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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E/포니 최후의 날

Chapter 13. Faith's Beacon / 재번역 필요

by Mergo 2019. 8. 25.

스쿠틀루는 열일곱 살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나이도 알지 못했다. 마지막 포니가 아는 거라곤 오직 하나, 고통뿐이었다.

 

피가 줄줄 흐르는 발굽 하나와 겁에 질려 덜덜 떠는 세 다리로, 그녀는 미친 듯이 절벽 한쪽 끝으로 다리를 절며 달려가고 있었다. 악문 이 사이로 그녀의 비명이 새어 나왔고, 그녀의 고통스러운 숨은 마구 헐떡이며 한 모금의 입김을 뿜어냈고, 입김은 위니페그 중앙부를 씻어내듯 내려앉은 회색의 안개에 섞여들었다. 협곡이 눈 앞에 어렴풋이 나타났고, 그녀의 흔들리는 시야 너머로 둥글넓적한 황동색의 무언가가 흐릿하게 나타났다. 하모니 호까지 앞으로 7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녀의 숨은 마구 떨리고 있었고, 그녀는 절뚝이는 다리로 계속 달려갔다. 하모니 호는 협곡 너머에 묶여 있었다.

 

놈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재앙으로 땅은 마구 찢어졌고, 위니페그의 도시적인 풍경은 그 흉포한 갈라짐에 찢어졌다. 놈들은 바로 그 갈라진 모습처럼 사납게 위니페그의 거리를 찢으며 쇄도하고 있었다. 오렌지 색이 감도는 갈색 털을 한 망아지는 어리석게도 그녀의 떨리는 어깨 너머 뒤를 슬쩍 보았다. 비뚤어진 고글 너머로, 놈들이 보였다. 한 무리의 창백한 가죽질의 무언가들이 메뚜기 떼처럼 배고픔에 몸부림치며 그녀의 뒤를 따라 질주하고 있었다. 길에 덮여 있던 흰 눈들은 놈들의 질주에 흩어져 사라져 있었다.

 

"하아, 하아..." 스쿠틀루의 숨소리는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고통의 고치에 비명으로 변해갔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딛을 때마다 다리를 절었고, 그 때마다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붉은색 타일 위로 그보다 더욱 붉은 피가 떨어져 그 아래로 번져 갔다. 창백한 황혼 아래, 강철은 밝게 반짝이며 웃고 있었다. 조악한 철제 무기가 그녀의 왼쪽 앞다리 깊숙한 곳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녹슨 이빨로 그녀의 근육 속 깊숙한 곳으로 서서히 파고들어갔다. 다리는 힘이 풀려 언제 그 자리에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스쿠틀루는 그저 좀 더 빨리 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모니 호는 묶어 놓은 밧줄에 매여 제자리에서 조금씩 기우뚱하며 빙빙 돌고 있었다. 하모니 호의 황동제 프레임은 떨어지는 피보다도 그녀의 진홍색 눈에 더욱 밟혔다. 세상은 베일 너머에서 타오르는 화덕처럼 스쿠틀루의 욱신대는 머릿속에서 탁탁거렸고, 그녀는 고통을 넘어 그녀의 최고의, 그리고 유일한 친구를 향해 달려갔다. 하모니 호는 자신의 거친 손길로 그녀를 받아들었고, 이내 그녀를 절벽에서 끌어당겼다. 그 순간, 가죽질의 몸뚱이들은 절규하며 그녀의 발굽이 있던 곳에 덮쳐들었다.

 

"흠흠." 망아지는 몸을 가눌 수도 없을 만큼 끔찍한 고통에 잠겨 소리쳤다. 하모니 호의 반짝이는 원형 문이 아무렇지도 않게 열렸고, 스쿠틀루는 부딪치듯 안으로 달려들어가 포근한 어둠 속에 쓰러졌다. 마지막 포니는 격납고의 오른편에 있던 작업대에 쿵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룬스톤 조각도구들과 월석 조각들이 몸을 일으키는 그녀의 머리 위로 비 오듯 쏟아졌고, 그녀의 두 눈은 밖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위니페그를 관통한 협곡 가장자리를 향했다. 우둘투둘한 가죽을 두른 놈들의 몸뚱이는 낭떠러지 바로 앞에서 마구 펄쩍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놈들의 번들거리는 흰 눈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몇몇 놈들은 배고픔과 자기 분에 못 이겨 하모니 호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펄쩍펄쩍 몸을 날렸다. 물론 놈들은 멍청하게도 죽은 이퀘스트리아의 가슴을 찢은 새카만 상처 한가운데로 떨어질 뿐이었다. 다른 놈들은 그녀를 향해 이를 갈며 온갖 저주를 퍼붓는 듯 했다. 송곳니가 뻗친 놈들의 주둥이에서는 침이 줄줄 흘렀고, 쉬익대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놈들은 웃고 있었다.

 

마지막 포니는 목구멍을 타고 뿜어져 올라오는 위산을 도로 삼켰다. 그녀는 침을 탁 뱉었고, 말을 더듬는 와중에도 겨우겨우 쉰 목소리로 훌쩍이며 그녀의 떨리는 뿔 팔찌에 무어라 중얼거렸다. 보라색 빛이 빛났고, 마법 주문은 이내 하모니 호의 비행 시스템을 조정했다. 단 한 마디의 주문으로 비행선은 마법처럼 위로, 위로, 위로 올라가 잿빛 회색의 공기 속으로 떠올랐다. 스쿠틀루는 몸을 앞으로 틀었지만 고통에 찬 한 마디 비명과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이내 이를 악물고 격납고 문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트롤 놈들은 저 멀리 보이는 그녀의 고군분투를 보고 포효하며 불쾌하게 키득거렸다. 비행선을 묶어 둔 줄이 팽팽해지기 전에 풀어야 했다. 스쿠틀루는 당장이라도 새어 나올 것 같은 비명을 억누르고 멀쩡한 한쪽 앞다리를 들어 긴급 계류장치 해제 버튼을 힘껏 때렸다. 한 줄기 증기가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며 네 개의 계류장치 고정대를 고정하고 있던 볼트가 잘려나갔다. 바깥에서 휘몰아치는 회색의 눈은 비행선이 극도의 열기와 함께 솟아오름과 동시에 맹렬히 몰아쳤고, 하모니 호는 조각난 위니페그의 황량한 대지에서 떠올라 차가운 구름 속으로 떠 가기 시작했다.

 

"흐으으으..." 스쿠틀루는 그녀의 약동하는 신경을 긁는 엄청난 추위에 몸을 떨었고, 그 몸은 움직일 줄 몰랐다. 그녀의 왼쪽 앞다리 속에 불이 있어 그녀를 속에서부터 먹어치우며 밖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보기 싫었지만, 자기 스스로도 보기 싫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상처가 얼마나 심한지 봐야만 했다. 그녀는 제발 지금 느껴지는 것처럼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길 바랬다. "으으으으으윽... 아, 아, 아, 아아아악!"

 

격납고 양쪽의 룬이 깜박이며 빛났다. 랜턴이 다시 생명을 찾아 불타며 빛났고, 흔들리는 강철 바닥 위로 널부러진 그녀의 도구들 위로 슬픈 빛을 비추었다. 그것들은 그녀의 피로, 뜨거운 피로, 따뜻한 피로, 생명으로 고동하는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다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리라기보다는 하나의 분수였다. 그것은 여전히 뻔뻔스럽게도 그녀의 몸통에 붙어 있었고, 그녀는 끝내 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그녀는 저 한구석에 녹색 무언가를 토해냈고, 다리에 박힌 철조각을 보는 순간 다시 한 번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몸을 떨며 나가떨어졌다. 트롤의 무기는 그녀의 무릎 위 속살에 박혀 장송곡을 부르고 있었고, 그 뒤로 황동색 염증에서 솟아나는 붉은 바다의 후렴이 있었다. 트롤 놈들이 만든 살상용 무기는 절대 그냥 살 속으로 파고들게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분명 뭔가 무서운 독이나 무언가로 가득 차 있을 것이 뻔했다. 위니페그를 찢어놓은 그 상처 아래에서 길어올렸을 독이 말이다. 스쿠틀루의 사지에 박힌 무기는 이 무기를 뽑아야 하는, 지금 당장 뽑아야 하는 공포에 비하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그녀가 예상한 것보다 더 빨리,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분명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었는데, 분명 이 정도쯤은 각오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어거지로 가죽 가방을 벗으려고 몸부림쳤고, 그러면서도 울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유연한 갈색 방호복이 무심하게 바닥에 부딪히며 덜그럭거렸다. 무언가가 사파이어 빛으로 빛나며 굴러왔다. 길리엄의 의뢰로 회수하러 온 창염(蒼炎) – 푸른 불꽃을 봉인해 둔 룬 단지였다. 길리엄은 이 의뢰 때문에 그녀가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않았고, 그래서 조금도 신경써 주지 않았다. 이내 그녀는 몸에 걸치고 있던 모든 옷을 벗어던졌다. 그녀의 몸을 뚫고들어간 흉측한 은색 쇳조각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녀는 그걸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나머지 세 개의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휙휙 저으며 룬스톤을 올려 둔 선반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멀쩡한 한쪽 발굽으로 선반 위를 더듬어 흰색과 붉은색으로 칠해진 월석 룬스톤을 툭 쳐 떨어뜨렸고, 이내 그걸 잡아 무릎으로 가져갔다. 그녀는 다시 옆에 있던 철제 구급상자를 열어 약초를 가득 넣어 꽉 묶어 둔 가죽 가방을 꺼냈다. 몇 주 전 만난 이상한 날다람쥐 장사치에게서 산 물건이었다. 담배 연기로 얼룩진 그의 앞니를 생각하자 이 지독한 짓거리를 하다가도 정신이 산란해졌다. 그녀는 한 번도 이해해 본 적이 없었다. 이 황무지 위에 살아남은 몇몇 친구들은 왜 스스로 기꺼이 자기 속부터 썩혀 들어가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눈에서는 눈물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고, 그녀는 약초 가방을 홱 잡아당겨 입으로 열었다. 그녀는 가방을 거꾸로 뒤집어 다리에 난 구멍에, 아직도 벌렁이는 그 구멍에 약초를 쏟아부었다. 마치 강산성의 약품을 끼얹은 것처럼 상처가 그슬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 찢긴 살로 죽음을 낳는 것처럼, 그렇게 신음을 흘리며 훌쩍였다. 이건 그저 맛보기에 불과했는데도 말이다. 흔들리는 하모니 호는 그녀를 하늘 높은 곳까지 데려갔고, 저 밖의 회색 재들의 쉭쉭대는 노래에 맞춰 천천히,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빨리 이 일을 끝내야 했다. 재앙이 닥칠 때처럼 빠르게 끝내야 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충분히...

 

"흐으으윽—" 그녀는 놈들의 무기에 달린 나무 손잡이를 이빨로 꽉 악물며, 방향타를 잡듯 그렇게 꽉 물며 흐느꼈다. 그녀의 갈색 귀는 무감각하게 뒤로 젖혀졌다. 차가운 눈은 저 밖으로 느릿느릿 지나가는 더욱 차가운 세상 앞에, 그 너머 타오르는 붉은 심장 앞에 섬뜩하게 드리운 세상 앞에 그 창을 닫았다. "이이익... 아아아아아악!"

 

그녀는 그것을 휙 뽑았다. 잡아뜯듯 뽑았다. 그 다음, 그녀의 영혼이 후두둑 흩어지며 떨어졌다. 그녀의 두 눈은 비명을 지르듯 열려 떠졌고, 그녀는 제발, 생각하고 있는 그게 아니기를 바랬다. 떨어진 살점들과 부서진 뼛조각이 하얗게 타오르는 공포로 다가와 수십만의 유령이 천둥처럼 그녀의 목으로 배어 들어오듯 그녀의 안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 포니가 지금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오직 비명뿐이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칼날을 핥는 것 같은 혀를 억지로 움직여 한 마디 주문을 내뱉었다.

 

그 즉시 흰색과 붉은색으로 칠해진 월석은 보랏빛 빛을 내뿜으며 불탔다. 룬스톤은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불탔고, 그녀는 피로 흠뻑 젖은 다리의 구멍에 룬스톤을 쾅 하고 내리쳤다. 유니콘 뿔 팔찌는 마법의 빛을 터뜨리듯 빛났고, 불타는 룬스톤은 상처를 지지기 시작했다. 살이 타며 올라오는 한 덩이 연기와 함께, 스쿠틀루는 순간 자기 살이 타는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녀의 숨통 깊은 곳에서 타오르듯 뿜어지는 그 섬뜩한 비명소리조차 없는 것처럼.

 

그녀는 입에 문 놈들의 무기를 바닥에 탁 뱉었다. 날카로운 쨍그랑 소리가 울렸고, 그 뒤로 한 줄기 비명이 뒤따랐다. 죽음의 비명이, 그녀가 자라면서 유일하게 들어 온 비명이, 그녀의 비명이. 그녀는 갈기 없는 목을 비틀었다. 그녀는 비행선 바닥을 멀쩡한 한쪽 다리로 세차게 두들기고, 또 두들겼다. 그녀의 발굽은 이내 바닥에 움푹 패인 홈을 만들었고, 그 위로는 새빨간 얼룩이 가득했다. 그녀는 살이 타며 올라오는 연기의 구름 위로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눈물이 그녀의 오렌지빛 갈색 주둥이를 타고 굴러 내려왔고, 그 아래로 깨물어 짓이겨진 입술에서 흘러나온 피가 눈물자국을 따라 흘렀다. 그녀는 그 고통에 몸을 웅크렸고, 흐느끼며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갈색 피부 위로 갑자기 떠올랐다.

 

"으흐흐흑...아아아아아...대, 대, 대...대, 대쉬...대쉬이이이...으아아아아아... 대쉬이이이..."

 

그녀는 상처를 고치며 그 타는 듯한 느낌과 더불어 비명을 지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은 저 아래로 떠가는 죽은 듯한 구름 사이로, 저 공허한 세상을, 트롤 놈들의 땅을, 그녀의 안식처를, 유일한 안식처를 껴안으며 서서히 스러져 사라졌다.

 

 

스쿠틀루의 시선은 여전히 쇠스랑의 피로 얼룩진 이빨에 가 움직일 줄 몰랐다. 그녀는 잠시 입술을 핥았지만 이내 그 몸은 그녀의 몸이 아니라는 것만 다시 깨달을 뿐이었다. 엔트로파의 살은 아무 맛도 나지 않았고, 심지어 금속을 핥는 듯한 맛조차 나지 않았다. 그녀의 살에 다시 한 번 온기가 쏟아졌다. 저 멀리 떠오르는 아침의 햇빛의 입맞춤은 꿈결처럼 가까이서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는 자신의 숨결 사이사이로 스스로를 감싸며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눈길로 두 애플가(포니들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기... 한... 한 달보덤도 조금 더 됐지요..." 애플잭이 웅얼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스쿠틀루의 옆에 있던 애플 일가의 현관 나무 울타리에 기대섰다. 몇 번 발굽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스미스 할머니가 나무 상자 모서리에 앉아 빅 매킨토시의 멍든 다리에 흰 붕대를 칭칭 감아 주기 시작했다. 차가운 밤의 장막은 오래 녹으며 이슬 어린 연무를 드리워 대기를 가득 채웠고, 오렌지색 암말의 지친 목소리를 더욱 지친 듯 들리게 했다. "빅 매킨토시허고 내는 저기 과수원 북쪽에 새로 연못을 하나 팔라고 캤십니더. 아가씨도 보셨겠지만서도 거기가 올해에는 아주 건조해서 그랬지예. 거기다 새로 배수로를 파가 물기만 계속 유지해 주모 거기에 물을 갖다 대는 기 조금은 편해질 줄 알았거등요."

 

스미스 할머니가 녹색 커팅 나이프로 축 처진 붕대를 자르고 동여매자 빅 매킨토시는 한숨을 쉬다가 조금 움찔했다. 스미스 할머니는 이내 새빨간 수말의 반대쪽 다리에 붕대를 동여매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눈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고, 그 눈에는 저 멀리 별이 총총한 지평선 너머로 아득한 아침 하늘이 밝아 오는 모습이 비쳤다. 할머니도 그 이야기를 골똘히 듣고 있었다.

 

"머, 알고 계신 게 아니었남요?" 애플잭은 말을 마저 이었다. "땅을 파고, 또 파고, 계속 파들어가다 봉께 웬 진흙마냥 축축한 땅이 나오드라고요. 그렇게 저희가 여기 과수원으 사과나무 뿌리 아래로 뻗은 깊숙한 동굴을 하나 찾아낸 겁니더. 뭐라 그러냐, 그거는 절대로 평범한 동굴은 아니었심더. 그래가 거기 뭐가 있나 한 번 볼라꼬 줄에 매달려가 그 아래로 들어갔고요. 가 봉께 웬 시꺼먼 퉁방울눈에 몸은 회색인 뭔가가 여기 땅 밑으 구멍 깊숙이 한 무더기로 있었심더. 그거 보고 달달 떨기 시작했고요. 저는 그거 보고 얼마나 놀랬는지 모르겠심더, 근디 빅 매킨토시는 생각이 좀 달랐고예. 오빠가 머라 그랬냐몬 어쩌면 제 1시대나 그 전으 고대 유적일지도 모른다 그랬고요. 도저히 오빠가 그 멍청하기 그지없는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되네예. 내 말은, 오빠가 그 걸신들린 것들 주댕이를 친절하게 열어 줬고, 그 자슥들은 좋다고 펄쩍 뛰었단 이 얘기여!"

 

그 문제의 붉은 솜털의 수말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더니 헛기침을 하며 그의 금발 갈기가 덮인 머리를 스쿠틀루를 향해 까딱해 보였다.

 

애플잭은 멋쩍어하며 웃었다. "그, 그렇제. 오빠, 미안혀." 그녀는 우물거리며 현관의 목제 마룻바닥을 발굽으로 탁탁 차기 시작했다. "그래가 트와일라잇을 불러다가 뭘 좀 찾았는데 함 봐 달라고 그랬심더. 가능하몬 우리가 뭘 찾았는지 좀 알려 달라 카고, 어쩌면 좋겄는지 의견을 좀 말해 달라 부탁했지예. 그러고서 그냥 들어가 잤구요. 근디 아침이 되어가 다시 그 동굴에 가 봤더니 거기 들어앉았던 것들이 죄다 없어져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그것덜이 먼가 마법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지요. 적어도 그것덜은 굉장히 이상하게 생겼으니께요. 그것덜이 왜 처음부터 땅 밑에 들어앉아 있었는지, 그것도 아님 그것들이 뭘 할 수 있는지 누가 알겄심니꺼."

 

오렌지색 암말의 두 녹색 눈동자는 강조하듯 스쿠틀루를 향했고, 그녀의 입술은 떠오르는 기억에 두려워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런디 밤이 되고 나서야 알았심더. 그것덜한테 무신 일이 일어난 건지, 그제서야 잽싸게 알아챈 거지예. 저희를 공격한 그놈들이 그것들이었던 깁니다. 그래두 처음에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십니더. 여기랑 해서 농장 전체에 조금씩 재산 피해를 좀 봤거든요. 저희는 그기 동네 꼬맹이덜이 저희 농장에서 장난질을 하는 줄 알았심더. 그런디 한 주가 지나고 나니께 사태가 엄청 악화돼 있더라고요. 그거 그 가죽 딱딱한 골칫덩이덜이 숲 밖으로 아주 활개를 치면서 기어나와가 소리지르고 시끄럽게 굴면서 우리 저장고를 때려부수고 연장을 훔쳐가는 통에 아주 하루하루가 겁이 날 지경에 이른 겁니더. 근디, 언제부턴가 고것덜이 그 염병할 돌머리를 갖다가 우리 가족의 소중한 것들을 박살내기 시작하더라고요. 사과 나무를 뜯어먹고 사과를 못쓰게 만덜고, 거기다 한두 번 과수원에 불까지 놨심더. 진짜 끔찍했어예."

 

애플잭은 한숨과 함께 네 다리로 현관에서 걸어 내려가 무심하게 빅 매킨토시와 스미스 할머니를 향해 걸어갔다.

 

"그래가 밤에 밖을 좀 돌아보기로 했심더. 빅 매킨토시랑 저랑 해서 조그만 자경단을 하나 꾸려서 말임더. 돌아댕김서 갸들을 겁줘서 쫓아 보낼라 캤거덩요. 근디 별 효과는 못 봤심더. 그려서 매일 밤마다 그놈덜을 도로 숲 속으로 쫓아 보냈지예. 놈들은 그냥 우리를 갖고 놀더라고요. 그래가 저거 쇠스랑이랑 삽이랑 해서 날을 세우고 언제 날을 잡아가 저 추잡한 것들을 아주 그냥 박살을 내 버릴라 캤심더. 저것덜은 그저 우릴 보고 아주 웃기다고 깔깔대고 웃었고요. 그러더니 하루에 한 번 올 걸 두 번을 해서 와가 우리덜이 집 밖으로 놈들 면상 좀 보러 튀어나올 때꺼정 우리 집을 갖다 때려부수더라고요. 울 오빠는 아가씨가 오기 전꺼정 적어도 세 번은 물렸을 낍니더."

 

애플잭은 다정하게 빅 매킨토시의 갈기에 얼굴을 비볐다. 커다란 수말은 애플잭을 보고 부드럽게 웃어 보였고, 옆에 앉은 스미스 할머니가 붕대를 다 감고 동여맴과 동시에 숨을 들이쉬었다. 애플잭은 몸을 돌려 빅 매킨토시의 옆에 서더니 부끄러운 듯한 눈길로 스쿠틀루를 바라보았다.

 

"제가 그 동안 스위트 애플 에이커를 굴려 오믄서 이런 부류으 해수(害獸)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더. 머, 패러스프라이트 떼도 충분히 끔찍하긴 했지만서도 걔들은 적어도 귀엽게 생기기라도 하지 않았습니꺼. 이것덜... 이것'트롤'덜은 그저 저희으 피에 미쳐 있다는 건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심더. 놈덜이 한 짓거리덜만 보더라도 딱 답이 나오지예. 놈덜은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 만한 짓거리는 골라서 다 했심더. 그런디, 얼마 안 있어가 저것들이 꼭지를 돌려 놓고 싶어하는 기 우리 네 가족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저것덜은 그냥 이 땅 자체를 박살내 버리려고 한 깁니더. 지금 이래갖고서는 저희가 소중허게 금이야옥이야 하던 과수원은 물론이고 아예 과수원 전체를 다 갈갈이 찢어가 산산조각을 내 버릴 깁니더. 그래가 빅 매킨토시랑 저랑 해가 최대한 빨리 애플벅 시즌을 끝내기로 합의를 봤고요. 그래서 지금부터 하루 하고도 반 있다가 사과를 배달해 주기로 계약을 한 깁니더. 저희는 저희가 사과 수확을 좀 빨리 끝마치모 놈덜도 건드릴 건덕지가 없어지니께 재미없다고 여기서 영영 가 버릴 줄 알았심더. 그런디... 저희 생각이 또 틀려 버린 깁니더."

 

스쿠틀루는 비로소 이 모든 사정이 이해가 갔고, 그와 동시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애플잭의 말을 받았다. "그런 일들까지 하다니, 애플잭 당신, 참 용감하네요. 확실히, 저 트롤 놈들 때문에 여러분께서 엄청나게 고생을 하셨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이 모든 일련의 행동들이 포니빌 전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건 생각해 보지 않으셨나요? 한 1년 전이던가요, 캔틀롯... 어... 기록보관소, 네. 캔틀롯 기록보관소에서 포니빌 중심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대한 기록을 봤었어요. 작은곰자리가 도저히 말로 다 할 수 없는 광란을 벌이면서 심각한 사유재산 손괴를 범했더군요. 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실 것이 분명하고요. 특히, 여러분이 이 모든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하면 더더욱 그렇죠."

 

"애플잭." 스미스 할머니가 녹색 커팅 나이프를 나무 상자 위에 내려놓더니 떨리는 고개를 틀어 라임색 얼굴을 오렌지색 암말을 향해 돌렸다. "저번에 빅 매킨토시랑 너거랑 해가 다 해결했다고 했잖나! 지금 이기 다 뭐고! 캔틀롯 농업위원회던가 먼가 하는 높으신 분들헌티 아주 찍히게 생겼잖나!"

 

"지는 지랑 빅 매킨토시랑 해가 다 해결된 줄 알았심더! 진짜 솔직허게 말씀드리는디, 진짜 그랬심더!" 애플잭은 침을 삼키더니 그녀의 떨리는 시선을 스미스 할머니에게서 비틀어 떼어 스쿠틀루에게 옮겼다. "하모니 아가씨, 제발 제 말 좀 믿어 주이소. 저희는 절대로 일을 이렇게 키울 생각은 전혀 없었심더. 사실은, 그것들을 갖다 그냥 땅 속에 파묻혀 있던 돌덩이라고밖에 생각을 못했심더. 그 다음에는 숲 속에서 텨나온 웬 지저분한 잡것들이랑 쌈박질을 벌이고 있다고밖에 생각을 못 했고요! 저희덜은 그것들이 그렇게 피에 미친 위험한 짐승들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예! 저희덜은 갸들이랑 아주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임서 그제서야 알았심더. 저희가 얼마나 심각한 개판을 벌이고 있는지 말임더. 그려도 저희덜은 될 수 있으먼 저희 선에서 끝내려고 했심더! 사과만 다 따 없애 버리모, 갸들도 질려서 가 버릴 줄 알았심더! 근디... 근디... 이 문디 자슥들은 저희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심더."

 

"설령 여러분께서 제시간에 수확을 끝내실 수 있다고 해도, 그 다음으로는 사과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했을 텐데요." 스쿠틀루가 말했다. "여러분께 여러분의 사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애플잭. 물론 당신 가족들과 이 대지 자체는 그보다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이런 말씀 드리기는 좀 뭐하지만, 그래도 잘 알아 두셔야겠습니다. 트롤 놈들은 여러분의 대지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한테 관심이 있는 거지요."

 

"저희요?" 애플잭, 스미스 할머니, 빅 매킨토시는 깜짝 놀라 스쿠틀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간 겪으셨던 고통, 고난, 슬픔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하모니'가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며 입을 열었고, 게으른 발굽 소리가 울렸다. "천성적으로 트롤들이 지하나 다리 밑, 혹은 숲 깊숙한 곳 그림자 속에서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 이퀘스트리아가 만들어졌을 때, 그 연약한 대지를 마구 헤집었던 것들이 바로 그놈들이었습니다. 이에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제 1시대가 끝나기도 전, 아주 오래 전에 놈들에게 저주를 내리셨지요. 놈들에게 햇빛이 닿자마자 놈들은 순식간에 돌로 변해 버렸습니다. 오직 황혼의 빛을 받아야만 그 저주가 풀릴 수 있었지요. 저주의 파훼법을 찾아낸 건 바로 디스코드였습니다."

 

"디, 디스코드요?" 애플잭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눈만 꿈벅였다. 빅 매킨토시는 혼란스러운 듯 발굽을 들어 갈기를 긁적이고 있었다. 스미스 할머니는 여전히 진중하게 앉아 있었다.

 

스쿠틀루는 눈을 꿈벅였다. 순간 눈 앞에 하모니 호의 전등불 아래 일렁이며 반짝이던 셀레스티아 공주의 일지가 떠올랐다. 상앗빛 종이 위에 금색 잉크로 수놓아진 그 아름다운 글들이 떠올랐다. 황동색 페가수스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디스코드는 에포나 여신께서 우주로 돌아가시기도 전부터 존재해 온 악의(惡意그 자체입니다. 캔틀롯 역사연구소에서 편찬한 역사책에서는 트롤 놈들이 그 아름다웠던 대지를 아주 찢어 놓을 듯 활개치던 때, 디스코드가 놈들을 부추겨 눈 앞에 보이는 생명이란 생명은 죄다 찢어 죽이도록 한 일련의 사건을 혼돈 전쟁이라 명명하고 있고, 그 모든 책임을 디스코드에게 돌리고 있지요. 애플잭, 당신이 아마 그 구멍을 파 그 아래 묻혀 있던 놈들의 돌덩이를 보았을 때, 아마 의도하지는 않으셨겠지만 그 때 놈들의 몸뚱이에 다시 한 번 황혼 빛이 비치게 되었을 거고요. 아마 밤 사이에 그 밖으로 튀어나가서 숲 속에 자리를 잡았을 거고요. 놈들이 아는 건 이거 하나에요. 어스 포니들이 놈들에게 자유를 되찾아 줬으니, 놈들은 다시 포니들에게 자기들이 하던 짓거리를, 최대한 많은 고통과 고난을 안겨줄 그 짓거리를 다시 시작할 거라는 거에요."

 

"허지만... 허지만 왜요?" 애플잭은 속이 뒤집힌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 이유 말인가요, 애플잭." 스쿠틀루가 말했다. "트롤이 놈들이고, 놈들이 트롤이니까요."

 

"아가씨, 저 놈들에 관련된 거라믄 아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고 있구마." 스미스 할머니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캔틀롯 왕궁비서들헌티는 진짜 많이도 가르쳐 주나 보구마."

 

스쿠틀루는 잠깐 미묘한 투로 슬쩍 웃었다. "제가 아는 것 대부분은 독학으로 배운 거랍니다. 역사를 많이 공부해 두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면 정말 깜짝 놀라실 거에요..." 그녀의 입술은 슬쩍 비틀렸고, 두 눈은 새벽이 밝아오는 지평선에 가 움직일 줄 몰랐다. "...미래에 말이죠."

 

"저는 그냥 무섭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더." 애플잭이 외치듯 말했다. 애플잭은 잠시 코를 훌쩍이더니 빅 매킨토시를 반쯤 안으며 그의 갈기에 다시 한 번 얼굴을 비볐다. "여기 빅 매킨토시가 거의 세상 하직하기 직전까지 갈 줄 알았으모 처음부터 저 자슥들을 덫을 놓아 잡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질 않았을 겁니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애플잭." 스쿠틀루는 애플잭을 향해 걸어가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이퀘스트리아의 포니들은 거의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동안 한 무리의 트롤과 싸워 보기는커녕 한 번 보지도 못했잖아요. 농부가 됐든, 마술사가 됐든, 비행사가 됐든지간에 여러분께서 놈들에 대처한 만큼이라도 할 수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고것들이 저희를 죽일 수도 있었심더." 애플잭이 침을 삼켰다. "그 때 아가씨께서 나타나셨고요. 아가씨 덕에 저랑 빅 매킨토시랑 목숨을 건졌심더. 하모니 아가씨, 저, 저는...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심더."

 

"저는 누군가 저에게 빚을 지게 되길 바라고 온 게 아니에요.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애플잭 당신만큼 깜짝 놀랐으니까요." 스쿠틀루는 발굽으로 턱을 비비며 한 줄기 한숨을 뿜어냈다.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온 중얼거림은 주위의 조용한 공기로 흩어졌다. "왜 놈들이 여기 있는 거야, 스파이크? 왜 지금?" 스쿠틀루는 올라오는 무언가를 꿀꺽 삼키고 한 마디 덧붙였다.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아가씨..." 애플잭이 입술을 깨물었다. "캔틀롯으로 돌아가셔서 왕실근위대를 불러오실 생각이십니꺼? 제 말은... 저희가 벌여 놓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물으실 거냐는 말입니더."

 

스쿠틀루는 무언가 말하려고 애플잭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녀의 입은 여전히 무감각하게 벌어져 있었다. 그녀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는 세 쌍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어스 포니로서의 힘과 자부심은 순간 산산이 부서져 무너졌다. 굶주린 말들이 꽉 막힌 길을 걸어가며 바라보는 모퉁이길에서 느껴지는 공포로 무너지듯, 모퉁이 너머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그들이 모퉁이를 돌자마자 그들 머리 위로 내리쳐질 거대한 망치의 공포에 무너지듯 그렇게. 그 광경은 너무나 애처롭고 무기력해 스쿠틀루는 차라리 녹색 화염이 다시 한 번 불타며 지금 당장 자기를 미래로 데려가 주기를 바랄 뻔했다.

 

그들 너머로는 또 하나의 애처로운 광경이 있었다. 33년을 살아온 시간여행자의 텅 비어 버린 영혼 너머로 울리는 울림이 있었다. 그녀는 금속제 바닥에 엎어져 피를 흘리는 한 외로운 망아지를 보았다. 스스로 살을 지지는 고통에 태아처럼 웅크린 망아지 위로 살 지지는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누군가의 이름이 그 밖으로 터지듯 불려지고 있었다. 아이의 울부짖음은 시간처럼 영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녀를 둘러싼 무감정한 회색 세계 앞에 너무 빨리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 버렸다.

 

페가수스 하나가 포니빌의 폐허 한가운데 있던 분수대 위에서 그녀의 영원한 숙적들에 둘러싸였을 때, 그 때와 똑같은 회색이 마치 암세포처럼, 여기 애플가 앞 현관 앞에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창백한 가죽질의 덩굴은 지금 그녀를 빤히 바라보는 세 포니의 시선을 온통 휘감고 있었다. 트롤 놈들은 과거에서부터 이퀘스트리아를 침범한 녀석들이지만, 스쿠틀루는 놈들을 잘 알고 있었다. 저 가혹한 황무지 너머에서 넘어온 듯한 놈들은 그 날카로운 이빨과 맹독 바른 발톱으로 여기 있었다. 놈들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마지막 포니의 과거로의 방문과 놈들의 존재 자체는 너무 적절한 때였고, 너무나 가혹했으며 심지어는 악의까지 느껴질 정도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애플 일가는 처음으로 시간이 도래할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있던 아이러니의 림보라는 이름의 전쟁터에서 희생되고야 말았다. 농장은 이제 과거로부터의 혼돈과 미래로부터의 고통이 부딪치는 광기의 장으로 변해 있었다. 그 녀석들의 불길한 존재 그 자체는 역병처럼 여기 농장의 포니 모두에게 퍼졌다. 그들의 얼굴은 바싹 마른 뼈다귀처럼 말랐고 망령 같은 검은 공허는 그들의 머리 깊은 곳에서 절망을 끌어내 얼굴로 들이부어 그들의 얼굴에는 절망이 흐르고 있었다.스쿠틀루는 누군가에게 기도했다. 그 누구라도 좋았다. 지금껏 저들을 구하지도 못한 그녀의 엔트로파의 몸뚱이 대신 이 가련한 이들을 구해 줄 수 있다면 좋았다.

 

애플잭의 질문에 스쿠틀루가 적당히 대꾸할 말을 만들어 내기도 전에, 스쿠틀루의 바로 뒤편에서 삐걱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다른 애플가 포니들의 고개도 돌아갔고, 황동색 솜털을 한 페가수스도 역시 그 뒤를 따라 몸을 돌렸다. 그녀는 불타는 손 하나가 심장을 단단히 움켜잡은 양 제자리에 굳어 움직일 줄 몰랐다.

 

조그마한 망아지의 얼굴은 창백했고 머리 위로는 붉고 숱이 많아 분수 같은 갈기가 솟아 있었다. 아이는 반쯤 열린 현관문의 문틀 위에 서서 멍한 눈길로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분홍 양말은 아이의 발굽을 감싸 사지를 덥히고 있었다. 아이의 갈기는 이리저리 뻗쳐 새빨갛게 엉망이다. "오빠야? 언니? 할매? 지금 머가 어떻게 돼 가는 거에요? 밤중에 그 무서운 것덜이 우리 잡아먹으러 다시 온 거에요?"

 

"너거 오빠랑 언니헌티 누가 당허겄냐, 애플블룸. 들어가 자그래이. 아직 아침 아니니께."

 

"그래두 지금 다들 시끄러워서..." 망아지의 엉덩이는 비었고, 아이는 조그마한 입을 벌려 하품을 하더니 문틀에 기대어 섰다. "나가 큐티마크를 얻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그라모 가서 도로 엎어져 자그래이. 그럼 생길지도 모르지 않겄나. 크고 북실북실헌 베개 큐티마크 말여. 자, 인쟈 들어가그래이!"

 

"으으으음... 네." 아이가 막 집 안으로 다시 슬그머니 걸어 들어가려는 순간, 그녀의 가늘어진 눈은 스쿠틀루의 모습에 가 박혀 움직힐 줄 몰랐다. 아이는 스쿠틀루를 바라보았다. "저, 저기.... 누구세요?"

 

스쿠틀루는 가슴에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스스로 조각상인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못했고, 과거로 다시 녹아 들어오기에는 너무 먼 폐허의 황혼 속에 있었다. 그녀가 가진 거라고는 단 하나, 그 어떤 것도 묻어나지 않은 벌거벗은 지금 이 순간뿐이었고, 그 황홀함만큼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애플블룸, 우리 강아지. 여그는 하모니 아가씨여." 스미스 할머니가 떨리는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우리 농장 일을 도와 주시러 오신 분이고. 다 괜찮을 기다. 어른들이 다 알아서 할 기여. 그래서 이렇게 일찍 일어난 기고 말여."

 

"아, 알았다." 애플블룸은 피곤한 듯 웃었다. "안녕하세요, 하모니 언니."

 

스쿠틀루는 자기의 오랜, 아주 오랜 친구에게 고개를 숙이려고 애쓰고 있었고, 그녀의 입술은 부드럽게 갈리며 아이에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안녕, 애플블룸." 그녀는 화끈거리는 무언가를 목구멍 너머로 삼켜 버리며 숨을 내쉬었다. "얘, 가, 갈기가 정말 예쁘구나."

 

"어..." 노란 솜털을 한 망아지의 얼굴은 살짝 발그레해졌고, 아이는 발굽을 들어 아이의 까치집을 지은 갈기를 매만졌다. "고마워요, 언니." 산들바람 같은 미소가 번졌다. "분홍 리본을 묶고 나올 걸 그랬나 봐요."

 

"음... 부, 분명 아주 예쁠 것 같네." 스쿠틀루는 거의 질식할 것 같았지만 덜덜 떨려오는 다리는 계속 붙잡아 진정시키고 있었다. 네 다리는 대지 위에서 3미터는 떨어져 있는 것 같았고 그와 더불어 멍했다.

 

"머, 반가웠어요. 하모니 언니." 애플블룸이 다시 하품을 했고, 그 모습은 굉장히 귀여웠다. 아이는 느긋하게 몸을 돌려 그림자 드리운 집 안으로 들어가 자기 침실로 향했다.

 

스쿠틀루는 농가의 광택제 바른 벽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기억의 꼭대기 위에서는 재와 눈가루로 지친 그녀의 마음 너머로 몇 개의 기억이 떨어져 눈 아래로 내렸다. 클럽하우스 안에서 하던 장난, 뮤지컬 리허설 그리고 푸근한 오후의 마차 타던 기억이 내렸다. 기억들은 곧장 빛의 속도로 무너져 사라졌고, 이내 두툼하게 그녀를 감싸는 농장의 냄새와 풍경, 그리고 소리가 다시 일어섰다. 시간을 건너 온 그녀의 영혼은 순간 사방에 면도날 같은 송곳니를 내민 놈들이 수천 마리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떨렸다.

 

트롤 놈들은 스위트 애플 에이커를 그 기반부터 조각조각 찢어 내버릴 것이었고, 애플블룸도 그 안에 들 것이었다. 철창 덫이 얼마나 늘어섰든, 맞설 포니가 얼마나 많든, 그 어떤 군마(軍馬)의 군대가 있든, 그 어떤 것도 이 푸르른 대지에 닥쳐오는 욕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저 잔혹하고 악한 짐승들은 이미 시간여행자가 여기에 닿기도 전부터 이미 생명을 죽여 그 피를 대지에 적시고, 그 대지를 산산이 찢어발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재앙은 절대로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 스쿠틀루도 이 점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 트롤 녀석들은... 저 녀석들은 이 세계에 살 것들이 아니었다. 놈들은 폐허와 황무지에 살 것들이었고, 머지않아 그들의 땅을 물려받을 것이었다. 애플잭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간에 놈들의 존재가 있다는 것, 그 존재에 대한 모든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스쿠틀루는 그렇게 느꼈다. 그녀를 감싸고 있는 엔트로파의 '투영'된 무감(無感)한 껍질이 잘못된 것이라고, 설령 그녀가 순간의 따뜻한 숨을 맛보는 것을 멈추기를 주저하더라도, 그 역겨움에 떨더라도, 그렇게 느끼는 것처럼.

 

너무나 급작스럽게, 또 자신도 모르게, 스쿠틀루는 셀레스티아 공주와 접촉할 수단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만 그러한 승리는 수많은 포니들의 목숨을, 그것이 아니라면 피라도 취하고야 말 피비린내 나는 난전의 끝에서야 도래할 것이었다. 트롤 놈들은 스쿠틀루가 알 바 아니었다. 아니, 놈들은 처음부터 그녀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저 놈들이 거기 있었고, 그녀도 그곳에 있었을 뿐이었다. 난폭한 놈들의 폭력과 그 폭력을 거치며 단련된 그들의 그림자. 우연히도 그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냥 지나가기엔 너무나 기적 같았고, 모른 척 하기엔 너무나 의미가 깊었다. 거기에 오래 전에 죽은 공주의 권위적인 발굽 위로 이 모든 것들을 휙 던져 버린다면 너무나도 부끄러울 것이었다. 설령 그것이 단 하나의 포니만이 살아 볼 수 있을 미래에서 놈들을 깨끗이 지워 버린다 해도, 잠깐이나마 놈들의 메스껍고 지독한 송곳니에서 흘러 떨어지는 독액을 닮은 외로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해도.

 

애플 가족은 삶의 모든 것을, 그들의 삶을 이 대지에 바쳤다. 어느 날, 스쿠틀루가 여기 다다른 그 날에 그녀가 어찌어찌 이 대지에 바친 것은 잠깐의 경의뿐이었다. 마지막 포니와 그 옆에 선 보랏빛 드래곤이 살아가는 25년 후의 미래에서야 비로소 가능해진 하나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타고 온, 애플잭의 두개골이 품은 공허 속에서 무기력하게 둥둥 떠다니는 몸부림의 끝자락을 타고 온 잠깐의 경의일 뿐이었다. 스쿠틀루는 녹색 화염에 불타 순수한 이퀘스트리아의 황금기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은 생각해 보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가 얼마나 이 순수를 더럽힐 것인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스파이크?" 그녀는 나직이 웅얼거리며 대기에 말을 걸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목소리가 돌아와 나직이 무어라 속삭여 줄 뿐이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일이라면 뭐가 있을까?"

 

깊은 상념의 영겁은 그저 7초의 순간에 불과했고, 부드럽게 침묵을 뒤흔드는 스미스 할머니의 목소리는 상념의 자락에서 올라와 상념을 끊었다. "여기서 말여, 우리가 꼭 해야 할 게 하나 있데이." 스미스 할머니는 애플잭의 말에 드러내놓고 암시하며 말했다. "하모니 아가씨가 캔틀롯 왕실근위대원덜헌티 연락하게 냅둬야 한데이. 근위대원덜이라면 충분히 트롤 놈덜을 치워 줄 수 있을 끼다."

 

"할매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애플잭의 목소리는 힐난하는 듯하다. "여그 농장이 어떻게 되것심꺼? 캔틀롯 대법서 우리 가족 이름을 싹 다 전 이퀘스트리아으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릴 낍니더! 내년에는 아무도 우리 사과를 안 사게 될 기 뻔하다구요! 제기럴. 혹시라도 우리가 그 추잡하고 몹쓸 노무 디스코드으 혼돈으 군단을 깨웠다는 기 알려지면요,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우리를 죄다 달에 갖다 처박아 부러도 우리덜은 아무 말도 못 허지 않겠심꺼!"

 

"AJ, 야그야. 내는 여그 농장서 아주 오래 살았데이. 그러니 단순히 대지에 무언가를 바칠 줄 아는 그 어떤 포니덜보담도 많이 아는 거제. 허지만, 이 모든 거는 다 대지가 너, 빅 매킨토시랑 우리 조그만 애플블룸헌티 돌려주는 기랑 똑같단 말이여. 또, 니들이 그 지긋지긋헌 놈덜 때문에 사과 배송에 아주 골머리를 앓으모 내도 앓아 죽는 거마냥 아프다 이 말이다. 캔틀롯 왕실근위대으 도움을 받아야 헌데이!"

 

"아뇨."

 

그들은 모두 스쿠틀루를 바라보았다. "하, 하모니 아가씨...?"

 

"흠흠..." 스쿠틀루는 헛기침을 했고, 눈을 깜박여 고일 듯한 눈물을 미리 걷어내 말리며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제가 하려고 한 말은 이 말입니다. 안 됩니다, 캔틀롯에 도움을 요청하는 건 지금 당장은 현명한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여러분이 여러분의 농장을 지키고 싶다면, 그리고 여러분의 일상을 지키고 싶으시다면 말입니다."

 

"아가씨, 진심이십니꺼?" 서서히 다가오는 새벽의 연무를 뚫고 애플잭의 가늘어진 눈이 스쿠틀루를 향했다. "긍께, 아가씨 말은 머가 어찌됐던 여그 매킨토시랑 지랑 해서 아가씨으 그 잘난 기사도정신에 동의하는 척이라도 하라, 이 말입니꺼. 우리덜이 저 진짜 말도 안 되는 트롤 놈들 관해가 왕실근위대와 접촉도 하믄 안 된다는 그 뻔뻔함은 대체 어디서 난 깁니꺼?"

 

"그 이유는,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스위트 애플 에이커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잭 양."

 

애플잭은 초조한 듯 눈을 깜박였다. "아, 아가씨가요?"

 

스쿠틀루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 뒤에서 아침노을이 꽃피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이 갑작스럽지만 아름답고, 또 부끄러워지기까지 하는 근사한 순간에, 그녀는 스스로 몸을 돌려 그 순간을 향유하기를 거부했다. 대담한 숨결이 그녀 밖으로 솟아나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정직의 원소'가 무언가 작은 꼬투리라도 잡는다면,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그녀는 당장 다시 미래로 돌아가 스파이크에게 두 번 다시 녹색 불꽃은 필요가 없을 거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봤자 무용(無用)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모니'는 다음 두 번째 수를 어디에 놓을 것인지 가시 돋힌 미궁에서 헤매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트롤 놈들의 존재는 이퀘스트리아 위에 문명이 존재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래되었죠. 그러다 보니까... 우리들의 문명이 존속해 온 만큼 오랫동안 남아 온 죄가 하나 있습니다." 스쿠틀루는 애플잭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다도해(多島海)를 항해해 건너듯, 그녀의 부서진 양심의 가책을 건너며 마저 말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그 누구라 할지라도 혼돈 전쟁에서 목숨을 건진 저 말종 자식들을 '결과적으로' 숨겨 주게 되면, 그 이유는 불문하고 즉각 왕실근위대가 그들을 체포해 구금할 겁니다. 자산도 물론 전부 압류될 거고요. 무기한 구속에, 무기한 압류입니다."

 

마치 달려오는 기관차와 죽음의 입맞춤을 하기 직전의 그 얼굴처럼, 애플잭과 빅 매킨토시의 얼굴은 즉각 푸르게 질렸다.

 

스미스 할머니는 약간 놀란 듯한, 그러면서도 재미있어하는 듯한 가늘어진 눈으로 페가수스를 바라보며 갑자기, 그리고 확고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는 처음 듣는 소리구마. 그 죄목이 먼지, 좀 말해 주겄나?"

 

스쿠틀루는 겁 없는 눈으로 늙은 암말을 맞쏘아보며 말했다. "이른바 '조화유지법'이라고 하는 법령이 있습니다. 비록 고대부터 존재해 온 법령이긴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법령을 피해 갈 수는 없지요.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는 오랜 세월 동안 이퀘스트리아를 통치해 오시면서도 절대 과거의 병기를 다시 꺼내어 오거나 보존하는 행위 자체에는 그 어떤 자비조차 베푸시지 않으셨습니다. '조화유지법'에 위배되는 범죄 행위에 대한 형벌은 가혹 그 이상인데, 그 형벌이 여러분의 아름답고 비옥한 농장에, 여러분이 나고 자란 스위트 애플 에이커에 닥치고 말 겁니다."

 

"그려도... 내도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뵌 적 있심더!" 애플잭은 모자를 가볍게 톡 쳐 벗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말에는 깊은, 깊어져 가는 그림자가 묻었다. "분명히 여그서 있었던 일덜이 죄다 사고였다는 기를 다 알아 주실 깁니더!"

 

스쿠틀루는 천천히, 시무룩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그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애플잭.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조화유지법'에 관련된 일이라면 공주님도 그 자애로운 마음씨를 베풀어 주실 수 없답니다. 그러실 수밖에 없으니까요. '조화유지법'을 위반한 자에게 공주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신 건 제 3시대 이후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나이트메어 문의 루나 공화국에 수많은 군단이 합류하게 된 것이 바로 그 결과입니다. 여기서 트롤 놈들이 다시 일어났다는 걸 캔틀롯 대법원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 줄 가능성은 제로란 말입니다. 제 상급자 분들께서 좋아하시는 '요약된 한 단어'로 표현해 드리자면, 말 그대로 이 농장도, 여러분이 지금까지 일해 오신 모든 것들도'끝장'난다는 말입니다."

 

스쿠틀루의 입에서 떨어진 일종의 선언은 자신만만해 보이기까지 했고, 그 말 뒤로 따라온 침묵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오렌지색 암말의 마음 아득히 깊숙한 곳 어딘가가 방향을 틀었는지, 숨죽인 불안감과 같이 스쿠틀루는 애플잭을 바라보았다. 한 주 동안의 잔혹한 노동량의 무게만으로도 모자라 트롤 놈들까지 상대하다 보니 애플잭의 까칠한 의심은 무너져 있었다. 그녀에게는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 덕에 있지도 않은 법령 운운하는 말은 나긋하게 팔랑이며 내려왔고, 하나의 우울감과 비애로 짜인 망토가 되어 애플잭을 감쌌다.

 

스쿠틀루의 말은 '정직의 원소'의 철옹성 같은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 그렇다고 이게 축하하고 기념할 만한 일은 절대 아니었다. 특히 그녀가 한 쌍의 창끝 같은 회색 눈을 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조용히, 다소곳이 그녀의 말을 듣던 두 젊은 포니의 머리 위에서 이글거리던 두 눈을 보았기에 더더욱 그랬다. 확실히, 스미스 할머니는 스쿠틀루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스쿠틀루도 이에 맞쏘아보고 있었다. 창백하게 질려 떠는 한숨과 함께, 두 포니는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조용한 그 모습은 아침 해가 나타나는 모습에 비쳐 하나의 다리처럼 보였다.

 

"그라모..." 애플잭이 웅얼거리듯 입을 열었고, 그 목소리는 무력한 망아지의 그것을 듣는 듯 했다. "하, 하모니 아가씨께서는 무, 무슨 제안을 하고 싶으신 겁니꺼?"

 

부드러운 숨이 뿜어져 나왔다. 시종일관 조용한 스미스 할머니를 쳐다보던 시간여행자의 눈이 우아하게 애플잭으로 향함과 동시에, 그녀의 얼굴에는 황동색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제 제안은 아주 간단해요. 전에 저한테 하셨던 말씀을 좀 손보면 되니까요, 애플잭." 스쿠틀루는 그들 셋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여러분은 그저 대지에 모든 것을 바쳤을 뿐이에요. 그리고 여러분이 대지에 바쳤던 것 중에 트롤은 없고요. 불공평한 세상에는 그런 재앙 같은 일들이 찾아오죠. 하지만 이번만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번에는 아니에요. 여러분처럼 강하고 훌륭한 포니들이 이렇게 쉽게 나가떨어지게 놓아두지 않을 거라는 말이에요. 여러분의 대지에 일어난 일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지요. 하지만 지금 여러분들처럼 피곤에 지쳐서는 전부 다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결국에는 제 도움이 필요하실 거에요. 그리고 이번만큼은 진실을 말씀드린다고 약속하죠. 그 진실이 뭐냐면, 절대로 '싫어'란 답은 듣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죠. 거절은 듣지 않겠습니다. 그냥 제가 여러분을 도와 드릴 수 있게 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같이 여러분 '고객'님께 제시간에 맞춰서 사과를 보내 드리면 되는 거죠. 전부 말이에요."

 

애플잭은 빅 매킨토시와 스미스 할머니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빅 매킨토시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스미스 할머니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침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침을 삼키며 스쿠틀루를 바라보았고, 그 얼굴에는 불안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허, 허지만서도... 그 잡것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꺼? 캔틀롯으 도움이 없이는 우린 아무런 힘도 없고, 갸들이 그걸 알모 갸들이랑 우리랑은 끝 아입니꺼! 우리헌티 남은 기 대체 뭡니꺼, 하모니 아가씨?"

 

"트롤은 제가 상대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스쿠틀루는 한숨을 쉬더니 서서히 아파 오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저, 저도 생각이 있으니 말이에요. 절 믿으세요. 저도 살면서 배운 게 하나는 있으니까요." 그녀는 부드럽지만 지친 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든 목숨을 연명하려고 발버둥칠 때마다 항상 좋은 생각이 떠오르곤 했으니까요. 자, 절 믿으세요.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저기 지평선 너머로 해를 띄우시자마자 바로 열심히 일하려고 하니까요. 자, 그럼 묻죠. 제가 도와 드려도 될까요?"

 

애플잭은 마른침을 삼키며 묶은 금발 갈기를 툭툭 쳐 털더니 다시 목 뒤로 넘겼다. 그녀는 발굽으로 땅을 탁 치면서 스쿠틀루를 보고 실실 웃었다. "머, 그럼 멀 기다리고 계십니꺼? 아가씨 그 튼튼하고 귀여운 날개로 놈덜을 박살내러 가이소!"

 

스쿠틀루가 내쉰 첫 숨은 안도감에 가을 바람 같았다. 그녀는 애플잭을 보고 반짝 웃어 보이더니, 세월에 씻겼어도 여전히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늙은 암말을 되쏘아보았다. 그녀는 정중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애플잭, 그리고 빅 매킨토시. 일하실 준비를 좀 하셔야겠네요. 저도 금방 합류할 테니까요. 할 일 많잖아요. 저는 우선...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음... 생각 좀 해 봐야 할 것 같네요."

 

"좋을 대로 하이소. 지는 그라모 뜨끈헌 오트밀 한 그릇 하믄서 생각 좀 해 보겠심더." 애플잭은 빠른 걸음으로 황동색 페가수스의 뒤로 걸어가며 고개를 돌려 휘파람을 불었다. "오빠야! 일 하러 가재이! 시간 갖다 버리지 말고!"

 

빨간색 수말도 애플잭의 등 뒤를 따라 힘차게 걸어갔다. 농부 포니들의 따각거리는 발굽 소리는 옆에 선 헛간 속에서 메아리치며 춤춘다. 그 뒤로는 고리버들 바구니와 수레바퀴 그리고 농기구의 덜그럭대는 리듬이 따랐다. 스쿠틀루는 고개를 돌려 등 뒤를 흘끗거리며 바라보았다. 그녀를 '고정'해 주고 있는 포니가 어쩌다가 너무 멀리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이내 서서히 사라졌다. 불안감은 아침노을의 금빛 빛줄기를 삼키는 세월 묻은 그림자에 가려 줄었다. 스미스 할머니가 어기적거리며 다가와 시간여행자를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시선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모니 아가씨. '조화유지법'같은 기는 없지 않나."

 

스쿠틀루는 심호흡을 했고, 겁쟁이처럼 나이든 암말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저도 알아요."

 

"내도 캔틀롯 왕궁에 머가 있는지는 다 꿸 정도로 오래 살았데이. 아가씨는 대놓고 우리 혈육들헌티 거짓말을 한 것도 모자라서 혼자 그 무서운 짐승들을 처리하겄다고 캤제. 지금 나가 평생 동안 금지옥엽처럼 보살핀 아들으 목숨을 걸고 있다는 기는 알 끼다."

 

"저, 저도 알아요..."

 

"날 똑대이 보그라."

 

페가수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검은 갈기로 덮인 시선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분고분히 스미스 할머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스미스 할머니의 동공은 강산(强酸)으로 가득 찬 연못 같았다. 하지만 그 아래 잠긴 마음은 고요하고 참을성 있게 숨을 내쉬며 표면 위로 기포를 띄우고 있었다. "아가씨 혼자서 어떻게든 여그 트롤 놈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혼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대체... 뭐꼬?"

 

"좀 더 나은 질문을 해 보죠." 스쿠틀루는 대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 염려하고 계시다면, 대체 왜 할머니의 손자, 손녀 앞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신 거죠?"

 

"믿기 때문이지." 스미스 할머니는 맥이 빠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는 여그 세상헌티서 뭔가를 하나 타고났데이. 언제나 놀라움으로 가득한 여그 세상은 나헌티 신뢰라는 천성을 줬고, 내는 아직도 그거를 간직하고 있다. 나가 꼬마 애플샤인을 기르며 맞이헌 첫 번째 겨울날에서야 그걸 찾을 수 있었고 말여. 갸가 어렸을 때, 나헌티 희망과 기쁨을 가져다 준 기 바로 그거였다. 나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허고, 지금까지 살아 걸을 이유, 다른 기구 같은 걸 쓰지 않고 걸을 이유, 그거를 나가 알게 했제. 그래서 나 스스로도 생각허기를 내도 힘이 다 빠졌다 싶지만서도 항상 기운내가 농장을 돌아다니는 기다. 그 모든 기는 다 아가씨 덕분이다. 아가씨 덕에 내는 항상 기뻤고, 그 모든 것덜은 아가씨가 나헌티 준 것들이제. 그런디, 나도 슬슬 알아야 할 것 같어. 아가씨도 이 늙은이헌티 말을 좀 해 줘야겄고. 그 늙은이으 믿음의 가치가 있건 없건 말여. 하모니 아가씨, 아가씨는 축복인가, 아니면 저주가?"

 

스쿠틀루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스미스 할머니의 영원할 것만 같은 시선에 깔려 있던 그림자는 잽싸게 앞으로 움직였고, 그 덕에 스쿠틀루는 순간 애처로운 빛을 비추는 전등 아래 갈색 솜털과 밀어 버린 갈기를 한 포니의 깜박이는 모습을 보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스쿠틀루는 다시 어깨 너머의 풍경을 고개를 돌려 흘끗 바라보았다. 해가 떠오르는 그 아래서 서서히 붉어지는 헛간이 보였고, 그 아래 두 젊은 농부 포니들이 보였고, 녹이 슬어 삐걱이는 철제 풍향계가 그 위로 보였다... 뾰족한 풍향계가.

 

시간여행자는 그저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나타난 정경은 피 흘리는 그녀 위로 솟아오른 슈가큐브코너의 지붕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라임 색 솜털을 한 늙은 포니의 앞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가 잽싸게 나무 상자 위에 놓여 있던 녹색 커팅 나이프를 낚아챘다.

 

스미스 할머니는 순간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에 질려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모니 아가씨. 도대체 지금 머 하는—"

 

"진정하세요, 스미스 할머니." 스쿠틀루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보고만 계세요."

 

그렇게 입을 연 황동색의 페가수스는 날카롭게 번득이는 칼을 높이 들고는 겁도 없이 자신의 왼쪽 무릎 위 부드러운 살에 내려찍었다. 무언가 산산조각나는 듯한 날카로운 소음은 어쩌면 고막조차 터뜨리며 지나갈 수도 있었으리라. 스미스 할머니는 움찔하지도 못할 만큼 너무나 놀라 온 몸이 굳어 있었다. 그 단단한 철제 칼날이 휘어져 있었고, 몇 부분은 아예 조각나 날카로운 조각으로 떨어져 있는 광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의 밝은 눈동자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휘둥그레져 있었다. 마땅히 '캔틀롯 왕궁비서'의 다리가 그렇게 되었어야 했으니...

 

칼을 내려찍은 곳에는 긁힌 자국조차 없었다.

 

"스미스 할머니." 온화한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다.

 

라임색의 포니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

 

"스미스 할머니." 스쿠틀루는 다시 말하며 부드럽게 또각이는 발굽과 같이 스미스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이런 시, 시상에." 스미스 할머니는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만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고 말았다. "이런 시상에, 시상에나, 신이시여!" 애처로이 떨리는 몸짓은 무언가 아주 정중하고, 또 겁에 질린 듯한 경배로 변했다. "오마니 에포나시여, 부디 용서를—!"

 

"저기요, 스미스 할머니!" 스쿠틀루는 자리에 웅크리고 앉으며 자신의 두 발굽으로 스미스 할머니의 발굽을 감싸 쥐며 말했다. "진정하셔요. 자, 숨 좀 돌리시고요. 괜찮아요.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스쿠틀루의 두 눈은 세월에 지친 나이든 암말의 두 눈을 그윽히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재와 안개만이 가득한 나날을 나아가는 모습 같았다. 마지막 포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 "할머니께서 저를 누구라고, 아니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저는 몰라요.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히 할게요. 저는 할머니께서 생각하시는 그 어떤 존재도 아니랍니다. 전 조금 다른 존재에요." 스쿠틀루는 태연히 숨을 들이쉬고 좀 전 같은 부드러운 말씨로 말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존재죠."

 

늙은 암말은 몸을 덜덜 떨고 있었고, 그 때문에 '방문자'가 차분히 잡고 있는 자기의 앞발을 그대로 냅두느라 애쓰고 있었다. 스미스 할머니는 절반쯤 드러난 한 무더기의 뼈처럼 덜그럭대며 덜덜 떨고 있었다. 할머니는 겨우겨우 자신을 바라보는, 또 자신의 얼굴이 비쳐지는 호박색 눈동자와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허, 허지만 우째... 우째... 대체 아가씨 몸은 뭐로 돼 있는 기가? 아가씨 다리 말여... 아가씨 다리... 엘렉트라 여신으 환생이신가?"

 

"대답해 드릴 수는 있지만, 충분히 답이 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제 대답은, 제가 여기 온 이유와 거의 비슷하다는 것 하나에요. 더 말씀드리겠다고 거짓말은 하지 않을게요. 저도 더 이상은 잘 모르거든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요. 할머니께서도 스스로 알고 계신 거기도 하죠. 왜냐면, 좀 전에 할머니께서 말씀해 주셨으니까요." 스쿠틀루는 마른침을 깊숙이 삼켰고, 자기 눈 앞의 덜덜 떠는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힘껏 웃음을 띄워 보였다. "저는 축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답니다. 저는 저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그래도 저를 가장 명확히 설명해 주는 말이 있다고 한다면, '시기적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트롤 놈들이 여기 있고, 저도 여기 있잖아요. 저한테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시간상으로 너무나 적절한 타이밍이죠. 저는 무조건 놈들을 정리해야 하고, 그 일은 반드시 저 혼자 해야만 해요. 이 일을 다른 포니에게 넘긴다고 하면, 그 포니가 왕실근위대나 그에 준하든 말든, 여기 적절하기 그지없는 타이밍을 다 망쳐 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무슨 타이밍 말이가?" 스쿠틀루의 한결같은 태도에 스미스 할머니의 몸도 슬슬 덜 떨기 시작했지만, 아직 목소리는 말을 더듬고 있었다. "와 나헌티는 다 말해 줬음서, 손자 손녀들헌티는 야그해 주지 않은 기가? 와 나헌티는 다 똑대이 보여 줫음서, 캔틀롯에는 밝히지 않은 기가?"

 

"그 이유는 저희가 서로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이랍니다, 스미스 할머니. 설령 할머니께서 지금 당장 그걸 전부 다 헤아리시지 못하더라도 말이에요. 할머니와 저, 저희 둘 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지요. 한 포니의 일생에서, 절대로 바로잡을 수 없는 비극이 닥쳐온다는 것도 저희는 알아요. 하지만 여기 이 대지, 이 아름답고 흠잡을 데 없는 세상에 사는, 트롤 놈들이 가져올 고난과 고통에 맞설 각오조차 되어 있지 않은 세상에 사는 할머니의 두 손주분들은 아니에요. 그리고 설령 제가 제 힘으로 놈들을 막을 수 있다고 해도, 그 일련의 사건을 막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허지만 아가씨는 그럴 힘이 있지 않은가?" 스미스 할머니는 마른침을 삼키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가씨으 몸은 페가수스 유니콘으 그것과도 같어. 허지만 그 목소리에는... 고독과 절망이 메아리치고 있제. 이제야 내헌티도 들리는구마. 그 소리는... 영원히 울리지 않을 낡은 종탑으 그것과도 같구마. 나가 혹시... 그 스스로 믿음을 갖지 못헐 기 있으모... 그거를 믿어도 될지 궁금하구마."

 

스쿠틀루의 호박색 눈에 눈물이 살짝 덮였다. 스쿠틀루는 그 씁쓸한 감정을 억누르고 슬슬 진정해 가는 나이든 암말의 뺨을 어루만졌다. "전 그러려고 해요." 스쿠틀루읭 얼굴에 고통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우선, 그것이 찰나에 불과하긴 했지만, 할머니 같은 포니가 하나 있었어요. 그 포니도 자기만의 믿음이 있었죠. 스미스 할머니, 제가 온 곳에서는 아직도 살아 숨쉬는 한 포니의 신념과 믿음이 몇 년 동안이나 제 길을 밝혀 왔죠." 페가수스는 심호흡을 하더니 눈가에 어린 눈물이 다 마를 때까지 현관문 위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스쿠틀루는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저를 계속 믿어 주세요, 스미스 할머니. 반드시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을게요. 아직까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지만, 시간은 제 편이자 저희의 편이니까요. 우리 그 누구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리고 생각할 필요조차도 없는 방법으로 시간이 저희를 도와 줄 거에요." 스쿠틀루는 헛기침을 하더니 순간 아름다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할머니의 가족 분들께서는 모두 이 대지에 아주 많은 것들을 바쳐 오셨죠. 이 대지가... 할머니께 저를 주었다면... 말이 될까요?"

 

스미스 할머니도 순간 촉촉해진 눈을 깜박이며 스쿠틀루를 향했다. 할머니는 발굽을 들어 페가수스의 상처 하나 없는 앞다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내는 항상 축복을 꿈꿔 왔데이... 선물을 꿈꿔 왔데이...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구마." 할머니는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어머니의 웃음을 지었다.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영원할 웃음이었다. "그것이 바로, 산다는 것으 놀라움 아니겠는가, 아가씨."

 

마지막 포니는 앞날의 불길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답했다. "기대, 저버리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