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14 [InsertAuthorHere]고기의 맛A Taste of Meat 고기의 맛 눈앞에 들이밀어진 음식을 하나하나 살펴볼 때마다 선셋 시머의 위장이 뒤틀렸다. 이쪽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서부터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품는 혐오감은 다분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이퀘스트리아의 학교 카페테리아의 음식이 더 낫다는 뜻은 아니었다. 굳이 선셋이 어린 급우들에게로 고개를 돌리지 않더라도, 일 년에 열다섯씩은 양호실 급행열차를 타게 만드는 빙산 샐러드 이야기나, '셀레스티아 서프라이즈'라는 음식은 악몽의 밤 축제가 끝나고 나서 뒤에 남은 찌꺼기를 긁어모아 만들었다는 괴담이 횡행했다. 그리고 다시, 선셋은 더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고 지냈었다. 셀레스티아 공주의 수제자가 누리는 특권 중에는 이퀘스트리아의 농작물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들로만.. 2019. 11. 2. [SkyWriter]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차를 싫어해Princess Celestia Hates Tea : Part II "미각이상 증세 같군요." 저마다 종이조각 하나씩 들고 부산히 달려드는 처부 차관의 무리를 헤치고 걸어가던 중, 옆에서 걷던 카두케우스 선생이 말을 꺼냈다. "감기 조심하라는 걸로 알죠." 농담조로 한 마디 던졌다. 나 자신이 처해 있는 이 웃기지도 않은 곤경 때문에 갈수록 자포자기하고 있던 참이어서, 흡사 추수한 곡식을 탈곡하기라도 하듯 결재서류 위로 승인 도장을 마구 찍어 주고 있었기 때문에, 차관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언제나 오늘 같기만을 바랄 것이었다. 정말 얼마 안 되는 수의 서류를 제외한다면, 죄다 거기서 거기인 한 뭉치 종이 더미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예를 들어 본다면, 등 뒤로 몇 백 야드 정도 떨어져 있는 장식용 꽃병에 행정결정권을 주는 것에 대한, 아주 인상 깊은 포트폴리오와 같.. 2019. 9. 21. [SkyWriter]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차를 싫어해Princess Celestia Hates Tea : Part I "공주님, 차를 드시겠습니까?" 회갈색 몸을 한 여성 유니콘이 수도 없이 쌓아 둔 왕실용 찻주전자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한 주전자 하나를 들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그렇게 하지요, 코지 부인." 대답하며 옛 유니콘 마법을 일으켜 예스럽고 아름다운 마호가니 티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고풍스럽고 화려한 무늬가 들어간 찻잔을 들어 가져왔다. "제가 차 향을 잘못 맡은 게 아니라면, 오늘 아침 티타임은 국산 오렌지 페코겠군요. 그렇지 않은가요?" * 오렌지 페코(Orange Peko): 길고 얇으며 털이 많이 난 찻잎. 작은 새싹이 붙어 있기도 함.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공주님." 코지 부인이 대답하고 이어 말했다. "공주님께서 어떤 차를 즐기시는지 잘 아니까요. 공주님께서도 이미 아시겠지만,.. 2019. 9. 21. [SS&E]이명耳鳴Tinnitus By. ShortSkirtsandExplosions The Bad Place 혹시 들어 본 적 있느냐? 귀 깊숙한 곳에서 들리는, 무엇인가 울리는 듯한 조그마한 소리 말이다. 쉬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는데,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변화하고, 끝내는 이 방의 벽과 타일 바닥까지 먼지 덮인 한 장 바닥처럼 만들어 버리는 그런 소리. 이동식 의료 선반을 밀며 다가오는, 간호사님의 우렁차게 질질 끄는 발걸음 소리가 들릴 때는 감쪽같이 사라지지. 의사 선생님이 예후를 보러 집에 잠깐 들르실 때는 한쪽 구석에 가 숨어 있다가, 의사 선생님이 나가시자마자 구렁이 담 넘듯 슬쩍 빠져나와 옆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귀울음 소리는 그걸 의식하든지 말든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가만히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점점 더 크게 울어댈 .. 2019. 9. 7. [InsertAuthorHere]현실 직시Keeping your hooves on the ground 플러터샤이의 오두막집 위쪽 문은 입에 종이 가방 하나를 단단히 문 레인보우 대쉬가 도착할 때까지도 열려 있었다. 아직도 오두막집 바깥 한쪽에 스쿠틀루의 스쿠터가 잘 기대고 서 있어서, 큐티마크 크루세이더 아이들이 여전히 작업 중이라는 것을짐작할 만 했다. 푸른 포니는 싱긋 웃으며 집 안으로 고개를 쑥 들이밀었다. 오두막 안에선 플러터샤이와 큐티마크 크루세이더 아이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애플블룸과 스위티벨은 가구용 광택제를 흠뻑 묻힌 헝겊으로 테이블 하나를 열심히 닦아내고 있었고, 스쿠틀루는 커튼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으며 플러터샤이는 기르던 동물들이 밥을 먹고 남은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 레인보우 대쉬조차 경이로울 정도로 말끔해진 자리에 놀랄 정도였다. 바로 며칠 전에 폭풍이 덮친 집이라.. 2019. 8. 4. [SS&E]좀 있으면 깨겠지Soon I'm going to wake up Appendices 라이라 하트스트링스는 포니빌 공원의 바람 부는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혼자였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하늘 위에 걸려 있었다. 나무마다 붙어 있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라이라의 발걸음 소리를 지워주었다.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자, 언덕마루였다. 망아지 몇몇이 완만하게 경사진 풀밭 위를 뛰놀고 있었다. 몇몇 꼬마들은 빈 종이 상자 안에 들어가 썰매 삼아 타고 놀고 있었다. 그다지 매끄럽지는 않은 경사면을 타고 내려가서는, 까르르 웃다가 다시 언덕 꼭대기까지 열심히 끌고 올라가서는 다시 타고 내려가고, 다시 끌고 올라가고 있었다. 오후 내내, 그 아이들은 이 매혹적인 반복을 즐기며 놀 것이었다. 슬슬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거나, 종이 상자가 뜯어지고 나면 그 놀이 또한 끝날 것이.. 2019. 8. 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