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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E/포니 최후의 날

Chapter 10. Where you lay your head / 재번역 필요

by Mergo 2019. 8. 25.

칙칙한 회색의 안개 속에서 뒤틀린 유골들이 밀물처럼 밀려왔고, 마구 비틀린 나뭇가지들이 수도 없이 그 뒤를 이었다. 그것들은 이내 재앙의 불꽃에 불타 한 줌의 재와 검댕으로 변해 버렸다. 죽은 과일의 가죽처럼 뻣뻣한 조각은 그것들이 좀 더 가까이 보이자 이내 떨어져 내렸고, 과일나무는 서서히 썩어 속이 비었다. 죽은 나무를 붙잡고 있는 대지는 척박한 바위투성이의 땅을 향해 그 살점을 튀겨 놓았다. 죽음의 땅 위로 대지의 검은 살점이 가루가 되어 아무렇게나 튀겨져 있는 모습은 마치 화산이 터지며 튕겨져 나온 화산재처럼 보였다. 마치 이 죽음의 땅에 다시 한 번 더 영겁의 침묵을 가져온 것처럼.

 

스쿠틀루는 비행선 고도를 조절하며 조종석의 레버를 밀었다. 하모니 호의 고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불탄 숲의 땅을 훑어보는 중이었다. 고글 뒤의 그녀의 눈이 가늘어지며 몇십 미터 앞의 황무지를 가리는 뒤틀린 나뭇가지를 향했다. 최적의 장소였다. 그녀는 비행선의 속도를 낮추며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갔다. 비행선은 바로 앞에 있던 거대한 나무에 거의 닿을 듯 하며 멈추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울퉁불퉁하게 뒤틀린 나무였다. 그녀가 비행선 오른편에 달린 갈고리를 꺼내 그 나무에 던져 걸려는 순간, 석화된 나무 껍질이 재로 변해 흩어져 버렸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정용 갈고리를 걸어 비행선을 고정시켜 놓고 비행선 문 밖으로 나왔다.

 

약 20분 정도를 더 낑낑대고 나서야 간신히 비행선을 묶어 둘 수 있었다. 비행선을 묶어 둔 네 개의 사슬은 각각 다른 나무 줄기를 찌르고 들어가 박혀 있었다. 비행선 계류는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나머지 장비를 챙겨 비행선 앞으로 훌쩍 뛰어내려 남서쪽을 향했다. 그녀는 걷던 도중 아기 드래곤의 이빨을 들어 눈 앞에 가져다 댔다. 이빨은 오렌지색 줄에 매여 그녀의 목에 걸려 있었고, 얼굴 가까이 가져가 들여다보던 그녀는 이내 이빨에서 발하는 부드러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앞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살짝 왼쪽으로 틀어져 있었다.

 

그녀는 드래곤의 이빨에서 나오는 신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양쪽 옆에는 딱딱하게 굳어져 돌처럼 된 사과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마치 꽁꽁 묶인 채 죽음을 맞이한 시체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가 사과 나무들을 지나쳐 갈 때마다 나무들은 서서히, 조금씩 부서지며 재가 되었다. 차가운 대지 위로는 깃털 같은 하얀 조각들이 덮여 흰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맑은 소리로 노래하던 새들은 죽어 떨어져 이렇게, 25년의 세월을 버텨냈다. 어디선가 메마른 냄새가, 이 죽음의 땅의 냄새가 스며들고 있었다. 이 공허의 땅을 뒤덮고 그저 맴돌 뿐인 하얀 안개 속으로 죽음보다 더 죽음 같은 메마른 냄새가 배어들고 있었다. 심지어 버섯들마저도 돌처럼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버린 이 대지 위에서는 자라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 눈앞으로 울퉁불퉁한 경사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이퀘스트리아의 가슴팍을 후벼 파 새긴 거대한 골짜기 같았다. 스쿠틀루는 하모니 호를 나무에 묶어 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안개가 순간 걷히며 스위트 애플 에이커를 집어삼킨 거대한 구멍이 드러났다. 대지를 집어삼키며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 있는 그 구멍은 자갈로 꽉 들어차 있었고 군데군데 검댕이 흩날렸다. 아직 다 썩지 않고 남은 죽은 사과 나무들은 죽음의 대지를 덮어 주고 있었고, 뒤틀린 뿌리는 영원히 이 회색 안개를 할퀴고 있을 것 같았다.

 

스쿠틀루는 침울한 듯 숨을 내쉬며 날개를 펼쳤다. 그녀가 비정하고 차가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얼마나 파인 건지도 알 수 없는 대지의 상처 위에서 붕붕 떠 있을 때, 깃털 몇 개가 바람에 날렸다. 깊게 파인 협곡의 양쪽으로는 돌처럼 굳어 버린 사과 나무들이 안쪽으로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은 꽤나 부자연스러웠다. 나무 몇 그루는 언제라도 대지가 벌리고 있는 저 주둥이 속으로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다른 나무들은 지난 20년 동안 거의 다 끝장나 있었다. 그녀 아래로 색 바랜 빨간색 지붕이 그야말로 산산이 조각나 흩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가운데에는 비바람에 씻긴 풍차 날개가 잔뜩 녹슬어 있었다. 끝없는 광풍에 끽끽대며 돌아가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녀는 슬쩍 이빨 목걸이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어린 드래곤의 이빨은 그녀의 감각을 지난날의 달콤한 냄새로, 욕지기가 날 것 같은 그 달콤한 냄새로 가득 채우며 그녀가 가야 할 곳을 알려 주고 있었다. 갑자기 온 몸이 추위로 떨렸지만 그녀는 이내 고글의 렌즈를 조정해 안개를 비집고 그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움푹 패인 구덩이의 남쪽 끝자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되어 있었고, 그 가장자리에는 애플 패밀리의 집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걸쳐져있었다집은 엄청나게 기울어져 있었고위층은 위태위태하게 푹 꺼져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동쪽으로 몇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는 역시 정자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사실 걸쳐져 있었다곤 해도 바닥의 절반이 깊은 심연에 잠겨 있었지만 말이다.갈색의 목제 울타리도 이와 비슷하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그 모습은 마치 상처 사이로 보이는 뼈와도 같았고텅 빈 돼지우리는 재로 가득한 여물통 옆에 무너져 있었다.

 

마지막 페가수스가 땅 위로 내려앉았다. 그녀 바로 뒤에서 검은 흙 덩어리가 무너져 저 심연의 구렁텅이로 떨어졌고, 그녀는 깜짝 놀라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일단 진정하고 집의 가장자리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호박색 고글 밑에서 두리번거리는 눈은 그녀가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찾아야 하는 것을 찾고 있었다. 드래곤 이빨이 순간 강하게 진동하며 길을 알렸고, 그녀의 심장도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달리기 시작했고, 이내 뒤틀린 집의 마지막 귀퉁이에 닿았다. 그리고, 떨리는 숨을 내쉬며 제자리에 멈추었다.

 

스쿠틀루의 입에서 한 줄기 숨이 새어 나갔다. 그녀의 눈 앞에는 애플 패밀리가 폭풍이 왔을 때 쓰던 피신처 건물의 이중 문이 비치고 있었다. 입구는 당장이라도 부서져 내릴 듯한 나무판으로 막혀 있었다. 건물에는 그 커다란 몸뚱이로 조잡한 기둥을 짓누르고 있는 유해가 놓여져 있었다. 그 유해는 아주 컸고, 어깨가 넓은 숫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유해의 목 주위로는 곰팡이가 슨 나무 멍에가 씌워져 있었고, 녹슨 대못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시체는 문에 짓눌려 있었으며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던 입은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피신처의 문을 고정하던 경첩이 뜯어져 나가며 부서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이 포니는 분명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스러운 파멸의 순간까지도 문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을 것이다.

 

스쿠틀루는 씁쓸한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걸어가 시신을 가볍게 쿡 찔러 보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투덜대면서 온 힘을 다해 뼈를 잡아당겨 빼내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고, 숫말의 유해를 잔해에서 빼 줄 수 있었다. 유해를 잘 치워 둔 그녀는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빠져 날아간 경첩 두 조각뿐이었다. 새까만 바닥 아래로 난 계단 아래에서는 삐걱대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고, 이내 그보다 더한 침묵과 안개가 다시 찾아왔다.

 

스쿠틀루는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놓기 시작했고, 목에 매단 전등을 밝혔다. 그녀가 앞으로 다가갈 때마다 어둑어둑하던 방은 그림자만 일렁거리는 텅 빈 관처럼 보였다. 엄청난 거미줄과 앵앵대는 벌레들을 헤치고, 그녀는 천천히 지하실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발을 질질 끌며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녀가 든 전등의 양 옆으로는 먼지만 가득한 답답한 방이 비춰지고 있었다. 썩어 가는 음식물 위로는 검댕과 쥐똥이 산을 이루어 쌓여 있었다. 반대편에는 흙이 밀리며 벽돌 벽을 뚫고 들어와 방을 시커먼 먼지와 흙으로 채우고 있었다. 또, 다른 쪽에는...

 

드래곤의 이빨이 한 번 번쩍 하고 빛을 뿜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스쿠틀루의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잊고 싶었던 그 기억의 저편에서 보았던 그 광경을 다시 보게 될까 두려웠다. 그녀는 이내 용감하게 걸음을 옮겼고, 세 구의 유해 앞에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세 구의 유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비틀린 사지와 지저분한 발굽을 한 세 유해는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하나는 관절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아 보였고, 뼈도 약해져 있는 걸로 보아 상당히 나이든 암말인 것 같았다. 두 번째 유해는 자그마한 망아지였는데, 몸에는 근육질이 거의 없어 보였다. 그리고 세 번째는...

 

둥그렇게 빛나는 전등의 빛에 비친 세 번째 유해는 다 떨어진 가죽을 하고 있었는데, 모자는 죄다 좀먹어 있었고 그 위로는 거미줄이 덮였다. 그녀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스쿠틀루가 덜덜 떨며 모자를 벗겼고, 그녀의 눈 앞에 텅 비어 버린 두 안와가 들어왔다. 그녀 자신보다도 더 생기발랄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용기를 내며 숨을 들이마셨고,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안녕하셨어요, 애플잭." 찰나의 시간이 흘렀다. 방을 꽉 채운 메마른 공기는 그녀를 가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마지막 망설임마저 뿌리치고 말했다. "나, 나쁜 뜻은 없어요."

 

그렇게 중얼거리고 난 그녀는 가방에서 날카로운 칼을 하나 꺼내 애플잭의 유해를 향해 겨누었고, 이내 그대로 척추에 꽂아 넣었다. 그 다음, 그녀는 뼈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스쿠틀루는 메마른 죽음의 과수원을 지나 걸어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공허함만이 가득해 있었고, 가방은 올 때보다 묵직해져 있었다. 그녀가 하모니 호에 다다랐을 때, 안개는 어느 정도 걷혔다. 그녀가 격납고의 문을 봉인하고 있던 룬스톤에 주문을 중얼거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녀는 다시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의 시선은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불탄 과수원의 반대편으로 향한 죽은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심장이 다시 세차게 뛰기 시작했지만, 드래곤의 이빨은 두 번 다시 반짝이지 않았다. 여기 온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최소한 그 목적은 달성했을 텐데? 순간 그녀의 뇌리에 무언가 떠올랐다.

 

그녀는 지고 있던 가방을 벗더니 이내 격납고 한쪽에 안전하게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다시 뒤돌아서 룬스톤에 주문 몇 마디를 중얼거려 비행선의 출입구를 닫아 버리고는 다시 밖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안개를 헤치면서 재빠르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내려앉았다. 그녀의 발걸음은 나무 사이를 뚫고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낮게 깔린 몇 개의 나뭇가지들과 가시덤불들이 눈에 들어왔다. 죽은 나뭇가지들과 가시덤불을 가볍게 밀어 버린 그녀는 이내 가시덤불 밑으로 낮게 엎드려 기어가기도 했고, 불탄 대지 위를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공터를 만났고...그것도 같이 보였다.

 

고글은 다급한 그녀의 발굽에 젖혀져 위로 올라갔다. 비탄과 고통이 가득한 그녀의 진홍색 눈이 드러났다. 두 눈은 도저히 못 믿겠다는 듯,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스쿠틀루는 멍한 얼굴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불타 버린 사과나무의 품에 안겨 있는 뒤틀린 나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은 아슬아슬하게 2.5미터 위에 걸쳐져 있었다. 재앙 1년 전, 겨우겨우 완성한 클럽하우스는 그나마 멀쩡한 축에 들었다. 클럽하우스의 지붕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창유리는 진작에 떨어져 깨져 있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의 네 벽면만은 끝까지 남아 이 자그마한 건물의 무게를 받치고 있었다. 회색의 황혼 아래, 군데군데 벗겨진 지붕은 클럽하우스 안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목 안에 응어리가 졌다. 스쿠틀루는 멍한 얼굴로 천천히 클럽하우스 출입로를 향해 걸어갔다. 출입로는 위태위태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가 한 발을 올려놓기도 전에, 클럽하우스 출입로는 산산이 부서지며 무너져 내리며 조각조각 나 흩어졌다. 그녀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휘감고 있는 우울함은 그 충격마저 흩어 버렸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렸을 적, 그녀의 날개는 그녀의 몸뚱이를 받쳐 주지 못했다. 그녀는 가볍게 날개를 퍼덕여 한 번에 클럽하우스로 들어섰다. 마룻바닥은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고 그녀가 발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먼지 낀 얼굴로 삐걱거렸다.

 

클럽하우스 안은 악몽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 마치 땅 속에 파묻은 콘크리트 안에 들어 있는 양 조용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방을 둘러보았고, 벽에 붙어 있는 종이 조각들을 둘러보았고, 어릴 적 그렸던,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는 큐티마크 크루세이더의 엠블렘, 오래 전 친구들과 같은 꿈을 가지고 그린 그 엠블렘은 죽어 버린 친구들과 같이, 세월의 무게 앞에 무너져 사라져 있었다. 스쿠틀루에게 클럽하우스의 냄새는 옛 추억과도 같았다. 밤에 노래를 부르던 기억, 달밤에 춤추던 반딧불과 귀뚜라미... 그녀는 순간 비명을 지르고 싶어졌다.

 

그녀가 막 뒤돌아 서려던 참에, 한 줄기 황혼의 빛살이 한쪽 귀퉁이의 무언가에 비치며 반짝였다. 회색 빛만이 비치는 부서진 창가의 반그림자 안에 무언가 있었다.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의 몸을 떠난 숨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녀는 그만 그 자리에 무너져 주저앉고 말았다. 그 무게를 더는 지탱하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두 앞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먼지더미 속에서 무언가 꺼냈다. 뭔가 길쭉하고 묵직했는데, 빛이 난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녀에겐 아름다웠다. 이 죽음의 세계의 깊은 독기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도, 그것의 손잡이는 윤기 나는 체리의 그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구부러진 바퀴는 그녀의 나이든 얼굴 앞에서 혼란스러운 듯 울어대는 아기처럼 삐걱대고 있었다.

 

스쿠틀루는 더 이상 그걸 들고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그걸 무릎 위에 내려놓으며 꽉 끌어안았다. 외로운 귓속으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다소곳이 들으며.

 

 

어린 페가수스 하나가 스쿠터의 바퀴살을 비틀며 바퀴를 조이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꽤나 숙련된 솜씨로 바퀴를 다 조이는 데 성공했다. 스쿠틀루는 렌치를 가방에 집어넣고 통나무에 기대앉아 바퀴를 돌려 보고 있었다. 새로 조인 바퀴는 정확히 스쿠터의 축에 들어맞았다. 다음 주에도 포니빌을 질주하기 아주 좋은 상태였다. 스쿠틀루는 헤헤 웃으며 깜빡이는 캠프파이어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오렌지색 몸을 한 암말이 다른 네 포니들에게 흥미진진한 경험담을 들려 주고 있었다.

 

"그리고 딱 그 순간이었을 끼다. 버려진 신전 안에 조화의 원소가 아무렇게나 막 흩어져 있었는디, 그기 딱 나이트메어 문이 지 맘대로 영원히 달만 띄울 기라고 날뛰던 때였다. 그 때 내는 다른 아들이랑 해서 트와일라잇이랑 뭐 어떻게 했는디, 트와일라잇 눈이 아주 번쩍이고 있었다 아이가. 그르믄 니들도 대충은 눈치챘제? 트와일라잇 갸가 우리가 진짜 조화의 원소라고 이바구를 해 주드라! 나이트메어 문을 때려잡을라카믄 우리 우정이 필요하다는 걸 그제서야 안기라. 그라고 나니께 웬 칼라풀한 빛이 나드니 우리 목에 번쩍번쩍하는 보석 목걸이가 걸려 있드라. 그러고 웬 무지갯빛으로 빛이 나드니 나이트메어 문한테 가서 박힌 거 아니겠나. 그르니께 내가 돼지한테 줄 걸어갖고 막 묶은 맨치로 갸한테 가서 막 묶드라고. 그러고는 마 루나 공주님한테 가서 씌여갖고 공주님을 천 년 동안 지 맘대로 갖고 놀던 그 시꺼먼 뭐가 막 사라지드라."

 

"우우우우와." 스위티벨과 애플블룸이 한 목소리로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밤이 비치고 있었고, 애플잭의 이야기에 총기로 번득였다. 통나무로 둘러싸고 앉은 캠프라이어가 딱딱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애플 가문의 농장 근처에 자리잡은 캠프파이어 위로는 보랏빛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반짝이는 별들이 군데군데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나이트메어 문이 그렇게 격퇴당했을 줄은 몰랐는데!" 스위티벨이 웃으며 말했다. 스위티벨의 발굽에는 구운 마시멜로가 꽂힌 꼬치가 쥐어져 있었다. "솔직히, 나이트메어 문은 좀 더 무서울 줄 알았어!"

 

"어머, 스위티벨. 물론 나이트메어 문은 아주 무서운 존재였단다." 래리티의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래리티는 스위트 애플 에이커까지 간신히 들고 온 벨벳 베개에 기대고 있었다. 래리티는 접시 위에 담은 마시멜로를 조금씩 먹으면서도 스위티벨에게 마시멜로를 건네고 있었다. "유령 페가수스에, 귀신 같은 나무들에, 미쳐 날뛰는 맨티코어, 거기다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이무기까지 있었단다! 만일 트와일라잇이 그 원소를 작동시키지 못했다면 네 언니와 다른 언니들도 아마 월석으로 만든 지하 감옥에서 썩고 있을지도 모른단다?"

 

"어이!" 애플잭이 얼굴을 찌푸렸다. "니가 야그하냐, 내가 야그하냐?"

 

"어머나, 애플잭." 래리티가 빙그레 웃었다. 래리티의 푸른 눈은 다 꺼져 가는 캠프파이어 너머의 애플잭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나는 네가 이야기하는 도중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어. 다만 네 이야기는 조금 더 극적인 요소가 필요할 것 같았을 뿐이야."

 

"내는 그런 건 상관읎다! 실실 늦어지니께, 나가 아가들 보기 남사스러운 짓 더 안 하게 했음 좋겄다!" 애플잭은 구운 마시멜로를 씹더니 꿀꺽 삼켜 버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어어어, 어디 보자, 그려, 어쨌든. 나가 야그한 대로, 우리 모두가 영원히 잠들어 버리지 않은 건 다 우리가 뒤집어쓰고 있던 그 목걸이 덕이란 야그여."

 

"그리고,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 세공이었지. 마치 제 1시대의 개막과 함께 새겨진 것처럼 말이야! 어머나, 스위티벨. 음식을 씹을 때는 입을 닫고 씹어야 한단다. 그래야 정숙한 숙녀가 되는 거란다. 흠흠, 어쨌든, 얘기는 정확하게 끝났네, 애플잭. 그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

 

"진짜로 무지개가 그 나이트메어 문을 잡아 묶었다는 말이고, 언니야?" 애플블룸은 양 발굽에 마시멜로를 들고 눈을 꿈벅이고 있었다.

 

"헤헤! 그렇다마다! 아주 그냥 그 시커먼 거에 가서 콱 해 버렸다!"

 

어린 스쿠틀루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야유했다. "무슨 무지개가 포니를 때려잡아? 말도 안 돼." 스쿠틀루는 스쿠터의 바퀴를 이리저리 돌려 보며 바퀴가 괜찮은지 확인하고는 킬킬대며 웃었다. "하물며, 우리를 죄다 노예로 만들려고 한 그 잘나신 검은 달의 공주를?"

 

"그 무지개가 나이트메어 문의 목을 졸라서 죽여 버리려고 한 건 아니라 말이지..." 래리티가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애플잭이 들으라는 듯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래리티는 안절부절못하며 조용히 베개에 머리를 부비더니 빙그레 웃었다. "아, 그, 그랬지. 애플잭, 계속해."

 

"어흠, 뭐 부탁한다면야." 애플잭은 몸을 돌렸다. 그녀의 부드러운 녹색 눈동자가 스쿠틀루를 향했다. "니 말이다, 무지개는 기양 이쁘장하기만 한 게 아이다. 요즘 니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정도로 단순한 기 아니란 말이다. 무지개는 희망의 상징이다. 좋은 친구들이 있으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 말이다. 그기 바로 우리 여섯이서 조화의 원소를 작동시킸을 때 무지개가 튀어나온 이유인 기라. 무지개가 왜 생겼냐 카믄...음...아..."

 

"내가 그랬잖니. 극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래리티가 마시멜로를 조금씩 베어 먹으며 미소지었다.

 

애플잭은 입 가득 마시멜로를 물고 투덜거렸다. "으으...그래, 니 잘났다."

 

"뭐, 그래도 좋은 이바구였다!" 애플블룸이 좋아서 소리질렀다. "언니들 다 억수로 용감했다는 거 아이겠나. 언니가 특히 더 용감했을 끼다!"

 

"오우, 부끄럽게 못 하는 소리가 읎구마, 애플블룸. 얼굴 빨개질 것 같다."

 

"피, 애플블룸은 늘 애플잭을 좋아라 하니까!" 스위티벨이 두 눈을 굴렸다.

 

애플블룸은 장난스레 스위티벨을 향해 혀를 내보였다. "나가 그러든 말든 무슨 상관이고! 니는 그냥 울 언니가 절벽에서 떨어질랑말랑하는 트와일라잇을 건져 놓은 걸 질투하는 거 아이가? 너그 언니는 그 구렁이 하나만 꾸며 줬으니께는?"

 

"야! 래리티는 관용을 보였다고! 숨도 못 쉴 정도로 마시멜로나 퍼먹으라지!"

 

"내가 그 정도로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음 그렇게 하긋다!"

 

"얘들아? 얘들아!" 래리티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이런 몸가짐에 어떤 '조화로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애플잭도 그렇고, 나도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가 이런 분쟁을 일으켰다면 우린 절대로 나이트메어 문을 격퇴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단다."

 

"언니 말이 맞아..." 스위티벨이 한숨을 내쉬며 앉아 있던 통나무에서 일어나 웅얼거렸다. "미안해, 애플블룸."

 

"미안타, 스위티벨." 애플블룸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용감한 언니를 둬서 행복한 거 같다."

 

"그리고, 맛있는 마시멜로도 있으니까!" 스위티벨이 캠프파이너 너머 스쿠틀루를 보며 활짝 웃어 보였다. 눈이 반짝거렸다. "마시멜로 고마워, 스쿠틀루!"

 

"그러네, 다들 고맙다!" 애플블룸이 배시시 웃었다. "참말로 캠프파이어를 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뭐, 고맙긴." 스쿠틀루의 얼굴이 발그스름해지며 미소가 번졌다. "이렇게 멋진 얘기를 듣는 데 뭔가 먹을 게 없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일 것 같아서 말이야."

 

"그건 나도 동의한단다. 이 마시멜로들은 정말 부드러워서 내가 먹던 것보다도 먹기 좋아." 래리티가 눈을 찡긋했다. "이 마시멜로는 어디서 사 온 거니?"

 

"어...슈가큐브코너요. 케이크 씨가 직접 만드신 거에요. 캔틀롯에 있는 그 어떤 제과점도 이 정도로 맛있게 만들 순 없을걸요. 제가 보증하죠."

 

"근디, 니는 안 물 기가?" 애플잭이 입 안 가득 마시멜로를 물고 웅얼거렸다.

 

"그, 그래라, 스쿠틀루!" 애플블룸이 미안하다는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우리가 다 먹어치우고 싶진 않다!"

 

"피, 너희들 먹으라고 사 온 거야, 그러니까 마음껏 먹어!" 스쿠틀루는 통나무 옆에 둔 가방에 스쿠터를 기대 놓고 비스듬히 누웠다. "어쨌든, 난 내가 먹고 싶을 때 사 먹으면 되니까."

 

"진짜가?"

 

"용돈을 진짜 쓸데없이 많이 주시거든." 스쿠틀루가 눈을 굴렸다. "솔직히, 밤마다 아버지가 돈을 싸 들고 들어오시는 통에 아주 썩어나."

 

"그래서 우리 넷이 먹으라고 했구나." 래리티는 우아한 동작으로 마지막 마시멜로를 집어 베어 물며 흥얼거리듯 말했다. "음, 그러고 보니까 그게 생각나네. 애플잭, 트와일라잇이 회고록을 쓰고 있다는 거 혹시 들었니?"

 

"뭔 회고록을 쓴다 카는데?"

 

"포니빌에 오고 나서부터 겪은 일들을 트와일라잇 걔 관점, 그러니까 일인칭 시점으로 쓸 거라고 하더라고!" 래리티가 흐뭇하게 웃음지었다. "그러고 보니까 트와일라잇이 여기 온 지도 벌써 여섯 달이 다 되어 가네. 아무래도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보고서를 제출하다가 영감을 받은 모양이야. 트와일라잇이 점심 먹고 나서 나한테 말해 주더라고. 정말 멋진 생각이라고 생각해."

 

"두말하면 잔소리 아이겠나. 갸 제목은 정했다 카드나?"

 

"조화 연대기. 정말 딱 들어맞는 이름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거 참." 누워 있던 스쿠틀루는 이마가 발굽에 닿을 정도로 킬킬대며 웃었다. "솔직히, 그 조화가 대체 뭔데 그래요? 언니들 이야기가 끝내주든, 그렇지 않든 간에, 다들 무슨 정신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조화'만 찾고 있네요!"

 

애플잭은 씹던 마시멜로를 뱉고는 말도 안 나온다는 표정으로 스쿠틀루를 바라보았고, 애플블룸은 순진하게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스위티벨은 고개를 들어 래리티를 바라보며 물었다. "래리티? 정신병이 뭐야?"

 

"어, 그게...스위티벨, 어른이 되면 얘기해 줄게." 래리티가 말을 더듬으며 스쿠틀루를 바라보며 초조하게 웃었다. "흠흠, '조화'라는 말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은유가 될 수 있단다, 스쿠틀루. '조화'란 우정 그 자체라고 해도 좋단다. 애플잭과 나 사이의 우정이 될 수도 있고, 우리 귀여운 동생들 사시의 우정이 될 수도 있고."

 

"그래서 그게 뭐냐니까요?" 스쿠틀루가 짜증 난 듯 눈썹을 치켰다. "그냥 그 '우정'이란 소리 뭉치가 '조화'인가요?"

 

"조화으 뜻이 달랑 그거뿌인 건 아니다, 귀염둥아." 애플잭이 말했다. 그녀는 한 모금의 애플 사이다를 마셔 목을 축이고 스쿠틀루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조화'는 마이다, 니 스스로 평온을 찾는 기다. 물론 느그 주변의 것들과도 평온을 찾는 거제. 긍까, 느그 마음 속 어딘가에 있는 걸 찾는 기 바로 '조화'란 기다. 니가 살아가믄서 작은 두려움도, 커다란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조화'다. '조화'는 니가 다른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 '조화'를 이룰 때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요?" 스쿠틀루가 얼굴을 구겼다.

 

"음, 나가 보기에는 그런 건 아니라고 본데이." 애플잭이 큰 소리로 중얼거리고는 씩 웃었다. "내는 말이다, 고독한 포니들도 지 자신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린 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조금씩은 다르다카이. 그래도 조화로운 포니들은 각자의 방식의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라. 조화롭지 않다믄 이 세상의 무게에 깔려갖고는 헥헥대는 것밖에 더 느끼겄나. 조화롭다는 건 말이다, 모든 걸 좋게좋게 해결 볼 수 있다는 기다. 나는 느그가 '조화'라는 걸 하나의 '상태'로 봐 줬음 한다카이. 그러니까...뭐라꼬 해야 하노......"

 

"그러니까, 절대로 혼자가 아니게 된다는 뜻이야!" 스위티벨이 흥분해서 폴짝 뛰며 외쳤다. "집에 있거나, 어디에 있거나, 절대 혼자가 아니야!"

 

스쿠틀루는 스위티벨을 향해 급히 시선을 돌렸다. 불빛이 비치는 땅만 바라보는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흔들리는 심장 소리처럼 그렇게. 스쿠틀루는 숨을 내쉬었다.

 

"니도 알다시피, 전혀 손해 볼 것 없는 야그데이." 애플잭이 빙그레 웃었다. "잘 됐구마, 래리티. 느그 꼬맹이 여동생은 학교 공부럴 깨나 잘 따라가는 모양이다!"

 

"어, 언니야!" 애플블룸이 불평했다. "내도 공부 잘한다!"

 

"당연한 거 아이겠나. 그러믄 앞으로 니가 글자도 못 떼고 사과도 못 딸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구마!"

 

"피, 내도 오렌지 삼촌이랑 숙모한테 갈 끼다!"

 

"하하! 니가 오렌지 삼촌한테 가는 날이믄 나가 내 왼쪽 귀로 노새 한 마리 낳아 주께!"

 

스위티벨과 래리티는 즐거운 듯 까르르 웃었다. 캠프파이어는 타닥이며 타오르다가 어느 순간부터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고, 애플블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래리티가 한가로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자 푸르른 갈기가 흔들렸다. "어머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아침에 트로팅햄제 비단을 받기로 했는데. 스위티벨, 아가야,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아웅, 우리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돼?"

 

"재미있게 놀았잖니, 스위티벨. 하지만 나는 네 미래에 대한 책임을 저버릴 수가 없단다. 내일 열심히 공부하기로 했잖니?"

"내 미래에 대한 책임? 하지만 다음 연구과제는 그냥 멍청한 화석 나부랭이에 대한 거란 말야!"

 

"화석은 절대로 멍청한 돌덩어리가 아니란다! 그것들은 제 2시대, 그러니까 루나 왕조의 유적에서 발굴되는 귀중한 보물들이란다. 정말이지, 2시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디자이너들 대부분이 살았던 시대라...어머, 이게 아니지. 흠흠. 어쨌든, 아침에 계속 이야기하자꾸나."

 

"으응, 알았어..." 스위티벨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들고 있던 마지막 마시멜로를 입에 넣었다. 애플블룸을 바라보는 스위티벨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초대해 줘서 고마워! 언제 한 번 또 놀았으면 좋겠다!"

 

"내도 그러고 싶다! 울 언니야랑 나가 캠프파이어를 할 장작만 충분하다면 말이다!"

 

"헤헤." 애플잭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쭉 피며 말했다. "내도 진짜 솔직히 얘기하자믄, 내도 다시 꼭 하고 싶다."

 

"그리고, 자긴 항상 정직하잖아?" 래리티가 눈을 찡긋하더니 스쿠틀루를 바라보았다. "스쿠틀루, 얘야. 같이 가지 않겠니?"

 

오렌지색 몸의 페가수스는 멍하니 있다가 급히 정신을 차렸다. 스쿠틀루는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띄우며 래리티를 바라보았다. "어, 아. 괜찮습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전 혼자 가도 괜찮아요."

 

"정말이니? 어떻게 그 스쿠터를 몰고 집에 가겠다는 거니? 이렇게 어두운데."

 

스쿠틀루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쿠터의 한쪽을 툭 찼다. 스쿠터는 위로 튕겨져 올라가더니 펼쳐지며 스쿠틀루의 발굽 아래 놓였다. "괜찮아요. 전서구들처럼 페가수스도 자체적으로 길을 찾을 만한 능력을 타고나니까요. '나래이더' 라는 거에요." 스쿠틀루가 눈을 찡긋했다. "한번 보세요!" (역주: 날개의 또 다른 표준어 형태인 나래에 레이더를 붙인 말입니다.)

 

"음, 뭐 그렇다면야. 그래도 아직 제안은 유효하단다." 래리티는 들고 왔던 벨벳 베개를 마치 안장처럼 몸 위에 얹은 뒤 스위티벨과 함께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럼 갈까, 스위티벨. 내 옆에 꼭 붙어 있으렴."

 

"애플블룸, 잘 있어! 스쿠틀루도 잘 가! 애플잭 언니도 안녕히 계세요!"

 

"또 보자, 스위티벨!"

 

"잘들 가라고! 에버프리 숲으로 가는 멍청한 짓 하지 말고 잘들 가그래이!"

 

"애플잭! 나를 바보로 아는 거니?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은 정확히 알고 있단다."

 

"뿔 조심하그래이. 나무에 박을라 칸다!"

 

"어머낫!"

 

"헤헤헤."

 

즐거웠던 모임이 끝난 뒤에도, 스쿠틀루는 외로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스쿠터에 올라탔다.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불쾌하게 들려왔고, 그녀는 당혹스러웠는지 얼굴을 움찔했다. 스쿠틀루는 커다란 헛기침 소리로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감췄다. 캠프파이어가 끝나고 남은 그림자가 그녀를 감쌌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애플잭이 스쿠틀루를 보며 웃어 보였다. "진짜로 느그 집에 혼자 갈 수 있나? 느그 부모님이 우리 애플 가문이 손님 대접 하나 변변히 못하는 것들로 보시면 우짜노?"

 

"절 믿으시라니까요. 아마 부모님도 이 시간에는 아무도 귀찮게 안 하는 걸 더 좋아하실 거에요." 스쿠틀루가 장난스레 웃었다. "아마도 어머니는 지금쯤 잠자리에 드셨을 거에요. 아버지께서는 이퀘스트리아 데일리를 읽고 계실 거구요. 부모님도 제가 제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건 알고 계시니까요." 스쿠틀루는 입술을 깨물며 다 꺼져 가는 불 너머로 비치는 통을 바라보았다. 방금 수확한 맛있어 보이는 사과들이 불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스쿠틀루는 재빨리 시선을 돌리며 계속 웃어 보였다. "뭐 아시다시피, 페가수스가 그렇잖아요."

 

"으음... 나가 보기엔 말이다." 애플잭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애플잭은 이미 눈치챘다는 듯 스쿠틀루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적어도 우리 가족이 손님 대접은 할 줄 안다는 건 보여야 할 것 같다." 애플잭은 사과 통으로 걸어가더니 고개를 숙여 사과 세 개를 집어 스쿠틀루의 가방에 넣어 주었다. "그럼 가 보그라. 집에 가믄서 하나씩 묵그라."

 

스쿠틀루가 깜짝 놀라 말했다. "애플잭, 전 이거 못 받아요! 사실, 마시멜로를 사느라 용돈도 다 써 버리고, 그리고..."

 

"괘안타 안카나. 가믄서 머리나 좀 식히그라." 애플잭이 눈을 굴리며 고개를 들었다. "선물이다, 선물. 우리 귀염둥아. 예의도 바르고, 뭐 우정으로 봐 줘도 괘안타. 친구한테 우리 가족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그라."

 

"그려라! 마시멜로 그거 디게 맛있드라!" 애플블룸이 아장아장 다가와 활짝 웃었다.

 

스쿠틀루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얼굴은 죽어가는 불의 그림자 아래로 숨었다. 웃음을 감추고 싶었을 것이다. "아...저...아무래도 어머니와 아버지께 내일 저녁 드시고 난 다음에 후식으로 드시라고 해 봐야겠네요." 스쿠틀루는 사과와 연장을 담아 둔 가방을 닫고 어깨에 휙 던져 메었다. "고,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으음, 후식이라." 스쿠틀루가 갈 준비를 하는 뒤편에서 애플잭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좋아, 감 잡았다카이. 앞으로는 애플 사이다보다는 애플 프리터 쪽에 홍보를 집중해야 쓰겄다. 휴일도 막 다가오고 있고 하니께, 그럼 돈이 조금 더 벌릴 기다!"

 

애플블룸은 웃는 얼굴로 스쿠틀루를 종종거리며 따라가 얼굴을 부비며 말했다. "잘 가, 스쿠틀루. 내일 보자. 알았제?"

 

"어...어..." 스쿠틀루는 헬멧 끈을 매고 스쿠터의 손잡이를 잡았다. 커다란 리본을 맨 어스 포니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어렸다. "자다가 오줌이나 싸지 말라고, 사이다 양!"

 

"니나 조심해라. 계란 깨쳐먹지 말고, 닭툴루."

 

"꼬꼬댁! 깃털 맛 좀 볼래!" 스쿠틀루는 눈을 찡긋하더니 밤이 내려 입맞춤하는 과수원 길을 따라 쌩 하고 달려갔다. 오렌지색 잔영이 그 뒤에 남았다. 그녀의 날개가 퍼덕이며 스쿠터를 힘차게 밀어 주었다. 그녀는 스위트 애플 에이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로 올라와 동쪽으로 잽싸게 방향을 틀어 남쪽 산림지대와의 경계선 위로 올라갔다. 그 곳에서 그녀는 잠시 멈춰 숨을 헐떡이며 저 멀리 보이는 애플 가족의 집을 바라보았다.

 

캠프파이어는 몇 분 동안 여전히 타닥이며 빛나고 있었다. 오렌지색 포니가 캠프파이어를 끄자 헐떡이는 회색 안개가 위로 두둥실 떠가며 은하수가 떠 있는 보라색 하늘 위로 사라져 갔다. 두 자매의 그림자는 집의 현관문으로 한가로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몇 분 뒤, 집을 밝히던 불빛이 꺼지며 온통 어두워졌다.

 

스쿠틀루는 그곳에 서 있었다. 우울한 듯 그녀의 상체를 스쿠터의 핸들 위로 푹 기대며 그렇게 서 있었다. 그녀의 굽어진 눈은 오랫동안, 잘 보이지도 않는 초라한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뒤쪽으로 쭉 늘어선 나무 뒤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에, 그녀는 순간 쿵 하고 내려앉는 심장과 함께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거칠어진 숨을 들이마시며 몸을 돌려 스쿠터를 숲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날지 않는 새들의 느릿한 노랫소리와 함께 나무 사이를 뚫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그녀는 무언가 시커멓게 쌓여 있는 숲 가운데의 공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건 헛간 건물이었는데, 아주 오래 전에 세워진 건물이었다. 포니빌이 서서히 커 가며 북쪽 산림지대의 강가까지 확장하기도 전에 세워진 건물이었다. 목제 기둥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받침대를 받치고 있었다. 적어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는 아니었다. 스쿠틀루는 헛간 안으로 재빨리 미끄러져 들어가 별 감흥도 없이 멈추었고, 이내 스쿠터를 벽 한쪽에 기대어 세워 놓았다. 그녀는 자그마한 오렌지색 날개를 파닥거리며 여기저기 쪼개진 지붕 아래 다락으로 올라가는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한 달쯤 되어 쪼글쪼글해진 밀짚과 낡을 대로 낡은 선거 포스터가 침대마냥 놓여 있었다. 그녀는 밀짚 위로 올라가며 숨겨 둔 여행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몇 개의 기본 생활필수품과 공구들이 들어가 있었다. 특히 공구 대부분은 그녀가 직접 만든 것들이었다. 그녀는 가방을 열고 세 개의 사과를 꺼냈다. 사과들은 저 보랏빛 하늘 아래서 반짝이는 별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 군침이 돌며 사과에 비치던 별빛에는 물결무늬가 번졌다.

 

그녀는 사과 두 개를 가방 안에 안전하게 집어넣었다. 세 번째 사과. 그녀는 거의 이틀 만에 먹는 첫 번째 식사를 게걸스레 해치웠다. 다른 두 개의 사과는 앞으로 일주일을 나며 먹을 생각이었다. 외로운 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는 가방을 한쪽에 던지고 밀짚 위로 올라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자꾸 흘렀다. 언제나 그랬듯, 달빛만이 그녀를 바라봐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새로 생각할 거리가 있었다. 그녀의 배고픔보다도 더, 머리를 아프게 하는 하나의 질문이 그녀에겐 있었다.

 

이것이...'조화'라는 걸까?

 

 

"미안해, 스쿠틀루." 스파이크는 자기가 직접 증명한 수학 방정식을 적은 노트를 들고 읽다가 고개를 들어 스쿠틀루를 바라보았다. "어땠니?"

 

"오, 집 좋은데." 스쿠틀루가 말했다. 그녀는 몇 걸음 지친 발걸음을 옮겨 트와일라잇의 옛 나무집에서 내려오고는 가방을 벗었다. "아주 깔끔한데. 네가 필요할 건 다 구비되어 있으면서도 장식도 잘 되어 있고."

 

보랏빛 드래곤은 에메랄드 같은 두 눈 위로 쓰고 있던 한 쌍의 크리스털 같은 안경을 벗고는 점잖은 미소를 지었다. "땅에 엄청나게 커다란 구멍이 있지. 몇 년 전에 내가 거길 맨손으로 파헤치고 다녀서 아마 조금 더 넓어졌을 거야."

 

"아직까지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더라고." 스쿠틀루가 말하며 마법 재료들로 가득한 선반에 두었던 시선을 무표정하게 내렸다. "아주 오래 전에, 난 '집'이란 건 그냥 들어가 눈을 붙이는 장소기만 하면 상관없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그 생각은 이제 바뀌었지. 진짜 '집'이란 건, 죽음의 품에 안길 때라고."

 

스파이크는 나이든 팔과 함께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이런 말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 자라 줬구나. 너는 항상 하모니, 조화와 함께했구나, 안 그래?"

 

"누구 안 그런 게 있어?"

 

"확실히, 그렇긴 하지." 깊은 연무와 함께 숨이 뿜어졌다. 그는 몸을 앞으로 굽혀 진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보랏빛 펜던트는 마법의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스쿠틀루, 찾으러 갔던 건 찾아왔니?"

 

갈색의 페가수스는 둔중한 무게의 가방을 먼지 덮인 화강암 테이블 위로 던져 올렸다. "애플잭은 여기 있어, 스파이크." 스쿠틀루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트를 한 쪽에 잘 치워 두고, 미끄러지듯 다가가 섬세한 동작으로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스쿠틀루는 연구실을 가로지르며 그 동안 대충 보느라 놓치고 있었던, 보랏빛 연무가 흐르는 방 안에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많은 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으로 비행선 안에서 잠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 스쿠틀루가 나긋하게 걸으며 말했다. "밖에는 늘 추악한 그림자가 지는 회색 세상밖에 없었거든. 낮도 없고, 밤도 없이. 뭐 굳이 하루를 나눌 필요가 없더라고. 늘 똑같이 멈춰 있었으니까. 결국 난 항상 깨어 있어야 했지. 항상. 그리고 내가 잠들 때, 참 애처롭게도 8시간마다 30분씩 쪽잠을 잘 때밖에 없었지만. 뭐, 그건 진짜 자는 게 아니지, 안 그래? 말 그대로 반만 살아 있는 거야. 반은 깨어 있는데 반은 자고 있고.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네. 어쨌든 내가 누울 때마다, 나도 나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어. 중요한 건, 다음에 내가 뭘 해야 할지, 그거였으니까. 다음에 폐허를 뒤적거릴 일과 괴물들에게 쫓겨야 할 일 말야. 날 같지도 않은 날을 살아 보겠다고, 또다시 다가올 날 같지도 않은 날을 살아서 보겠다고 아둥바둥거릴 생각만 해야 했으니까...젠장. 그랬는데도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도 될까, 스쿠틀루?" 스파이크의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만간 내가 다시 눈을 뜨게 되면, 그 때 알려 줄게."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몸을 휙 돌렸다. "이봐요, 300살 난 드래곤 양반, 혹시 아직도 잠 때문에 고생하나요?" 침묵이 흘렀다. "스, 스파이크?"

 

"잠시만, 스쿠틀루." 비늘 달린 친구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시면 돼."

 

그녀는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그를 곁눈질했다. 스파이크가 가방에서 텅 비어 버린 포니의 두개골을 들어 부드럽게 테이블에 올려놓는 걸 보고 나서야, 그녀는 스파이크의 침통한 마음을 전혀 생각해 주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바닥만 노려보고 있었다. 스파이크를 위해서, 안식을 취하다 갑자기 끌려온 또 하나의 영혼을 위해서, 그녀는 조용히 침묵의 늪으로 몸을 던졌다.

 

고요함 속에 몇 분이 지나갔다. 스파이크의 날카로운 손가락은 텅 비어 버린 두개골의 콧구멍 부분을 가볍게 톡톡 치고 있었다. 스쿠틀루가 천천히 걸어왔고, 스파이크는 침을 한 번 삼키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너에게 시켜서 너를 질투하는 건 아니야, 스쿠틀루. 우리가 사랑하던 포니들의 재는 녹색 화염에 있어 널 '고정'해 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료니까. 하지만, 그들을 다시 땅 속에서 꺼내 오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야. 어쨌거나 내가 얼마나 진실을 그리고 싶었는지는 관계없이, 너한테 그걸 강요하고 있다고 보는 게 낫겠지."

 

"어머나, 스파이크" 그녀가 중얼거렸다. "마치 내가 아무것도 나쁜 짓을 한 적 없는 것 같잖아." 그녀는 쓰고 있던 고글을 밀어 완전히 벗어 해골 옆에 올려두었다. "시체들을 아무렇게나 막 굴렸어. 다른 녀석 뒤를 캐기도 했고, 유니콘의 뿔을 자르기도 했어. 시체를 뒤지는 건 일도 아니었지." 그녀는 중간에 말을 멈췄다. 그녀의 얼굴은 갈수록 가련해져 갔다. 그녀는 더욱 깊숙한 과거의 일을 꺼냈다. "...나, 나, 고기를 먹었어. 스파이크. 잔인하게도 내가 동물들을 죽였다고.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방에서 물건을 훔치고,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주변을 파헤쳤어."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헛기침했다. "나한테 어떤 일을 시켜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스파이크. 난 그저 목적 하나로 모든 수단을 인정하면서, 정당화하면서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여기까지 왔고, 우리가 어떻게든 이퀘스트리아에 다시 빛을 가져올 수 있다면..."

 

"우리의 시간은 우리만의 시간이 아니니까." 스파이크는 애플잭의 해골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말했다. 그의 지친 두 눈은 애플잭의 해골을 살피고 있었다. "지금, 우리의 시간은 한 찰나의 순간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연못과도 같아. 서로를 묶어 영원에서 영원으로 나아가지. 그러면서 산 것들은 죽음을 맞이하지. 그리고 그 다음에도 산 것들은 죽음을 맞이할 거야. 우리가 그 따스했던 과거로 몇 번이나 돌아가는지는 의미가 없어, 스쿠틀루. 그건 그들의 과거야." 그는 스쿠틀루를 살짝 곁눈질하며 바라보더니 다시 애플잭의 해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가 애플잭을 처음 봤을 때, 애플잭은 가족 모임을 갖고 있었어. 애플 가문의 거의 백 명 정도 되는 포니들이 우리를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지. 우린 얼굴을 본 적도 없는데 말이야. 트와일라잇과 내가 애플잭네 땅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을 때부터, 그들은 우리를 왕족처럼 대우해 줬어. 그래, 사실 좀 과한 면이 없지는 않았어. 너무할 정도로 친절했고, 파이도 그만큼 많았거든. 헤헤헤. 애플잭이 권하는 통에 트와일라잇이 얼마나 먹었는지 몰라. 아주 배가 불룩 튀어나왔었다니까. 정말로 애플잭만큼 이 대지의 과실을 사랑하고 진정으로 돌보면서 정말로 좋아했던 어스 포니는 없었어. 순리대로라면 애플잭은 대지로 돌아가 편안히 쉬고 있어야 하지만, 우린 그 순리를 깰 수밖에 없어. 우리는 꼭 이 세상을 불구덩이로 만든 그 재앙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야만 하니까. 그것밖에 남은 게 없으니까. 내 말을 믿어 줬으면 좋겠어, 스쿠틀루. 이건 나 혼자만 알고 있던 잔혹한 역설이니까."

 

"사과는 침대에 오줌을 쌌을 때나 하라고, 스파이크." 스쿠틀루가 불쑥 말했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자고."

 

"정말, 네 그 충동성은 가끔 지혜의 꾸짖음을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니까." 스파이크는 머리를 숙이고 캐비닛을 뒤적였다. 그는 이내 도구 하나를 찾아 애플잭의 두개골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애플잭의 두개골에서 아주 고운 뼛가루가 떨어지며 소복이 쌓였고, 스파이크는 이내 그걸 빈 크리스털 약병에 쓸어 담았다. "마법진은 이미 그려 놨어. 준비되면 마법진 위로 가서 서면 돼."

 

스쿠틀루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호복과 장비를 휙 벗어 던졌다. 스쿠틀루는 마법진이 그려진 돌 바닥으로 한가로이 걸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좀 괜찮을 거야. 약속할게, 스파이크.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애플잭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할 거야."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 전에, 내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스쿠틀루가 말했다.

 

"흐음?" 스파이크는 필요한 뼛가루를 다 긁어내고는 애플잭의 해골을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올려놓던 참이었다. "뭐가 궁금한데?"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고, 그녀의 코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전에, 과거에 '투영'되는 내 영혼의 정수의 모습이 조금 다를 수도 있다고 한 거 기억하지..."

 

"다르게 '투영'된 거야?"

 

"응. 완전히 내 몸 색깔이 변했더라고. 그게, 뭐랄까, 꼭 부식된 황동 색 같기도 했는데. 그리고 내 눈 색깔이 내 고글 색으로 변했어. 내 갈기 색깔도—"

 

"검은 갈기 위로, 눈동자 색과 똑같은 호박색 갈기가 한 줄기 나 있지 않았어?" 스파이크가 스쿠틀루를 바라보며 씩 웃어 보였다.

 

"어...응."

 

"그렇다면 말이야. 이건 내 생각인데, 네 옆구리에 굉장히 아름다운 엠블렘이 새겨져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을 것 같은데, 아니야?" 스파이크가 다음 시간 역행을 준비하기 위해 거닐듯 걸어왔다. 그는 뜬금없이 기침을 했고, 한 무더기의 연무가 자욱이 피었다. 그는 차분히 연기를 흩어 버리고는 계속 말했다. "굳이 이렇게 부른다면, 때늦은 큐티 마크라고 부르면 되려나."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큐티 마크였어!" 스쿠틀루는 가쁜 숨을 내쉬며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어. 치어릴리 선생님네 반도 다들 깜짝 놀라더라. 그러고 나더니 내가 뭐 '캔틀롯 왕궁의 왕족 직원'일 거라고 하시더라고. 나 참, 기가 막혀서 원."

 

"뭐, 내가 똑바로 기억한다면 말인데, 그거 네가 봤던 그 태양의 문양의 원래 모습이야.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무한의 상징이 있더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스파이크가 그린 도표가 그려진 동굴 벽을 흘끗 바라보고는 스파이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눈이 가늘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네가 내 모습을 안 건지 모르겠는데?"

 

"왜냐 하면, 그건 단순한 왕족의 큐티 마크가 아니거든." 스파이크가 조용히 웃었다. "엔트로파 공주님과 아주 유사한 모습이야."

 

"시간의 여신의 모습이라니?" 스쿠틀루의 눈이 떨렸다. "하, 하지만, 어, 어떻게 그게 가능하다는 거야?"

 

"간단해. 내가 엔트로파 공주님의 정수 그 자체인 시간을 이용해 널 과거로 돌려보냈기 때문일 거야."

 

"난...잘..."

 

"너의 모습, 네가 다른 이들에게 '투영'되는 모습은 결국 엔트로파 공주님의 영광에 힘을 입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아니, 그 결과라는 이야기야. 그래서 네 모습은 말 그대로 엔트로파 공주님의 모습을 빼다 박을 수밖에 없었다는 거야." 스파이크는 말을 마치고 짧게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래도 내가 보기엔 네가 페가수스 유니콘이었다고 생각하진 않아. 네 영혼만은 여전히 페가수스의 영혼이니까. 어쩔 수 없어."

 

"허... 그것 참 끝내주네. 실용적이야." 스쿠틀루가 중얼거리며 그녀를 둘러싼 마법진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 큐티마크만 보면 다른 포니들은 죄다 내가 셀레스티아 공주님 휘하의 직원이라거나 대리인인 줄 아는데..."

 

"어쩌면 그걸 좀 이용해 볼 수도 있지 않겠어?"

 

"대체 무슨 말이야, 스파이크?"

 

"간단하지.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일단 태양의 여신,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직접 알현하는 것 아니겠어?" 스파이크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네가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대신해 전국을 순시하고 있는 대리인이라고 포니들이 믿게 하는 데 그것만큼 좋은 게 또 어디 있겠어?"

 

"스파이크. 지금부터라도 내가 어떤 앤지 똑바로 알아야 할 것 같다." 스쿠틀루는 지루한 눈길로 스파이크를 바라보았다. "나한테 왕실이란 건 그냥 버섯 스튜를 마시고 나서 속에서 올라오는 트림이랑 다를 바 없어."

 

"그렇다면 네 뛰어난 트림 솜씨를 좀 보여 줄 수도 있겠는데." 스파이크는 단지를 들고서 그녀 머리 위로 널찍이 기대어 앉았다. "이번에 네가 갈 곳은 음식이 넘쳐나는 농장이잖아."

 

그녀는 숨을 들이쉬었다. "적어도 트림만 하다 오는 것보다는 더 많은 걸 할 수 있길 바래야지. 스파이크."

 

스파이크도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조금은 침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심해, 스쿠틀루. 내가 했던 말 잊지 말고.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꼭 명심해 줘. 너 자신을 잃지 마."

 

"내가 그것들을 떠올릴 수 있을 때까지는 그렇게 할게." 스쿠틀루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스쿠틀루는 곧 한숨을 폭 내쉬더니 두 눈을 감았다. "자, 주, 준비됐어."

 

"아주 좋아, 스쿠틀루." 스파이크가 몸을 기울여 스쿠틀루의 이마에 애플잭의 뼛가루를 뿌렸다. 얼어붙은 그녀의 몸이 완전히 뼛가루에 덮이고 난 후, 스파이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내 그는 날카로운 숨을 들이쉬더니 녹색으로 빛나는 화염을 뿜어냈다. "발 계속 땅에 붙이고 있어."

 

스쿠틀루는 온 땅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느끼며 녹색 화염에 타올랐다. 갈기가 다시 길어지고 눈꺼풀 아래의 진홍색 눈동자는 호박색으로 바뀌었고, 그녀는 정신이 가물가물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스파이크에게 중얼거렸다. "나, 열심히 해 볼게."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푸른 지평선은 뒤집어져 있었다.

 

"후아—"

 

그녀는 네 다리를 마구 흔들며 숨을 헐떡였다. 그러면서도 저 너머로 보이는 숲, 갈색 나무둥치와 나뭇가지, 그리고 통통 튀며 익어 가는 사과를 향해 큰 소리를 질렀다. 녹색 잎사귀와 줄기가 거꾸로 된 그녀의 눈앞에서 흔들거렸고, 반짝이는 과수원에 가득히 매달린 수백, 수천의 붉은 과실들은 진홍의 만화경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다시 몸을 움직이자 그녀는 다시 조금 더 떨어져 불쾌하게도 두 나무줄기 사이에 끼었다. 마치 시계추처럼 말이다.

 

"아 그래... 것 참 재미있기도 하네." 그녀는 투덜거리며 네 다리를 미친 듯 흔들었고, 잎사귀 날리는 공기 아래로 두 날개를 거칠게 흔들었다. "아으으으..." 그녀는 여전히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고, 그녀의 떨리는 귀 아래로 흘러내린 한 줄기 호박색 갈기가 섞인 검은 갈기는 마치 검은 깃발처럼 보였다. "것 참. 뭐, 더 나빠질 거리도 없겠는데."

 

"거기 있었구마! 너거 이 쪼매난 도적놈들! 느그들은 잡히면 그 날로 염라대왕 영접할 줄 알그라!"

 

"헛?"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스쿠틀루의 머리가 급히 돌아가고 있었고, 그녀의 호박색 눈동자는 고동치며 커졌다. 세 개의 강철 이빨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고 있었고, 그것들은 정확히 그녀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으아아아!"

 

정오의 햇살이 내리는 가운데, 오렌지색 암말은 막 뛰어들다가 중간에 멈추었고, 그녀가 던진 쇠스랑은 스쿠틀루의 눈동자 바로 몇 센티미터 앞에서 멈추었다. "시방, 이건 뭐여?" 그녀는 갸웃거리는 눈으로 스쿠틀루를 쳐다보고 있었고, 붉은 수말이 그녀의 뒤를 따라 걸어왔다. 그의 강인한 이빨은 삽을 꽉 물고 위협적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소리질러서 미안하구마. 내는 너거가 뭐 이상한 거라도 되는 줄 알았다 아이가."

 

"호, 혹시 포니 하나를 십자가에 매달아 버리려던 건 아니시죠?" 스쿠틀루가 투덜대다가 급히 입을 닫았다. 그녀의 두 눈은 그녀를 향해 굴렀다. "흠흠, 죄송합니다. 무례를 범했네요. 보시다시피 제가 여기 끼어서..."

 

커다란 금속질의 소리가 들렸고, 날카로운 쇠스랑은 다시 한 번 스쿠틀루의 얼굴을 향해 부르르 떨렸다. "너거가 이렇게 엉뚱한 짓거리만 안 했으면 이렇게 욕볼 필요도 없지 않았겠나. 아주 그냥 사과라도 훔쳐 먹을라꼬 들어와서는 꽁꽁 묶여서 뭐하는 짓이고. 나가 보기에는 말이다, 페가수스 갸들은 아주 온 하늘이 지들 건 줄 안단 말이다! 마, 여기 하늘은 말이다, 이 땅의 지붕과도 같다. 우리 땅 지붕 말이다! 무튼간에, 니는 최대한 나무에 흠집 안 나게 조심해서 나와야 할 끼다. 안 그름 아주 불맛을 보던지, 빅 매킨토시가 손 깨나 봐 줄 끼다."

 

붉은 수말이 고개를 끄덕였고, 입에 문 삽을 한쪽에 던지고는 막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걱정 말그래이, 오빠야. 대충 감 잡았다." 애플잭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스쿠틀루의 가슴을 위협적으로 쿡쿡 찔렀다. "빨랑 기어나오그라! 지금 우리 나무에 끼어갖고 뭐 하는 짓이고?"

 

"으휴, 적어도 여러분이 이 정도로 싸이코 같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스쿠틀루가 얼굴을 구겼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여러분은 제가 그 '이상한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너거가 우리를 우째 기억하노. 우리는 전에 만난 적도 없다 아이가. 똑똑씨." 애플잭이 쏘아보며 말했다. "그려, 니 이름이 뭐꼬?"

 

"어..." 스쿠틀루는 눈만 깜박이며 무력하게 되물을 뿐이었다. "제, 제 이름이요??"

 

"그려, 니 이름! 질문을 받았음 답을 해야 할 거 아이가. 말을 캤는데도 무시하는 기 예의가 아니란 거는 알제?"

 

"제, 제... 어..." 갈색 페가수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정오의 햇빛 아래 반짝이는 애플잭의 모습 뒤로 비치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뒤집어진 농가 앞에 엎어져 있던 통나무들이 생각났다. 그녀의 호박색 눈동자는 저 멀리, 흔들의자에 앉아 흔들거리고 계신 스미스 할머니를 찾았다. 살짝 오락가락하시는 할머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레코드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페인트 뮤직 같기도 하고, 첼로 음악 같기도 하고, 자장가 같기도 한, 그물침대 같기도 한, 회색의 황혼 아래 정처 없이 떠돌며 흔들리는 하모니 호 같기도 한 음악이었다.

 

"흠...?"

 

"하모니..."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페가수스였던 그녀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을 살짝 더듬으며 말했다. "제, 제 이름은 하, 하모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