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하나는 참말로 멋지구마, 하모니. 그려도 너거가 우리 사과나무에 갖다 너거 날개를 쑤셔박은 게 용서가 된다는 말은 아니데이."
"자, 잠깐만요! 제가 누군지 물어 보시지 않으셨나요?" 스쿠틀루가 식식대며 몸을 꿈틀거렸다. 사과나무 위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뒤집어진 그녀의 시야에는 찌푸려진 애플잭과 빅 매킨토시의 얼굴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 나라의 친절함과 관용은 죄다 어디로 가 버린 건지 모르겠는데요?"
"니가 생각하는 그 나라는 아마 딴 나랄 끼다. 머릿속에 지푸라기만 가득한 저능아만 가득한 나라 말이다." 오렌지색 암말은 막무가내로 온통 뒤죽박죽을 만들어 놓은 페가수스를 향해 입에 문 쇠스랑을 들이대더니 땅에 휙 내던지며 말했다. "니는 우리가 바보로 보이나? 너거가 우리 나무 잎사귀를 죄다 흩어 논 건 도저히 그냥 못 넘어간다!"
시간여행자 페가수스의 호박색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제가 그냥 여러분을 찾아온 단순한 '방문객'이라고 생각은 해 보신 건가요?"
"저기 문 있다 아이가." 애플잭은 붉은 색으로 칠한 헛간 너머의 애플 패밀리의 집을 아무렇게나 대충 휙 가리켰다. "마 됐다. 니가 차 한 잔 하러 왔든 말든 됐다카이. 이기 빅 매킨토시랑 나랑 일이 아주 산더미같이 쌓여가 죽겄는디 우리 과수원을 갖다 무슨 날아가다 똑 떨어져도 되는 곳인양 지 맘대로 하는 것들하고 상대하는 것도 질린다카이."
"맹세하는데, 이건 사고였어요." 스쿠틀루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녀는 혀로 입 곳곳을 훑었고, 그녀의 두 눈동자는 위로 향했다. 아직까지는 그리 솔직해 보이지 않았다. "저, 전 포니빌 근방을 날아다닌 적 없다구요!" 이제 반쯤 솔직해져 있었다. 적어도. "보시다시피, 전 여기 초행길이라구요."
애플잭의 두 눈동자가 낯선 포니의 얼굴로 향하며 의심스럽다는 듯 반짝였다. "클라우드데일부터 여그 포니빌까지 날아오면서 나무에 박았다는 페가수스는 본 적 없다. 너거는 비행 학교에도 안 나갔나? 어떻게 니맨치로 이상한 페가수스 꼬마가 비행과정 수료증을 땄다는 기가?"
"에이, 저도 몰라요." 스쿠틀루는 마구 날뛰는 마음을 붙잡으며 얼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그 우편배달부 중에도 좀 이상하신 분이 있지 않나요?"
깊고 낮은 목소리로 껄껄대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빅 매킨토시라고 불린 수말은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껄껄 웃더니 말했다. "그~려!"
애플잭은 빅 매킨토시를 보고 얼굴을 구기더니 스쿠틀루를 보고 오만한 눈빛을 보였다. "나가 장담하는디, 니가 여그 있다 캐도 너거 정신머리는 아직도 저기 구름 위에 있을 끼다."
"적어도 이렇게 걸려서 머리를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것보단 낫네요." 스쿠틀루가 투덜거리며 다시 한 번 온 몸을 세차게 움직였다. 그녀는 이내 땀을 뻘뻘 흘리며 축 늘어졌다. "저기, 저 좀 내려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애플잭이 눈을 굴리더니 빅 매킨토시에게 휘파람을 불었다. 빅 매킨토시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기세등등하게 걸어와 나무에 걸린 스쿠틀루의 몸을 가볍게 한 번 툭 쳤다. 그러더니 그 강인한 다리를 쭉 뻗어 나무줄기를 한 대 퍽 걷어찼다. 많이 차 익숙해진 그의 발길질은 가볍게 검은 갈기의 방문객을 흔들어 빼냈다. 그녀의 몸은 휙휙 돌며 붕 떠올랐고, 그녀는 어린 아이처럼 새된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빅 매킨토시는 떨어지던 그녀의 몸을 가볍게 받아냈다. 그는 부드럽게 무릎을 굽혀 주었고, 그녀는 그의 등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녀의 어질어질한 호박색 눈은 빙빙 돌고 있었다.
"으아아아... 평생 버섯만 먹고 살아서 그런가, 이젠 별이 다 보이네."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일어나 머리에 묻은 거미줄을 털며 빅 매킨토시를 쳐다보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빅..." 스쿠틀루의 말은 중간에 멈췄다. 그녀가... 그 수말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멈췄다. 그냥 수말이 아니었으니까. 이 키가 크고 다부진 사역마는 그녀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진 수말이었으니까. 이제 다 자라 버린 그녀는 그에 대한 기억을 조금도 갖고 있지 않았다.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으로 그녀의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항상 조용조용한 말투로 이야기하고, 입으로는 건초를 씹고 있던 주근깨가 난 수말의 기억이 지금 맞닥뜨린 현실 아래서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눈 앞에 거대한 진홍의 남성성의 산처럼 우뚝 선 이 수말, 조각칼로 깎아 만든 것 같은 몸과 대지의 싱그러움을 닮은 체취의 이 금발의 수말이 지금 그녀의 눈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녹색 눈동자는 그녀를 향해 깜박이며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을, 외로웠던 마음을 녹였다. "빅...맥 씨." 그녀는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황동빛 뺨에 갑자기 홍조가 어렸다.
그처럼 금발을 한 그의 여동생의 얼굴이 불쑥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찌푸려진 주근깨가 박힌 뺨이 스쿠틀루의 허둥거리는 시선을 가렸다. "이제 됐나? 아직이가?"
"아... 저... 음..." 스쿠틀루가 침을 꿀꺽 삼키며 좀 전까지 매달려 있던 나무로 살짝 뒤로 물러섰다. "부탁드립니다. 잘 들어 주세요. 제가 여기 온 데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스쿠틀루는 자기가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정작 어떻게 말을 끝맺을지 생각하자 움츠러들었다.
"그니께 니가 왔겄제. 그려도 그딴 건 상관 없다카이! 나가 아까 얘기했었제, 다시 한 번 말해 주께. 할 일이 아주 산더미같이 쌓여가 죽겄고, 니랑 내랑 이러고 앉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귀중한 시간이 더 낭비된다 이 말이다!"
"조금만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스쿠틀루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적어도 제가 말씀드릴 기회는 주실 수 있잖아요. 소중한 사과 과수원에 아무렇게나 날아온 건 사과드릴게요. 아니면 절 거름 포대처럼 막 대하고 싶으신 건가요?"
"꼬시지 말그래이!"
"왜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화를 내시는 거죠, 애플잭?" 스쿠틀루가 말했다. 그녀는 말을 하자마자 순간 그녀 자신의 혀를 깨물어 버리고 싶었다.
"너거 허튼 소리는 그만두..." 오렌지색 암말은 말을 하다 말았고, 그녀의 두 눈이 삐딱하게 스쿠틀루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깐만 있어보래이, 너거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안 기가?"
"어..."
"이기 또 레인보우나 핑키 갸들 장난질 아이가?" 그녀는 땅에 발굽을 있는 힘껏 내리꽂았다. "아오! 내는 이따위 장난질이나 하고 놀 시간 없다카이!"
빅 매킨토시가 갑자기 큰 소리로 헛기침을 했다. 성질 급한 여동생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였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초조한 듯 발굽을 들어 스쿠틀루의 옆구리를 가리켰다. 애플잭이 흘끗 보자 그 곳에는 무한의 상징이 그려진 거룩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애플잭은 급히 떨리는 두 발굽을 들어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 시상에, 엘렉트라 공주님 맙소사!" 금발의 암말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무릎은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캔틀롯 왕궁 분이셨습...!"
"네? 어디요?" 스쿠틀루는 멍청하게 주변을 눈을 꿈벅이며 돌아보더니 이내 표정이 밝아졌다. "네, 맞아요!" 그녀는 이내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고개를 살짝 들어 살짝 거만한 듯한 자세를 하고는 당당히 말했다. "네, 여러분 생각이 맞아요. 저는 여기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왕명을 받아 왔답니다. 만나게 되어 영광이에요, 애플잭, 매킨토시. 스위트 애플 에이커에서 여러분이 하고 계신 일은..." 순간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 이퀘스트리아의 어지간한 곳에까지도 잘 알려져 있답니다!"
"정말 죄송합니더, 하모니 씨! 전혀 몰랐심더!" 애플잭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그 엄청난 큐티 마크를 한 페가수스의 화를 누그러뜨리려고 애쓰며 말했다. "그러니께, 지는 하모니 씨가 그냥 울타리 밖에서 기어들어온 그지 깽깽인 줄 알았심다! 저희는 그저 그 그지 깽깽이가 저희 사과를 훔쳐 갈라는 줄 알았심더! 저희가 오해했심더! 정말임더!"
"정말인 것 같네요. 애플잭." 스쿠틀루가 따스히 웃었다. 그녀는 좀 전보다는 차분해진 숨을 내쉬며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애플잭, 당신이 당신 가족 농장에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건 확실하니까요. 단순히 타고난 것만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도 엄격히 지키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칭찬할 만 하네요."
빅 매킨토시가 고개를 애플잭의 귀 쪽으로 숙이더니 뭐라고 속닥속닥 이야기했다. 애플잭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을 한 번 삼켰다. "오빠가 맞데이. 완전 캔틀롯 포니랑 똑같은 투로 얘기한데이." 애플잭은 헛기침을 하더니 모자를 고쳐 쓰며 초조하게 웃었다. "그럼, 저희가 뭘 도와 드리면 됩니꺼, 하모니 씨?"
"어디 보자, 그러니까..." 스쿠틀루가 입을 열었지만, 이내 말 그대로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녀는 주변의 지평선까지 방대하게 펼쳐진 사과나무의 숲을 바라보았다. 가지가 쭉쭉 펴져 있었다. 반짝이는 밝은 햇빛 아래 그녀의 몸은 색이 바랬고, 깊은 푸른 하늘 아래 그녀의 호박색 눈동자는 무기력해졌다. 그녀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생명의 약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애플잭의 신뢰를 얻을까말까한 위태위태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정작 가져온 소식이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그녀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재가 내려앉은 마음에 회색의 거미줄로 묶여 다시 그 지독한 순간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녀는 다시 이 땅에 네 발굽을 얹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녀는 몇 센티미터를 떨어져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보이지 않는 구름 위에 떨어졌다. "사실은 말이죠." 그녀는 말을 내뱉었고, 이내 고무공 뒤를 쫓아가는 어린 망아지처럼 재빨리 말을 이었다. "뭘 좀 알아보러 왔습니다."
빅 매킨토시와 애플잭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은 눈 앞의 페가수스를 마치 한 몸인 양 쳐다보았다. "아, 알아보신다고요?"
"캔틀롯에 공급하는 사과 가공품 공급처 중에서도 가장 비율이 높으시고, 맞죠?"
"최고 상품만 공급하고 있심더!"
스쿠틀루는 그녀의 기억 속에서 승리감에 가득한 숨을 들이쉬고는 이내 기억의 플랫폼에서 뛰어내렸다. "뭐, 계절이 이제 슬슬 바뀌고 있잖아요." 스쿠틀루의 눈동자는 말을 하면서도 푸른 목초가 무성히 자라나는 대지 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봄이었다. "여름 태양절 기념 행사가 앞으로 세 달 뒤로 예정되어 있어서 말이에요." 스쿠틀루는 자기 말을 듣고 있는 두 포니들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당황스러워하길 기대했지만,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스쿠틀루는 이렇게 말을 마쳤다. "그리고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는 이번 연례 행사에 풍족한 양의 과일이 확실히 공급되기를 원하고 계신답니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 애플잭의 얼굴에 다시, 그 의심스럽다는 듯한 찌푸림이 퍼졌다. "하모니 양, 나가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르겄는디 말입니다. 올해 하계 태양절 행사는 스탈리온그라드에서 개최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님까?"
스쿠틀루는 급히 다시 기억을 떠올리며 눈을 꿈벅거렸다. 그녀를 감싸안은 스위트 애플 에이커에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과 그 향기로운 향기에 그녀의 어린 기억들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꽃이 피어나듯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쓸 만한 몇 개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주 추웠던 겨울, 포니빌 최초로 제 시간에 맞출 수 있었던 겨울 마무리, 따뜻한 봄, 에버프리 숲에 떨어진 이상한 동물, 근처 바위 농장에서 포니빌을 찾은 아픈 망아지들, 동쪽에서 불어오던 무서운 폭풍, 스위티벨과 그 언니 래리티의 알 수 없는 행방불명, 포니빌에서 개최된 셀레스티아가 없는 태양절 행사, 그리고... 재앙. 죽음의 땅으로 변해 버린 이퀘스트리아에 영원히 지는 회색의 황혼에서 보낸 지난 25년은 제 4시대가 마지막으로 맞이할 산 것들의 행사는 그녀에게 너무나 씁쓸한 행복으로 다가왔다. 하계 태양절 행사 직후, 재앙은 곧바로 이 땅을 덮쳤다. 나이트메어 문이 다시 나타난 지 거의 1년째 되는 그 때 말이다. 그리고 여기, 그녀는 재앙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이 땅에 서 있다. 그녀는 금발을 한 두 포니가 그녀를 위아래로 쓱 훑어보기 시작할 때에야 말을 더듬거리며 간신히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네... 어... 네, 맞아요. 이번 하계 태양절 행사는 스탈리온그라드에서 개최될 거에요." 스쿠틀루는 그녀가 풍기던 권위적인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하지만 작년 포니빌에서 개최된 하계 태양절 행사에 정말 많은 분들께서 와 주셨기 때문에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특별 지시가 있었답니다. 공주님께서 사랑하시고 아끼시는 이 어스 포니들의 마을의 풍족함을 온 이퀘스트리아 곳곳에 알리고 싶어하시는 거지요. 쉽게 말씀드리죠. 공주님께서는 여러분의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질 좋은 과실들을 스탈리온그라드에서도 맛보고 싶으신 거랍니다. 하지만 공주님께서는 여러분께 제안을 하시기 전에 일종의 준비를 하고 싶으셨던 거죠. 공주님께서는...어...여러분의 농장을 한 번 둘러보고 오기를 원하셨답니다!"
애플잭은 화난 듯한 눈썹을 치켰다. "그니께, '감사' 나오신 게 아니라 이 말씀 아닙니꺼?"
"감사라뇨?" 스쿠틀루는 살짝 움츠리면서 기분 나쁜 듯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더 힘을 준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게 아니고... 맞아요. 저는 여기... 감사를 좀 하러 왔거든요.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는 감사를 해 오기를 원하셨으니까요. 그럼... 좀 둘러봐도 괜찮을까요?" 스쿠틀루는 억지로 활짝 웃어 보였다. "저 사과들은 어떤가요?"
애플잭의 두 눈은 마치 에메랄드를 깎아 날을 세운 단검 같았다. 애플잭은 땅에 침을 탁 뱉더니 그녀의 큰오빠를 향해 투덜거렸다. "오빠야. 나가 보기엔 우리가 지금 거짓부렁이나 하는 아랑 있다고 보는디 말여."
"그~려!" 그도 페가수스를 향해 영 못 미덥다는 듯한 눈길을 보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스쿠틀루는 두 애플 패밀리를 초조한 눈길로 바라보며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저... 저기요...?"
애플잭은 느릿느릿하게, 하지만 위협적인 분위기를 흘리며 스쿠틀루를 향해 다가갔다. "그 시시한 하계 태양절 행사랑은 별 관계 없쟈? 안 그려?"
"어..." 황동색 몸을 한 방문객은 발이 걸려 뒤로 넘어져 소심하게 몸을 움츠렸다. "저기... 무슨 말씀이신지...?"
"그기 바로 나랑 이기, 빅 매킨토시가 일반적인 애플벅 시즌보다 훨씬 일찍 사과를 수확하기 시작한 이유고 말이다..."
"어... 네, 네?"
"우리 스위트 애플 에이커 근처으 다른 농부들을 자꼬 밤만 되믄 귀찮게 하는 것들에 관한 얘기기도 하다..."
"네...?"
"그리고 작년 애플벅 시즌에는 이기 빅 매킨토시가 다쳐갖꼬 아주 개판이 됐었거덩? 내는 아주 똥 빠지게 혼자서 사과나 따고 앉았고 말이다. 그긴 아주 서두른 결정이었제. 아마 그것 땜시 토깽이들이 아주 미쳐갖고는 막 뛰어댕기고 포니빌 한가운데서 식중독을 몇 번 일으켰을지도 모르겄다!"
스쿠틀루는 나무에 찰싹 붙어 기댔다. 그녀의 몸은 마치 황동으로 만든 아코디언처럼 굽어 있었고, 애플잭이 똑바로 노려보는 통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어...헤헤헤. 네. 그게 다 뭔..."
"다 알았다꼬!" 오렌지색 암말은 뒷다리를 힘차게 굴렀고, 그녀가 쓰고 있던 모자는 거의 던져지다시피 해서 그녀가 걷어찬 땅바닥에 떨어졌다. "너거는 그냥 그지 깽깽이가 아니었다 이 말이다! 너거는 그냥 그 망할 놈의 높으신 놈이었다카이! 아주 그 동안 있던 별 그지 같은 일들을 생각하믄 말이다. 너거가 바로 우리 농장에 아주 찰싹 달라붙어갖고는 자꼬 우리 농장을 염탐하려고 한 그 자슥이다 이 말이다!"
"전 여기 염탐이나 하러 온 게 아니에요, 애플잭!" 스쿠틀루는 눈을 꿈벅이며 똑바로 일어나 서며 그녀의 검은 갈기에 맺힌 땀방울을 흔들어 털어냈다. "캔틀롯 왕궁은 여러분의 농장을 염탐하려고 온 게 아니라 그냥 들르기만 하려고 한 거라고요!"
"그냥 들르긴 뭘 그냥 들른다는기가! 헛소리하지 말그라!" 애플잭이 칫 소리를 냈다. "내는 공주님께서 내를 좀 더 믿어 주셨으면 한다 이 말이다! 그려, 나가 작년에 아주 개판을 쳐 놓은 건 나도 인정한다카이. 그려도 다시 맘 잡고 새 출발 한 기라! 내 친구들, 그려, 공주님으 가장 충실한 제자 트와일라잇도 낼 도와갖고 애플벅 시즌의 막바지에 사과 다 땄다! 그니께 이번에는 캔틀롯에서 나 꼬리나 잡으라고 보낸 것들이랑은 상종도 안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가 제 시간에 딱 맞춘다면 말이다!"
"애플잭, 이건 그냥 한 번 둘러보기만 하는 거에요." 스쿠틀루가 말했다. "여러분을 심문하러 내려온 게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너무 건방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두 분 다 정말 너무 날카로워져 계신 것 같아요." 스쿠틀루는 내심 희망을 품고는 씩 웃어 보였다. "자, 어쩌면 이건 여러분께 주어진 하나의 기회일지도 모른다구요. 잘만 하면 애플벅 시즌보다 먼저 수확을 시작하지 않고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그냥 여러분을 도와 드리라는 명령을 받고 내려온 거구요."
"뭐, 도와 주시겄다면야." 애플잭은 몸을 돌려 스쿠틀루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럼 쌈박질을 그만 하는 걸로 합시다!" 아주 길고, 깊은 숨을 내쉰 애플잭은 이내 그녀의 모자를 집어 다시 머리 위로 푹 눌러썼다. 애플잭의 목소리는 훨씬 차분해져 있었다. "보이소, 하모니 양. 내는 공주님헌티 불손하게 말할 생각은 없었심더. 그려도 이건 공주님이랑은 너무 다릅니다예. 지난 5년 동안 저희들 농장은 캔틀롯에다가 저희가 먹을 사과까지 죄다 공급했심더. 그런디도 저희가 아직꺼정 감사를 받고 있다는 걸 알고 나니께... 머 저가 똑바로 잘 할 수는 없다는 건 지도 압니더. 공주님께서 저가 농장을 어떻게 굴리고 있는지 궁금하시면, 차라리 트와일라잇을 통해서 편지를 부쳐 주셨으면 합니더. 늘 그렇듯이 편지를 보내시면 되잖심꺼. 그런디 이 '캔틀롯 왕실'으 그 시시헌 조사라는 기 저한테는 갱장히 화가 나는 일이었다 이 말입니다. 지는 그 조사를 하는 디 쓸 시간이 없습니다. 하모니 양헌티 쓸 시간도 없고요. 그라몬 인자 사과 나무마냥 한 쪽에 찌그러져 계시소."
애플잭이 대놓고 짜증을 부리며 씩씩대며 저 멀리 걸어가기 시작했고, 스쿠틀루는 그런 애플잭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저기요! 제가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아니긴 하지만, 그게 당신이 절 좀 전에 던진 그 쇠스랑처럼 대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거든요!"
오렌지색 암말은 걸어가다가 그 자리에 멈추어 서더니, 고개를 돌려 스쿠틀루를 쳐다보았다. "아까 아가씨한티 휙 던진 그 쇠스랑 말씀이십니꺼?"
"전 당신을 도우러 여기까지 왔고, 이게 최후 통첩입니다!" 스쿠틀루가 말을 마치며 발굽을 힘껏 아래로 내려꽂았다. 하지만 그녀의 발굽은 불행하게도 땅이 아니라 빅 매킨토시가 휙 던져 버린 삽 위로 향했다. 삽의 나무 손잡이가 붕 뜨며 날아올라 스쿠틀루의 머리 위로 뚝 떨어졌고, 머리 주변에서 별이 돈다는 게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 주었다. "어으." 스쿠틀루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비틀거렸고, 자기 스스로도 자기 몸이 마구 떨리며 초점을 잃어 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히 다쳤어야 했지만, 다치지 않았다. 그저 흐릿한 녹색 연무 같은 고통이 엔트로파의 정수를 따라 갑자기 덜컥 하고 느껴질 뿐이었다.
애플잭은 한심하다는 듯 깔깔대며 웃었고, 그녀의 두 눈은 다시 앞을 향했다. 그녀는 귀찮은 듯 스쿠틀루를 향해 한쪽 발굽을 느리적하게 흔들었다. "저기, 아가씨. 아가씨가 어떤 분인지 함 잘 생각해 보이소. 캔틀롯 왕궁에서 일하는 비서 아잉교. 아가씨는 우리덜마냥 일하는 일말이 아니라 이 말임니더! 그라모 인자 아가씨 옆구리으 그 알아먹도 못할 큐티 마크랑 안 맞는 일은 그만두이소!"
"치이..." 스쿠틀루는 마치 우주의 빛 같은 어지러움을 흔들어 털어 버리고는 삐진 듯 그 어스 포니를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제가 농장에서 일하기에 대체 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가씨는 설거지만 똑바로 할 수 있어도 다행일 것 같은디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마지막 포니의 얼어붙은 마음 깊은 곳에서 싹을 틔우며 그녀의 얼굴을 홱 들어올렸다. 그녀는 갈기를 바람에 흩날리며 잔뜩 화가 난 듯 애플잭을 향해 다가갔다. "보여 드리죠. 사과 따는 일이 저한테 그 어떤 일을 시키더라도, 제가 다 해낼 수 있다는 걸 똑똑히 보여 드리죠. 캔틀롯 왕실이 그저 이쁘장하기만 한 포니들을 뽑는 게 아니라는 건 애플잭, 당신도 알고 있겠죠."
"내도 그럼 확실한 걸루다가 하나 생각해 놓은 게 있는디."
"뭐 생각해 둔 테스트라도 있으신가 봐요?"
"당연하고말고요!" 애플잭은 한 사과 나무로 다가가 가볍게 한 대 걷어찼고, 단 두 개의 반짝이는 사과만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애플잭은 마치 어릿광대 같은 미소를 띄우며 재빠른 동작으로 사과 두 개를 모두 받아냈다. "내는 이거를 '품질 보존 테스트'라고 부르고 있어예!"
순간 빅 매킨토시가 두 눈을 굴리며 기분이 별로인지 뭐라뭐라 중얼거리고는 저 멀찍이 떨어졌다. 스쿠틀루는 혼란스럽다는 듯 빅 매킨토시를 향해 눈만 꿈벅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녀는 그녀가 녹색과 빨간색으로 비치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과 따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게 있슴더." 애플잭이 양 발굽에 든 청사과와 붉은 사과 사이로 스쿠틀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기 뭐냐 하모, 물건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데이. 아가씨가 사과를 언제까지 따느냐, 그건 자유임더. 소들이 집에 기어들어가 디비져 잘 때까지 따도 상관 없다는 말임더. 근디, 사과 한 알이래두 헛물을 켰다간 우찌 될까예? 그 말은, 아가씨 주머니에서 돈이 훨훨 날아가 버린다는 얘기랑 똑같심더. 듣고 계심까?"
"그래서, 이 훌륭하고 따분한 얘기의 포인트가 뭔가요?" 스쿠틀루가 초조해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애플잭을 바라보았다.
"포인트 말입니꺼, 하모니 양. 그 포인트란 거는 아가씨가 사과 수확을 돕고 싶으시몬 사과가 상하지 않게 잘 준비하고 계셔야 한다 이 말입니다." 애플잭은 양쪽 발굽에 든 청사과와 붉은 사과를 가지고 저글링을 하며 장난스레 눈을 찡긋했다. "아가씨가 아가씨 날개로 충분히 요것들을 따라잡을 정도로 빠르기만 하모, 이 첫 번째 테스트를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을 낍니더!"
"그래요...?"
"나가 지금부터 요 사과 두 개를 하늘로 뻥 하고 차서 올릴 낍니더. 아가씨가 할 일은 그것들을 잡아 오는 거구예. 요것들이 퍽 하고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기 전에만 잡아 갖꼬 들어오시몬 아가씨으 도움을 기꺼이 받겠심더. 이해하셨지라?"
"아으으으..." 스쿠틀루는 불만스러운 듯한 얼굴로, 관자놀이로 피가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끼며 자기 머리를 비벼댔다.
"머 문제라도 있습니꺼? 아가씨."
"이건 멍청하고 무의미한 짓거리잖아요!" 검은 갈기의 암말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당신이 오히려 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본론만 말해요. 내 도움이 필요해요, 안 필요해요?"
"아가씨, 나가 아는 꽉 막힌 페가수스 하나랑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예." 애플잭이 깔깔 웃었다. "머, 갸는 당연히 나으 테스트 조건쯤은 우습게 채우고도 남지만 말임더. 하모니 양도 당장 그 테스트를 하고 싶어 안달난 줄 다 압니더." 애플잭은 저글링을 하던 발굽을 멈추고는 발굽 위에 사과 한 알씩을 가볍게 올려놓았다. "머가 문제잉교? 아가씨, 겁쟁입니꺼?"
시간을 거슬러온 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는 화난 듯 낮게 깔린 어조로 말했다. "아무도, 그리고 그 누구도 날 겁쟁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지금꺼정 나가 들은 말 중에 가장 끝내주는 말이구마!"
"과일을 던질 건가요, 아니면 뭘 던질 건가요?" 스쿠틀루가 그녀의 두 날개로 옆구리를 탁 치며 말했다.
"그라몬 함 잡아 보이소, 아가씨!" 애플잭은 끙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사과를 동시에 하늘 위로 던져 올렸다. 오렌지색 암말은 앞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동시에 두 뒷다리로 두 사과를 힘껏 차 서로 반대편으로 날려보냈고, 사과들은 지평선을 따라 어른거리며 사라져 갔다.
스쿠틀루는 순식간에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갑작스러운 그녀의 날갯짓은 순간 한 줄기 산들바람이 되어 과수원 가장자리로 퍼져나갔다. 나무 몇 그루의 녹색 나뭇잎이 흔들렸다. 번쩍이는 태양의 빛 아래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는 마치 질주하는 로켓처럼 날아가 첫 번째 목표물인 빨간 사과를 낚아챘다. "잡았다!" 그녀는 두 발굽으로 손쉽게 사과를 잡아냈고, 마치 녹색의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두 번째 목표물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기 시작했다. "닭 따위가 이런 걸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마지막 순간에 엄청난 가속도를 붙였고, 눈 앞의 녹색 사과를 꽉 물었다. 그렇게 그녀는 자랑스럽게 씩 웃는 입으로 두 번째 사과도 낚아챌 수 있었다. "하하! 혹혹히 알 알써요? 아플잭?" (똑똑히 잘 봤어요? 애플잭?)
그녀 아래로 펼쳐진 봄날의 초록 아지랑이 속으로 타그닥거리는 발굽 소리가 서서히 희미해지며 사라져 갔다. 스쿠틀루는 펄럭이는 자신의 날개 아래로 내려다보았고, 둔한 헉 소리와 함께 낚아챈 사과 두 개를 모두 휙 던져 버렸다. 애플잭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스쿠틀루를 향해 날아온 쇠스랑과 삽도 어느 샌가 사라져 있었다.
"애... 애플, 애플잭이 날 버렸어!" 스쿠틀루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스쿠틀루는 눈만 꿈벅이고 있다가 순간 닥쳐온 공포에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계속 붙어 있어야 하는데!" 그녀는 허둥지둥하며 녹색 나무 위로 몇 바퀴 돌며 매끄럽고 반짝이는 붉은 사과 사이로 대지 위를 훑어보았다. 그녀의 영혼을 '고정'해 주는 금발의 암말을 찾아 그녀는 필사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애플잭? 애, 애플잭 씨?" 그녀는 과수원을 지그재그로 날아다니며 나무 울타리와 샘까지 모두 둘러보았다. "저기요! 포니빌 완소 포니 아가씨! 아오. 당장 안 기어나와? 이 먹다 남긴 옥수수 같은 여자야!"
스쿠틀루의 목소리는 그녀가 다시 한 번 의도치 않은 자해를 함으로써 잦아들었다. 이번에는 거대한 나무둥치에 정면으로 부딪친 참이었다. 격렬한 고통의 흐름은 없었다. 그 대신 그녀는 텁텁하고 지끈거리는 무감각 속에서 비틀거렸다. 그녀는 사과 대여섯 개가 떨어져 자기를 때리고 나서야 그 멍청한 실수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끙 소리를 내며 자신의 머리를 비비며 농장 저편 멀리 보이는 붉은 헛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늙은, 아주 늙은 암말이 보였다. 스쿠틀루의 어린 마음 속에서 그 암말은 애증의 존재였다. 라임 색깔을 한 과거의 유령, 이른바 스미스 할머니라고도 불리는 그 분 말이다. 그 나이든 포니는 저 멀리서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흔들의자에 걸터앉아 레코드 플레이어를 듣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혼자 있지는 않았다. 스미스 할머니와 같이 있는 포니들은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구리의 색을 닮은 페가수스가 있었다.
"허, 헛?" 스쿠틀루는 어질어질한 가운데서도 어색하게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그녀가 이 이상한 광경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짐작하기도 전에, 그녀의 호박색 눈은 한쪽으로 향했고 저 멀리 보이는 두 남매의 모습이 보였다. 오렌지색, 그리고 빨간색 포니들이었다. 그들은 저 멀리 멀어져 가고 있었다. 20미터... 30미터...40미터...
녹색 불꽃이 서서히 스쿠틀루의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깜짝 놀랐고, 에메랄드 빛 불꽃의 장막 너머로 그녀의 발굽을 마구 흔들었다. "아, 안 돼! 아직 아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 보이는 애플잭의 뒤를 향해 미친 듯 달려가기 시작했다. "따라잡으면 돼! 따라..."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탁 트인 녹색 들판은 시간의 불꽃에 녹아 사라지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안돼, 안돼, 안돼, 안 돼!" 스쿠틀루는 비명을 지르며 화염 속으로 끌려져 들어가 엄청난 속도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보랏빛의 신비한 빛이 은은히 비치는 연구실의 화강암 테이블로 정면으로 튕겨져 나왔다. 천둥 같은 소리가 연구실을 가득 채웠다. 보랏빛 드래곤은 화학 실험대에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스파이크는 고개를 돌려 안경 쓴 눈을 가늘게 뜨며 쓰러진 시간의 방랑자를 바라보았다.
"음, 확실히 빠르긴 빠르네."
"으아아아아아!" 스쿠틀루는 잔뜩 화가 나 두근대는 마음 깊은 곳의 상처는 무시하고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일어나 섰다. "에포나 여신께 맹세하지. 이건 말할 때마다 라임을 맞춰서 얘기하는 얼룩말이랑 얘기하는 거랑 완전 똑같은 짓거리였다고!"
"네가 불만스러운 건 나도 알 것 같은데 말이야, 우리가 굳이 그렇게 격한 비유를 써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스파이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잔뜩 흥분한 페가수스는 예의고 뭐고 없이 연구실 테이블 위로 훌쩍 뛰어올라 스파이크를 보고 얼굴을 구겼다. "나는 애플잭이 정직의 원소인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똥고집의 원소가 아니라!"
"너나 내가 뭐가 진짜 진실인지 안다면, 우리는 어쨌든 그걸 지켜야 하지 않겠어?"
"애플잭이 그 진실을 말해 주지 않아서 이러는 거야!" 스쿠틀루가 스파이크를 노려보았다. "내가 애플잭과 빅 매킨토시한테 갔을 때, 나한테 농기구를 들이댔단 말야!"
"스쿠틀루..."
"이번에는 세상이 끝장날 거라는 얘기는 한 마디도 안 꺼냈단 말야! 맹세할 수 있어!" 스쿠틀루는 그녀의 가슴 위로 두 발굽을 가로질러 X자 모양을 만들더니 왼쪽 눈을 쿡 찌르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핑키 파이 맹세였다. "뭔가가 애플잭을 안 좋은 쪽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 거기다 그게 애플잭한테 애플벅 시즌을 앞닿기도록 압박을 가하는 모양이야! 이제 그들은 날 참견쟁이에다 착한 척이나 하는 캔틀롯 첩자라고 생각할 게 틀림없어!"
"혹시 영혼의 연결이 끊기기 직전에 그 얘기를 들은 거야?" 스파이크가 눈썹을 치켰다.
"하? 쳇! 피... 그건... 아악!" 스쿠틀루는 잔뜩 신경이 곤두선 채 두 발굽을 들어 갈기를 쓸어 넘기려고 했지만, 이내 그녀한테는 쓸어 넘길 갈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쑥스러운 투로 중얼거렸다. "애플잭이 날 가까이 둘 만한 얘기라면 뭐든지 다 이야기했었어. 그러니까 애플잭이 공중으로 차 올린 사과를 다 잡아낼 수 있으면 농장 일을 돕게 해 주겠다고..."
"아, 하하하. 애플잭이 '품질 보존 테스트'를 시킨 거야?" 스파이크가 히죽 웃었다. "사과 두 개 던져서 하는 그거, 맞지?" 스파이크는 크리스털 안경을 벗더니 큰 소리로 껄껄대며 웃었다. 그가 웃을 때마다 녹색 연무가 피어오르며 나이든 드래곤의 엄숙한 얼굴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껄껄 웃는 그의 못에 걸린 보라색 펜던트는 빙빙 돌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 참, 재미있는 이야기네!"
스쿠틀루가 테이블 가장자리에 털썩 앉으며 그녀의 두 앞다리를 접었다. 그녀의 얼굴은 찌푸려져 있었다. "뭐가 그렇게 더럽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는데."
"이거 참, 얘..." 스파이크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쓱 닦더니 숨을 폭 내쉬고 고개를 숙여 스쿠틀루와 눈높이를 맞추며 안경을 다시 올려 썼다. "그건 애플잭이 자기 과수원에 무단침입했다고 여기는 포니들한테 시키는 일 중 하나였어. 꽤 오래되서 잘 안 하는 일인데 말이지. 아마 레인보우 대쉬한테는 몇 번이고 시켜 봤을걸. 뭐 그건 걔들 둘 사이의 일종의 놀이 같은 거였지만 말이야. 지금은 네가 이렇게 화가 나서 도저히 못 믿을 수도 있겠는데 말이야, 그건 애플잭이 널 존중해 주고 있다는 아주, 아주 복잡미묘한 의사 표현이라고. 일단 나는 그렇게 생각해."
"뭐, 그래. 그럼 그 은근한 표현을 좀 더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면 그냥 때려치우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스쿠틀루는 중얼거리며 한쪽 발굽을 들어 얼굴을 비볐다. "스파이크, 미안해. 내가 다시 일을 망쳐 버렸네. 아무래도 치어릴리 선생님한테 다시 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아니면 다른 포니의 뼈를 찾아올게. 왜냐면, 내 맹세하건대, 애플잭은 말 그대로 완전 벽창호란 말야."
"잘 들어. 그런 태도로는 절대로 그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할 거야." 스파이크는 연구실을 천천히 가로질러 걸어가며 말했다.
"무슨 정보 말이야?!?" 스쿠틀루가 네 다리를 휙휙 저으며 깔깔대며 웃었다. "스파이크. 애플잭은 완전 성격 까칠하단 말야! 내가 그 누구의 이름을 들먹이더라도 애플잭이 나랑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만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단 말야. 하물며 누가 됐든 애플잭보단 나을걸!"
"스쿠틀루. 난 그 열쇠가 우리한테 있다고 믿어. 포니들이 우리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건 생각할 거리가 아니야."스파이크가 말했다. 스파이크는 잠깐 기침을 하더니 이내 비늘 덮인 손으로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 있는 연무를 헤집어 흩었다. 스파이크는 애플잭의 재가 담긴 크리스털 항아리를 집어 들고는 다시 그의 작은 친구가 있는 곳으로 느긋하게 걸어갔다. "적어도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지, 그걸 생각하자고."
"난 우리의 이 자그마한 '실험'이 우리한테 뭘 해 줄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스파이크." 페가수스가 툴툴댔다. "뭐, 방금 전의 세계에서 애플잭이 원했던 건 우리의 도움이잖아."
"아마도 애플잭이 도와 준다는 말을 거절한 건 그게 처음이 아닐걸." 스파이크는 스쿠틀루를 향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트와일라잇이 처음 포니빌에 왔을 때 애플잭 혼자서 애플벅 시즌이랑 씨름하고 있었거든. 그 뜻은, 애플잭 혼자서 온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과일 하나하나를 다 따야 한다는 뜻이었지. 애플잭 혼자 스스로 정한 기한까지는 절대로,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지. 트와일라잇이 가서 설득하기 전까지 계속 사과를 따면서도 다른 포니들과 약속한 것도 지켜야 한다고 자꾸 자기 스스로 몰아가더라."
"맞아. 애플블룸이 그 얘기를 해 준 적 있었어!" 스쿠틀루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보라색 드래곤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트와일라잇은 도대체 어떻게 설득한 거야?"
"은근히 계속 설득했지, 내 훌륭한 친구." 스파이크가 씩 웃었다. "너도 곧 이게 미묘함의 좋은 친구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어..." 스쿠틀루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면서도 극적으로 고개를 꽉 붙잡으며 말했다. "아무나, 누구나, 나를 구속하는 그 포니에게..."
"좋아. 그럼 다시 과거로..."
"뭐?!" 그녀는 깜짝 놀란 눈으로 스파이크를 올려다보았다. "날 다시 애플잭에게 돌려보내겠다는 거야?"
"물론이지." 스파이크는 크리스털 약병의 마개를 비틀어 열고는 스쿠틀루를 향해 마법진 한가운데로 손짓했다. "애플잭의 정직에 대한 사랑은 쉽사리 그녀의 완고함과 완벽주의적 자기정당성의 어두운 부분에 가려질 수 있어. 하지만 그 단단하고 어두운 껍질을 깰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 친절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가. 그러면 애플잭도 마음을 열어 줄 거야. 이거라면 내가 장담하지."
"스파이크 네가 나한테 거는 기대와 신뢰만큼만이라도 애플잭이 나한테 그러면 좋을 텐데." 스쿠틀루가 중얼거렸다.
"너무 자신을 드러내서 그래." 스파이크가 미소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정'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노력해 봐. 잠깐의 충고를 하는 데 너무 많은 녹색 화염을 썼으니 말이야. 또 연속으로 같은 포니의 영혼에 너무 많이 '고정'시키는 건 불가능해. 잠깐이라도 그 연결을 끊어 주지 않으면 연속으로 같은 포니의 영혼에 널 '고정'할 수는 없어."
"연결을 끊는다니?" 스쿠틀루가 마법진 안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며 스파이크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야?"
"간단해. 잠시 동안 널 완전히 다른 포니의 영혼에 '고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야. 그래야 널 다시 애플잭에게 보낼 수 있거든." 스파이크가 말했고, 그녀의 머리 위로 느릿느릿한 스파이크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럼 빨리 네 시간 여행에서 최대한 더 많은 걸 얻어내러 가 보자고. 미묘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붙어 있어. 스쿠틀루, 넌 너무 정이 없고 무감각해. 우리의 사과 따는 친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말야. 네 고집이 애플잭의 고집을 뛰어넘는 그 순간부터 일이 훨씬 더 쉽게 풀린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뭐, 너라면 충분히 그럴 만 하니까. 그 다음에는 애플잭 스스로 자신의 정직함을 열어 드러낼 거야. 그러면 아마 우리가 애플잭을 도운 것처럼 그녀도 우리를 도와 줄 거야."
"그러면서 내가 목숨이나 건진다면 가능하겠지." 스쿠틀루가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똑바로 서서 두 눈을 감았다. "난 준비됐어, 스파이크. 애플잭을 만난 날부터 하루나 좀 더 오래 전으로 돌려보내 주는 거 맞지?"
"으음..." 스파이크는 한 줌의 재를 손바닥에 부으며 말했다. "아니, 네가 돌아오기 2분 전으로 돌려 볼까 생각 중인데."
스쿠틀루의 감은 두 눈이 혼란스럽다는 듯 다시 뜨였다. "2분 전? 하지만 스파이크, 혹시 내가 돌아가면 내가 나랑 만날지도 모르잖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나도 잘 모르겠어." 스파이크는 손에 담긴 재를 스쿠틀루에게 부드럽게 발라 주며 연기가 새어 나오는 주둥이를 낮추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때. 애플잭은 널 낚기밖에 하지 않았잖아. 그것밖에 우리가 애플잭을 비난할 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스파이크는 한 줄기의 강한 녹색 화염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스쿠틀루는 다시 끓어오르는 에메랄드 빛 화염의 흐름에 몸을 맡김과 동시에 살짝 움츠러들었다. 깜박이던 불꽃은 그녀의 머리 뒤로 흐르는 검은 갈기로 변했고, 그녀의 몸에 갑자기 달라붙으며 황동색으로 그녀의 몸을 물들였다. 그녀는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붉은 헛간 옆에서 연기처럼 서 있었다. 우울한 바이올린 소리는 달콤한 멜로디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었다.
"으음..." 그녀는 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 3시대 전반기... 스탈리오니바리우스인가?"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옆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박하게 생긴 레코드 플레이어가 가끔씩 딱딱거리며 건초 냄새가 나는 대기를 아름다운 현악으로 가득 채우는 것을 보고 너무나 즐겁고 기뻐했다. "아는 곡이야!"
그녀의 옆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났다. 스쿠틀루는 그제서야 회색 갈기와 연약한 네 다리를 한 암말이 흔들의자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낮잠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그녀의 구름 낀 듯 흐릿한 눈동자는 다시 생기를 찾아 반짝였다.
"흐흠? 게 누구요? 누가 거기 있는가? 애, 애플블룸이냐?"
스쿠틀루의 심장이 마구 뛰었다. 어린 시절, 그 때처럼 정중하게 발굽을 굽히며 인사를 하며 말했다. "스미스 할머니, 깨워서 정말 죄송해요."
라임색 솜털을 한 나이 든 포니는 손님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어??? 나, 나가 너거를 알던가...?"
"저는...어..." 스쿠틀루는 과수원 너머의 지평선을 슬쩍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녀의 두 눈에 그녀를 향해 걸어오는 두 포니가 보였다. 붉은 수말과 오렌지색 암말. 그들 뒤로는 황동색의 암말 같은 게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암말은 이내 뿜어져 나오는 녹색의 연기에 집어삼켜져 버렸다. 아무도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스쿠틀루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 모습은 스쿠틀루의 머리를 엄청난 속도로 돌리기 시작했고, 그녀는 이내 친절한 웃음을 지으며 나긋나긋한 어조로 스미스 할머니에게 말했다.
"전 그저 훌륭한 음악을 찾아다니고 있을 뿐이랍니다. 부인."
"뭐를 찾는다꼬?" 늙은 포니는 가볍게 몸을 떨며 말했다.
스쿠틀루는 삐걱대는 레코드 플레이어를 향해 몸짓하며 말했다.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 곡은 스탈리온바리우스의 루나 공주를 위한 아다지오...인 것 같은데요." 그녀는 깊은 평온함과 더불어 봄바람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녀의 '투영'된 몸 안에 꽉 들어차 있던 씁쓸한 좌절감은 그 대신 편안함으로 가득 찼다. 아름다운 날이었다. 최고의 날이었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이 노래를 불러 주는 것 같았다. "고전 중의 고전이죠." 스쿠틀루는 말을 이었다. "제 3시대의 개막과 함께 루나 공주님이 나이트메어 문으로 변해 달로 추방된 일을 추모하고, 슬퍼하는 교향곡이죠. 그 어떤 교향곡도 이 곡을 따라갈 수는 없어요."
"에? 에헤헤. 지금 말한 그대로여!" 스미스 할머니는 피곤한 눈으로 미소를 지었다. "너처럼 어린데도 그런 고상한 취향을 가진 아이가 있다니. 이제 다 알 것 같구마! 너거, 전에 이 곡을 공연하는 걸 들어 본 적 있는 기가?"
"음...헤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니에요." 스쿠틀루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회색 암말의 흔들의자 옆으로 다가가 섰다. "그래도 스탈리오니바리우스의 곡에는 익숙해요. 캔틀롯 식 바이올린 연주의 선구자로 다른 연주자들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할 업적을 혼자서 이룩한 음악가지요. 옥타비아의 음악도 좋지만, 스탈리오니바리우스의 루나 공주를 위한 아다지오는 역시 원곡이 훨씬 더 비극적일 것 같네요. 조만간 꼭 들었으면 좋겠네요."
"아, 그래. 옥타비아. 호호호." 애플 패밀리의 할머니는 잠깐 기침을 하더니 흔들의자에 가장자리에 길고 자랑스러운 듯 앉았다. "요즘에는 그 고상한 캔틀롯에서도 항상 엄청나게 유행이라고 하더구마. 다른 젊은 음악가들이랑 마찬가지로 똑같이 재능있는 건 확실하제, 그려도 그 실제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구마! 언제라도 스탈리오니바리우스 음악을 듣고 싶구마!"
"옥타비아가 이끈 첼로 연주의 혁신에 대해서도 이야기거리가 참 많죠." 스쿠틀루가 말했다. "그래도 역시 루나 공주를 위한 아다지오는 원곡이 가장 낫죠. 그 어떤 것도 따라갈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스쿠틀루는 그 다음으로 자기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는 가볍게 깔깔대며 말했다. "루나 공주님께서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셨으니, 더 이상 그 슬픔을 그대로 안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음... 머 세월이 흘렀으니께는..." 나이든 암말은 시선을 돌려 붉은 헛간 너머의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가 어렸을 적이 기억나는구마. 나이트메어 문의 이름은 어딜 가든지 꼬마들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카이. 나가 자라고, 결혼하고, 아를 낳고, 이렇게 쉬는 동안에도, 제 3시대는 내내 그 티묻은 달이 드리웠던기라. 나으 생애를 돌이켜보믄 말이다, 참 극적으로 여러 번 바뀌었었다카이. 그기 바로 산다는 것으 놀라움이고, 경이다. 어린 아가씨."
스쿠틀루는 깊은 숨을 들이귀었고, 레코드 플레이어 위에서 돌아가는 윤기 나는 음반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그런 놀라움과 경이의 순간에 함께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으음... 홀홀. 어린 아가씨가 참 기특하기도 하구마. 그려도 그건 아주 적은 포니에게만 허락된 특권이구마."
황동색 페가수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단 하나일 수도 있구요."
"미안하지만 이 노인네가 하나만 더 물어 봐도 될까 궁금하구마. 그려도..." 참 이름 하나는 잘 지은 것 같은 스미스 할머니는 발을 이리저리 느릿느릿 움직이더니 진심 어린 목소리로 시간 여행자를 향해 물었다. "우리, 전에 만난 적 있던가?"
* Granny Smith: 사과의 한 품종. Granny에 할머니란 뜻이 있음을 이용한 말장난.
엔트로파의 모습을 닮은 스쿠틀루의 몸 안에서 심장이 마구 뛰는 듯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크리스털처럼 맑고 깨끗한 즐거움이 가볍게 떨리며 마치 그 둘 사이의 오랜 세월과 망각의 거리 사이 가운데에 춤추는 빗방울처럼 드리웠다. 늙은 포니의 눈망울에 두 개의 오렌지색 둥그런 점이 비쳤다. 희미하게 빛나는 어린 망아지를 닮은 모습이었다. 구운 파이와 다 낡은 앞치마, 그리고 주름진 피부의 희미한 냄새가 그들 머리 위의 공기를 씻어냈고, 이내 사과 가득한 녹색 들판으로 서서히 스러지며 사라졌다. 스쿠틀루는 순간 스파이크의 정원이 생각났다. 스파이크의 꽃과 나무들, 뽑아낸 태양빛 아래 흔들거리던 그것들이 떠올랐다. 이 반짝이는 과거, 과거의 아이들과 훌륭한 포니들 뒤로 닥쳐올 미래는 척박한 죽음의 땅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스쿠틀루는 기꺼이 엔트로파의 정수로 만들어진 자신의 몸에 깃든 무감각을 받아들이며 그녀의 목에 마치 숄처럼 둘렀다. 그리고 눈 앞의 나이든 포니를 향해 유창한 화법으로 말했다.
"아니에요, 부인." 그녀의 얼굴은 마치 콘크리트 벽처럼 굳어 있었고, 그 웃음 역시도 여전히 건조했다. "저희는 전에 만난 적도 없는걸요. 왜 그러세요?"
"아, 그저 너거으 음악 취향 때문에 물어 본 기다. 그려도 나가 전에 너를 본 것 같은 건 확실하다카이. 아가씨는 아가씨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그런 매력이 있다는 야그다. 아가씨 솜털은 요즘에는 눈을 씻고 찾아뵈도 안 뵈는 그런 색이구마. 지난날으 그 금빛처럼 반짝인다 이 말이다."
"스미스 할머니, 제가 어디서 왔던지, 제 솜털은 반짝일 만한 이유는 없는데요." 스쿠틀루는 순간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숨을 내쉼과 동시에 솔직히 털어놓았다. 스미스 할머니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고, 쾌활한 스쿠틀루의 재잘거림은 그 눈을 닮았다. "그래도, 할머니의 이 아름답고 기분 좋은 농장은 우리가 계속 이야기를 나눌 만한 좋은 이유가 되어 주겠죠."
"홀홀홀홀, 그려, 그 말이 맞구마, 꼬마 아가씨."
스쿠틀루는 순간 레코드 플레이어에서 나오고 있는 음악도, 그 옆에서 싱긋 웃고 있는 스미스 할머니도, 누가 더 아름다운지 알 수 없었다. 스미스 할머니는 그 따뜻함을 함뿍 담아 시간의 굴레에 갇힌 스쿠틀루에게도 웃어 주었다.
바로 그 때, 타그닥거리는 빅 매킨토시와 애플잭의 발굽 소리가 가끔 따닥거리긴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선율의 반그림자 가운데를 가로질렀다. "헤헤, 오빠야도 봤제! 나가 그랬다아이가! 오빠도 그 멍청한 페가수스의 면상을 한 번 봤어야..." 애플잭은 스쿠틀루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깔깔대고 웃으며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우째 니가 우리보다 빨리 이리 온 기고?"
"아 네, 뭐, 음... 말해 드리자면... 아, 잠깐만 기다려요." 스쿠틀루는 애플잭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스미스 할머니를 향해 웃어 보였다. "메어차르트의 교향곡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머, 야, 안 들어 본 아가 있단 말이가? 그려도 갸는 너무 과대평가된 면이 있데이."
"그렇죠. 뭐 그래도 메어차르트가 제 3시대 중반기의 캔틀롯 실내악의 기초, 그 중에서도 강약을 이용한 음악의 기초를 닦았으니까요. 메어차르트가 아니었으면, 아마 '천공의 접속곡 8번'은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겠죠."
"오호, 그 짤막한 곡 말이구먼! 그려, 차를 마실 때 같이 들으면 정말 훌륭한 곡이었데이. 적어도 이퀘스트리아랑 얼룩말 2연방 사이서 전쟁이 터졌을 때 거의 쏟아져 나오다시피 했던 빅 밴드식 음악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여."
"빅 밴드가 전시 상황에서 등장한 줄은 전혀 몰랐어요!"
"여, 여봐!" 애플잭이 뒤에서 사납게 소리치고 있었다. 한쪽 발굽에 모자를 들고 마구 흔들어대며 말이다.
"꼬마 아가씨가 언젠가 나처럼 나이가 들면, 가장 아름다운 음악들은 시기적으로 무쟈게 어려웠던 때에 등장했다는 걸 자연히 알게 될 거여."
"헤헤, 그것도 몰랐네요. 스미스 할머니."
"여봐? 어우, 여보쇼? 애플잭은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는 아직도 노래하고 있는 레코드 플레이어와 스미스 할머니, 그리고 페가수스의 가운데로 걸어가 섰다. 애플잭은 황동색 페가수스의 얼굴을 사납게 째려보고 있었다. "나가 너거를 아까부텀 계속 부르고 있었다 안카나!"
"애플잭!" 스미스 할머니가 핀잔을 주며 주름진 라임 색의 앞다리를 흔들었다. "예의를 갖추래이! 나가 지금 우리 손님이랑 야그하고 있다아이가!"
애플잭은 너무 놀라 반문했다. "우리 손님이라꼬예?"
"그려! 여그 이 참한 처녀으 이름은... 이름이... 에..." 스미스 할머니는 스쿠틀루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참말로 미안하구마. 아가씨 이름이 뭐라고 그랬노?"
"그럼 다시 한 번 제 소개를 드리죠." 스쿠틀루는 예의바른 미소를 짓더니 다시 몸을 굽혀 인사를 하며 말했다. "제 이름은 하모니에요. 그리고... 저보다 더하셨으면 더 하셨지, 저만큼 고전 음악의 진가를 알아봐 주시는 분을 만나서 정말 기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요 아가씨는 스탈리오니바리우스가 누군지 알더라, 애플잭!" 스미스 할머니가 활짝 웃었다. 할머니가 흔들의자에서 일어나서 레코드 플레이어 쪽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기 시작하자 할머니의 네 다리는 삐걱대듯 뚜둑거렸다. "나가 지금까지 얼마나 이 명곡들을 갖고 지 잘났다고 나대는 어중이떠중이들을 얼마나 많이 봤는지 나도 모르겄다." 스미스 할머니는 스쿠틀루를 보고 눈을 찡긋했다.
"헤헤... 그들은 자기들이 뭘 놓치고 있는지 전혀 모를걸요." 스쿠틀루도 씩 웃으며 답했다.
"할매요, 야는 그냥 손님이 아니라꾸요!" 애플잭이 비난하듯 한쪽 발굽을 마구 흔들어댔고, 얼굴에 경멸하는 듯한 냉소를 띄웠다. "야는 그냥 참견쟁이에 더럽게 귀찮게만 하는 비서 놈이라꾸요. 이놈이 어디서 왔냐믄..."
"...캔틀롯 왕궁에서 오셨꾸마!" 스미스 할머니가 '하모니'의 큐티 마크를 보자마자 헉 소리를 내며 한쪽 발굽을 들어 가슴에 갖다 댔다. 스미스 할머니의 놀란 눈은 엄청나게 커져 있었고, 할머니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인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겠구마! 어디서 본 적 있는 문양이다 싶었제!" 스미스 할머니가 스쿠틀루를 보고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아가씨도 알겠구마. 한 수십 년 전이제, 쟈들 애비, 애플샤인을 막 낳았을 때니께는. 그 때 아가씨랑 아주 똑같이 생긴 데다 깔끔한 페가수스가 와서는 우리 가족이 몇인가 조사하고 갔다카이. 길토핀 공주님께서 평안하셨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내는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시종들이 그렇게 공손하고 친근한 분들인 줄 몰랐다카이. 애플샤인이 돌을 맞았을 때도, 그 페가수스가 왔었다!"
"아, 혹시 좀 이상하지는 않으셨어요?" 스쿠틀루는 슬쩍 애플잭을 보며 씩 웃고는 말했다. "제 3시대의 예절이라, 지금처럼 더욱 정중한 예절을 갖출 수 없었던 건 죄송하게 생각해요."
오렌지색 암말은 드디어 뚜껑이 열렸는지 그녀의 떨리는 귀에서 엄청난 양의 증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흠, 아가씨,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기가?" 스미스 할머니가 눈을 깜박이더니 혼란스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애플잭을 바라보았다. "AJ, 뭐가 어떻게 된 기가?"
"아무것도 아임니더, 할매." 애플잭이 으르렁거렸다. "그저 뭔가 말이 잘 안 통했나 봅니더."
"그럼 다 말해 보그라!" 스미스 할머니가 발굽으로 땅을 내려쳤고, 주름진 얼굴은 찌푸려졌다. "뭔가 너그 애비랑 안 닮은 짓거리를 하는 걸 봉께 뭔가 이유가 있는 기라."
애플잭이 그녀의 입을 벌릴 대로 벌리기도 전에, 스쿠틀루는 느긋하게 조금 걸어가 스미스 할머니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태연히 웃어 보였다. "다 제 잘못이에요, 스미스 할머니. 제가 아직 나는 데 좀 미숙해서 공주님의 명령을 수행하다가 그만 여러분의 최고급 사과 나무에 부딪히고 말았거든요. 비록 약간 잘못된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게 할머니의 두 손주들을 비난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스쿠틀루는 세 포니들을 향해 웃는 얼굴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저는 그저 도와 드리고 싶었어요. 공주님께서는 애플벅 시즌을 그렇게 크게 걱정하고 계시지는 않아요. 특히나 캔틀롯에 이렇게 맛있는 사과를 공급하는 데 헌신하는 여러분에 대해서는 더 그렇죠." 스쿠틀루는 귀티가 나게 씩 웃었고, 그 사이로 비치는 이빨은 기품 있게 반짝이고 있었다.
애플잭은 짜증과 앙심으로 가득한 얼굴을 찌푸렸다. 빅 매킨토시는 녹색 눈동자만 굴리고 있었다. 스미스 할머니는 몹시 흥분해 외쳤다.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우리 가족을 방문한 손님이 왕족이라는 것도 모자라서, 우리를 도우러 왔다니 말여! 이런 날은 정말 살아 있으니께 행복한 날이여, 나가 한 번이라도 이런 일을 안 겪어 봐서 모르겄지만 말여! 우리 애플 가문을 대표해서 아가씨의 호의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겄소. 어쨌던 우리는 애플벅 시즌을 일찍 시작했응께, 도움을 안 받는다는 것 또한 멍청한 짓 아니겄나! 특히 그기 공주님께서 우리 가족헌티 호의가 있다는 뜻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겄나!"
"그려도 스미스 할매요!" 애플잭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오렌지색 얼굴은 그녀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일이 흘러가기 시작하자 창백하게 질리고 있었다. "오늘 밤만 혀도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가 죽겄단 말임더! 지금 이래갖고는 저기 저 여자랑 농담따먹기나 할 여유가 없다 그 말이—!"
"나가 우리 가족을 대표해갖고 저 아가씨으 호의를 받아들이겄다고 했냐, 안 했냐? 응?" 스미스 할머니가 주름진 발굽을 들어 고집쟁이 암말의 머리를 시속 2센티미터 정도의 속도로 때렸다. "그럼 가가 과수원 좀 돌믄서 저 아가씨가 할 만한 일을 좀 찾아보그라! 니도 알겄지만, 시간 낭비 하지 말고! 나가 빅 맥헌티 얘기해가 니 정신차리게 하지 말그래이!"
애플잭이 빅 매킨토시를 흘끗 쳐다보았다. 빅 매킨토시는 어깨를 으쓱하며 애플잭을 마주 쳐다보았다. 애플잭은 불만스러운 듯 끙 소리를 내더니 스쿠틀루를 향해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아아아아, 됐심더. 가입시다..." 애플잭의 마지막 말은 마치 다 죽어 가는 고양이마냥 축 늘어져 있었다.
"정말 고마워요!" 스쿠틀루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애플잭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며 스미스 할머니에게 말했다. "공주님께서도 할머니의 무한한 친절에 분명 기뻐하실 거에요! 아, 할머니 콜렉션을 좀 더 들려 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세바스찬 버크나 프렌세리키에 대한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싶어요!"
"호호호, 걱정 말그라, 꼬마 아가씨. 아주 즐거울 끼다!"
스쿠틀루는 씩 웃으며 눈 앞에 줄지어 선 사과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스탈리오니바리우스의 오래된 녹취본이라니!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스쿠틀루가 즐거움에 겨워 흥얼거리는 말은 그녀의 눈 앞에서 화난 듯 휙휙 움직이는 금발의 말총에 걷어차여 사라졌다. 애플잭은 고개를 돌려 경계하는 눈초리로 그녀의 얼굴을 흘끗 보았다.
애플잭은 그녀에게 야유하는 투로 투덜거렸다. "나는 도저히 너거가 몰래 헛간으로 숨어들어가 울 할매를 꼬신 건 그냥 못 넘어가겄다! 아주 지저분해 죽겄다!"
"지저분해지지 않고서는 일을 완벽히 끝낼 수 없다." 스쿠틀루가 눈을 찡긋했다. "아마...어스 포니들의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었죠?"
"나가 한 말 갖고 이리저리 말 꼬아가 복잡하게 만들지 말그래이!" 오렌지색 암말이 으르렁거렸다. "그냥 좀 냅둬 달랬더니, 너거는 우리 왔다갔다하는 노인네를 갖다 꼬셔가 너 편으로 세워갖고는 아주 뽕을 뽑고 앉았구마!"
"저기요, 애플잭 양?" 스쿠틀루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방금 그 '왔다갔다하는 노인네'도 여러분의 훌륭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 숨쉬고 있는 걸로 압니다만. 그래요, 당신이나 여기 당신의 잘생긴 오빠도 포함해서 말이죠. 스미스 할머니께서는 애플벅 시즌 동안 이 농장에 누구라도 좀 도와 줄 포니가 필요하다는 걸 확실히 알고 계시더군요. 그리고 당신이 스미스 할머니의 말씀을 잠깐만이라도 지킬 정도로 스미스 할머니를 존중한다면, 할머니의 관용 정신을 조금이라도 본받으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기 바로 나가 너거들 같은 놈덜이랑은 상종을 하기 싫은 이유다!" 애플잭이 으르렁거렸다. "망할 놈덜 같으니! 느그들은 늘상 그렇다! 아주 말꼬리만 잡고 늘어진다아이가! 그려도 이거 하나만은 내 장담한다. 스미스 할매가 그랬던 것처럼 난 니가 우리 일만 도와 주게 냅둘 끼다. 내는 그렇게 컸데이. 어른 말을 잘 들으라 카믄서 말이다."
“"애플잭 씨, 정말 솔직하시네요." 스쿠틀루가 씩 웃었다. "설령 그게 고집만 쓸데없이 센 노새의 딱딱한 껍질 아래에 처박혀 있다고 해도 말이죠."
"그~려!" 빅 매킨토시도 씩 웃으며 그들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오빠야! 대체 누구 편이고!" 애플잭이 빅 매킨토시에게 소리치며 그 짜증나는 페가수스를 향해 발굽을 척 들어 가리켰다. "해 떨어지고, 스미스 할매가 주무시기만 하몬 바로 저 여자를 요 스위트 애플 에이커에서 당장 쫓아내 버릴 끼다!"
"그것 참, 제가 무슨 전염병이라도 되는 양 말씀하시는군요."
애플잭이 고개를 돌려 스쿠틀루를 향했다. "니가 그 잘난 주댕이로 했던 말을 주워 담그래이. 그려도 절대로, 단 1초도 내 눈 앞에서 떨어지게 냅두진 않을 끼다! 이런 망할, 너거는 아마 나가 사과를 따게 냅둘 정도로 운이 억수로 좋은 게 틀림없다!"
"피, 그런 분위기에선 그 누구도 일을 똑바로 잘 할 수가 없다구요! 중요한 건 신뢰라구요, 애플잭 씨." 스쿠틀루는 짖궂은 웃음과 함께 한 마디 덧붙였다. "그것도 아니면, 닭마냥 겁이 많으신 건가요?"
애플잭은 마치 돌로 쌓은 텅 빈 벽처럼 스쿠틀루를 쏘아보았다. 애플잭은 차갑게 앞으로 걸어가며 투덜거리며 말했다. "너거는 그냥 내만 따라오그래이."
"헤헷." 스쿠틀루는 빙그레 웃고는 애플잭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저도 그러려고 했어요."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동쪽 변두리로 가는 길은 따뜻한 태양 아래서 반짝이고 있었다. 애플잭은 나머지 사과 바구니를 반짝이는 붉은 사과로 가득한 사과나무 아래로 모두 밀어 넣었다. 애플잭은 비옥한 대지를 휘감은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근처 나무마다 단정히 밀어 넣은 바구니들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애플잭은 과수원 사이로 난 흙길의 중간쯤 되는 곳으로 걸어가 섰다.
"뭐 됐다. 잘 듣거래이." 애플잭은 '캔틀롯 왕실 공무원'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사과 따는 기는 진짜루 며칠쯤 걸린데이. 긍께는 어디부터 사과를 딸 건지 계획을 똑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 이 말이여. 한 달 반쯤 전이제, 여그 포니빌으 기념 행사 때문에 몇 부셸(8갤런, 미국의 1갤런은 3.8킬로그램 정도) 정도으 사과를 미리 땄다. 서쪽에 딸 만한 사과가 있길래 서쪽부터 따는 대신에, 여그 동쪽 사과는 그냥 냉겨 놨다는 기다. 조금 더 햇살을 쪼여가 익게 냅둘라 캤거든. 인쟈는 여그 사과를 다 따야 되니께, 여그부터 따기 시작해서 서쪽으로 쭉 갈 꺼여. 그라모 들 익어가 좀 더 익게 냅둔 사과덜도 지금쯤으몬 충분히 다 딸 만할 끼다."
애플잭은 근처의 사과 나무로 걸어가 아주 자랑스러운 듯 발굽으로 가리키며 계속 입을 열었다.
"그라모 인쟈 사과 따는 방법을 말해 주께. 중요한 건 말여, 나무를 털 때 너거가 힘을 얼마나 줄 낀가 생각을 할 거란 말이제, 거기서 조금 힘을 덜 주고 사과 안 떨어진다꼬 삽질을 할 필요가 없단 말여. 요 나무들 껍데기는 진짜 무쟈게 단단해가 엘렉트라 공주님이 처음부터 나무 껍질이 아이라 강철로 둘러 버린 것 같단 말여. 너거가 온 포니빌을 돌아댕겨도, 아이다, 온 이퀘스트리아를 돌아다녀 봤자 여그, 우리 애플 가문으 사과 나무만큼 딴딴한 놈은 못 찾을 거여. 긍께는 우리 나무덜을 세게 걷어차도 괜찮단 얘기여. 여그 나무덜이 입이 달려가 나가 야들한테 물어 보면 아마 우리가 야들을 쓰다듬는 줄 알 거란 얘기지, 알간? 그럼 잘 보고 배워 보드라고!"
애플잭은 험악한 웃음을 지으며 이를 악물었고, 두 앞다리로 버티고 서서 능숙한 솜씨로 뒷다리를 빙빙 돌리더니 거의 포니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기세로 나무를 걷어찼다. 굵은 나무줄기가 마치 거대한 소리굽쇠처럼 마구 흔들렸고, 그 덕에 나뭇가지 하나하나에 매달려 있던 사과들이 후두둑 떨어져 사과나무 아래서 기다리고 있던 부드러운 고리버들 바구니로 들어갔다.
애플잭은 만족한 듯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발굽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냈다. 먼지를 다 털어낸 애플잭은 이제 새빨간 과실로 가득한 바구니를 향해 자랑스러운 듯 걸어갔다. "중요한 건 말이다, 일단 나무를 세게 흔들어가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사과를 똑 떼내기만 하면 된다는 기다. 그럼 나머지는 알아서 다 잘 될 끼다. 정확히 조준하고 탁 걷어찰라몬 아주 피나는 연습을 해야 하지만은, 그보다 더 중요한 거는 너거 하체를 갖다 아주 단호하고 엄하게 걷어차는 기다! 아주 난장판을 만들 생각으로 걷어차면 된다 이 말이다. 헤헤헤..." 애플잭의 얼굴이 빨개졌고, 그녀는 급히 그녀의 갈색 모자를 깊숙이 푹 눌러썼다. "흠흠, 나가 바보 같은 소리를 했구마. 그래도 너거가 너거 평생을 요 나무들이랑 같이 살았으면 요놈들을 너거 가족마냥 생각하게 될 끼다. 특히 요놈들은 저 그 포니빌 아덜이 생각하는 것보담도 훨씬 오래 살았으니까 말이다." 애플잭은 헛기침을 하더니 근처의 다른 나무에도 바구니를 가져다 놓던 붉은 수말을 흘끗 바라보았다. "오빠야, 인쟈 오빠가 함 해 보겠나?"
빅 매킨토시는 애플잭을 보고 껄껄 웃더니 눈을 찡긋하고는 그의 둥그렇고 강인해 보이는 뒷다리를 휙휙 돌렸다. 쾅 하고 천둥 같은 소리가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동쪽 변두리를 가득 채웠고, 사과들은 말 그대로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와 공중에서 몇 바퀴 휙휙 돌더니 마치 붉은색과 녹색의 자이로스코프처럼 곤두박질치며 아래에 놓아 둔 고리버들 바구니로 떨어져 들어갔다. 빅 매킨토시는 입에 문 건초 줄기를 빙글빙글 돌리더니 꽉 찬 바구니를 향해 부드럽지만 자부심이 넘치는 동작으로 가볍게 목례를 해 보였다.
애플잭이 휘파람을 불었다. "울 오빠데이. 항상 나가 뒤떨어져보이게 하제. 애플블룸도 사과 털 나이가 되모 갸도 참 불쌍해질 끼다. 아마 갸는 사과 털기는 포기하고 울 할매처럼 파이 굽는 데 열중할 거라고 본데이." 애플잭은 몸을 빙글 돌려 다시 스쿠틀루를 바라보았다. "근디, 빅 매킨토시가 나무를 걷어찰 때, 망설였나, 안 망설였나? 우리는 지금 셀러리를 걷어차러 온 게 아녀. 애플벅 시즌이란 거는 끝없는 경쟁이구마. 너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말이다. 긍께, 너거도 너거 발굽이 더러워지던 말던 신경 안 쓰겄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애플잭은 눈을 가늘게 뜨고,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모자의 챙을 올렸다...
스쿠틀루는 따뜻한 햇살을 쪼이며 술 취한 듯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발굽을 꿈지럭대며 발굽 밑에서 느껴지는 녹색 대지에 경탄하고 있었다. "어머니 에포나 맙소사! 어떻게...어떻게 봄날 잔디의 느낌조차 잊어버리고 있었을까! 헤헤헤헤...헉!" 스쿠틀루는 몇몇 녹색 벌레들이 그녀의 발굽 위로 기어 올라오는 것을 보자마자 발굽을 휙 쳐들었다. "진딧물! 진딧물 아냐, 이거! 알고는 있으셨—?!" 스쿠틀루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두 포니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고, 그녀는 헛기침했다. "흠흠, 아, 네. 사과 따야죠. 사랑을 담아 치면 되는 거 맞죠... 지, 진짜 세게 치는 거 맞죠?"
빅 매킨토시가 애플잭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오렌지색 암말은 멍하니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삐딱한 눈길로 스쿠틀루를 바라보았다. "와 우리가 캔틀롯 왕궁으 그 마법 횃불이나 쬐던 너그 감상을 들어야 하는지 알고 싶은디?"
"산만하게 굴어서 정말 죄송해요. 그게... 저... 농장 근처로 날아다닌 지 엄청 오래 되기도 했고... 모자 쓴 어떤 고집쟁이 암말이 절 너무 몰아붙이셔서 그랬어요."
"하, 하, 하, 하." 애플잭이 눈을 부라리며 빈 바구니가 놓여 있는 사과 나무로 다가가 발굽을 들어 휙 가리켰다. "그라모, 일을 시작해 봅시다. 꼬마 아가씨. 이 짓 할라꼬 여기꺼정 온 게 아잉교. 아가씨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것처럼 똑바로 잘 하는가, 함 봅시더."
"피, 좋아요. 시작할까요?" 스쿠틀루가 천천히 걸어와 눈 앞의 나무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기, 얼마나 세게 쳐야 하나요?"
빅 매킨토시와 애플잭은 재미있다는 듯 깔깔대며 웃었다. "머,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공주님으 존경받고, 앙증맞은 왕실 비서들이 지저분해지는 건 별로 좋아하시지 않을 끼다!" 오렌지색 암말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나가 장담허제. 사과 나무를 터는 거는 편지 쓰는 기나 약속 잡는 것만큼이나 쉬울 거라고, 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끼다!"
"정말,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도 당신들이 어떻게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지는 훤히 다 아신다구요. 저도 갈 데까지 갈 거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내는 니가 오늘 잡담이나 하러 온 그런 멋진 시골 포니가 아니데이. 그려도 나가 너가 다치는 걸 꼭 구경하고 싶다 카면, 그건 거짓말이다!" 애플잭은 조심하라는 듯 발굽을 쭉 피며 말했다. "그냥 살살 치면 안 되겄나?"
"그, 그래도 여러분이 사과 나무를 털려면 최대한 힘을 꽉 실어서 치라고 했던 것 같은—"
"니가 어디 한 군데 부러지지만 않았으면 좋겄다, 꼬마 아가씨!" 애플잭이 소리내어 웃었다. "특히, 멀쩡히 캔틀롯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특히 그렇제! ㅣ 그 날개 말이다, 그 약해 빠진 날개 조심하그래이!" 빅 매킨토시는 애플잭 뒤에 서서 씩 웃고 있었고, 애플잭은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지만 계속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스쿠틀루는 눈을 굴리며 몸을 돌려 사과나무를 등지고는 발굽을 들었다. "그렇죠. 그냥 가볍게 칠게요." 여자 아이같은 끙 소리와 함께, 그녀는 한쪽 다리를 쭉 뻗어 나무를 걷어찼다. 그 다음 순간, 그녀의 귓가에 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하모니 호에 타고 회색의 황야 위를 가로지르는 듯한 소리였다. 그녀는 순간 어질어질해져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땅 위로 고개를 폭 떨어뜨렸다. 몇 알의 사과가 풀밭 위를 구르며 잔뜩 더러워져 있었다. "이런... 망할." 스쿠틀루는 얼굴을 붉히며 두 농부 포니를 올려다보았다. "죄송해요. 제가 바구니를 잘못 겨눴나 봐요—" 스쿠틀루의 말은 중간에 끊어졌다. 스쿠틀루는 두 남매를 이상하다는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커다래져 있었고, 입은 다물어질 줄 모르는 채 스쿠틀루의 검은 갈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빅 매킨토시의 건초 줄기가 그의 입술 아래로 미끄러져 뚝 떨어졌다.
"뭐, 뭐에요?" 스쿠틀루는 나무가 서 있던 곳을 쳐다보았다. 스쿠틀루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너무 놀라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나무는 좀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잘 서 있었지만, 이제는 45도 각도로 뽑혀 기울어져 있었다. "으아아, 이거 뭐야!" 거대한 나무 줄기가 말 그대로 뿌리째 뽑혀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에 스쿠틀루는 순간 몸을 움찔했다. 뽑혀나온 뿌리는 바깥 공기에 그 나신을 드러내고 떨고 있었으며, 그 충격에 대지가 흔들리며 사과가 가득 담긴 바구니가 쓰러져 사과를 쏟아내고 있었다. 스쿠틀루는 입술을 깨물며 쓰러진 나무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두 농부 포니들을 번갈아 보았다.
빅 매킨토시의 눈은 여전히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애플잭은 모자를 벗어 휙 휘두르며 두 눈을 꽉 감았다. 그리고는 오른쪽 발굽으로 그녀 자신의 머리를 몇 번 콩콩 치더니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애플잭은 떨리는 눈으로 다시 한 번 더 이 참상을 바라보았다. '하모니'가 뭔가 설명을 하려고 입을 떼기 전까지,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 앞의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호박색 눈동자를 한 페가수스 역시도 혼란스러워 보였다. "에헤헤... 이 나, 나무가 약, 약했나 봐요. 제 잘못이에요. 어..." 그녀는 왼쪽, 오른쪽, 등 뒤로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오, 저걸로 한 번 해 볼게요!" 그녀는 뒤쪽에 서 있던 나무 하나를 골라잡고 급히 걸어갔다. "흠흠, 아마 제가 너무 높은 곳을 조준했나 봐요." 스쿠틀루는 그 나무를 가볍게 '툭' 쳤다. "으아아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죽이 하늘로 올라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스쿠틀루가 톡 친 사과 나무의 나뭇가지에서 스무 개 정도의 사과가 동시에 하늘로 솟구치더니 과수원 동쪽 하늘 위로 날아가 헛간 뒤의 닭장에 처박혔다. 이 참상은 고요하던 대기에 거대한 파열음이 몇 번 울리고 난 뒤에야 그쳤다. 물론 그 뒤에는 피 맺힌 닭들의 비명소리가 뒤따랐지만 말이다.
스쿠틀루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고, 그녀의 머릿 속 아득한 기억을 헤집었다. 그녀는 순간 스파이크가 했던 이야기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녀의 '투영'된 모습이 얼마나 강인한 몸인지 말이다. 지금 과거에 '고정'된 그녀의 영혼은 시간의 여신의 화신에 깃든 것과 마찬가지였다. 솜털부터 갈기까지, 모두 시간의 여신, 엔트로파 공주의 모습을 빼다박은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배고픔과 피로, 목마름에 구애받지 않는 몸이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몸뚱이에 깃든 영리한 생존자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 이 몸의 또다른 '이점'이란 '구애받지 않음'에 이 '괴력'을 연관지어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아... 네!" 스쿠틀루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네 다리로 폴짝폴짝 뛰며 필사적으로 얼굴에 밝은 웃음을 띄웠다. "사과 털기라! 아마 저... 음... '앙증맞은' 캔틀롯 식으로 했어야 했나... 봐요..." 스쿠틀루는 순진하게 웃으며 그 옆의 사과 나무를 향해 급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 음... 이번부터는 닭장 반대편으로 찰게요..."
애플잭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다시 갈기 위로 모자를 눌러썼다. "오빠야, 부탁 하나만 들어 주라. 다음 번에도 그랜드 갤로핑 갈라에 초대받을 기회가 생기몬, 캔틀롯 체육관을 꼭 들러 보라고 얘기 좀 해 줬으면 좋겄다."
"그~려!"
'SS&E > 포니 최후의 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apter 13. Faith's Beacon / 재번역 필요 (0) | 2019.08.25 |
---|---|
Chapter 12. Give to the Earth / 재번역 필요 (0) | 2019.08.25 |
Chapter 10. Where you lay your head / 재번역 필요 (0) | 2019.08.25 |
Chapter 09. The Art of Subtlety / 재번역 필요 (0) | 2019.08.25 |
Chapter 08. Live to Die / 재번역 필요 (0) | 2019.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