이 없더군요. 부끄러운 일이죠.

 

레갈이 전학 온 날은 그리 좋게 흘러가진 않았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앞으로 몇 걸음 내딛었을 뿐인데 그야말로 재앙 같은 분위기가 되었으니까요. 학교에 떠돌던 소문 때문에, 학생 전부가 레갈에 대해서 알고 있었어요. 몇몇은 끊임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다른 몇몇은 반역자의 조카가 된 기분이 어떠냐고 묻기도 했어요. 심지어는 숙부가 산 채로 화형주에 묶여 불타는 현장에 너도 구경 갔는지 물어보는 애들도 있었어요. 레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무시하려고 했죠. 학생들은 그 애가 농아거나 지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굴더군요. 여기 옮겨 적기조차 부끄럽지만, "저능아 레갈"이라고 부르더군요.

 

그 중에서도 볼더 브롤러와 플레어가 가장 악질이었어요. 이 둘은 처음부터 레갈을 괴롭혔어요. 그 때는 물증이 없었지만, 그 둘이 레갈의 사물함에 "살인자는 필요없어" 라고 락카로 낙서를 해놓은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지요. 단언컨대, 제 교직 인생에서 그 둘보다도 심한 벌을 받은 녀석은 단 하나도 없어요. 아니, 그 둘이 제 제자였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군요. 그래요, 제가 보고를 드리자마자 진즉에 제적했어야 할 그 둘 말입니다. 선생님께서 그러시기만 했으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거에요.

 

레갈은 친구를 사귈 수 없었어요. 친구가 뭔가요, 온갖 트집에 구실로 하루가 멀다하고 괴롭히는 마당에 말이에요. 숙부가 저지른 일 때문에 손가락질을 당하고, 항상 혼자 조용히 지낸다는 이유로 '또라이'라 불렸다고요. 학교에 혼자 남았을 때 그 애 혼자 울던 것만 해도 몇 번이에요. 그 애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 게 수십 번인데, 항상 제게서도 등을 돌려 달아나더군요.

 

그때껏 지도해 온 어느 학생들보다도 레갈이 가장 걱정되었어요. 제가 내린 벌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건 그쯤되니 아무 상관 없어지더군요. 누구라도 레갈을 놀리거나 때리는 학생이 있다면 벌을 줬어요. 대부분은 볼더 브롤러와 플레어였죠. 학부모 소환까지 시도해 봤어요. 그게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그냥 사춘기 때는 다 그런 거라면서 대충 뭉개고 넘어가려 들더군요. 플레어의 아버지가 최악이었어요. 그 작자는 아들을 말리기는커녕 "저 애새끼에게 똑똑히 알려줘라. 저 족속들은 절대로 공주 시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이다." 하고 독려하기까지 했으니까요.

 

세상에, 그런 학부형만큼 구역질나는 작자들은 또 없을 거에요.

 

교장 선생님과 동료 교사들까지 끌어들이려고 했던 건 기억하시겠죠. 하지만 대부분이 레갈을 좋아하지 않거나,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레갈처럼 무리에 끼지 못하고 겉도는 학생들이 수십 명은 되었을 거에요. 선생들은 자기가 신경 쓰는 학생들만 신경 쓰기 마련이고요. 아, 물론 교장 선생님은 콧방귀도 안 뀌셨죠. 어차피 1년짜리 기간제 교사고, 앞으로 몇 달만 지나면 돌아갈 테니까 말이에요. 그러니 레갈을 보살필 유일한 교사는 저밖에 안 남은 거죠.

 

어느 날, 학부모 면담이 있어서 레갈의 집에 가게 되었어요. 레갈의 어머니와 얘기해보려 했지만, 가문의 일이니 끼어들지 말라고만 하더군요. 그 아이를 돌봐주지 않아서 레갈이 괴롭힘을 당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저는 도움을 드리려고 왔다, 고 했지만 제 말을 듣지 않았어요. 저는 어쩔 줄 모르고 그 자리에 서서, 레갈의 어머니가 제게 쏟아내는 욕설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어요. 그때껏 레갈과, 그 어머니에게 가해진 부조리에 대한 분노를 쏟아낼 곳이 필요하리라 생각했으니까요.

 

제가 집으로 돌아가려 몸을 돌렸을 때, 레갈이 다가와 대신 사과하겠다고 하더군요.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그래도 바뀌는 건 없을 거라고 말했어요. 숙부의 죄를 평생 짊어지고 살게 되었다고, 그러니 제가 아무리 뭐라 말하더라도 자기 인생은 끝장난 거라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계획을 짰어요. 돌아보니 해선 안 될 끔찍한 일을 저질렀구나 싶네요. 제가 조금만 더 계획에 신경 썼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계획을 짜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었는데, 제가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것밖에는 잘 모르겠어요.

 

알리콘 네 분이 각자 어떤 발자취를 남겨 오셨는지 얘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그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배우는 건 항상 신나는 일이기 마련이라 학생들도 집중해서 듣더군요. 루나 공주님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이트메어 문으로 추락하셨을 때 이야기를 부러 자세하게 들려주었죠. 그분이 몰고 온 공포와, 그 대가로 자신의 자매인 셀레스티아 공주의 손에 달로 유폐되었다는 것도요. 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분은 그 때의 일들을 무겁게 짊어지고 계시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그분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것이 결론이었어요. 태음근위대 대원들은 모두나이트메어 문의 편을 들어 반란을 일으킨 가문의 후예들이지만, 그 또한 위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분들로 인정받고 존중받고 있다는 것도요. 볼더 브롤러는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배반한 박쥐 포니들이 처단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어요.

 

이퀘스트리아의 법률은 누군가를 해한 자라 할지라도 용서하고 교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해주었죠. 복수보다 더 나은 길을 찾아야 한다는 걸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여러 차례 피를 흘렸던 그리폰들과도 동맹을 맺는 것이고, 크리살리스 여왕이 제거된 지금 체인질링들과 평화협정을 맺으려고 하는 것이라고요. 즉슨, 내란죄를 저지른 박쥐 포니도, 전쟁을 일으킨 그리폰도 이미 오래 전에 죽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 그걸 들먹이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쐐기를 박았죠.

 

그쯤되자 학생들이 저희들끼리 쑥덕이기 시작하더군요. 더러는 레갈을 쳐다보고 있기도 했어요. 트와일라잇 공주의 죽음과 레갈은 아무 관련이 없으며,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더없이 나쁜 짓이라고 드디어 깨닫는구나 싶었죠. 레갈도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다 알아듣고 있었어요. 그 아이의 두 눈에도 희망이 찾아들더군요.

 

다 좋았는데, 플레어 녀석이 모든 걸 망쳐놓았어요.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의 일대기는 대관식 선에서 마무리지었는데 말이에요. 그쯤에서 이야기를 마칠 생각이었는데, 플레어가 암살 사건도 얘기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레갈의 숙부처럼 탐욕에 찌든 마종차별주의자에 있는 척만 해대는 저 귀족 나으리들이 공주를 죽인 걸 확실히 해둬야 한다고 했어요. 플레어가 입을 다물게 하려고 하던 차에, 레갈이 자리에서 몸을 떨고 있더군요.

 

플레어는 계속 입을 놀렸어요. 암살범들이 화형대에 묶여 불에 타죽을 때, 나머지 가문 사람들도 다같이 그 화형대에 묶여 죽었어야 했다는 거였어요. 가문의 일원이 그런 반역행위를 저지르는 것도 몰랐으니 죽어 마땅하다고요. 플레어보고 그 입 좀 다물고 있으라고 했는데, 전혀 개의치 않더군요. 셀레스티아 공주께서 암살범들을 잡아들일 때 실수를 한 게 아니냐고요. 평생 그 죄를 짊어지고 살게 하느니, 차라리 그 때 태워 죽이는 게 낫지 않았냐고......

 

플레어를 내쫓으려고 하던 찰나, 레갈도 참다 참다 더는 못 참겠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그러고는 큰 소리를 지르며 플레어를 온 힘을 다해 걷어차더군요. 플레어는 사람 살리라고 소리지르고, 다른 학생들은 아무것도 못 하고 자리에 앉아 그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죠. 급히 레갈과 플레어를 떼어 놓기는 했는데, 플레어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어요. 피를 흘리면서 하는 말이, 레갈이 자기를 죽이려 들었다고 꽥꽥대는 소리더군요.

 

레갈이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어요. 그 아이는 제게 매달려 울었고, 저는 그 아이를 꼭 안아 주는 것밖에 하지 못했어요. 그 때 저는 분명히 들었어요. 레갈도 들었을 거에요. 학생들이 보기에 레갈은 괴물 그 자체가 되어 있던 거에요. 그렇게 제 계획은 실패했죠. 그 망할 애새끼 하나 때문에!

 

그 날 수업은 취소했어요. 플레어의 부모라는 자들이 찾아와 한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고는, 레갈을 제적시키라고 하더군요. 전 할 만큼 했는데 말이에요. 그래, 당신네들 아들이나 똑바로 간수하라고, 더 이상 수업을 방해하거나 레갈을 괴롭히는 게 포착된 순간, 플레어가 대신 제적될 줄 알라고 받아쳤죠. 아주 불같이 화를 내더군요. 그래도 더는 말하지 않았어요. 선생님께선 레갈을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하셨었죠. 학교의 평판을 손상시키고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하셨었죠?

 

선생님,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선생님보다 더 학교의 명예를 신경 쓰는 교직원이 또 없다고 생각이 드시면, 좆이나 까잡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 주 주말에 레갈의 집에 찾아가려고 했지만, 무어라 할 말이 없더군요. 그 때 가기만이라도 했다면 월요일에 있었던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요, 그 누구도 그 다음 주 월요일을 잊지 못하겠죠.

 

선생님, 저는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누구에게도 진상을 밝힌 적이 없어요. 경찰한테도 말하지 않았죠. 그건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말할 수 있겠네요. 우리가 어떻게 레갈을 실망시켰는지, 똑똑히 알아두셨으면 좋겠군요.

 

그 다음 주 월요일이 되었을 때, 저는 평소처럼 학생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날을 기점으로 자기들 인생이 완전히 뒤바뀔 것도 모르는 채, 하나하나 등교해 들어왔죠. 그 날 레갈은 지각을 했어요. 심한 괴롭힘을 당하고 나면 으레 학교를 쉬곤 했으니,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죠.

 

출석을 부르기 시작한 지 오 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레갈이 교실에 들어왔어요. 가방을 멘 채 씩 웃고 있더군요. 오늘은 좀 늦었구나, 들어가 앉으렴, 이라고 했는데, 레갈은 발굽을 들어 보이고는 오늘은 자기가 할 말이 있다고만 했어요. 뭐라고 하지도 못했었요. 뭐라도 말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요. 그리고는 교단으로 걸어 올라와 반 아이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분명히 볼더 브롤러와 플레어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러고는 그 둘과 급우들에게 사과할 게 있다고 하더군요. 너희 말이 맞다고, 나는 추악한 괴물이라고. 우리 가문이 영영 사라져 버렸어야 했다는 플레어의 말도 맞다고 말이에요.

 

그 순간, 레갈이 염동력으로 그걸 꺼낸 거에요.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데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더군요. 레갈의 가문이 추방당하고 난 뒤 가문에 남은 게 거의 없다고만 알고 있었지, 설마 그걸 갖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전에 한 번 본 적은 있지만, 그건 사진으로 본 거였어요. 그리폰제 권총이었다고요. 그 아이가 가방에서 꺼내 학생들에게 들이민 게, 그리폰제 단발권총이었다고요.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그저 두려움에 빠져 레갈을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죠. 학생들은 총구가 자신을 향할 때마다 조각상처럼 싸하게 굳어졌고요. 부끄럽게도, 저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포니빌에 있으면서 나이트메어 문이나 작은곰자리, 패러스프라이트, 에버프리 숲 침공사건 등 온갖 일들을 겪었으면서 말이에요. 결국 저도 총을 든 사람 하나에게 겁을 먹은 거에요.

 

총을 내려놓으라고, 같이 얘기를 해 보자고 말하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죠. 레갈은 총구를 자신에게 겨누고는 방아쇠를 당겼어요. 총탄은 훌륭하게 격발되었고, 앞줄에 앉은 학생들과 온 칠판에 그 아이의 피가 튀었죠. 그리고 비명이 시작되었어요.

 

그 다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기자들이 들이닥치고, 감찰단이 뜨고. 심지어 공주님들과 조화의 원소들까지 엮여 들어왔죠? 그야말로 공포스러웠죠. 이 일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요. 끝나기는 할까 의심스럽네요. 그래, 어떻게 됐나 한번 볼까요? 스무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자살 목격 트라우마를 평생 지고 살게 되었죠. 남자애 둘과 가족들은 그런 인간 쓰레기를 키웠느냐는 집단 반발 때문에 여길 떴고요.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아들 뒤를 따라갔어요. 그리고...... 저도 더는 못 견디겠고요.

 

저는 그 누구도 지킬 수 없었어요, 선생님.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부족했나 봐요. 조금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않았네요. 너는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그 치욕을 굳이 견디지 않아도 된다고, 그 말 한 마디만 해주었으면 되었을 아이도 지킬 수 없었죠. 사실, 그러지도 못했지만 말이에요.

 

그러므로, 저는 이 학교를 그만둘 생각입니다. 선생님이 뭐라고 설득하려 하시든 상관없어요.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이 학교는 역겹기 짝이 없어요. 착한 학생들과 착하게 지낼 수 있는 포니빌로 갑니다. 여기서 있었던 일은 절대 잊지 않겠어요. 선생님도 잊지 못하게 될 거에요. 메인해튼 신문사에 이 편지의 사본을 보냈거든요. 머지않아 기자들이 몰려들어 왜 그 학생을 지키지 않았는가 물어올 거에요. 이퀘스트리아 교육의회에서도 나름대로 이 건에 대해 조사를 해보고 싶어할 거에요.

 

그간 신세 많이 졌습니다, 선생님. 부디 선생님께서 지옥에서 영원히 썩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치어릴리 올림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을 기쁘게 기다리던 자들과 다시 만났다.

 

그리고 오랫동안,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메인해튼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지키지 못했던 아이에 대해서도.

 

 


역자후기

 

학교 폭력 근절.

 

착한 브로니는 친구 괴롭히지 마십시오. 후렌드십 이즈 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