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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E/포니 최후의 날 : 아웃라인

End of Ponies, Outline 7 : Trixie, Manehattan(2)

by Mergo 2019. 8. 18.

Trixie

 

- 이번 장은 최종 결전을 앞두고 심호흡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는 느낌으로 기획했다. 이 장이 끝난 다음부터는 긴장이 완화되는 장면이나, 일상의 한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을 넣을 생각 없었다. 이제부턴 개같은 일들의 연속이거든.

- 이번 장에선 하모니가 재앙과 관련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시간 여행은 순수하게 하피에게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 과거편에서 스쿠틀루의 행보를 보면 짐작하겠지만, 과거에서 보낸 시간과 현재의 시간은 비례해서 흘러간다. 이론적으로 생각해 보면, 트릭시 근처에 오래 붙어 있으면 붙어 있을수록 하피가 유적 건물을 수색하는 동안 과거에 더 오래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난다. 스쿠틀루 본인이 내몰렸던 막다른 길목을 포함해서 말이지. 그렇다면 하모니의 목적은 단 하나로 귀결된다. 가능한 트릭시의 옆에 붙어서 최대한 오래 과거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 트릭시 본인은 하모니의 무례한 행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모니가 형상을 갖추고 나타나고 얼마 뒤, 트릭시는 무대 앞에 모인 관중들 앞으로 나아간다. 하모니는 무대로 올라가는 길에 끼어들어 트릭시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던 트릭시는 군중들에게 하모니를 '댄스 파트너'로 소개한다. 스쿠틀루는 마침 춤추는 데 일가견이 있던 참이어서, 무대에 가세한 하모니의 안무는 군중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고, 트릭시가 보기에도 굉장한 것이었다. 트릭시가 여기에 애드리브를 더하여, 그 날 밤 공연은 굉장한 성공을 거둔다. 트릭시가 자신의 새로운 '행운의 부적' 같은 하모니를 치울 생각을 안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 일이 그렇게 되긴 했는데, Boast Busters 에피소드(시즌 1 에피소드 6)의 사건을 거치며 트릭시는 빈털터리가 되어 뒷골목에서나 겨우 공연하고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신세가 된다. 포니빌에서 쫓겨난 이후 트릭시의 태도는 갈수록 무례해지고 형편없어져 갔고, 종국에는 자기가 빠진 구멍에서 헤어나올 힘조차 잃은 게 아닌가 싶은 지경에 이른다.

- 그날 밤 이후 하모니는 자신의 지식을 마법 공연에 덧붙였다. 엔지니어링 기술과 조명 기술을 바탕으로 공연을 더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다. 이 둘은 자신들을 지칭하는 팀 이름을 하나 지었고, 그 순간부터 트릭시의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기 시작한다. 그 동안 이 둘은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 가고 있었고, 하모니는 시간을 넘나들며 익혔던 우정의 기술들을 동원해 트릭시의 성격을 조금씩 개조해 나갔다. 트릭시는 여태껏 누군가와 이토록 오랫동안 지내 본 적이 없었고, 하모니가 보여주는 미덕은 트릭시를 조금씩 감화시켰다. 특히 한 차례 치욕을 당한 후 되찾은 희망과 용기가 큰 요인이었다.

- 하모니, 즉 스쿠틀루에게는 트릭시와 보낸 시간이 지금까지 보낸 시간들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다. 이퀘스트리아의 심장이자 수도인 캔틀롯에서 즐거운 웃음과 따뜻한 인정에 끼어 보낸 시간이다. 사실, 이 시간은 스쿠틀루가 경험하고 싶었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 다음 장면은 하모니가 황무지의 무지개 신호소의 미니어처 버전을 만드는 모습이다.

- 이번 트릭시는 I remember Rainbow Dash(SS&E 선생의 다른 작품)와 닮아 있다. 트릭시는 사로스 포니의 후손으로, 그 때문에 광감수성이 강하다. 즉, 맨살이 햇빛에 노출되기만 하더라도 말 그대로 피부가 불타 버리는 것이다. 트릭시는 이 때문에 자신의 마법사 로브에 보호 주문을 걸어놓고 어딜 가든 항상 입고 다니는 것이다. 트릭시의 허벅지는 광감수성 때문에 말 그대로 불타 버렸고, 이 때문에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큐티마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큐티마크의 부재는 스쿠틀루와 동질감을 형성하는 요소다.

- 이 둘은 마침내 최대의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는다. '이퀘스트리아 갓 탤런트' 쇼가 캔틀롯 오페라 하우스에서 개최된 것이다. 트릭시와 하모니는 말끔하게 차려 입고 이퀘스트리아 연예, 문화계의 중심 행사에 참석한다. 하모니는 별빛이 반짝이는 듯한 눈을 한 채 무대 뒤에서 감격에 젖는다. 그녀와 트릭시는 목소리를 잃은 게 틀림없는 어스 포니 하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 때, 하모니는 비행선에서 항상 틀어놓고 있던 그 음악을 듣게 된다. 이번에는 날것 그대로의 소리고, 보다 섬세하고, 실재하는 소리였다. 하모니는 입을 쩍 벌리고 고개를 돌려 진짜 옥타비아 멜로디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것도, 자신이 방금 마주친 그 포니였다는 것도. 하모니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행복감에 탈진 상태에 이른다. 옆에 있던 트릭시는 놀라서 하모니를 달랜다. 이 순간의 경험은 하모니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영적 체험과도 같은 것이었고, 지금까지 꿈꿔 왔고 상상해 왔던 이퀘스트리아 문화의 정점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체감되기 시작한다.

- 하모니는 트릭시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 왔고, 이제 과거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둘은 하모니가 사라지기 전에 겨우겨우 공연을 마치는 데 성공하고, 저명한 문화계 인사들에게서 찬사와 갈채를 받는다. 그러나 이 둘이 무대를 내려가는 순간, 근위대 한 무리가 나타나 이 둘을 오페라 하우스 가장 높은 곳의 발코니 좌석으로 연행한다. 트릭시와 하모니는 처음에는 그저 불안해할 뿐이지만, 이내 말조차도 잃는다. 이 둘을 소환한 것이 다름아닌 셀레스티아 공주였기 때문이다.

셀레스티아 공주가 고급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던 게 화근이었다. 셀레스티아 공주가 엔트로파 공주 특유의 색을 알아본 것이다. 셀레스티아 공주는 하모니가 누구이며 어째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인지 설명하도록 명령한다. 하모니는 더듬거리며 말을 꺼내놓는데, 존재가 점점 희미해져 간다. 격정을 이기지 못한 하모니는 트릭시에게 사과한 후, 셀레스티아에게 할 수 있는 말들을 전부 꺼내놓으려 한다. 되는 대로 지껄이던 말이 이퀘스트리아의 멸망과 오닉스 이클립스에 다다랐을 때, 시간이 다 되고 만다. 공명이 멈추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하모니는 발작적으로 셀레스티아 자신의 학생에게 물어보기를 간청한다.

- 결국 하모니의 모습은 흐려져가고, 현재 시점으로 끌려간다. 눈물로 범벅이 되어 지친 채 말이지. 숨을 내쉴 때마다 온 방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이 들며 깨어나고 나서야 스쿠틀루는 기나긴 시간이 지나 이제 유적 안에 하피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사실을 말하자면 하피들이 밖으로 나가 준 건 사실인데, 유적 건물 바깥에 진을 치고 앉았다는 것이다. 스쿠틀루는 하피 둥지 한가운데에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고.

- "아 썅."

 

 

Manehattan(2)

 

- 하피들이 스쿠틀루를 향해 덤벼든다. 스쿠틀루는 흡사 성룡과도 같이 가능한 한 많은 하피들을 때려눕힌다. 몸을 빼서 달아나야 하지만, 사로스의 서가 없이 달아날 수는 없었다. 조리용 솥 안에 넣어둔 사로스의 서를 발견한 여자는 재빨리 책을 낚아챈다. 그리고 트릭시의 유골 한두 점을 챙긴 뒤 몸을 날려 하피로 득시글거리는 유적 밖으로 탈출 비행을 시작한다. 하피들은 말총에 닿을랑말랑할 정도로 맹렬히 추격한다.

- 스쿠틀루는 하피들을 때려눕히면서 탈출로를 개척하려 하나, 그 과정은 좌충우돌에 오리무중이다. 스쿠틀루는 겨우 한 무리 하피들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하지만, 하피의 더러운 발톱이 얼굴을 깊숙히 할퀴고 지나간다. 이 때문에 앞으로 스쿠틀루는 남은 분량 내내 선명한 흉터를 달고 다녀야 한다. 저런! 쯧쯧

- 이제 하피들은 고층 건물을 비롯한 온갖 건물, 횃대에서 날아 들어온다. 하피가 스쿠틀루를 완전히 포위했을 때는 스쿠틀루 본인도 이제 여기까지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 때 탈론 함에서 골든 갱이 급강하해 내려온다. 길다와 조직원들이 하피 몇 마리를 찢어 죽이고 스쿠틀루를 낚아채 재빨리 탈출한다. 승선한 뒤, 스쿠틀루는 피칠갑을 한 지친 몸뚱이로 주저앉아 있다. 격노한 스토우는 지금까지 어디 처박혀 있었던 거냐며, 탈론 함이 몇 날 며칠을 메인해튼 상공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껌딱지 한 마리 찾겠다고 빙빙 돌고만 앉아 있었다고 비난한다. 길다가 지시해서 한 것뿐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귀중한 자원을 낭비해 가면서 그딴 짓거리를 하지 않았을 거라면서 몇몇 조직원들이 가세한다. 길다는 스토우와 스쿠틀루를 데려다 앉혀 놓고 대화를 시도하나, 오히려 골든 갱이 길다를 향해 반기를 드는 결과만 초래한다. 이제 길다는 스쿠틀루를 보호해 줄 입장이 못 되는 것이다.

- 스쿠틀루는 사로스의 서를 들고 포니빌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대가로 셀레스티아의 일기를 줘 버렸고, 길다네 조직원들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틀어졌으며, 길리엄과 피트가 스쿠틀루를 추격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스파이크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제 스쿠틀루가 오닉스 이클립스를 탐구하고, 어떻게 재앙을 막을 수 있을지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상황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