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우... 마, 마지막 놈이여, 오빠야!" 애플잭은 씁 하고 숨을 들이마셨고, 그와 같이 황동색 페가수스와 같이 돌이 된 트롤을 번쩍 집어 들어올려 커다란 나무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상자는 귀신 같은 새하얀 몸뚱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뚜껑에 틈 하나래도 남기지 말드라고!"
"그~려." 새빨간 수말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커다란 상자 위로 나무 판을 밀어 덮었다. 근육질의 수말은 입에 물고 있던 못 몇 개 중 하나를 내어 상자 위에 덮인 뚜껑 위에 올리고는 망치질해 닫기 시작했다. 안에 들어가 있는 지독한 놈들을 영겁의 어둠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그가 망치질을 하는 동안 애플블룸과 스미스 할머니가 입에 검은 방수 천을 물고 걸어오고 있었다. 상자가 완벽하게 닫히고 나자 두 포니가 검은 천을 상자 위로 올려 덮었고, 그들 뒤 붉은 헛간 옆에 쌓아 둔 네 개의 상자와 똑같이 빛이 새어 들어올 만한 곳을 모두 막았다.
애플잭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문질러 닦았고, 나란히 줄지어 선 트롤을 가둔 상자에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녀는 흐릿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모자를 벗어 부채질하며 가까스로 숨소리 섞인 말을 꺼냈다. "아가씨는 지금 도대체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깁니꺼? 머지않어 몇몇 돌대가리덜이 놈덜을 여그, 이 상자에서 꺼내 버리려고 들 깁니더. 기회만 잡았다 하모 바로 놈덜을 꺼내다가 다시 황혼 빛에 비추려고 할 깁니더. 우리가 겪었던 그 악몽은 그 누구도 겪어선 안 되는 일입니더."
"앞으로 하나만 더 하면 돼요." 스쿠틀루가 말했다. 그녀는 부드럽게 몸을 흔들며 천 덮인 상자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고, 한쪽 발굽은 천을 쓱 쓸며 지나갔다. "우리는 아주 정중하게 포니빌 경찰서의 주의를 끌 거에요. 우리가 여기 잡아 가둔 이놈들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는 거죠. 그 다음으로는 여기, 돌이 된 트롤 고객님들을 캔틀롯으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면 되는 거죠."
애플블룸과 빅 매킨토시가 급한 숨을 들이마셨다. 스미스 할머니는 생각에 잠긴 채 가늘어진 눈으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애플잭은 기진맥진한 채 아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침을 탁 뱉었다.
"미치셨심꺼?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이것들 하나라도 보셨다간 바로 우리덜헌티 그 잘난 '조화유지법'을 적용하실 거란 말입니더!"
"애플잭—"
"다 끝장날 깁니더! 그라모 지금 우리가 밟고 선 여그 땅에서도 쫓겨날 깁니더! 우린 죄다—"
"AJ." 스쿠틀루는 상냥한 얼굴로 방긋 웃으며 애플잭을 조용히 시켰다. "그 '조화유지법'이란 거는 단순히 저 혼돈의 생체 병기를 숨겨 주었을 때만 적용되는 법이에요. 그리고 당신도 잘 알다시피, 지금 저것들은 그 누구도 해치지 못해요. 그냥 당신이 우물을 파고 들어가다가 찾아낸 그 무기력한 돌덩어리에 불과하다고요. 캔틀롯 대법원 쪽 상관들도 당신이 트롤 표본 몇 개를 찾아낸 것도 모자라 앞날의 위협이 될지 모르는 위험인자를 미리 제거했다는 사실을 알면 분명 기뻐할 거에요."
애플잭의 얼굴은 찌푸린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해 애매했다. "아가씨가 놈들 뼛속까지 절대로 잊지 못할 패배의 쓴맛을 보여 줬으니께는 그냥 걔들은 무기력하고 해도 못 끼칠 깁니더."
"애플잭 당신만 좋다면 그 다음으로 캔틀롯 왕궁경비대에 언질을 전하시면 되는 거에요. 수송대가 지금'혼돈의 지하 감옥'에서 꺼내 온 트롤들을 운송하고 있다고 말이에요." 스쿠틀루가 말했다. 시간여행자는 따뜻하고 꽃 피는 듯한 숨으로, 기쁨에 벅차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말햇다. "그러면 그 다음엔 아마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고, 공주님게서는 그 '패배'를 맛보여 준 한 왕궁비서관을 불러 배알케 하시겠죠." 그녀의 웃음은 딱딱했지만, 그 순간의 명료함에 부드러워졌다.
애플잭도 알겠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럴 깁니더. 하모니 아가씨. 공주님께서도 분명 그렇게 해 주실 깁니더."
"그라모 왕궁경비대를 불러서 여그 이 끔찍한 짐승들을 죄다 실어 나른 다음에는 뭐 해요?" 애플블룸이 갑자기 물었다.
"그 다음 말이니?" 스쿠틀루는 애플블룸에게 천천히 걸어가더니 새빨간 갈기를 쓰다듬어 헝클었다. "고객께서 오셔서 사과들을 다 날라 가실 거란다!"
"우리... 사과... 다요?" 애플잭이 눈을 꿈벅이며 중얼거렸다. 오늘 할 일의 무게가 즐거이 본래 있어야 할 길을 찾아 즐거이 눈 속으로 돌아와 어렸다.
스쿠틀루가 몸을 돌려 애플잭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그 때까지는 사과를 다 따다가 옮겨 놓아야 하지 않겠어요?"
애플잭은 멍하니 가족들을 쳐다보고만 서 있었다. 한 포니의 얼굴이,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얼굴이 격려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플잭은 카우걸 모자를 금발 머리 위에 쓰고 똑바르게 매만지며 페가수스를 보고 방긋 웃었다. "하모니 아가씨는 트롤 상대하는 데는 전문가시고." 애플잭이 씩 웃었다. "한번 더 사과 따기 전문가가 되어 주실 만큼으 기운이 남아 있으십니꺼?"
스쿠틀루도 활짝 웃어 보였다. "제 발자국이 이 대지에 남아 있는 한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팔팔하시구만요!" 애플잭이 기운차게 고갯짓하며 외쳤다. "오빠야, 수레 끌고 오그래이! 할매, 애플블룸,바구니 좀 갖다 주소! 온 가족이 다 매달려야 하는 일이니까는, 서두르소!"
아침은 말 그대로, 정말 끝내줬다.
맴맴 우는 매미의 울음소리와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 아래, 다섯 포니들이 사과 과수원을 증기기관이라도 단 듯 재빠른 동작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빅 매킨토시는 빈 바구니로 가득 찬 커다란 나무 수레를 끌고 있었다. 애플블룸은 빠른 걸음걸이로 수레에서 가벼운 바구니를 가져다 잔디 위에 놓아 두었고, 스미스 할머니와 함께 사과나무 아래에 바구니를 잘 놓아두고 있었다. 바구니가 모두 제자리를 찾아 놓인 것을 확인한 애플잭은 '하모니'에게 휘파람을 불어 신호를 보냈다. 황동색 페가수스는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전속력으로 달려가며 바람을 탔다. 그녀는 날카로운 숨을 들이마시며 한쪽으로 방향을 틀어 사과나무 사이로 튕기며 날아갔고, 그 아래로는 애플잭이 전속력으로 따라 달리며 한두 개 목표물을 놓칠 때마다 놓쳤다고 외치고 있었다. 스쿠틀루는 그럴 때마다 잽싸게 방향을 틀어 놓친 사과나무를 털었고, 곧장 번개처럼 나머지 과정을 수행했다. 태양이 정오를 알리기도 전에, 과수원 서쪽의 절반 이상의 수확이 끝났다.
모든 수확 과정은 그냥 좀 격한 체조에 불과했다. 하지만 단 하나의 포니만은 발굽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었다. 물론, 그 포니는 애플잭이었고 뛰어다니며 페가수스의 네비게이터 역할을 하느라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사과 수확 사이에는 쉴 시간은 넉넉했다. 나무 줄에서 줄로 옮겨 갈 때마다 바구니를 실었다 내렸다 하는 시간은 숨을 고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고 그 덕에 다음 줄의 사과나무를 털 때 애플잭은 다시 기운을 차려 좋은 조력자인 페가수스와 마찬가지로 한 번 멈추지 않고 달려나갈 수 있었다.
스쿠틀루는 그 모든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 이틀 동안의 거짓과 비통의 무게는 그녀의 날개 뒤편으로 날아가던 가죽질의 몸뚱이들처럼 날아가 버렸다. 다시 일어난 태양은 그녀의 정신을 일으켜 세웠다. 설령 그것이 어딘가 그녀가 존재하는 곳에서의 잠시이고, 부정할 길 없는 찰나의 순간이라 할지라도. 아이 같은 흥분감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고,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하모니 호를 타고 여정을 떠났을 때의 기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양쪽으로 늘어선 사과나무 사이로 날아가는 그 찰나의 순간과 들이마시는 숨은 마지막에 그들을 기다리는 무서운 미래가 있다는 걸 잊게 하기 충분했다. 황동색 깃털 위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태양빛의 세계가 아니라, 황혼이 군림하는 세계의 신민(臣民)이란 사실을 잊기는 어렵지 않았다. 시간의 불변의 발걸음이 그녀를 안아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았다는 사실을 잊기는 어렵지 않았다. 애플 가족들을 지하실에 밀어넣고 트롤과 육박전을 벌이는 동안, 그들은 지하실 안에서 무사할 것이었다. 빅 매킨토시를 포함해서 그들은 무사할 것이라고, 그녀를 위로하는 시간은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들은 언젠가 그들의 잊혀진 대피소에서 다 같이, 그들의 끝을 맞이할 것이었다. 마지막 포니는 지금, 미래를 구원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지금 이 순간만큼은, 구원하고... 또 쉬이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지금 이 순간, 부드럽게 흔들리는 녹색 이파리와 잔디 사이로 포니들의 뜨거워진 숨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은 스쿠틀루의 외로운 마음 속에서 곪아 터지는 기억이 아니었다. 거짓이 아니었다. 마지막 포니가 폭풍을 보내고 나서 무지개 신호를 다시 띄울 믿음을 위해 스스로 지어낸 꿈이 아니었다. 지금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은 새로운 순간이었다. 지금은 땀과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 찬 순간이었고, 그 페가수스도 여기서 같이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스 포니들이 그러하듯 같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의 첫 에피소드는 곧 마지막 에피소드였고, 과거의 화석들과 미래의 망령이 지금 하나의 순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부끄러울 필요가 없었고, 그 어떤 악취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과를 터는 사이마다 그녀의 네 발굽은 대지를 딛고 서 있었다. 그 기분 좋게 두툼한 대지를 밟고 선 그녀의 몸은 당혹스러운 듯 꿈틀대고 있었다.
농부 가족들은 사과를 털면 털수록 스쿠틀루의 그 특이한 사과 털기 방법에 익숙해졌고 곧 납득을 넘어서서 좀 더 변형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스쿠틀루의 허락을 얻어 스쿠틀루가 지금까지 발굽을 디뎌 털어 왔던 사과나무 행렬의 길이를 세 배로 늘리기로 했고, 두 배의 바구니를 그 아래에 놓아두었다. 애플잭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더욱 길어진 코스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작업은 약 3분 정도 걸렸는데, 스쿠틀루는 그 동안 머릿속으로 시간을 재고 있었다. 스쿠틀루의 투영된 몸뚱이가 다시 땅 위로 내려앉음과 동시에, 그녀는 엄청나게 어지러웠는지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섰다. 애플잭이 잽싸게 스쿠틀루를 따라잡았고, 그 둘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밑도 끝도 없이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그녀는 스쿠틀루가 예술적으로 사과를 털어 버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완전히 넋이 빠진 채 그 곳만 바라보았다. 30분쯤 걸려 끝낼 일을 딱 3분 만에 끝내 버렸으니, 무리는 아니었다. 사과로 가득해진 바구니를 다 가져가고 난 뒤, 그들은 좀 더 기운을 내어 돌아왔다. 그리고 곧 스쿠틀루가 좀더 긴 거리를, 더욱 긴 거리를 따라 사과를 털고 지나갈 자리는 반짝이는 사과로 가득 찰 것이었다.
정오의 태양은 푸른 호수 위로 미끄러져 가는 열암(Hot rock) 같았다. 스미스 할머니가 잠깐 숨 좀 돌리라고 사과 주스를 가득 따라 놓은 유리잔을 실은 카트를 끌고 왔다. 애플잭과 빅 매킨토시는 타는 목을 적실 무언가가 왔다는 것이 심히 다행스러운 것 같았다. 애플블룸은 유치한 그 '큐티마크 크루세이더 연대기'를 두서 없이 늘어놓으며 행복한 듯 사과 주스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스쿠틀루...는 100년의 절반의 절반이라는 세월 동안 맛보지 못한 과일 주스에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몇 걸음의 웃는 듯한 발굽 소리는 스쿠틀루의 발걸음을 돌려놓았고 사과를 마저 따러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섯 포니들은 과수원을 시계 방향으로 쓸어 가며 소 떼가 달려가듯 과수원 북쪽의 야트막한 언덕지대로 향했다. 스쿠틀루는 흔들리는 사과 나무에 너무 세게 가 부딪친 나머지 언제든 녹색 화염의 터널이 예고 없이 그녀를 집어삼킬지도 모른다, 는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애플잭에게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오렌지색 암말은 그녀의 센터(팀 전술에서 가운데 서는 선수를 말함)였고, 오늘 하루 종일 스쿠틀루의 버팀대가 되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매번 애플잭을 볼 때마다, 설령 그것이 마구 뭉개진 흐릿한 잔상에 불과할지라도, 그 오렌지색 암말은 항상 웃고 있었다. 항상 힘이 되어 주었고, 항상 충실했으며... 강한 포니였다.
스쿠틀루는 이제야 슬슬 애플 가문이 애플샤인과 오렌지블로섬의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뒤에도 즉시 뿔뿔이 흩어지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얼굴에 주근깨가 난 농부의 딸, 훌륭한 둘째 딸은 온 어스 포니들의 완벽한 본보기였다. 그녀는 온 세상을 위해, 엘렉트라(소설 내 세계관에서 대지를 관장하는 여신)의 아름다운 작품 위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있었다. 이틀 전, 스쿠틀루가 처음으로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사과나무 위로 거꾸로 매달려 착지했을 때, 애플잭이 그렇게 까칠하게 굴었다는 사실은 이제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 독불장군이었던 포니의 마음이 씁쓸한 자부심보다도 순수한 신실함으로 굳어졌다는 사실은 그녀를 쉽게 용서하기에 충분했다.
수백 줄로 늘어선 빨갛게 물든 사과나무는 이제 달랑 수십 줄밖에 남아 있지 않았고, 애플잭은 스쿠틀루에게 숨 좀 돌리자고 제안했다. 나머지 셋은 나머지 일을 나눠서 평범하게, 늘 하던 것처럼 사과를 털기로 합의를 보았다. 오후의 태양이 슬슬 서쪽 지평선으로 향하며 녹아 지평선을 흠뻑 적심과 같이, 스미스 할머니가 다시 무언가를 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과 주스를 담은 유리잔이 아니었다. 라임색 솜털의 연장자 포니가 내온 것은 레코드 플레이어였다. 레코드가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고, 스탈리오니바리우스의 음악이 대기를 채웠고, 비누 방울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운 멜로디가 슬슬 서늘해지는 날을 감쌌다. 스쿠틀루는 자기의 투영된 몸에 생기가 더욱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활짝 웃었다. 뭐,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지만. 애플잭은 어느새 사과 나무 하나를 걷어찰 때마다 할머니의 그 '케케묵은 구식' 음악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빅 매킨토시는 시시각각으로 차오르는 커다란 바구니를 한 쪽에 치워두고 있었고, 그의 뒤에 서서 까르르 웃으며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어색한 춤을 추는 애플블룸을 보고 즐거운 듯 씩 웃었다.
태양은 머나먼 서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다섯이었던 포니는 셋으로 줄었다. 파란 하늘은 갈색이 묻어나는 노란색의 연무로 변했고, 마지막 사과나무를 털며 날아가는 페가수스의 몸에 묻은 흙먼지의 색과 닮아 있었다. 그녀는 꼼꼼하게 나무 하나하나를 걷어차고 있었고, 마지막 사과 몇 개가 떨어지는 것까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 때, 그녀의 지치지 않을 '투영'된 호흡기관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오랫동안 열심히 일한 하루에서 오는 기쁨과 마음에 출렁이는 그 느낌이 그녀의 마음을 잡아당기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서서히 흐릿해져 가는 과수원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아도 재가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만 해도 지금까지 얻었던 축복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축복이었고, 가장 훌륭한 선물이었다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지나간 천국 같은 시간들을 마련해 준 대지에 감사하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이이이익!" 스쿠틀루가 숨을 헐떡이며 뒷다리를 들어 백만 번째 녹색 사과 나무를 들이받았다. 몇 번의 익숙한 쿵 소리가 대기에 입맞춤함과 같이 그녀 아래에 놓여 있던 바구니가 가득 찼다. 그녀는 명상하듯 숨을 깊고, 길게 들이마셨고, 조금 뒤로 물러서서 자기의 작업 결과를 한 번 슬쩍 보았다. 그녀의 옆구리에 커다란 무언가가 닿았다. 나무로 된 것 같았다. 페가수스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곧장 몸을 돌려 자기 뒤에 있던 '나무 줄기'를 걷어찼다. 둔탁하고 공허한 소리가 대기에 울렸고, 스쿠틀루는 놀라 버려진 곡물저장고의 무너진 부분을 쳐다보았다. 부서진 곡물저장고는 고통스럽다는 듯 그녀 뒤에서 삐걱대고 있었다. 그녀가 새벽녘에 트롤 몇 놈을 집어다 던진 것에 맞았는지 곡물저장고는 여기저기가 움푹 패여 있었다.
"아가씨, 조심 좀 하이소!" 애플잭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빅 매킨토시와 애플잭이 진홍색 노을을 받으며 언덕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헛간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던 그 둘 사이에는 밝은 색의 사과로 가득 찬 커다란 바구니가 들려져 있었다. "아무 잘못도 안 한 건물헌티 왜 그리 심허게 대하시는 기는 좀 아니지라!"
스쿠틀루는 기진맥진한 듯 삐딱한 시선으로 애플잭과 10미터쯤 되어 보이는 곡물저장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 친구가 뭐라도 도움이 되나 보죠?"
"그냥 오랫동안 서 있는 오래된 건물이란 거 말고 또 있겄심꺼?" 애플잭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위태위태하게 기울어진 곡물저장고를 향해 몸짓하며 말했다. "머, 대부분으 외부인덜은 저걸 진작에 뭉개 버렸어야 혔다고 생각하겄죠. 그러고는 당장 손을 대려 할 깁니더. 허지만, 저거 저장고는 여기 근처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보담도 훨씬 오래 된 건물입니더. 농장에 산다는 기는 포니를 좀, 그 감상적으로 맨든다고 해야 하나요. 대대손손 이어 온 전통, 그 정돕니더. 허지만서도 아가씨가 그 트롤덜을 쥐어 패는 능력으로 새 큐티마크를 얻기 전까지는 저흰 저거를 그냥 그대로 냅둘 깁니더. 히히히히."
"어스 포니들은 다들 이런 옛 물건들을 귀히 여기나 보죠?" 스쿠틀루가 싱긋 웃었다.
"당연하지라. 우리헌티 정신이 박혀 있는 한 그럴 깁니더!" 애플잭이 눈을 찡긋했다. 그녀는 자기 오라비를 쿡쿡 찔렀고, 둘은 이내 새빨간 과실로 가득 찬 커다란 바구니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자, 하모니 아가씨. 저기 언덕배기 너머 한 번 보시지 않겠십니꺼?"
"네? 그럼 과수원에 있던 사과 다 땄다는 얘기에요?"
"지가 한 번 보라고 했십니꺼, 안 했십니꺼?"
스쿠틀루는 마른침을 삼켰다. 가벼운 발굽 소리를 경쾌하게 울리며 언덕 위로 올라간 그녀는 곧장 주위를 둘러보았다. 최북단의 언덕 아래로 널따랗게 펼쳐져 있는 스위트 애플 에이커가 눈에 들어왔다. 호박색 눈동자는 녹색 이파리와 갈색 나무껍질로 가득한 들판을 떨며 쳐다보았다. 새빨간 껍질로 싸인 사과는 한 알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뜨거운 숨이 그녀의 폐를 가득 채웠고, 그녀는 이내 모든 의심을 져 가는 태양의 붉은 노을 속으로 뿜어내었다.
"뭐, 이제는 포니 핀볼 노릇을 그만 해도 될 것 같네요."
"그렇고말고요, 인쟈는 그만 해도 됩니더! 우리도 인쟈 그만 해도 됩니더!" 애플잭이 사과 바구니에 몸을 기대며 씩 웃었다. "해 냈심더. 하모니 아가씨. 그 정신나간 지난날에, 미쳐 돌아가던 수확에, 기적의 마지막 순간도 인쟈 다 끝났심더. 진심으로, 이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더. 인쟈 내년부터는 애플벅 시즌이 개판 오 분 전 꼴이 나지 않게 할 깁니더!"
"저기, 애플잭." 스쿠틀루가 빙긋 웃으며 애플잭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잠시 동안 무언가 차가운 죽음의 옷자락이 그녀의 입술을 내리눌러, 그녀는 말하지 못했다. "내, 내년부터 애플벅 시즌은 거, 걱정하실 필요가 어,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게 침울허게 있을 필요 없심더, 아가씨!" 애플잭이 싱긋 웃었다. "내년에 또 오셔도 됩니더. 우리 중 누구도 아가씨 도움 거절할 포니 없으니께 말임더." 애플잭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건 제안이 아닙니더. 당연한 거니께 말입니더. 아시겄지라?"
"네, 네..." 스쿠틀루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우울한 숨결을 몰아내며 바구니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럼, 여기 사과 가져온 건 다 뭐에요?"
애플잭과 빅 매킨토시는 즐거운 듯한 시선을 교환했다. "아, 이거요? 제 시간에 맞춰가 물건을 발송해 주지 않았십니꺼. 애플 집안 포니덜은 수확한 사과의 마지막 한 바구니를 집에 쟁여놓는 전통이 있어서 그런 깁니더."
"그럼 그건 대체...?" 스쿠틀루는 두 발굽 위에 들린 사과가 갑자기 그녀를 향해 날아오자 아이처럼 소리를 질렀다. 날아오는 사과는 마치 단 맛 나는 혜성 같았다.
"던지고 노는 기지요!" 애플잭이 깔깔 웃었고, 그 웃음소리는 꽤나 짓궂었다. 그와 동시에 애플잭과 빅 매킨토시가 사과를 던지기 시작했고, 스쿠틀루를 향해 붉은 잔영을 남기며 날아갔다. 페가수스는 놀라 헉 소리를 내며 날개를 펼쳐 몸을 감쌌고, 깔깔대며 웃었다. 그녀의 두 눈에 대담한 눈빛이 어려 반짝였고, 마지막 포니는 몸을 틀어 부서진 사과를 차 올리더니 빅 매킨토시와 애플잭을 향해 걷어차 날렸다. 날카롭게 조준된 사과가 날아오자 둘은 바구니 뒤에 납작하게 엎드려 몸을 피했다. 사과를 던지고 논 지 2분 정도 지나고 나자 대기는 사과의 달콤한 냄새로 가득 찼고, 깔깔 웃는 포니들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섞였다.
"피!" 스쿠틀루가 사과 조각이 가득 묻은 얼굴로 혀를 삐죽이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품질 보존 테스트'는 이제 그만 하자고요!"
"아, 그 시시한 거 말입니꺼?" 애플잭은 웃다 흘린 눈물 몇 방울을 슥슥 문질러 닦더니 숨어 있던 바구니 뒤에서 일어서 나왔다. "아가씨, 그 품질 보존 운운하는 말은 그냥 지 농장에서 어떤 끈질긴 높으신 분 하나를 쫓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한 말입—" 사과 하나가 애플잭의 얼굴에 정통으로 날아가 맞았다. 그녀의 입가에서 부서진 과육과 씨앗이 뚝뚝 떨어졌다.
"하!" 스쿠틀루가 사과를 던지고는 소리치듯 말했다. "그럼 이제 누가 '닭(겁쟁이)'이죠?!?"
빅 매킨토시는 엉망이 된 여동생의 얼굴을 보며 실컷 웃더니 한쪽으로 가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애플잭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사과 조각을 털어냈고, 페가수스를 보며 감상적인 웃음을 띄워 보이더니 졌다는 듯 나직한 한숨을 토해냈다.
"네, 네. 아가씨가 이겼심더. 인쟈 됐심꺼?"
"히히히... 애플잭." 스쿠틀루가 천천히 애플잭에게 다가가 날개 하나를 펼쳤다. 짧게 곤두선 깃털들이 나 있었다. "자, 털어 드릴게요." 스쿠틀루가 애플잭의 얼굴에 맞아 아주 곤죽이 된 사과 과육을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전에 그랬잖십니꺼. AJ라고 부르라고요." 모자 쓴 포니가 대답하며 즐거운 듯 그녀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저기, 아가씨는 진짜 하늘이 내려 준 축복 같심더. 안 그렇심꺼?"
"흐으으으음." 스쿠틀루가 잔디 위에 날개를 문질러 닦으며 가볍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 '하늘'을 뭐라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전 그냥 제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뿐이에요."
"그럼, 별 쓰잘데기 없는 일로 갖다가 삽질한 포니는 이제 누굽니꺼?"
스쿠틀루는 너무 놀라 어색하게 애플잭을 쳐다보았다. "네, 네?"
농장 포니는 페가수스를 부드럽지만 단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은 회색 미래의 검은 공허에서 돌아다니는 스쿠틀루의 영혼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속일 필요는 없심더, 아가씨. 왜 아가씨가 여기 왔는지 똑바로 다 아니께 말입니더. 왜 수련 이파리 위에 찰싹 붙은 개구락지마냥 저한테 찰싹 붙었는지도 다 압니더."
"어..." 스쿠틀루가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몸이 서서히 떨려 오고 있었다. "아, 아신다고요?"
"야." 애플잭이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시선은 쏘아보는 듯 날카로웠지만 에메랄드 빛 눈동자에는 애정 어린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공주님 명령으로 감사를 나오신 기 아니잖십니꺼. 안 그렇심꺼? 그 누구도 아가씨처럼 업무 내용에도 없는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를 않거든요. 그 어떤 왕궁 전령들도 제정신이라모 사과를 털겠다고 하지도 않고, 트롤 놈덜이랑 싸우려고 들지도 않심더. 그리고 그 악마 같은 조화유지법 말인데, 그것도 결국은 우리덜을 보호하려고 만든 법 아니겠심꺼. 아가씨가 보여 준 그 모든 너그러운 마음씨는 아가씨 진심에서밖에 나올 수가 없는 거였심더. 특히, 아가씨가 해 주셨던 중요한 일들이 그랬심더."
스쿠틀루는 마른침을 삼키며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하, 하나는 정확히 맞췄네요, AJ. 제가... 할 수 있던 일 말고도 훨씬 많은 걸 해 드릴 수 있었죠. 항상 그 뒤에는 좀 더 큰 그림이 있고, 그게 꼭 밝은 그림일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제, 제가 여기 와서 본 건 당신과 당신 오빠가 산산이 조각나기 직전까지 여러분 자신을 몰아붙이는 모습이었다고요. 여기 아름다운 농장이 거대한 구덩이나, 그게 아니면 뭐, 트롤이나 계약일자 만료 같은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지도 몰랐고요. 전 그저 그런 일들이 일어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것뿐이고요. 설령 여기 농장 같은 아름다움이나 생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곳으로, 그 머나먼 곳으로 제가 날아가 버린다고 해도, 제가 두 눈으로 본 여기, 아름다운 곳을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그랬죠. AJ, 전 저 자신을 떠밀었어요. 진심에서 우러나온 그 무언가가 아니에요."
"물론입니더, 아가씨." 애플잭이 걸어와 스쿠틀루의 얼굴을 살짝 콕콕 찔러 얼굴을 마주보았다. 애플잭이 다정하게 웃어 보였다. "아가씬 분명 아주 용감한 페가수습니더. 그기 제가 참견할 일은 아닌 줄 알지만서도, 아가씨는 살면서 아름다운 거라고는 하나도 못 보신 것 같십니더. 수많은 포니덜이 여기 스위트 애플 에이커를 들러 갔심더. 그래서 누구든 몇 번 보면 대충 그 포니가 어떤지 파악이 되고요. 몇몇 포니들은 자기덜 행복했던 기억이 솜털에까지 배어나오고 있었고, 다른 몇몇은 몇 번의 재판을 거쳐 온 포니덜도 있었고, 몇몇은 무지의 시커먼 그림자가 묻어 있었심더. 아가씨는 어떠냐고요? 슬픔이 아가씨를 감싸고 돌고 있심더. 부끄러워하실 것 없심더. 우리 다 각자으 기분이 있는 거니께요. 그 왜, 담요처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넣어 두기도 허고, 꺼내 덮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더. 저는 그저 아가씨가 아가씨 주변으 세상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제 슬슬 그'계절'을 바꾸기 좋을 때라는 걸 깨달으셨으면 좋겠습니더. 아마 더 포근한 계절이겄죠? 아가씨는 제가 지금꺼정 본 포니들보다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계시니께 드리는 말씀이어요."
“"그게 문제에요, AJ." 스쿠틀루가 목구멍 너머에서 치미는 무언가를 도로 삼키며 고개를 돌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제가 있던 곳은... 계절이 절대로 변하지 않는 곳이에요. 아니, 계절이란 것 자체가 없다고 보는 편이 더 낫겠군요. 거기엔... 저밖에 없어요."
"무슨 거기가 텅 빈 지하감옥이라도 되는 양 말씀허시네요, 하모니 아가씨. 아가씨가 꼭 아가씨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깨달으시길 바랄 뿐입니더. 아가씨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기를... 그리고 행복허실 자격이 있다는 기를." 애플잭이 싱긋 웃었다. "아가씬 똑똑하시고, 머리도 잘 굴러갑니더. 그 누가 아가씨를 욕한다 그래도 신경도 안 쓰시고. 특히 저 말입니더. 거기다 내일 일은 신경도 안 쓰시고 사과를 터시지 않았십니꺼." 웃는 듯한 숨결이 새어 나왔고, 애플잭이 눈을 찡긋해 보였다. "왜, 그, 지가 아가씨랑 똑같은 자질을 타고났다고 그라모, 제가 찾아다니던 그 '계절'이라는 기 지 그림자 하나로밖에 뒤덮이지 않았다고 해도 뭐, 지는 편할 것 같십니더."
스쿠틀루는 날카로운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두 눈이 지평선을 따라 늘어졌고, 그녀는 그녀 자신을 수천 번도 넘게 저주했다. 당장이라도 애플잭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다는 충동이 끓었기에 그녀는 자신을 저주했다. 이퀘스트리아가 멸망할 거라고.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의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 한 마디만 하면, 어째서 자기가 있던 곳이 끝없는 잿바람과 황혼으로 뒤덮여 있는지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기에 그녀는 자신을 저주했다. 그녀는 자신을 저주했다... 그 모든 두렵고 무서운 것들은 그녀가 막 말하려고 하는 말에 비해 백 배, 천 배 중요했기에 그녀는 자신을 저주했다. 그녀는 스파이크도 저주했다. 그녀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애플잭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애플잭,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아직 제 마음 속에 그런 게 있다는 걸 알려 줘서, 정말 고마워요."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더, 아가씨." 애플잭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내 스쿠틀루의 눈물 어린 눈을 읽어내고는 말을 더했다. "저희 가족으 명예를 걸고 약속허지요. 여기서 일어난 일에 관해가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아가씨헌티 주의를 돌리실 수 있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겁니더. 혹시라도 그 돌덩이 트롤덜이 주의를 끌지 못하모,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놈들보다 더 확실하게 도와 줄 깁니더."
"애플잭, 그렇게 해 주시겠다니 정말 감사드려—" 스쿠틀루가 막 입을 떼는 순간 언덕 남쪽에서 행복한 웃음이 묻은 목소리가 들려와 그녀의 귀가 쫑긋 섰다.
"AJ! 하모니 언니!" 종종거리며 달려 올라오는 애플블룸이 보였고, 아이의 새빨간 갈기는 붉게 타오르는 지평선과 잘 어울렸다. 아이는 가방 가득히 레코드 판을 지고는 활짝 웃었다. "스미스 할매가 다락에서 찾은 거에요! 레이디 래리티 언니가 한 달 전에 빌려 준 판이라던데요! 하모니 언니가 좋아하는 첼로 연주자 음반도 있던데요!"
"옥타비아니?" 스쿠틀루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요즘은 참 갈수록 살기 좋아진다니까!"
"애플블룸, 아가. 어디로 가는지는 보고 가그래이." 애플잭이 불러 말했다.
"어디로 가는지 보라니, 무슨 말이고?" 애플블룸은 너무 늦게 발걸음을 멈추었고, 아이의 발굽은 땅에 패인 구덩이에 빠져 들어갔다. 작은 아이는 한쪽으로 굴러 떨어졌고, 움푹 파인 목조 곡물저장고에 큰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아이는 한 줄기 신음과 함께 가슴을 땅에 부딪히며 쓰러졌고, 그 자그마한 진동은 지난밤에 하모니가 가한 충격에 더해져 붕괴의 방아쇠를 당기기 충분했다. 그 어두운 운명의 신음을 내뱉으며, 그 투박한 저장고가 흔들렸고, 서서히 불안정하게 기우뚱거리더니 애플블룸을 향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애플블룸!" 애플잭이 소리쳤다. 그녀의 두 눈은 에메랄드를 깎아 만든 접시처럼 커다래져 있었다.
스쿠틀루의 투영된 호박색 눈동자 아래로 무언가 새빨간 것이 피어 올랐다. 죽어 가는 세상의 차디찬 바람이라도, 그녀의 으르렁대는 듯한 목소리를 멈추지 못할 것 같았다. "안 돼!" 그녀는 흐릿한 황동색 형체를 남기며 밝은 색의 날개를 펼쳐 무너지는 건물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불운한 아이에게 닿는 순간, 그녀가 지나간 자리의 풀잎들과 사과 껍질이 바람에 떠올랐다.
천둥 같은 굉음과 함께 건물이 무너졌다. 애플잭은 무너진 건물의 충격파에 순간 몸을 움찔했고, 공포에 질려 이 엄청난 낭패의 결과를 바라보고 있었다. 먼지와 흙먼지가 가라앉고 나자 무너진 저장고 옆에 누워 있는 한 포니의 몸이 보였다. 몸이 순간 조금씩 움직였고... 애플블룸이 어지러운 듯 비틀거리며 아이의 자그마한 다리로 일어섰다. "아으으으... 무, 무슨 일이고?"
아이의 언니는 온 힘을 향해 아이의 옆으로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아가! 괜찮노? 정말 다행이구마! 자, 붙잡아 주께!" 애플잭은 자리에 주저앉아 아이의 얼굴에 자기의 얼굴을 비볐다. "애플블룸, 아가. 다음부터는 어디로 가는지 똑바로 보고 다니그라! 너를 영영 잃을 뻔하지 않았나!"
"내 가방!" 애플블룸이 떨어진 가방을 멍하니 쳐다보며 말했다. "레이디 래리티의 음반이 죄다 박살이 나 버렸겠다! 영문을 모르겠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고? 가만—" 아이가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의 호박색 눈동자가 커졌다. "하모니 언니!"
애플잭은 흐려져 가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는 숨이 막혔다. 무너진 건물의 그 육중한 무게는 부드러운 땅에 말 그대로 커다란 구멍을 남겼다. 애플블룸에게 뛰어들어 아이를 바깥으로 던져낸 그 용감한 페가수스가 있던 자리에는... 여기저기 비틀린 나무 조각들과 녹슨 철조각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셀레스티아 공주님, 안 됩니더!" 애플잭이 비명을 지르며 무너진 저장고의 거대한 잔해를 마구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잔해를 집어 던졌지만, 커다란 나무 괴물은 털끝 하나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애플잭은 과수원 한쪽으로 고개를 젖히더니 커다랗게 소리쳤다. "오빠야! 오빠야! 당장 일루 와서 좀 도와 다고!"
새빨간 수말은 이미 그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고, 괴로워하는 여동생의 절망스러운 비명에 더욱 속도를 내어 달려왔다. 그의 커다란 눈은 스위트 애플 에이커를 방문한 한 페가수스에게 무서운 운명이 닥쳤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지체헐 시간 없데이! 당장 저것들 다 치워야 헌데이! 로프 좀 가져온나! 빨랑!"
애플블룸은 흐느껴 울고 있었다. 상황을 이해한 아이의 두 눈에서는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언니, 내 잘못이다! 내, 내 잘못이다! 이거 다, 내 잘못이다..."
"그만두거래이. 듣고 있나?!?" 애플잭이 힘껏 나무 파편들을 집어 사방으로 던져 치우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빅 매킨토시는 헛간으로 온 힘을 다해 달려가고 있었다. 멀리서 짖어대는 위노나의 울음소리는 상황에 어울리며 더욱 미칠 듯 울려 퍼졌다. "애플블룸, 너거는 잘못한 거 하나 없데이! 또 그기 지금 중요헌 게 아녀! 당장 마을로 뛰어가서 레드하트 간호사를 데려온나! 긴급상황이라고 말씀드리고, 간호사님께서 준비하시는 동안 도와 줄 포니들도 좀 모아 봐라!"
"다, 당장 다녀올게!" 애플블룸이 숨을 헐떡거리며 창백하게 질린 노란 발굽으로 날쌔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제발!" 애플잭이 온몸으로 커다란 저장고의 잔해에 부딪치며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잔해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 거대한 몸뚱이 아래에서 들려오는 거라고는 죽은 듯한 침묵밖에 없었다. 애플잭은 깨물어 피가 나는 입술을 다시 한 번 깨물었다.
빅 매킨토시가 돌아왔다. 둘은 말을 꺼낼 것도 없다는 듯 무너진 잔해의 가장 위에 튀어나와 있는 가장 커다란 잔해를 로프로 묶었고, 이내 빅 매킨토시가 차고 다니는 멍에에 로프를 묶었다. 둘은 힘을 합쳐 잔해를 당겼고, 끌어당겼고,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노을의 피 흘리듯 붉은 입맞춤 아래, 다 뭉개진 저장고의 흉곽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들은 잔해를 한쪽으로 휙 던졌고, 음반에 가 부딪혔다. 빅 매킨토시는 쓰고 있던 멍에를 던져 버리고 저장고의 한쪽으로 달려가 그 둥그런 안을 들여다보았다. 애플잭도 마찬가지로 급히 훌쩍 뛰어 그의 옆에 가 섰다.
두 포니는 헉 하는 소리를 냈고, 휘청이던 몸은 굳어져 있었다.
무너진 저장고의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밖도 마찬가지였다. 무너진 건물 아래 짓뭉개진 땅은 말 그대로 완벽하게 텅 비어 있었다.
"이, 이기 대체 뭔 일이고...?" 애플잭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순간 엄청난 혼돈의 구렁텅이에 빠져 마른침을 삼켰다. "하, 하모니 아가씨...? 오빠야, 아가씨... 어디로 갔..."
헛간 뒤에 있던 스미스 할머니는 갑자기 들려온 커다란 굉음과 무언가 긴박한 상황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라임색의 사지를 절뚝거리며 일어섰다. 할머니는 무너진 저장고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황동색의 솜털을 한 방문자가 떠나고 난 자리는 완전한 공허밖에 남지 않았다. 저녁은 혼란스러운 듯한 눈물에 스러졌고, 스미스 할머니는 조용하고 평화롭게, 그 순간의 외로운 노랫소리와 함께 서 있었다. 축복과, 누군가를 잃어버린 기억으로 가득한 일생의 그림자는 따뜻했지만, 그녀는 더 이상 어두운 일면을 곱씹을 필요가 없었다. 태양은 황동색의 피를 대지 위로 흘렸고, 트롤의 칼날을 되돌리고, 다시 트롤들을 미래로 쫓아보낸 한 영혼처럼 타올랐다.
그녀는 빙긋 웃었다.
마법의 자주색 빛에 짧게 밀어 버려 까칠한 보라색 갈기가 흔들렸다. 한 쌍의 축축한 진홍색 눈동자가 떨리며 열렸고, 그와 같이 갈색 솜털 아래 근육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의 얼굴은 돌 바닥 위에 얹혀 있었다. 스쿠틀루는 떨며 위를 바라보았다.
스파이크는 쌓아 놓은 보석 위에 누워 고요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연무 섞인 숨을 뿜었고, 그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는 페가수스를 바라보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미래로 돌아온 걸 환영해. 시간여행은 끝났어."
마지막 포니는 마른침을 삼키며 몸을 떨었다. "추워..."
"동감이야, 친구." 스파이크가 비늘 덮인 손을 뻗어 그녀의 밀어 버린 갈기를 쓰다듬었다. "네 말이 맞아."
그녀의 네 다리는 아픈 듯 발을 질질 끌며 동굴 연구실의 돌 바닥을 걸어갔다. 스쿠틀루는 떨리는 몸으로 앉으려고 애쓰고 있었고, 그녀를 에워싼 회색의 삭막함에 얼굴을 구겼다. "거, 거기 이틀 동안 있었어. 사과도 땄고, 수선화 알프레도도 먹었어. 거기 트롤도 있었어."
스파이크는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치켰다. "트롤이라니?"
"스, 스미스 할머니 말인데, 스탈리오니바리우스를 좋아하시더라고. 아름다운 동화도 읽어 주시고. 또 애플블룸은..." 스쿠틀루의 진홍 눈이 커졌다. 그녀는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채 쓰러지듯 네 다리로 가볍게 뛰어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애플블룸! 걘... 걘..."
"진정해, 스쿠틀루. 처음으로 그 오랜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거잖아. 일단 심호흡 좀 해."
스쿠틀루는 순순히 그 말에 따랐지만, 스파이크를 위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녀의 보라색 눈 위로 한 번 비쳤던 밝은 녹색의 과거의 조각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모습을, 그녀는 떨며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갈색 귀가 쫑긋거렸고, 그녀는 좀 더 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살아 있었어. 내, 내가 구했어. 애플블룸이 살았다고. 그 다음에 곡물저장고가... 그 커다란 곡물저장고가 내 위로 무너졌어, 스파이크. 하지만... 이, 이해가 잘 안 돼." 스쿠틀루는 자기의 평범한 갈색 몸을 내려다보았고, 다 낡아 가는 못 박힌 신발(편자) 신은 평범한 자기 발굽도 바라보았다. "엔트로파 공주의 몸으로, 다른 엄청난 것들도 할 수 있었어. 트롤들을 때려잡는 거 말고도 말이야. 나무를 뿌리째 뽑아 버릴 수도 있었어.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과수원을 빙글빙글 돌며 날아다닐 수도 있었다니까! 호수 표면에 스치며 지나가는 물고기처럼 트롤 사이를 지나다닐 수도 있었고." 그녀는 몸을 돌려 혼란스럽다는 듯 스파이크를 쳐다보았다. "나, 난 내가 뭘 하든 끄떡없을 줄 알았어! 근데,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야?!?"
"스쿠틀루, 그 누구도 무적은 아니야. 특히, 자신의 영혼의 정수를 이정표 삼아 과거로 자신을 투영해 나아갈 만큼 용감한 어떤 포니도 마찬가지야. 몸이 버틸 수 있는 일정한 수치의 피해나 압력을 받게 되면 엔트로파 공주님의 몸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려. 그 결과는 네가 고정 범위를 벗어났을 때랑 마찬가지야. 그럼 다시 현재로 돌려보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야."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냐면..." 스쿠틀루가 마른침을 삼켰다. "곡물저장고가 나한테 쾅 하고 와 부딪쳤어. 나갈 만한 구멍도 없이 완전히 날 한쪽에 쑤셔 넣어 버렸지. 그러고 나니까, 다시 이리로 돌아온 거야." 그녀는 이를 악물고 화난 듯 칫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말했다. "스파이크! 당장 다시 과거로 돌려보내 줘! 아, 아직 이틀에서 사흘 정도 돌아갈 불꽃이 남았잖아. 안 그래? 아직 할 게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우리 일을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못했단 말이야! 애플잭이 막 트와일라잇한테 연락해서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배알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슬슬 말을 꺼내던 참이었는데... 스파이크?"
드래곤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스쿠틀루. 널 다시 돌려보내는 건 불가능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야. 애플잭에게 너무 많은 녹색 불꽃을 집중했기 때문에 그건 안 돼."
"—네가 날 애플잭에게 돌려보내 줄 수 없다면 다른 포니에게 돌려보내 주면 되겠네." 스쿠틀루가 침울하게 말을 끝마쳤다. 그녀는 쓸쓸하게 바닥만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 다시 애플잭한테 돌아갈 수는 있는 거지?"
"나중에 말이야?" 스파이크가 비늘 덮인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이지. 상황만 된다면."
"네가 그랬었지. 과거에서 그 재앙의 해답을 찾을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런데 아니었어." 스쿠틀루가 외로이 수많은 시계들 가까이 걸어가며 말했다. "애플잭에게는 그 실마리가 없었어."
"그거, 정말 확신하니?"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스파이크!" 마지막 포니가 몸을 돌렸고, 얼굴은 씁쓸한 듯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황혼밖에 없는 하늘도 없어, 타다 남은 잿더미의 매운 냄새도 없어, 몸이 떨리지도 않았지. 한 번에 셀레스티아 공주님과 루나 공주님, 그리고 다른 모든 포니를 죽여 버린 그 재앙이 왜 일어난 건지, 그걸 알려 주는 실마리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어! 이틀 내내 사과를 따고, 애플잭네 집에서 목욕하고 밥 얻어먹고 한 것 빼면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모르겠어? 난 네 불꽃을 낭비한 거야! 그리고 더 있다?! 아으으... 내 맹세하는데... 넌 방금 내가 그 저주받을 트롤 무리들을 포니빌 광장으로 무책임하게 보내게 만들었어."
"그렇군." 스파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가볍게 기침을 했고, 그가 천천히 포니를 향해 강철 같은 몸뚱이를 옮겨놓자 그 통에 그의 목에 걸린 보라색 펜던트가 흔들거렸다. "그래서, 네 말은 애플잭네 농장에서 지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는 말을 하려는 거니?"
"뭐, 난..." 스쿠틀루는 입을 열었지만 이내 눈만 몇 번 깜빡이더니 포개 둔 발굽 위로 고개를 폭 파묻었다. 그녀는 싸우기를 포기한 듯 콧김을 한 번 뿜어냈고, 이내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애플벅 시즌 동안 엄청나게 힘들어하던 걸 구해 줬어. 그들의 땅에서 다시 살아난 고대의 트롤들에게서 그들을 구할 방법도 찾았지. 스미스 할머니와 음악에 대해 몇 마디 말을 나눴고, 그 덕에 할머니는 워커도 쓰지 않으시고 돌아다니실 만큼 나아지셨지. 애플블룸, 내 사랑하는 친구 위로 무너지던 건물 속에서 걔를 구했어. 개한테 핥여도 보고. 헤, 빅 매킨토시를 몇 번 웃게 만들기도 했을지 모르겠네." 갈색 페가수스는 마지막 기억을 떠올림과 같이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건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닌데." 스파이크의 강철 같은 입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스파이크, 그 때부터 3개월 뒤, 애플 가족 전부가 죽고 말 거였어." 스쿠틀루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럼 그 나머지 세 달 동안, 네 덕분에 애플잭네 집 전부가 진짜 살아있음을 느꼈을 거야. 그리고 내가 이런 말 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그들도 분명 행복했을 거야." 스파이크가 뒷다리로 바닥을 딛고 일어서더니 뾰족한 팔을 넓게 펼쳐 보였다. "스쿠틀루, 죽음이란 건 우리 주변을 끝없이 감싸고 도는 거야. 그건 여기 폐허에서도 변하지 않아. 네가 다시 해와 달을 띄우더라도, 변하지 않을 거야." 그가 손톱 돋친 손가락을 들어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생명이 살아 있는 시간에는, 그 평화로운 시간, 마지막 포니인 너만이 갈 수 있는 시간, 그 때 넌 분명 비통했을 텐데도 평정을 지켰어. 이퀘스트리아가 멸망하기 전, 애플잭을 본 며칠을 아직 똑똑히 기억해. 애플벅 시즌 동안, 애플잭은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지쳐 있었고, 친구들도 걜 별로 만나질 못했어. 하지만, 이것도 기억나. 주말 이틀 사이에, 애플잭이 웃으면서 다시 마을로 돌아왔거든. 그건 네 덕분이야, 스쿠틀루.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애플잭과 그 가족들이 어떻게 다시 웃을 수 있었는지, 웃음의 종언을 맞이하기 전까지 다시 웃을 수 있었는지 알게 되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뻐."
"애플잭이..." 스쿠틀루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내, 내가 사과 수확을 다 돕고 나서 말인데, 애플잭이 그러더라고. 내가 캔틀롯 왕궁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고. 진심으로, 나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그랬어."
스파이크가 몸을 숙이고 페가수스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주며 말했다. "네가 과거에 투영되었다 하더라도 말이야, 스쿠틀루, 넌 네 자신의 모습 그대로야. 넌 정말 친절한 포니야."
스쿠틀루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나오지 않는 말을 억지로 뱉어냈다. "그것 역시도, 절대 불변하는 게, 아, 아니야. 스파이크."
"하지만, 그건 좀 특별한 것이기도 해." 스파이크가 지그시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애플잭이 너에게 그걸 보여 줄 수 있어서 정말 기뻐."
"하, 하지만 난 나 스스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잖아." 스쿠틀루가 중얼거리며 말했고, 이내 그녀의 발굽을 스파이크의 손톱 돋친 손 근처 바닥에 힘주어 두들기고 말했다. "안 그래, 스파이크?"
스파이크가 조금 물러섰고, 그의 콧구멍에서 에메랄드 빛 연무가 뿜어져 나왔다. "네가 애플잭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웃음을 돌려줬을 수는 있어, 스쿠틀루.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포니 친구들이 더 가질 수 없는 다른 게 한 가지 더 있지. 그 재앙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더 가진 건 바로 시간이야. 뭐, 머지않아 네가 우리 둘 다 찾던 그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그건... 아마 네가 시간 여행을 계속한다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스쿠틀루가 길고, 깊은 숨을 내쉬며 연구실 한쪽 끝을 바라보았다. "네 녹색 불꽃은 단지 과거에 날 정착시키기 위한 게 아니었구나, 스파이크."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네. 난 네가 준비되었을 때, 널 보내 줄 뿐이야." 스파이크가 눈을 찡긋하며 빙긋 웃었다.
스쿠틀루는 겨우겨우 그 웃음을 알아보았다. 그녀는 연구실 탁자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 위에는 아주 익숙한 한 포니의 두개골이 놓여져 있었다. 그녀의 진홍색 눈동자는 그녀가 두개골의 한가운데, 그 공허를 바라보자 약간 색이 바랬다. 하지만, 그 안의 공허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스파이크, 뭣 좀 말해 주라."
"물어만 봐, 친구." 스파이크는 그녀 뒤에 가 섰다.
그녀는 발굽을 들어 먼지 않은 두개골을 가리켰다. 뼈 위에는 삼백 살이 넘은 드래곤 하나가 재를 긁어낸 상처가 여러 곳 남아 있었다. "내가 나중에 언제라도 애플잭에게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재를 모아 놨나 해서."
"물론이지. 사실대로만 말해 주자면, 네가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이 준비해 뒀어. 더 이상 애플잭의 연약한 뼈다귀를 이용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왜 그래, 스쿠틀루? 뭘 어떻게 하려고?"
"보답을 하려고, 스파이크." 스쿠틀루는 가볍게 웃으며 애플잭의 주근깨가 있었을 자리를 발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보, 보답을 하고 싶어."
계류된 하모니 호의 그림자 아래로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황폐해진 대지가 놓였다. 바로 재 앉은 나무들 너머에 재앙이 만들어낸 거대한 구덩이가 보였다. 땅은 다행스럽게도 구덩이에 삼켜지지 않고 보존되어 있었다. 녹슬고 구부러진 아치형의 무언가가 회색 흙더미 옆에 서 있었고, 흙더미는 흰 돌멩이가 군데군데 가 박혀 얼룩이 져 있었다. 아치는 산성비에 부식되었고, 지난 25년의 세월을 견디며 거무스름하게 변색해 있었다. 비석들이 잘 정돈된 채 놓여 있는 그 곳, 지난 세대가 여기 있음을 알리는 그 반짝이는 비석들 너머로 마지막 포니가 방금 판 네 개의 무덤에 마지막 흙 한 삽을 던져 넣고 있었다. 그 위로는 아름다운 월석 방첨탑이 네 개 세워져 있었다. 월석이라면 결코 더러워지지 않을 터였다.
스쿠틀루는 축 처진 숨을 내쉬며 직접 만든 삽을 대지에 꽂았고, 몸을 웅크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땀에 흠뻑 젖은데다 흙먼지로 더러워져 있었지만 오히려 그 고통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한쪽 발굽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씌워져 있던 호박색 고글을 벗었다. 그녀는 최대한 정중하게, 지하실에서 한 구, 한 구 운반해 온 애플 가족들의 유골을 안장한 네 개의 흙무더기를 그녀 자신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들이 아끼고 사랑하던 곳으로, 편히 쉬도록 돌려보낸 곳을 바라보았다.
몇 조각의 재가 그녀의 떨리는 귀 위로 떨어졌다. 스쿠틀루는 재는 무시하고, 네 개의 월석 비석 위로 비치는 자기의 새빨간 눈동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 포니들이 대지 안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스쿠틀루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고는 고개를 숙였다. 땅에 입맞춤할 듯, 그녀의 고개는 땅에서 몇 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그녀는 황폐화된 세계의 가슴에게 말을 걸었다. "그 누군가, 그대에게 돌아가지 않은 지 영겁의 세월이 지났음을 알아요. 하지만, 영영 돌아가지 않는 것보다 늦는 게 낫죠. 여기 잠든 네 포니들보다도 당신 품에서 편히 잠들 만한 포니는 없었거든요. 당신이 저에게 무언가 돌려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이들에게 안식을 주셨으면 해요. 이들이 당신에게 아낌없이 주었고, 그대를 애정 어린 손길로 보살폈듯, 시간이 멈추는 그 때까지 이들 모두에게, 안식을 주세요."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어 죽 늘어선 비석들을 바라봄과 동시에 그녀의 몸이 떨렸다. 그녀가 눈물을 흘려 보려 애를 썼지만, 눈물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나 평온했고, 또 너무나 강인했다. "이 대지는 좋은 곳이에요. 아름다운 곳이에요. 더 이상 공허밖에는 남지 않았으니까요. 영원한 안식처로 남을 거에요. 흠잡을 데 없는 조, 조화로움으로."
스쿠틀루의 갈색 얼굴에 고통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유령 같았던 녹색 눈동자를 생각하는 미소가 번졌다. 그 웃음을 피어 올릴 마음이 그녀에겐 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발굽을 입술에 갖다 대고 입을 맞추어 그 발굽을 애플잭의 월석 비석에 올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날개를 펼치고 비행선으로 돌아갔다.
몇 시간이 흐른 뒤, 눈 날리는 황무지의 하늘에 덮인 안개가 으르렁거리고 있었고, 스쿠틀루는 하모니 호의 오른편에 있는 작업대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반짝이는 전등이 레코드 플레이어 위에서 돌아가는 레코드를 비추었다. 돌아가는 레코드에 적힌 이름은 옥타비아의 것이 아니었다. 레코드는 애플 가족의 다 허물어지고 황폐해진 농가의 거실에서 찾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 투영되었던 나날 동안 그녀를 감쌌던 다른 많은 기적처럼, 스탈리오니바리우스의 음악이 아름답게 흘러가고 있었다.
비좁은 선실에 몇 개의 금속제 공구들이 널려 있었다. 스쿠틀루가 어린 망아지일 때부터 한 번도 쓰지 않았던 공구들이었다. 수리를 시작하기 전에, 그녀는 고글 쓴 눈을 들어 가늘게 뜨고 조종석 창문 너머로 비치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재 묻은 바람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마지막 포니는 비쩍 마른 몸으로 떨고 있었다. 그녀의 갈기는 밀어 버려 없었고, 길쭉하고 호리호리한 갈색 사지는 녹슨 철제 단지 깊숙한 곳에 숨어 덜덜 떨던 가엾은 벌레와 닮아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하모니 호는 좁고 답답한 곳이었지만, 그녀는 순간 그 안이 다르게 보였다. 조금 덜 차갑고, 조금 덜... 공허해 보였다.
"하룻밤 동안에 여기 죽어 버린 이퀘스트리아를 다시 살리는 건 불가능할지 몰라요..." 스쿠틀루는 그 자리에 없었으나 어느 순간 나타난 오렌지색 암말에게 나직이 말했다. 그녀는 흔들리는 선실 한가운데서 숨을 부드럽게 들이마시고 말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면... 전 항상 자그마한 것들밖에 손보지 못했죠. 한 번에 하나씩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난 그녀는 그녀 앞 작업대 위에 올려둔 다 망가진 조그마한 스쿠터로 기분 좋은 듯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바로 자기 앞에 놓였던 스쿠터의 부품 하나하나를 교환하고, 윤활제를 바르고, 필요하다면 고쳤다. 그 순간은 너무나 따뜻해서, 그녀는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어쩌면 웃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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