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늘어선 페가수스 셋이 반쯤 넋이 나간 유니콘 하나를 데리고 녹음 우거진 에버프리 숲 한가운데로 서두르면서도 단단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가 우거진 곳을 조용히 지나가기도 했고 구불구불한 골짜기를 따라가기도 했으며 높게 쌓인 언덕을 넘기도 하고 뒤틀린 나뭇가지를 피해 납작 엎드려 기어가기도 했다. 길이 깊어질수록 녹음이 더욱 짙어져서, 눈을 떼기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던 숲 속 그림자가 서서히 녹색 연무로 변해갔다.
아이의 번쩍이는 뿔에서 가끔씩 쏘아지는 섬광만이 유일한 이정표였기에, 세 여자는 빛이 향한 방향이 어느 쪽이고, 얼마나 걸음을 틀어야 하는지 계속 확인해야 겨우 어둠 속으로 찌르는 듯한 걸음을 걸어갈 수 있었다. 빛은 마력의 흐름을 따라 흔적을 남기며 흘러가고 있었고, 여인들은 그 흔적을 따라서만 숲 깊숙한 곳을 따라갈 수 있었다. 안으로 걸어갈수록 난잡하고 어지럽게 자란 초목들 위로 덩굴이 자라 터널처럼 뒤얽혀서 안에서 밖을 볼 수 없었고, 그 안이 자연히 오후의 열기와 습기로 가득 차서, 안을 지나는 이들은 땀과 피로로 번들거리는 숨을 헐떡거렸다.
수풀로 뒤덮인 길이 어느 순간부터 에버프리 숲 그 자체의 뿌리로 벽을 세운 듯한 거대한 미로로 뒤바뀌어 있었기에, 좁은 길 사이로 부딪치는 딩키의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셋은 아무것도 듣지 못할 것만 같았다. 아이는 추상조차도 추월한 추상과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공포, 그리고 언어의 한정성이란 베일 뒤에 드리운 알 수 없는 그림자를 가지고 떠들고 있었다. 하모니는 꼬마가 떠들어대는 알 수도 없고, 삭막하기까지 한 말과 그 말에서 뿌리를 내려 창궐하는 시커멓고 굵직한 가시덩굴, 그리고 그것으로 세상이라는 이름의 푸른 캔버스를 검은색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생각하고 몸을 떨었다.
세 페가수스가 차례차례 반쯤 죽은 나무뿌리 아래로 뛰어내리고, 미끄러지고, 가볍게 뛰어 내려가 풀과 나뭇가지로 뒤덮인 아래로 들어갈수록 숲은 더욱 깊어지고 음산해지며 바닷속 같은 냉기를 품었다. 어떻게 흙 하나 없이 돌덩이로만 가득한 저 바닥 아래까지 가시덩굴이 엉겨 에버프리 숲이 에버프리 가시숲으로 변했는지, 마지막 포니에겐 더 이상 알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이 숲은 애초에 실수로 생겨난 곳이 아니었을지, 엘렉트라가 절망에 빠져 짜증을 부리는 통에 땅 속 깊숙한 곳까지 구멍이 난 것이 아니었을지, 여자는 잠깐 생각했다. 산 목숨들을 돌로 만들어야만 했던 그 성전(聖戰)이 도래하기 전까지, 길토핀의 숨결은 말 그대로 온 세상을 헤엄치듯 돌아다니고 있었을 것이었다. 나중에는 타르타로스가 말 그대로 그 때와 가장 비슷한 장소가 될 것이었지만.
하모니의 생각은 이내 지난 이십오 년 동안의 기억과 이십오 시간 동안의 기억 사이를 떠돌기 시작했고, 잠시 대체 무엇 때문에 알리콘 자매들이 이토록 위험한 곳을, 비로소 누군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 때까지 엄청난 생명이 죽어 나가야만 했던 숲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닿았다. 어렸을 때부터 콘수스의 죽음과 동시에 죽음과 혼돈의 원소가 처음으로 생겨나기도 전부터, 아주 오래 전부터 군왕의 자매들이 어머니 에포나의 천지창조를 도왔다고 배워 왔기에, 여자는 나쁜 뜻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플러터샤이는 자연 그 자체가 품은 형이상학적 추상성만큼 신적인 전능함도 겸비하고 있다고 말했고, 그에 따라 자연을 신의 자리로 격상시켜 말했다. 어쩌면 자연에 대해서라면 플러터샤이가 맞을지도 몰랐다. 알리콘 자매들이 세상을 빚어낼 때, 그네들의 신성한 힘을 빌어 그 자리에서 바로 태어나기를 거부했던 유일한 정수가 바로 자연이었기에, 자연은 어쩌면 영원한 것이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그 말은, 시간과 마찬가지로 자연 또한 불변의 존재란 말일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럼 시간은 영원한 시간의 화신으로 엔트로파 공주가 탄생하기 아주 오래 전부터 자연처럼 그 어떤 신이나 여신이라도 범접하여 손대거나 바꿀 수 없으며 영원한 것으로서 이미 빚어져 있었다는 것일까? 이게 진실이라면, 이것들 중 하나라도 진실이라면, 그러면 아마 엔트로파 공주는 마지막 포니와 마찬가지로, 영원히 재앙 그 자체로서 찾아온 재앙 전후로의 시간의 흐름에 간섭할 수 없을 것이었다.
하모니는 구역질이 났다. 종말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죽음의 길로 온 세상을 밀어 넣은 재앙이 일어난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도, 대체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재앙이 곧 자연의 불합리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다. 생명은 죽기 위해 태어날 뿐이었으니까. 무정한 세상이었기에, 그것이 죄가 될 수는 없었다. 다만 하모니 뒤에는 핼쑥해져 가는 더피와 알아듣지 못할 말로 떠드는 딩키, 힘없이 축 처진 플러터샤이가 있었다. 이 일에 염소자리가 엮이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그들 모두를 그들의 죽음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여자는 알았다. 숲에 들어온 다른 이들이나 온 이퀘스트리아의 주민들은 모두 운명의 가시덩굴에 매여 십자가에 매달리게 될 것이었고, 이는 모두 시간과 자연의 공명 속에서 빚어진 일련의 사건들에 의한 것이었는데, 이 모든 것은 한 보라색 드래곤이 그 대참사의 장 속으로 한 가엾은 영혼을 들여보내 그 모든 것을 똑바로 목도하게 할 방법을 찾아내기 아주 오래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하모니는 그 곳에 있어서는 안 되었다. 이러고 있어서도 안 되었다. 반쯤 정신이 나간 아이를 데리고 종이 달을 쫓는 무용한 여행길의 영웅적인 헌신은 이유도 없었고, 분별 없는 일이기도 했으며, 큰 대의명분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자는 자신이 시간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자연과 싸우고 있다는 것 또한 알았기에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모니가 엄마와 아이를 볼 때마다, 플러터샤이를 볼 때마다, 그들의 땀 흘리는 몸뚱이와 그 안에서 타오르는 고통을 볼 때마다, 에버프리 숲의 숨결에 흔들리듯 떨리는 숨을 흘리는 그 절망에 찬 얼굴들을 볼 때마다 여자는 그 누구라도 이를 피할 수는 없음을 알았다. 죽음과 파멸이 그들의 운명이었다. 자연이 그렇게 만들어 둔 일이었다. 다만 여기, 하모니의 존재 역시도 여러 말로 꾸밀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푸르죽죽한 트롤의 바다를 가로막고 서 지하실을 지키던 바로 그 발굽으로, 여자가 걸음을 옮겨 숲 속으로 향했다. 지옥을 불러올 재앙까지 두 달 반을 남겨둔 지금, 여자에게는 기회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말이 안 되는 기회가 하나 있었다. 저 순진한 이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로이 종말을 맞이하게 해 줄 기회가. 자연이 그렇게 만들어 둔 일은 아니었지만, 하모니라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운명의 집행에서 여자가 맡은 일이었을 수도 있었다.
여자는 희망이나 신뢰를 생각했으나, 신뢰의 베일이란 것은 따뜻한 오두막과 무시무시한 한기를 몰고 온 소나기가 들여다보는 차가운 창문 사이에서 굴절된 공기처럼 지극히 얇은 것이었다. 여덟 살 난 망아지는 영원히 은은한 오후의 빛을 향해 걷게 될 것이었고, 아이의 발굽은 창백한 흰 비석의 물결을 따라 미끄러져 갈 것이었다. 저 아래에서 노래하듯 아름다운 목소리가 아이를 불렀고, 아이는 계단 쪽을...... 나무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눈물로 얼룩진 오렌지색 얼룩과 함께 무너지는 계단을......
하모니가 괴로운 소리를 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여자가 발걸음을 급히 멈추자 그 통에 발굽이 땅 위로 미끄러졌다. 하모니가 정신없이 마구 머리를 흔들었다. 누군가의 따뜻한 몸이 걱정스러운 듯 여자를 살살 건드렸다. 그 느낌은 흩어지는 녹색 연기와도 비슷한 것이어서 하모니가 다시 눈을 열어 어두운 에버프리 숲 속을 바라보려고 한 순간, 반대 방향으로 흔들리는 등잔 두 개처럼 샛노랗지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한 쌍의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모니는 잠시 딩키의 이마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뿔을 슬쩍 쳐다보더니 이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더피의 어깨를 한 번 토닥거려 여인을 위로했다. 더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마른침을 삼키고는 다시 제 방향을 찾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모니가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바라보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플러터샤이는 여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아야 했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채, 노란 다리를 조심스레 움직이며 느려도 너무 느린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지막 포니는 문득 걱정스러워졌다. 시간여행자와 추모공원 관리자가 마침내 눈길을 마주칠 수 있을 거리까지 가까워지자, 포니빌 동물훈련사는 심호흡을 하더니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힘을 내어 길목에 있던 나뭇가지 여러 개를 눌러 길을 열고는 이내 자신의 '참관인'을 지나쳐 걸어갔다.
한 덩이 회색 구름이 마지막 포니의 시선을 씻었고, 부랑자의 월안(月眼)에 비치던 얼굴 없는 괴물들이 꿈틀거리던 그 곳처럼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던 플러터샤이의 약한 몸이 천천히 검은 선으로 뒤덮여 가는 것이 보였다. 하모니는 저들이 굴 같은 에버프리 숲 속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자신이 플러터샤이의 저 비단결 같은 몸이 끝내 얽히고야 말 돌 벽이 있을 곳으로, 황무지에서 거대한 가시숲을 뚫고 들어와 깊은 구덩이 속까지 내려온 한 생존자의 고글에 그 흔적이 비치고야 말 곳으로 플러터샤이를 끌고 내려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접어둘 수가 없었다.
더피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고, 딩키는 광기의 무게 아래 짓눌려 무너지고 있었으며, 한 보모의 일 역시 경각에 달려 있었다. 목전에 닥친 이 위기에도, 이 모든 것들이 소멸할 것임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시간은 이 잔혹한 연극의 끝을 두 구의 시체로서, 플러터샤이와 염소자리의 시체로서 강조하며 끝내고 있었다. 자신의 현재이자 지금의 미래일 곳으로 돌아간 순간은 아마 녹색 불꽃을 접시 삼아 마지막 포니를 게걸스레 먹어 치울 큰곰자리의 식사 시간일 것이라는 것을, 하모니는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다만 여자는 자신의 걸음걸이 하나하나로 이미 자신이 찾아낸 두 구의 시신이 누울 자리를 파두고 있다는 생각밖에 떠올리지 못했고, 이 말도 안 되지만 바꿀 수도 없는 미래를 정당화할 절박한 구실들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멀고 먼 여행길이 길어질수록 플러터샤이의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기운이 없어져 갔고, 마지막 포니에게 그 사실은 전혀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지치다 못한 세 페가수스가 검댕과 흙, 나뭇가지로 뒤덮인 채 떨리는 땅을 떠나 날개를 펼쳐 조금 떠올랐고, 그 다음 순간 그들의 시야에 무서울 정도로 밝은 녹색 풍광이 들어와 셋은 몸을 떨었다.
지평선 너머로 시선을 돌리자 녹색 나무들과 빽빽한 녹음, 그리고 되는 대로 퍼지며 자라나는 식물들로 가득한 채 깊게 파인 거대한 골짜기가 한 군데 눈에 들어왔다. 진정으로 영원할 에버프리 숲의 생명이 동서로 가득 뻗어 있었고, 그 위로 오후의 태양빛이 비쳤다. 설령 마지막 포니가 황무지로 돌아가 칙칙하고 차가운 하늘을 돌아다니던 자신의 비행선에서 내려다보더라도, 저 거대한 모습을 한 눈에 다 담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모니는 처음에는 나무가 바다처럼 늘어선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완연한 자연의 대양으로 꽃피어 있었다. 여자는 파우스트메어의 용기와 그 유산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사실, 가늠하고 싶지도 않았다.
여자의 얼굴은 놀라움에 희게 질려 있었고, 그런 여자를 바라보는 더피와 플러터샤이의 눈길에선 여자의 그것과 같은 놀라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옛날에 살았던 두 따뜻한 이들이 하모니보다도 자신들이 들어온 곳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었고, 이에 시간여행자의 검은 갈기가 부끄러움으로 젖어 갔다. 여자가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아이를 한 번 건드렸다. 저 밝고 작은 뿔에서 다시 섬광이 나와야 제대로 된 방향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자극을 해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뿜어진 섬광은 예상대로 아래를 향하여 흘러가 굵직한 나무의 바다와 그 너머에 있을지 모를 마나 크리스털이 가득한 숨겨진 동굴로 향했다. 하모니가 더피를 보고 힘있게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자 회색 페가수스가 가장 먼저 날개를 펼치고 균형을 잡으며 드문드문 튀어나온 나무 뿌리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흙 벽을 긁어댔고, 곧 끝이 없을 것만 같은 푸른 녹음의 늪 속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저것들 너무 큰데요. 딱 하, 하, 하, 하, 한 번에 우리 전부 다 집어삼킬 수도 있겠어요!"
"어머님, 지금은 일단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플러터샤이가 잔뜩 숨죽여 말했다. 세 페가수스와 유니콘 하나가 수풀 뒤에 낮게 엎드려 숨어 있었다. 밝은 진홍색과 푸른색 빛이 폭포처럼 그림자 묻은 네 포니의 솜털 위로 쏟아져 내렸다. "지금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일 것 같네요."
"저 파란 것밖에 본 적이 없네요." 더피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 속삭였다. "저 녀석, 전에 포니빌에 쳐들어와 온 마을을 죄다 가루로 만들어 버리려던 녀석이네요. 사실 실제로도 그랬고요! 작년 이맘때쯤이었는데, 이퀘스트리아가 아주 끝장나 버리는 줄 알았다니까요!"
"저도 기억나네요." 플러터샤이가 숨죽여 대답하고는 지친 듯한 눈꺼풀을 한 번 깜박여 흐르던 땀의 장막을 걷어내고 마른침을 삼키며 바로 몇 백 미터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똑바로 보려고 애쓰며 말을 이었다. "트와일라잇은 저 녀석을 달래 돌려보낼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한 친구였죠. 그건 그렇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역시, 엄마와 같이 있었군요." 여인이 불안한 듯 몸을 떨며 곁눈질하며 물었다. "하모니, 왕궁 직무를 수행하시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셨을 텐데, 혹시 전에 저런 걸 보신 적 있으신가요?"
하모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호박색 눈동자가 마치 호박(琥珀)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여자가 냉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네, 그래요."
빈터 너머에서 거대하고 단단한 발톱으로 땅을 긁어 파헤치는 소리에 깊고 낮게 울리며 으르렁대는 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지축을 울릴 정도로 거대한 큰곰자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번들대는 송곳니가 붉은 주둥이 바깥으로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마찬가지로 진홍색을 한 거대한 몸뚱이가 마치 바닷가에서 모래장난을 하는 아이가 사방으로 모래와 작은 자갈들을 뿌리며 땅을 파 들어가듯 계속 흙을 파고 있었다. 붉은 짐승의 옆에서 가냘프게 울며 절뚝거리며 돌아다니는 새파란 무언가도 있었는데, 대략 이십 미터쯤 되어 보였으나 큰곰자리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너무나 작았고, 심지어 앙증맞아 보이기까지 했다. 녀석의 새파란 몸뚱이 위에 수놓아진 수많은 별자리가 반짝거리는 모습이 찌르듯 날카로운 익숙함으로 마지막 포니의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저 두 동물 모두, 제 눈으로 똑똑히 본 기억이 나네요." 하모니가 무심하게 느릿느릿 말했다.
플러터샤이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며 말했다. "작은곰자리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로 계속해서 자랐을 건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 다 크기에는 멀었어요. 흠...... 이상한데요......"
"이상하긴 뭐가 이상하다는 거에요?" 하모니가 핀잔 주듯 말했다. "그러니까, 머리 굵은 포니 셋이서 지금 당장 목이 날아가도 시원찮을 판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이상한 게 또 있겠어요?"
"큰곰자리가 자기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지상에 내려와 있을 이유가 없는데......" 플러터샤이가 혼잣말했다. 여자는 피곤해서 쓰러지기 직전인지 졸려서 내려오는 눈꺼풀을 다시 밀어 올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흡사 눈꺼풀이 혼자 춤추는 것 같았다. "일반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 둘은 몇 달 전에, 진작에 하늘로 돌아갔어야 했어요."
"염소자리와 마찬가지라는 말씀이신가요?" 하모니가 잠깐 신경 쓰인다는 눈길로 딩키의 뿔을 슬쩍 쳐다보며 대답했다.
"이건 너무 이상해요......" 플러터샤이가 계속 말했다. "엄마 염소자리의 꼬리를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그 위로 불에 탄 듯 변색한 상처들이 나 있었죠.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쩌면 그것 때문에 다른 천상의 동물들까지 영향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해석하면 클라우드데일에서 몇 년 동안이나 전갈자리의 출현을 감지하지도, 기록하지도 못했는지 설명이 돼요."
"아주 운이 좋았던 거네요. 아무래도 필리델피아에 감사해야겠는데요."
"전조가 나타나리니, 그 때 달이 자신의 죽음을 보게 되리라." 딩키가 갑자기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플러터샤이가 깜짝 놀라 작은 비명을 질렀다. 하모니가 고개를 돌리며 다급하게 말했다. "어머님! 조용히 시키세요, 어서요!"
더피는 초조해하면서도 재빨리 딩키의 떨리는 입술을 눌러 막았다. 여자가 움찔하더니 곧 구겨지듯 주저앉으며 아이를 힘껏 눌렀다. "정말 미안해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요! 여기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더, 더, 더, 더 소리를—!"
"일단 모양을 좀 구기더라도 잠시 어디 처박혀 숨어 있는 게 낫겠네요!" 하모니가 플러터샤이를 끌고 더 빽빽한 수풀 뒤로 재빨리 숨어 들어가며 조소하듯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 다음 순간, 땅을 파던 큰곰자리의 새빨간 몸뚱이가 잠시 멈추었다. 녹음으로 덮인 공기가 놈의 거대한 콧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콧구멍이 씰룩거렸다. 큰곰자리는 잠시 동안 짜증 섞인 눈초리로 사방을 둘러보며 코를 킁킁대더니, 이내 한 번 낮은 소리로 울고는 땅을 계속 파기 시작했다. 자기보다 덩치가 수 배는 큰 엄마 옆에 있던 작은곰자리는 즐거운 듯 엄마가 파낸 커다란 흙무더기를 건드리며 놀고 있었다.
하모니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던 관목 가지 사이를 슬쩍 가른 다음 가볍게 몇 번 털어 나뭇가지에 붙어 있던 이름 모를 지네를 떼어냈다. 여자는 나뭇가지를 헤쳐 만든 잎사귀 사이의 틈새 너머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시선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아서 시야는 확실히 확보되었다. 하모니의 시야에 큰곰자리의 거대한 몸뚱이가 땅 속을 파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가 길목을 꽉 막고 있었는지, 힘겹게 겨우 파헤치고 있었다. 파던 구멍에서 몸을 빼낸 놈의 목가에 죽음의 목걸이처럼 걸린, 세 번은 엉키고 꼬인 가시덩굴이 사슴과 코요테, 쿠거와 몇 마리 이름 모를 동물들의 시체를 가득 얽어두고 있었다. 시신들이 달랑거렸다. 큰곰자리는 몸을 일으키기 전에 작은곰자리에게 나직하게 으르렁거리더니, 이내 꽃피는 에버프리 숲 깊은 곳으로 사라져 갔다. 조그마한 '새끼' 역시 곧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열심히 엄마 뒤를 따라갔다. 거대한 곰들의 몸뚱이에서 발하는 빛이 서서히 희미해져 갈 때, 관목 덮인 수풀 너머의 그림자 위로 셋 모두의 한숨이 덮였다.
"저 끔찍한 것들을 일 분이라도 더 쳐다보고 있다간 정말로 미쳐 버렸을지도 몰라요." 더피가 아직도 경련하는 자신의 아이를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우리가 딱히 적대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으니 괜찮을 거에요." 플러터샤이가 대답했다.
하모니의 황동색 얼굴이 희미해지며 멀어져 가는 두 모자母子를 향해 한 번 끄덕였다. "그럼 이제 엄마 곰 입에 걸려서 달랑거리던 저 불쌍한 동물들은 어떻게 된 건지 말씀해 주시죠."
"아, 그 아이들...... 큰곰자리가 저 아이들을 사냥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오히려 다른 이유로 죽은 동물들의 시체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에 더 가까웠으니까요."
하모니가 놀라며 물었다.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맞죠?"
플러터샤이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음...... 저 별자리 곰들이 사냥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랍니다. 사냥을 하긴 하지만, 사냥감들은 전부 땅에 발 하나조차 대 본 적 없는 천상의 존재들이에요. 그것뿐만 아니라, 큰곰자리가 물고 있던 동물들 정도로는 간에 기별조차 가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면......" 하모니가 마른침을 삼켰다. 호박색 눈동자는 어둠 그 이상의 어둠이, 죽어서도 편하지 못한 시체들이 가득 걸린 벽을 뒤덮은, 두 곰의 굴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면 대체 무엇 때문에 저 시체들과 온갖 추잡한 것들을 모으러 돌아다니는 거죠? 기념품 같은 건가요?"
"알 수 없어요. 지금까지의 이퀘스트리아 역사를 전부 되짚어 나가도, 그 둘의 굴에 들어갔다가 살아 나온 탐험가는 하나, 많아도 둘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지금까지 큰곰자리나 작은곰자리가 죽은 동물들의 몸을 굴 벽에 매달아 둔다고 저술되긴 했지만, 확인되기 전까진 그저 뜬구름 잡는 풍문일 뿐이죠. 전...... 음...... 예전부터 생각하던 게 하나 있긴 한데......"
"그게 뭔가요, 플러터샤이?" 하모니가 물었다. 여자는 숨을 내쉬며 쉰 소리로 웅얼거리듯 덧붙였다. "정말 알고 싶어서 그래요."
플러터샤이의 푸른 눈이 하모니를 옆으로 휙휙 흘겨보았다.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여자는 시선을 돌리며 축 처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 시신을 수집하는 행위가 일종의...... 불만 표출이라는 거에요."
"불만이라고요?"
"분노, 절망, 그리고 고통과 같은 것 말이에요. 제가 말씀드렸듯, 큰곰자리는 아직도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 가능한 모든 경우를 생각해 봐도, 진작에 아이를 데리고 천상으로 돌아갔어야 했어요.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무언가 귀향을 방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큰곰자리가 품고 있을 불만은 충분히 이해가 되죠."
"앞으로도 저들을 이퀘스트리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만한 것이 대체 뭐가 있죠?" 하모니가 물었다. 여자가 움찔하더니 덧붙여 말했다. "제, 제 말은 쟤들이 영영 여기서 못 벗어난다는 말은 아니에요?"
플러터샤이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여자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순간 휘청거렸다. 플러터샤이는 어지러운 듯 겨우 균형을 잡고 말했다. "전...... 전 모르겠어요, 하모니."
희게 달아오른 섬광이 빈터를 가로지르며 날아갔다. 딩키를 안고 있던 더피가 빛을 쳐다보더니 마른침을 삼키며 다급하게 물었다. "이제 계속 움직이면 안 될까요? 우리 귀여운 머핀이 타, 타, 타, 타, 타는 것만 같아요. 여기서 기다리는 건 충분히 했잖아요."
하모니는 회색 페가수스와 치솟은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불타는 오후의 하늘을 슬쩍 보더니 곧 무한히 펼쳐진 에버프리 숲을, 그들 앞에 녹색과 갈색으로 펼쳐진 숲 속을 쳐다보았다. 여자는 한숨지으며 네 발을 질질 끌어 옮겼다. "어머님 말씀이 맞아요. 저 둘도 자리를 옮겼고요. 이제 적어도 지금은 쉴 시간이 없어요. 이제 망할 방향도 알았겠다, 딩키를 위해서라도 슬슬 움직이도록 하죠."
"다람쥐 아저씨도 되게 용감하시네요. 멋있으세요." 더피가 열심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딩키의 번쩍이는 뿔이 등 위로 줄무늬처럼 빛났다.
"자,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하모니가 으르렁거리듯 말문을 열었다. 여자의 옆에서 풀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하모니가 놀란 눈으로 돌아보자 여자를 과거에 붙들어 주는 '닻'이 눈에 들어왔다. 플러터샤이가 무너지듯 무릎을 꿇고 쓰러져 있었다. "플러터샤이! 괜찮아요......?"
"음...... 네, 전 괜찮아요. 저..... 음...... 그냥 너무 오래 웅크리고 앉아 있기도 했고 해서—"
"당신, 이 미친 짓거리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진작에 지쳐 있었어요. 어젯밤에 충분히 자 두기라도 한 거 맞아요? 염소자리를 너무 오랫동안 돌보는 것 같았는데—"
"해야 할 일도 못 할 만큼 지친 건 아니랍니다." 플러터샤이가 대답했다. 여자가 분홍 갈기를 흔들어 뒤로 넘기고는 빛 바랜 루비를 닮았던 상급자가 떠오를 만큼 냉담한 시선으로 정면을 향했다. "여기서 낭비하는 이 순간에도, 딩키의 소중한 생명은 꺼져 가고 있겠죠. 하모니, 이제 가요. 더 이상 여기 머물러선 안 돼요."
하모니는 여자의 뒷모습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는 곧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플러터샤이의 옆으로 달려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하모니는 붉은 곰의 발톱으로 파헤쳐진 땅을, 칠흑보다도 더욱 검은 그 안을 거의 빨려들듯이 바라보았다. 흔적은 지금부터 25년이 흐른 앞날의 곪아터진 상처처럼 보였다.
"연옥의 여왕이자 거짓된 신부가 잊혀진 숨결의 묘지로 들어가리라. 노랫소리 들리는 곳에 깨어지는 소리 가득하리라." 딩키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차가운 안개를 맞으며 날카로운 소리로 중얼거렸다.
"원더볼트 에어쇼처럼 시끄럽게 될 모양이면 꼭 좀 알려주세요." 하모니가 폭포 위를 가로질러 놓인 오래된 통나무를 다리 삼아 건너다가 겨우 균형을 잡으며 툴툴거렸다. "그러면 집중해서 다 듣도록 하죠."
"우리 딸이 아파하는 걸 가지고 농담거리로 삼아 주시지만 않는다면 정, 정, 정, 정, 정말 좋겠는데요." 더피는 마지막 몇 미터를 건너가며 고개를 돌려 얼굴을 잔뜩 찌푸려 보이고는 반대편에 있던 바위 위에 올라서며 말했다. "우리한테 영문 모를 이상한 호, 호, 호, 혼...... 혼잣, 잣, 잣, 잣 하는 게 우리 애 잘못은 아니잖아요."
"'혼잣말' 말씀이시군요." 하모니가 통나무를 계속 건너며 말했다. 폭포의 포효가 밝은 상아빛의 수증기로 여자의 뒤에서 피어났다. "그리고 어머님, 저 역시 딩키가 걱정되는 것은 매한가지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다는 건 이해해 주세요. 지금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말 그대로 농담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그 농담에 대한 농담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어서요. 지금 딩키 뿔에서 나오는 섬광을 따라온 지 벌써 몇 시간째인데, 지금 이 상태로는 신마저 저버린 땅 속 깊숙한 곳 끝까지 가야 겨우 나올까 하는 희망조차 보이지 않으니까요."
"전 그 희망을 가져야만 하는데요!" 더피가 고개를 홱 젖히며 소리쳤다. 숨을 헐떡이는 아이의 번쩍이는 머리 끝에 입가가 살짝 스쳤다. "딩키는 제 딸이에요. 제 모든 희망이라고요."
"이 미친 짓거리의 목적이 뭔지 생각하고 나니, 이제 저도 슬슬 희망이 보이네요." 마지막 포니는 일어선 숲의 벽들을 하모니 호의 선실로 착각하기라도 한 것처럼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 "솔직히 전 아직도 지금 당장 이 짓을 그만두고, 제가 조금 전 제안했듯 트와일라잇 스파클이나 포니빌 마법사들을 찾아가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당장 어느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는 당신도 저만큼이나 잘 아실 텐데요!" 더피가 경멸하듯 말했다. 여자의 노란 눈은 잔뜩 화가 난 채 자신 앞에서 겨우 걸어오는 황동색 그림자의 가장자리를 따라 돌고 있었다. "왕궁비서관들이 의무와 합리에 따라 움직이도록 교육받는다는 건 나도 아는데, 그 치, 치, 치, 치, 친절은 대체 어디에 팔아 치운 거죠?"
"그럼 제가 생각하는 친절이 뭔지 말씀해 드리죠." 마지막 포니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여자는 어깨 너머를 슬쩍 돌아보며 말했다. "플러터샤이의 절반만큼이라도—" 여자는 말을 더 잇지 못했고, 그 입은 벌어져 다물어질 줄 몰랐다. "그게 뭔지 아신다면 왜......?"
"저...... 음......" 플러터샤이는 통나무 전체 길이 중에서 겨우 두 걸음만 간신히 떼어두고 있는 상태였다. 폭포에서 피어난 물안개와 물거품은 엉성한 다리 너머에서 겨우 한 걸음을 뗀 여자 위로 무자비하게 떨어져 내렸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 모르겠...... 모르겠어요...... 어...... 어어어—" 플러터샤이의 푸른 눈이 뒤집어져 흰자만 남았다. 여자는 분홍 갈기를 뒤로 홱 젖히며 버려진 꽃 한 송이처럼, 흰 칼날을 드러낸 물살이 미친 듯 질주하는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플러터샤이!" 우편배달부는 놀라 숨조차 쉬지 못했다.
"이런 젠장!" 하모니는 이를 악문 채 쏘아져 나가는 구리 탄환처럼 자신의 '닻'을 따라 급히 뛰어들었다. 폭포수가 부서져 흰 물거품이 되었고, 물거품은 이내 바다가 되어 수많은 작은 칼날을 일으켜 하모니가 빌린 엔트로파 공주의 날개를 난도질했다. 광택 어린 여자의 두 눈이 가늘어지며 아지랑이처럼 피어난 연무 너머를 주시했고, 부서지지 않는 몸은 흔들리는 시선 너머 점 하나처럼 드리운 희미한 노란 그림자를 향해 계속 쏘아져 나갔다. 제 때 뛰어든 것 같았다. 마지막 포니는 절박한 한 줄기 비명과 함께 두 발굽을 힘껏 뻗은 채, 흠뻑 젖은 혼돈의 폭발 속으로 맹렬히 뛰어들었다. 부드러운 몸뚱이가 두 발굽에 잡히는 순간, 여자는 미친 듯 휘몰아치던 물 구름 밖으로 다급히 뛰쳐나왔다. 덜덜 떠는 플러터샤이를 꽉 붙잡은 채였다.
엄청난 곡예비행이 끝난 뒤, 하모니는 옛적 어느 회색 오후, 찬 비를 고스란히 맞고 덜덜 떨던 한 오렌지색 망아지처럼 다급한 숨을 헐떡였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플러터샤이의 목소리는 가끔씩 시간여행자의 황동색 가슴에 와 부딪치는 기침과 질식하는 듯한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하모니는 날개를 부드럽게 펼치며 착륙한 뒤 물에 젖은 떡갈나무 몇 그루로 막힌 강바닥에 플러터샤이의 몸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더피 후브즈의 회색 그림자가 그들 옆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플러터샤이가...... 플러터샤이가 주, 주, 주, 주, 죽은 건가요?"
하모니는 순간 화가 나서 딱딱거렸다. "이봐요. 숨을 쉬기는 하는지 좀 듣게 잠깐만 좀 닥치고 있어 주면 안 될까요?" 시간여행자는 완전히 기운이 다 빠진 채 경련하는 플러터샤이의 몸 위로 몸을 구부렸다. 여자의 마음 속에서 등불 아래서 황무지 어느 폐허에서 주워 온 오래된 생존법 전서를 읽으며 보내던 기나긴 시간이 타오르고 있었다. "제발 부탁이에요, 후브즈. 생각 좀 해 보게 잠깐만 좀 내버려 두세요!"
"전 그냥 플러터샤이가 걱정되는 것뿐이에요. 그게 전부—"
"네, 네. 그것 참 고맙네요! 그냥—아오!" 여자의 황동색 귀가 플러터샤이의 가슴팍을 누르듯 닿았다. 여자의 얼굴이 눈에 띄게 핼쑥해졌다. "영문을 알 수가 없네! 질식할 거리가 하나도 없는데! 기관지 같은 곳에 물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아직도 정신을 잃고—"
"콜록—아!" 플러터샤이가 갑자기 숨을 들이쉬며 튕기듯 일어났다. 푸른 눈이 커다랗게 깜박이고 있었다.
하모니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여자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플러터샤이......?"
"저...... 통나무...... 그걸 건너려다......" 여자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 어머나 세상에......"
"저, 플러터샤이." 더피가 딩키를 뒤에 태운 채 무너지듯 주저앉았고, 곧 포니빌 동물훈련사의 품 속으로 깊이 파고들듯 끌어안으며 여자를 일으켰다.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뭐라도 들, 들, 들, 들, 들린 줄 알았다고요! 오늘 하루 종일 다리도 덜덜 떨고!"
"저...... 전...... 오늘 너무 덥고 힘들어서...... 또......" 플러터샤이의 푸른 눈이 다시 한 번 뒤집어져 흰자를 드러냈다. "으으...... 벼, 별들이 너무 많아...... 셀레...... 공주님......"
"플러터샤이? 어떻게 된 거에요......?" 더피가 다급히 여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 동안에도 하모니의 두 호박색 눈동자는 돌처럼 차갑게 모든 상황을 관조하고 있었다. 여자는 플러터샤이의 무너져 가는 몸을 쳐다보다가 이내 딩키의 빛나는 뿔을 바라보았고, 곧 신음을 흘리는 플러터샤이의 입술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섬광을 내뿜는 아이의 뿔을 쳐다보았다.
"이런 젠장!" 하모니가 몸을 날려 사이에 끼어들어 더피를 플러터샤이에게서 거칠게 밀쳐내며 소리쳤다. "물러서요!"
"아야!" 더피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고, 곧 딩키를 감싸며 '왕궁비서관'을 똑바로 쳐다보며 으르렁거리듯 따졌다. "이번엔 또 뭐가 문제에요?! 난 그저—"
"어머님, 이건 어머님 때문이 아니에요!" 하모니가 다급히 플러터샤이의 몸을 밀어 우편배달부 포니에게서 밀어내고는 회색 페가수스의 어깨를 가리키며 말했다. "딩키 때문이에요. 저 뿔 말이에요! 모르시겠어요?"
"네?" 더피의 두 노란 눈이 자리에서 열심히 돌아가는 시계처럼 빙빙 돌아갔다. 시계와는 달리, 쓸모는 없었다. 여자의 귓가에 플러터샤이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렀고, 뒤틀린 시야 위로 딩키의 뿔에서 약동하듯 흘러나오는 섬광의 찌꺼기가 남아 묻었다. "경애하는 네뷸라 공주님...... 전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플러터샤이......" 하모니가 축 처진 플러터샤이의 몸을 나무에 기대 주고는 여자의 노란 얼굴 구석을 부드럽게 쳐 주며 말했다. "플러터샤이, 이제 정신 차려요. 기운 내세요! 그 예쁜 눈을 다시 열어 뜨란 말이에요, 제 말 들리세요?"
"으음...... 엄...... 어, 엄마......?" 보모가 두 눈을 가느다랗게 떠서 시간여행자를 바라보며 건넨 말은 발음이 흐려서 분명하지 않았다.
그 말은 밖으로 나오며 죔쇠가 되어 마지막 포니의 영혼을 단단히 묶어놓았다. 하모니는 무너지고 싶었다. 흐느끼고 싶었다. 나무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오렌지색 그림자가 보고 싶었다. 또...... 또...... 또...... "나에요, 하모니라고요." 여자는 너무나 낯설고 이질적인 엔트로파 공주의 목소리 아래, 진심을 숨기며 말했다. "방금 기절했었어요. 두 번째로. 제가 보기엔...... 제가 보기엔 딩키 뿔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기운과 뭔가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전......" 플러터샤이는 움찔하더니 김 빠지는 듯한 소리로 숨을 들이마시고는 나무몸통에서 몸을 일으키려 버둥거리며 말했다. "전 그냥—"
"저 공주님들마저 몸서리치실 끔찍한 것 때문에 아픈 게 아닌 척 할 생각은 그만 집어치우세요!" 하모니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미 충분히 아파하고 있으면서! 에버프리 숲으로 들어온 다음부터 계속, 당신 어깨랑 무릎이 덜덜 떨렸다고요! 이틀 전 염소자리를 찾으러 숲 속으로 들어왔을 때는 지금 당신처럼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은 없었단 말이에요. 이번엔 그 때랑 유일하게 다른 게 하나 있죠. 그게 바로 딩키 뿔인 거고요."
"하모니, 저, 전에도 말씀드린 적 있잖아요." 플러터샤이가 숨을 헐떡이며 겨우겨우 한 마디 말을 뱉어냈다. "전 굉장히 무력하고 나약해서—"
마지막 포니는 치솟는 짜증을 겨우 억누르며 말했다. "제발 그 도 넘은 자기비하 좀 그만둘 수 없을까요? 지금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라—"
"하모니 씨처럼 친절한 분께 안 좋은 말을 하게 해 드려서 정말로 죄송해요. 하지만 그게 사실인걸요." 플러터샤이가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입술로 겨우 웅얼거렸다. "언젠가 제가 말씀드렸던 걸 아직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선천적으로 마력 공명에 아주 민감해요." 여자는 아직도 어지러운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이내 계속했다. "트와일라잇 스파클이나 래리티 같은 유니콘이나 마법사들 근처에 있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정제되지 않은 마나를 품은 물건 근처에 있으면, 그러니까 알리콘 아티팩트나 연금술로 만든 돌, 아니면...... 아니면......" 여자는 희미하게 빛을 뿌리는 딩키의 이마 쪽을 쓸쓸히 바라보고는 말을 마쳤다. "......음...... 저...... 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게 돼요."
"언제부터 그랬는데요?!" 하모니가 빈정대듯 답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답니다. 전 예정보다 한 달 일찍 태어났거든요. 기억하시나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쭉, 그것 하나가 제 몸에 끼친 영향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절대 약하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도......"
"그 말이 맞, 맞, 맞, 맞, 맞아요."
하모니가 시선을 잠시 돌려 우편배달부를 째려보며 물었다. "그게 사실이라니, 대체 무슨 뜻이죠?!"
더피의 두 눈이 하모니가 아닌 그 양쪽을 향했다. "플러터샤이가 임상치료를 받을 때 제가 거기 있었거든요. 클라우드데일 시립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같은 병동에 있었어요." 회색 몸의 여자가 딩키의 빛나는 뿔에 닿지 않을 정도에서 머리를 쓸어 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금 제 눈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시죠? 제가 어렸을 때는 일어서지도 못하던 날들도 있었답니다."
하모니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여자는 두 눈을 닫아 감은 채 고개를 들어 닫힌 눈으로 하늘을 똑바로 쳐다보고는 날을 세운 숨결을 내뿜었다. 그러고는 잔뜩 화가 난 채 고개를 다시 내리며 두 호박색 눈을 똑바로 뜨더니 타는 듯한 눈빛으로 플러터샤이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이미 알고 계셨네요. 그 전부를 이미 알고 계셨으면서,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끔찍하고, 가장 위험한 숲 속 깊숙한 곳까지 내려오는 이 정신 나간 짓거리를 하기 전에 딱 한 마디도 안 해 주셨단 말씀이시죠, 안 그래요? 플러터샤이?"
"하모니, 딩키의 생명이 위험해요. 귀중한 아이의 생명의 온기가 이런 이상한 일에 휘말려 꺼지게 내버려 둘 수가 없었어요. 특히, 제가 그 일에 책임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죠. 저에게는 제 건강과...... 제 행복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글쎄 그러시겠지만 저한텐 아니거든요!" 하모니가 소리쳤다.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네?!" 여자가 으르렁거리며 발을 구르자 땅이 무기력하게 파이며 쑥 들어갔다. "플러터샤이, 오직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나오는 것 자체가 젠장맞게 불친절한 거라고요!"
플러터샤이가 새빨갛게 단 얼굴로 침을 넘기며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하모니, 절 그렇게 신경 써 주시는 건 정말 놀라울 정도로 고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하나도 생각이 없잖아요!" 하모니가 쏘아붙였다. "하나도!" 서슬 퍼런 숨이 뿜어졌다. "핑계를 대고 싶으시면, 뭘 갖다 붙이시든 상관없어요, 플러터샤이. 하지만 적어도 절대 당신이 그 지독한 마력 공명이나 지금 딩키 속에 기어 들어간 저따위 녀석 때문에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요! 또, 이제부터 한 번만 더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자기비하를 하는 게 제 귀에 들리기만 하면 당장 저 폭포 속으로 던져 버릴 테니 그리 아세요. 이게 거짓말이면 네뷸라 공주님께 천벌을 받아도 상관없어요!"
"지금 우리가 논쟁하면서 쓰는 시간의 일 분, 일 초 동안이라도 동굴을 따라 들어가는 게 더 낫다니까요."
"그래요, 뭐 좋다고요. 하시고 싶은 일 생각은 당신의 따뜻하고 안전한 오두막집에 앉아서 하세요!" 하모니가 플러터샤이의 몸을 들어 올리고는 자신의 황동색 날개를 펼치며 소리쳤다. "지금 당장 데려다 드리죠! 어머님 혼자서도 딩키를 데리고 동굴 안쪽으로 날아 들어가실 수는 있을 거라고 장담하니까."
"지금 노, 노, 노, 농담하시는 거죠!" 우편배달부가 멈칫거리며 말했다. "여기가 숲 어디인지도 모르고, 마나 크리스털을 찾고 나면 그때부터 전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세요? 저랑 딩키만 내버려두고 가시면 안 돼—"
"아 제발!" 하모니가 얼굴을 잔뜩 구겨 보이며 말했다. "일일이 신경 써 드리다가는 진짜로 다람쥐가 돼서 도토리나 까먹고 있어야 할 판인데요! 플러터샤이와 전 겨울 치우듯 깔끔하게 여길 나갈 거고요!"
"하모니, 그럴 순 없어요!" 플러터샤이가 귀가 멍멍할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그 떄문에 엔트로파 공주와 꼭 닮은 시간여행자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채 여자가 하는 말을 그대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님 말씀이 맞아요. 어머님과 딩키에겐 제가 필요해요. 만일 제가 여러분 셋과 같이 있지 않았다면,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랑 마주쳤을 때 어떻게 됐겠어요?"
하모니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더피가 덧붙여 말했다. "여긴 우리 머핀을 잡아먹으려고 벼르고 있는 무섭고, 위험한 것들 천지라고요!" 회색 페가수스가 마른침을 삼키고 말했다. "아직 사악한 것들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 둘 모두 제가 필요해요, 하모니." 플러터샤이의 얼굴은 눈에 띄게 땀으로 젖어 있었고, 딩키의 뿔 안에서 흘러나오는 마법 때문에 잔뜩 긴장해 있었다. 그럼에도, 여자는 자신을 안아 올리고 있는 '캔틀롯 왕궁비서관'을 향해 나직하지만 용감히 말을 건넸다. "그리고 우리 모두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의 그 힘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지금까지 숲 속으로 우리를 안내해 데려올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지혜를 가진 분도 바로 당신이니까요." 여자는 침을 삼키고 덧붙였다. "지난 이틀 동안, 당신은 놀라울 정도의 친절함으로 저를 계속 도와 줬어요. 부탁할게요. 순환을 완성해 주세요. 어머님과 이 가엾고, 소중한 아이에게도 같은 친절을 베풀어 주세요. 그 기억이 앞으로 평생 동안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약속할게요...... 저도 그러한 기억을 떠올리면 행복하니까......"
"플러터샤이......" 하모니는 진주처럼 빛나는 플러터샤이의 두 푸른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딩키 옆에서 보내는 그 순간마다, 당신은 무너져요. 전...... 전 당신이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는 게...... 싫어요."
부드러운 목소리 위로 아름다운 미소가 얹혀서, 부드럽고 연약했으나 그와 동시에 용감하고 강인해 보였다. "우리 곁에 있어 주신다면, 무슨 일이든지 따르겠어요. 내일 일은 지금 미리 겁먹지 말도록 해요. 지금 상황이 어려워 보이는 만큼, 현실에 집중하자고요. 지금 같은 때야말로 친절의 미덕이 가장 훌륭한 인도자가 되어 줄 거에요. 그건 지금까지 저를 실망시킨 적이 한 번도 없답니다. 친절이 당신이나, 딩키를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거라고 믿어요."
하모니의 들숨과 날숨 사이에는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여자의 두 눈은 그녀 자신과 플러터샤이 사이의 어느 한 지점에 나타난 반짝이는 벽난로와 그 위로 깔리는, 오래 전 부서뜨린 탁자의 푸른 안개를 쳐다보며 경련했다. 언젠가 빗물이 그 풍경을 진실과 눈물의 쓸쓸한 빛 안에 담아냈었는데, 어쩌면 아직 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지막 포니는 더 이상 무엇이 과거이고 무엇이 미래인지 분간할 수 없었는데, 그것들은 꿈이기도 했고 현실이기도 한 것이어서 녹색의 불꽃임과 동시에 회색의 잿가루였다. 오직 목소리, 노래하는 듯한 그 목소리만이 여자가 끌어안을 수 있고 부여잡을 수 있는 것의 모든 것이었는데, 그것이 지금 바로 그녀 앞에서 처절할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스스로 열쇠가 되어 오랫동안 자신을 거부해 온 한 여자 페가수스의 무언가를 열게 해 줄 빗물에 젖어 번들거리던 스쿠터처럼, 중력처럼, 삐걱대는 계단을 내려오는 걸음처럼......
더피 후브즈의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잠깐이었지만 확실하게 여자의 생각을 깨뜨렸다. "끼어들어서 정말로 죄송하지만, 우리가 이제부터 뭘 하든지는 몰라도 지금 다, 다, 다, 다, 당장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결정권은 여전히 비서관님께 있으니, 말씀해 주세요."
하모니는 잠시 두 눈을 굳게 밀어 닫았다. 끓는 듯한 숨과 함께, 여자는 눈에 맺히는 물기를 걷어내려 애쓰며 플러터샤이를 단단히 붙잡고는 그녀의 귓가에 한 마디 말을 나직이 속삭였다. "제 옆에 계세요. 아셨죠? 제 옆에 계시면 안전할 거에요."
플러터샤이가 아주 가늘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왠지 그게 당연한 것 같아요. 왤까요?"
"내 포커 페이스가 썩는단 말이야." 스쿠틀루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패를 들여다보며 투덜거렸다.
"지금 하는 놀이가 포커는 아니잖니." 플러터샤이가 담요 너머에 앉아 두 발굽으로 쥐고 있던 패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관용어구잖아. 스위티벨이 래리티가 호이티 토이티를 만날 때마다 어떻게 꾸미고 나가는지 설명할 때마다 나오는 말 같은 거." (Hoity-toity, 거들먹거리는, 거만한)
"내가 이런 말 해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그 아이는 갈수록 말하는 게 연감처럼 딱딱해진다니까." 플러터샤이가 조용히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책을 잘못 고른 거지." 스쿠틀루가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가 카드를 섞으며 말했다. "혹시 8 있어?"
"없어." 플러터샤이가 나직이 대답했다.
스쿠틀루가 사이에 놓아둔 카드 더미로 발굽을 뻗으며 물었다. "집 밖에 있다던 그 창고 말이야. 그거 진짜, 진짜로 중요한 거야?"
"그런 것 같네." 오두막 창문 위로 무수한 빗줄기가 부딪혀서, 이제 완전히 검은색으로 물든 창 위로 플러터샤이의 목소리가 깔렸다. 저녁마저도 스러져서, 이제 벽난로는 말 그대로 밤의 태양이 되어 그들에게 뿌리는 온기만큼이나 밝은 빛을 흘려주었다. 엔젤은 오두막 구석에 마련해둔 조그마한 침대 깊숙이 파고들어 누워 있었는데,편안해 보이는 숨이 흘러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할 때마다 작은 몸이 조금씩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채워둔 자물쇠만 해도 최소 두 개가 넘으니까. 그 어떤 위험한 녀석들이라 해도 내가 열어주지 않으면 그 안의 것들에 손도 못 댈 정도로 튼튼하단다. 게다가 내가 보기엔 아직 더 튼튼하게 만들 구석도 아주 많이 남아 있단다. 완전한 야생 한가운데에 던져두고 시험해 본 적은 없지만 말이야."
"언니한테 그 재료를 대준 포니들이 그것들이 혹시 낭비되지 않을까 걱정하지는 않아?"
"음...... 당연히 걱정들 하시지. 우리 집이 에버프리 숲이랑 엄청나게 가깝다는 것 자체를 너무 과소평가하시는 것 같지만 말이야. 흠흠, 혹시 4 있니?"
스쿠틀루가 한숨을 쉬며 패에서 두 장의 카드를 뽑아 담요 위에 올려두고는 플러터샤이 쪽으로 밀어주었다. "있잖아." 아이가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언니 창고에 어울리는, 아주 죽여주는 자물쇠 하나를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죽여주다'니? 맙소사, 스쿠틀루, 죽여 달라고는 안 했어!"
"히히히, 진정해, 플러터샤이."
"아. 음...... 그렇구나. '아주 좋은 자물쇠'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거였구나......"
스쿠틀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자랑할 생각은 아니긴 한데." 아이는 눈을 찡긋하며 덧붙였다. "뭔가 손보고 만드는 것 하나는 진짜 끝내주게 할 수 있거든."
플러터샤이의 웃음에 숨소리가 섞여 나왔다. 여자는 짐작이 간다는 듯, 오두막집 뒤편 부엌 쪽을 슬쩍 쳐다보고 말했다. "물론, 당연하지. 이미 알고 있었단다."
스쿠틀루는 당황스러운지 보라색 눈만 깜빡이며 반문했다. "정말로?"
"음......" 플러터샤이의 얼굴에 갑자기 홍조가 번졌다. "혹시 5 있니?" 여자가 물었다.
"없어......"
플러터샤이가 카드 뭉치로 발굽을 뻗어 카드를 한 장 집고는 패를 다시 섞으며 말을 꺼냈다. "음...... 무엇이든 창고에 달 만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주겠다는 마음만은 감사히 받을게. 하지만, 진지하게 대답하자면, 그게 지금 당장 꼭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아. 가끔씩 무서운 것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긴 하지만, 녀석들이 창고에 넣어둔 귀한 물건들을 노린다고 해서 꼭 싸워야 하는 건 아니니까. 다른 모두가 이곳이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다고 하지만, 여기는 아주 평화로운 곳이란다."
"뭐, 그렇다면야." 스쿠틀루가 어깨를 으쓱하며 패를 뒤적이며 덧붙였다. "언니가 여기 사는 유일한 포니잖아."
"음...... 보통 그렇지."
"9 있어?"
플러터샤이가 패에서 카드를 한 장 뽑아 스쿠틀루에게 밀어주었다.
"혹시...... 음......" 아이는 입술을 깨물며 초조한 듯 고개를 들어 물었다. "혹시, 신물이 나진 않아?"
"음? 자꾸 카드 뺏기는 거 말이니?" 플러터샤이가 잠시 까르르 웃으며 대답했다. "나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듯이 말하는구나—"
"아냐, 플러터샤이. 내 말은...... 음...... 혼자 사는 거 말이야."
"스쿠틀루,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집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멀리 떨어져 있지 않—"
"제발, 부탁이야, 플러터샤이. 오늘 오후 내내 같이 있었잖아. 지금처럼 언니가 행복해하는 걸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스쿠틀루가 말했다. 아이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언니가 포니빌에 들를 때마다, 잠깐이지만 마을 속으로 달려 들어가면 잿더미나 쓰레기가 되어 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보여. 언니가 대체 뭘 그렇게 무서워하는지 모르겠어. 언니는 진짜 좋은 언니고, 능력도 있잖아. 대체 뭐가 그리 무서워서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서 근처에 얼굴조차 비추질 않는 거야?"
"난...... 난 그냥 사교적인 타입이 아닐 뿐이야." 플러터샤이가 난롯가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언니의 가장 친한 친구들은 뭔데?" 여자를 바라보는 스쿠틀루의 눈은 진심을 담고 있었다. "그 언니들이랑 어울리는 게 재미없다고 말할 생각은 마! 그 조화의 원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것들, 그 이상의 존재들이라는 걸 안다고!"
"저...... 당신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안 돼요, 하모니......"
"그냥 이야기만 해 주시면 돼요, 플러터샤이." 마지막 포니의 숨결 아래 목소리가 깔렸다. 여자는 잔뜩 힘이 빠져 절뚝거리는 포니빌 동물훈련사의 몸뚱이를 안아 들고 더피의 느린 발걸음을 따라 바람 부는 암벽을 올라가고 있었다. 암벽은 둥그렇게 휘어지며 짙은 녹색 풀밭이 깔린 고원으로 변하고 있었다. "딩키 뿔에서 나오는 마력이 얼마나 심각하게 침투하고 있는지 제가 짐작할 수는 없으니까, 계속 말씀해 주시면서 깨어 계셔야 제가 조치를 취할 수 있거든요. 친구분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 전 친구가 별로 없는데......"
"농담하시는 거 맞죠?" 하모니가 실실 웃으면서 플러터샤이의 머리 쪽으로 자라난 몇 개 나뭇가지를 쳐냈다. 둘은 발을 질질 끌면서 바로 오른쪽의 급경사 지대를 피해 산비탈을 따라 올라갔다. "몇 명인지부터 말씀해 주세요."
"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이 이야기가 얼마나 이어질지, 한 번 세어 보는 김에요!"
"다섯?"
"없네."
"음......" 플러터샤이가 카드 뭉치에서 카드 한 장을 뽑아왔는데, 여자의 늘어진 두 귀와 패를 훑는 두 눈은 서로 다른 문제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 여섯 정도일까. 더피까지 합하면...... 그쯤 되겠네......"
"더피?"
"더피 후브즈 씨 말이야. 우리 마을 우체부."
오렌지색 망아지가 고개를 흔들었다. "못 들어 봤는데."
"그럴 거야. 어쨌든, 날아다니니까." 플러터샤이의 얼굴이 엄청나게 붉어졌고, 여자는 다급히 발굽으로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호호 웃어 보였다. "어어...... 무례한 소리를 해 버렸네."
(역주: 원문은 "Doesn't ring a bell."과 "Sometimes she does, when she flies too low."로, 스쿠틀루는"못 들어 봤는데."란 뜻으로 말하였으나 플러터샤이는 "종을 울린 적이 없다."로 알아듣고 "가끔씩 종도 치셔. 너무 낮게 날아다닐 때도 있거든."으로 대답한 것.)
"그 반대인 것 같은데." 스쿠틀루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었겠네요." 시간여행자는 숨이 찬 소리로 말하며 플러터샤이를 들어올려 급경사 대신 평탄한 땅 위에 내려주었다. 두 페가수스는 더피와 딩키의 뒤를 따라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가고 있었는데, 그 덕에 두 모녀는 이끼와 수풀로 가득한 언덕 너머 찍힌 회색 점 두 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핑키 파이'란 분이 정말 얼룩말 앞에서 그런 농담을 하셨단 말이에요?"
"음......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거라면, 제코라는 그렇게 기분 나빠하지 않았어요. 핑키는 그저 저만큼 희고, 검고, 붉은 포니 비슷한 이에게 호기심이 일었을 뿐이니까요."
"아,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다른 농담 하나 있는데, 들려 드릴까요?"
"핑키 파이가 전에 했던 농담은 아니겠죠?" 플러터샤이가 겨우 숨을 돌리며 대답했다.
"문어는 팔이 몇 개게요?"
"......저...... 저, 음...... 전에 들어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잘 생각해 보세요." 하모니가 말했다. 여자는 두 발굽으로 플러터샤이를 꼭 붙들고는 피곤하긴 해도 아직은 빛나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알 생각해 보세요~"
"어...... 아! 하하하하하-하아아아-후유......" 플러터샤이는 갑작스레 편두통이 온 이의 그것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의 노란 발굽이 아파 오는 머리를 문질렀고, 이내 하모니의 옆으로 다가섰다.
(역주: "A horse walked into a bar and said 'Ouch'. It was an iron bar."라는 말장난. 술집을 뜻하는 bar와 봉을 뜻하는 bar를 혼용했는데, 아주 재미없는 말장난이어서 그에 맞게 바꾸었음.)
마지막 포니가 입술을 깨물었다. 여자는 헛기침을 해 목을 닦아내고 말했다. "저기요? 이제 핑키 파이 이야기는 그만 하도록 하죠. 이제 들을 만큼 들은 것 같아요. 이제는 애플잭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음, 스쿠틀루, 전에도 이야기했었지만, 정말 다행히도 내가 포니빌에서 처음 만난 어스 포니가 바로 애플잭이었단다. 에버클리어 추모공원에서 자고 있던 나를 애플 가족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나를 스위트 애플 에이커로 데려다가 먹을 것과 잠잘 곳, 씻을 곳, 그리고 진정으로 따뜻한 곳을 마련해 주었지."
"우와, 정말, 정말 멋진 언니네."
"음...... 정말로, 정말로 친절한 행동이었지. 애플잭이라면 이걸 '시골 인심'이라고 부를 테지만, 이게 친절이라는 걸 나는 안단다. 애플 가족들은 대대로, 우리 집안에서 처음으로 파우스트메어가 이 근처에 마을을 세웠다는 걸 알기 아주 오래 전부터, 포니빌에서 살아오면서 친절을 베풀었단다. 애플잭네 가족을 알게 되면 그 가족 하나만 알고 지내는 건 불가능하고, 단순히 그들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하나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어. 내 생각엔 오랫동안 대를 이어 포니빌에 살다 보니 마을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아. 매년 거둬들이는 사과들보다도, 훨씬 달콤한 결실을 맺은 가족이야."
"언니가 애플잭 언니를 초대해서 하룻밤 자고 가라고 권하면 분명히 좋아서 얼굴이 다 빨개질걸...... 그 뭐냐...... 애플잭 언니랑 다른 분들이 갓 클라우드데일에서 내려온 언니한테 해줬던 걸 보답하면 말이야!"
"어...... 잘 모르겠어. 너무 오래 전 일이기도 하고. 애플잭이라면 분명 유치한 일을 한다고 생각할 거고......"
"플러터샤이—! 애플잭 언니라면 분명 언니랑 노는 걸 아주 좋아할 거라니까! 트와일라잇 언니도 마찬가지고!"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요즘 항상 바쁘답니다." 플러터샤이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여자는 목에 진 응어리를 삼키고 힘없이 황동색 페가수스의 등에 기댔다. 둘은 반쯤 졸면서 멀찍이 보이는 더피와 딩키의 그림자를 쫓아 걸어가고 있었다. 져 가는 태양의 붉은 빛이 흐려져 갈 때쯤, 숲을 지나는 저녁의 걸음 옆에 찬바람이 자랐다. "공주님께 편지를 쓰지 않았다면, 회고록 집필에 열을 올리지 않았으면, 치어릴리가 계획하던 위니페그로의 수학여행 계획을 돕지 않았으면, 그랬으면 아마 그 귀여운 조수와 함께 새로운 실험이나 다른 무언가를 해서 시간을 채웠을 거에요."
하모니는 트와일라잇이 했을지 모른다는 마지막 말을 듣고 몸을 움찔했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달빛에 잠긴 나무들은 예전보다도 훨씬 검어 보였다. "흠흠...... 귀여운 조수라고 하셨나요?" 하모니는 한바탕 떨려오는 몸을 겨우 진정시키며 말했다. 주변에 늘어선 숲의 그림자들이 불길하게 길어지고 있어서, 눈길이 절로 갔다. "스파클 양이, 그, 흠흠, 부르기만 하면 바로 달려오는 잘생긴 남자 조수를 둔 건가요?"
"음...... 아니에요. 완전히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플러터샤이의 입술이 희미하게 말려 올라갔다. "트와일라잇은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 세우신 영재 유니콘 학교 출신 학생이에요. 입학 시험으로 보라색 드래곤의 알을 부화시키고, 그 드래곤을 길들이라는 과제를 받았었죠. 하지만......음...... 물론 하모니 씨라면 이 모든 걸 이미 다 알고 계시겠죠."
"그 많은 학생들이 전부 애완동물 삼아 드래곤을 하나씩 키우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
"무슨 말씀이세요!" 순간 플러터샤이가 축 늘어진 몸을 일으켜 세우며 소리쳤다. 여자는 다시 한 번 엄정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하모니는 말 없이 즐거워하며 들었다. "스파이크가 애완동물이라뇨! 그 아이는 아직 어린데도 영리하고, 배려심 있고, 헌신적인 데다 재주도 있답니다!"
"스파이크......라." 하모니가 눈을 굴리며 절로 번지는 웃음을 숨기고는 자기 뒤에 기댄 노란 페가수스를 쳐다보았다. "용한테는 그냥, 소년이란 이름이 독창적인 이름일 텐데요."
"예를 들자면, 당장 저번 주만 해도 트와일라잇이 실행하던...... 음...... 물건을 다른 시간대로 보내는 실험을 도와 주었어요."
"허......" 황동색 페가수스는 마른침을 삼키고 말을 꺼냈다. "상상만 해도......"
"그게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스파이크와 트와일라잇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는 정말로 아름다운 거니까요. 남매와도 비슷하고...... 아니면...... 아니면 거의 어머니와......" 플러터샤이의 푸른 눈동자가 멀리 보이는 더피 후브즈와 빛을 뿜는 그 아이의 회색 그림자를 다시 향하자, 여자의 목소리가 차츰 잦아들었다. 여자는 슬퍼 보였다.
하모니는 눈만 깜박였다. 여자는 플러터샤이와 함께 조심스러운 걸음을 옮기며 헛기침을 하고는 용기를 내 물었다. "당신이랑 스파클 양...... 음...... 오래 알고 지내신 건가요?"
"아, 그건 아니에요. 알고 지낸 지 정말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 아이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지만, 여전히 얼마 안 된 친구에요."
"음, 그럼 어느 분과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내셨나요?"
"음......" 플러터샤이는 하던 카드놀이를 이제 완전히 잊어버리고 푸른 눈을 들어 창 밖으로 도열한 빗줄기 너머로 아득하게 비치는 희미한 푸른 그림자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나와 가장 오래 사귄 친구는 레인보우 대쉬란다."
스쿠틀루의 온 몸이 오렌지색 전구를 켜둔 것처럼 확 밝아졌고, 보라색 눈동자에 생기가 흘러 반짝거렸다. "정말?"
"그러니까...... 음...... 비행 학교에서 처음 만났지. 나는 다른 페가수스들보다도 비행 학교를 졸업하는 데 훨씬 오래 걸렸어. 그에 반해, 레인보우 대쉬는 나보다 비행 학교를 2년 일찍 수료했으면서도 그저 날 보러 오겠다고 비행 학교에 등록했단다. 내......가 어렸을 때 이야기지만, 난 언제나 놀림거리에 못된 장난의 대상이었어. 그 이야기는 전에도 이미 들었을 거야. 그럼에도 레인보우 대쉬는...... 단 한 순간도 나를 버려둔 적이 없었고, 날 구하러 내려오기도 했지...... 흠...... 굳이 말하자면 이래."
"진짜 끝내주게 멋진 언니라니까." 스쿠틀루가 싱글싱글 웃으며 생기 도는 오렌지색 발굽에 턱을 기대며 말했다.
"지금까지도......" 플러터샤이가 한없이 부드러운 살결로 담요를 주무르며 말했다. "레인보우처럼 멋지고 용감한데다 대담한 아이가 대체 무엇 때문에 나를, 나만 그렇게 보살펴 준 건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아. 언젠가 한 번 그 이유를 알았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음...... 아니야, 그건 아니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것도 아니었지...... 음...... 그래."
스쿠틀루가 궁금하다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켰다.
플러터샤이는 한숨지었으나, 곧 다정히 웃으며 말했다. "요즘에는 자주 그러지는 않지만, 레인보우 대쉬가 완전히 드러내놓고 나한테 지친 기색을 보인 적이 있었어. 내가 너무 겁이 많고 심약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난 안단다. 다른 이들보다도 훨씬 잘 알고 있지, 세상을 전부 둘러보더라도 레인보우만큼 의리 있는 친구는 만나기 힘들 거야. 지금까지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단 이야기만 들으면 바로 날 도와 주러 왔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거든."
"이야...... 역시 레인보우 대쉬는 정말 놀라움 그 자체라니까." 스쿠틀루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놀라움이라기보다는, 친절함이라고 부르고 싶구나." 플러터샤이가 말했다. "비록 언제나 친절한 마음을 내비치는 것도 아니고, 그걸 인정하지도 않지만 말이야. 레인보우 대쉬는 온 이퀘스트리아에서 진정으로 친절한 이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 클라우드데일에서 함께한 기억과 나날들, 그것이 바로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었기에, 최후의 숨결을 붙잡듯 영원히 놓지 않을 거야."
"머지않아 다시 어울려 다닐 수 있겠네." 스쿠틀루가 나긋나긋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레인보우 언니가 언니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말해 줄 수 있겠고."
"요즘에는 레인보우 대쉬를 그렇게 방해하고 싶지 않아." 플러터샤이가 힘없이 대답했다. "포니빌 기상관리비행단 일 때문에 정말 바쁘기도 하고, 그리고......" 여자가 비에 젖은 창문을 향해 몸짓하고 덧붙였다. "또...... 음...... 물론 그것 말고도 입단 테스트 때문에 할 게 아주 많거든."
"웬 입단 테스트?" 스쿠틀루는 멍청하게 눈만 깜박이다가 생각해 낸 듯 들떠서 소리쳤다. "아, 그 테스트!"
"연습하느라 아주 바쁘기도 하고, 그것 말고도 따로 준비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어서 요즘 아주 죽기 일 보 직전까지 가 있더라고."
"음, 뭐, 그럼 트와일라잇이나 레인보우 대쉬는 잠깐이라도 초대할 수가 없다고 했으니—"
"스쿠틀루, 그렇게 고집 부릴 필요 하나도 없단다. 내 친구들이 바쁘게 산다면, 마땅히 그 사실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
"—그럼 래리티를 초대해서 함께 노는 건 어떨까!"
플러터샤이가 부상병의 그것처럼 날카로운 숨을 들이마셨다.
하모니가 좁은 강을 가로지르는 돌 다리 위로 플러터샤이를 가볍게 끌어당기다가 여자를 쳐다보며 물었다. "플러터샤이, 괜찮은 거에요?"
플러터샤이는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내쉬며 숨을 뱉어냈고, 그 와중에도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래리티......" 여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노래와 같았고, 대기는 음색을 흘려내는 플루트의 무리와 같았다. "정말로 좋은 친구였죠."
"래리티와의 기억은 이제 추억일 뿐,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는 듯 말씀하시는군요." 하모니가 자기 앞까지 다가온 플러터샤이를 재빨리 들어올리며 말했다.
강 건너편에선 엄마와 아이가 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었다. 노란 페가수스의 몸이 황동 페가수스의 몸 위에 온전히 얹혀서 그 무게가 그대로 전해졌다. 여자는 말 그대로 가져가지듯 강을 건너가 모녀와 합류했다. "너무 오랫동안 서로 만나지 못했어요." 플러터샤이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갔다. "네뷸라 공주께서 래리티를 보살펴 주셨으면 좋겠는데......"
"래리티가 이퀘스트리아에서 완전히 사라지거나, 뭐 비슷한 일을 당했단 건가요?" 하모니는 옛날 어딘가에서 먹던 수선화 알프레도를 사이에 두고 오간 대화를 문득 떠올리며 웅얼거리듯 물었다.
"그건 대답하기 어려워요. 무엇보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음, 대체 이유가 뭐죠? 래리티는 당신 친구잖아요, 안 그래요?"
"친구죠. 온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플러터샤이가 피로한 듯 잔물결 이는 물을 쳐다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바로 가까이 있던 딩키의 뿔에서 섬광 하나가 쏘아져 나갔다. "래리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 순간부터 래리티는 저에게 호의를 표시했어요. 왜 그랬는지는 짐작할 수가 없지만요. 저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오히려 소중한 보석처럼 대해 주면서도 그 동시에 온갖 사소한 일들을 함께했죠. 자신의 풍부한 지식을 나누고,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어느 때 행복하고 어느 때 두려운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모두. 래리티를 만나기 전에는 얼굴 정도나 아는 지인들과 가끔 만나는 정도였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래리티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믿고 신뢰하는 친구, 그러니까 래리티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친구'가 되어 준 거에요."
"가장 친한 척 하는 친구?"
"히히히...... 음...... 아니에요. '가장 친한 친구'랍니다." 플러터샤이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백하듯 말했다.
"말 그대로 보석 같은 친구를 만났다는 뜻이군요."
"래리티 말고는 그 누구도 저를 그렇게 대해주지 않았어요. 유복하게 자랐으면서 부유하고, 예술적 재능까지 타고난 유니콘 하나만이 저를 그렇게 대해주었죠. 래리티는 그런 것 하나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렇게 너그럽고 열정적이면서 마음도 따뜻한데다 트로팅엄과 포니빌 모두 엄청나게...... 정말 엄청나게 신경을 써 주고 있어요. 얼마 전 포니빌 시의회 최고위원회에 빈자리가 하나 생겨서, 포니가 하나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래리티가 나온다면 기꺼이 표를 줄 거에요...... 음...... 그게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포니빌 최고 동물훈련사의 의견이니......" 하모니가 뒤를 돌아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분명히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거에요."
"그저 희망할 수밖에 없죠." 플러터샤이가 몸을 조금 움찔하며 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 방출된 마법 에너지와의 공명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았다. "래리티를 생각할 때마다, 래리티가 저에게 말을 걸어주던 그 순간마다, 그 아이가 저와 나눈 그 모든 것들이 생각나고, 또 고마워요. 다른 이들은 래리티가 절 만날 때마다 저에게 기나긴 설교만 늘어놓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전 그게 좋아요...... 정말 좋아요. 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너무나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래리티 같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삶의 궤적을 들어주는 것은 그것들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는 거여서 자신감이 생겨요.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에요. 또...... 음......"
"뭔가요, 플러터샤이?"
여자는 한숨짓더니, 난롯가로 시선을 돌리고는 눈을 감고 말했다. "평범해진 기분이 든다고 할까......"
스쿠틀루는 깜짝 놀랐다. 아이가 한쪽으로 오렌지색 머리를 기댐과 동시에, 턱이 떨어지듯 떡 벌어졌다. "잠깐만...... 플러터샤이. 언니도 평범해!"
"아, 스쿠틀루...... 우리 착한 스쿠틀루......" 플러터샤이는 한숨짓더니 지친 듯한 푸른 눈으로 작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평범한 포니라면 그 누구도 나처럼 살아가지 않는단다. 동물들이 아니라 다른 포니들과 더 오래 시간을 보내고, 광풍처럼 밀려오는 숲을 막아내는 일상이 아니라 조용하고 잔잔한 일상을 보내니까."
"우리...... 우리 모두 각자의 재능이 있는 거잖아, 플러터샤이. 아니면...... 내 말은......" 스쿠틀루가 얼굴을 붉히더니 빈 옆구리를 내보이며 말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재능을 찾아냈고. 그리고, 맞아. 재능을 찾아내는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 혼자뿐이지, 하지만 대체 왜 함께할 친구들이 있으면서 오두막에 혼자 남아 있기를 고집하는 건데?"
"그건...... 그건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해서—"
"으! 어른들이 늘 나한테 하는 소리지, 이제 질렸어!" 스쿠틀루가 쏘아붙였다. "플러터샤이, 언니만큼은 나한테 그런 소리 하지 마! 언닌...... 특별하고, 멋진 재능도 가졌고, 또...... 또......"
"스쿠틀루—"
"내가 누구인지, 아니면 내가 언니처럼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으면, 혼자 외로움에 젖어서 뒹굴거리고 있지 않았을 거라고! 될 수 있는 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젠장맞을 파티나 했겠지! 레인보우 대쉬가 늘 그렇듯이! 도대체 왜 언니가 이퀘스트리아 마지막 포니라도 된 것처럼 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 나 같으면 절대 그렇게 안 해!"
"스쿠틀루, 아직 너에겐 살아가면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단다. 그리고...... 그리고 난 나 자신에 대한 것들 때문에 네가 기죽기를 원하지 않—"
"플러터샤이는 내가 기죽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이라도 짐작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네." 스쿠틀루가 초조한 듯 침을 삼키며 말했다. 아이는 카드 더미에서 시선을 올려 용감히, 플러터샤이의 정면을 응시하면서 물었다. "제발...... 말해 줘. 대체 무엇 때문에 집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혼자 지내는 건지."
"가끔은...... 가끔은 타고난 결점을 극복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때가 있단다. 영원히 지고 가지 않는다면 말이야."
"지금까지 한 번도 언니 친구들을 집에 불러 본 적이 없다는 거랑 이거랑 상관이 있긴 있는 거야?"
플러터샤이는 침묵을 지켰다.
스쿠틀루는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창백할 정도로 희게 표백된 비석들이 심장을 찔렀다. 아이는 중력이 줄자로 자신의 영혼을 꿰뚫는 듯한 차가운 감각에 입술을 깨물었고, 그것이 일깨운 땅과 구름 사이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그리고 영원히 그 너머에 새겨져 있을 흰 날개들을 생각했다. "플러터샤이, 마지막...... 마지막으로 언니 가족들을 본 게 언제야?"
"제 가족이라......" 플러터샤이의 나직한 목소리가 쌕쌕거리는 소리를 섞은 채 하모니의 검은 갈기에 와 부딪쳤다. 두 페가수스는 물 흐르듯 녹음의 지붕이 깨어져서 위에서 반짝이는 보라색 별들이 보이는 풀 덮인 언덕 위를 걸어가고 있었고, 플러터샤이 역시 그러했다. "저희 가족들이랑은...... 음...... 아주, 아주 오랫동안 한 번 본 적도, 말을 섞은 적도 없네요......"
"음...... 대체 왜죠?" 하모니가 물었다. "제가 실례를 했다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음, 우선 저는 아주 큰 대가족 출신이에요."
"맞춰 볼게요. 형제가 둘이었나요? 아니면 자매가 둘?"
"아홉 형제가 있었어요."
"와...... 음...... 네......"
"전부 저보다 나이가 많았어요."
"어...... 정말요?" 하모니는 여자의 힘 빠진 몸을 흘끗 쳐다보고 덧붙였다. "아, 이제 뭐가 뭔지 알겠네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저도 짐작이 가요." 플러터샤이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그게 맞아요. 저는...... 음...... 저희 가족에게 있어서는 뜻밖에 늘어난 입 하나였어요. 그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해요."
"무슨 말씀이시죠?"
"음, 우선 제가 남들보다 일찍 태어났다는 사실과 종합해 보면, 저는 제 여섯 오빠들과 세 언니들과 비교할 때 정말 나약한 아이였고...... 지금도 그래요. 대부분이 기상관리팀 비행사로 일하고 있으니까요. 둘은 클라우드데일의 무지개 공장에서도 가장 바쁜 부서에 배치되어 일하고 있어요. 하나는 원더볼트의 백업 멤버고요."
"우와."
"네, 저도 알아요. 당신도 예상하실 수 있겠지만, 제 허약하고 조용한 성격은 저를 제 형제들과 비교해 볼 때 더 별 것 아닌 아이로 보이게 했어요. 다들 비행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오고 있을 때, 전 비참하게도 낙제생이 되어 있었죠. 전부가 클라우드데일 사회에서 우수한 인재로 인정받는 중에, 전...... 음...... 스포트라이트 자리에서 밀려나 숲 속 동물들을 돌보고 길들이는 자리로 만족해야 했죠. 우리 가족 모두, 포니빌에서 스트라토폴리스에 이르는 하늘 위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 와중에 전 구름 위에서 여기로 떨어진, 그 운명의 날 이래로 조용하고, 자신을 드러낼 길 없는 땅 위에서의 삶에 족하고 살고 있죠. 그러니까...... 다른 페가수스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비교해 보면...... 전...... 음...... 전 언제나 평범한 삶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가고 있는 거죠......"
하모니의 호박색 눈동자 위로 쓰레기투성이인 골목이, 버려진 헛간이, 밤으로 가리워진 숲 속이, 포니빌 길가 모퉁이가, 다리 밑이 계통 없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여자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 모든 풍경 하나하나는 스쿠터 뒤로 흘러가며 흐려진 것들이었는데, 그럼에도 마지막 포니의 마음 속에서 그것들은 구름 벽난로보다도, 구름 가닥을 짜내 만든 은빛 침대보다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땅 위에서 사는 페가수스의 삶 역시, 잘못된 건 하나 없답니다." 시간여행자가 플러터샤이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제 생각에는, 가족 전부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은 그것 자체로 당신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플러터샤이, 당신은 당신 자체로 특별하단 말이에요. 포니빌 주민들이 당신을 존중해요. 공주님께서도 당신을 존중하세요. 저를 보내셨던, 그러지 않으셨던 말이죠!"
"아름다운 위로의 말씀과, 그 말씀의 근본이 된 마음 모두 감사히 받을게요, 하모니." 플러터샤이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려 애쓰며 말했다. 여자의 바로 근처에 딩키가 있었으므로, 마력 공명의 반동 때문에 웃음은 찌푸림으로 변질되었다. "하지만 가끔은, 포니빌에서 들려오는 모든 칭찬들과...... 제 친구들의 존중...... 그 모두를 포기해서 우리 가족들의 믿음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면...... 기꺼이 전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수 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와 대화할 수 있을 거고, 수 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아버지를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죠. 슬프지만. 무언가 정말 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니까요. 너무 오랫동안 실망시켰으니까......"
"플러터샤이......" 하모니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정말로 끔찍한 말씀을 하시네요. 당신 가족이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그들의 이기적인 이유로 당신 자신을 비난할 생각을 하니 몸이 다 떨릴 정도에요."
"클라우드데일에서 날개를 달고 태어난 이들 중에서도 좋은 가문으로 대접받는 집안 포니들이, 타고난 연약함 때문에 남은 삶 전부가 버려진, 이상한 가족을 가엾게 쳐다보는 것이 이기적인 건가요? 하모니, 포니빌 친구들의 눈에 저는 수많은 재능을 가진 이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전 제 발로 일어서는 것도 수 차례 실패하고 넘어져 가면서 일어난 여자에요. 전...... 전 그 평가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여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풀이 죽은 채 나직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제 친구들의 말이라도."
하모니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엉긴 단단한 매듭에 뇌와 혀가 묶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말해줄 것은 너무나 많았는데, 그것들을 말해줄 정당성이 부족했다. 여자는 순간 자신이 플러터샤이를 두 개의 무덤 앞으로 인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나는 큰곰자리가 파둔 무덤일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파고 들어가고 있는, 자신이 들어갈 무덤이었다. 가족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그런 무덤. 알 기회조차 없었던 수많은 포니들을 기념하는 비석의 바다에 무한한 조의를 표하던 자의 마지막치고는 아이러니한 최후가 될 것이었다.
생각이 일어난 바로 그 때부터, 플러터샤이의 발굽이 땅에 끌리기 시작했다. 앞을 흘끗 보자, 더피의 발걸음 역시 흐느적거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을 에워싼 밤은 기운이 넘쳤으나, 두 페가수스는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어머님?" 강력한 엔트로파의 허파를 빌어, 하모니가 여자를 불렀다. "더피, 이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바로 저 언덕 너, 너, 너, 너, 너머에 그 동굴들이 있을지 몰라요, 우리 모두 알잖아요!"
"저도 견딜 수 있어요, 하모니." 플러터샤이가 말했다. 하지만 여자의 말은 움찔하고 올라온 고통스러운 울음소리에 밀려나 버렸다. "우리가 지금 당장 걱정해야 할 건 딱 하나, 딩키의 안위에요."
"우리 중 반이 동굴에 도착해서 무언가 해 보기도 전에 지쳐 쓰러지려 하는 마당에, 딩키를 걱정하는 건 지금 이 상황에선 아무 쓸모도 없어요!" 하모니가 큰 소리로 덧붙였다. "쉽시다. 어머님, 제가 말하는 휴식이란 건 여기서 자빠져 자거나 하자는 말이 아니에요.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플러터샤이는 거의 졸도하기 직전이고 어머님 역시 심각하게 지치신 것 같아서 그런 거에요. 제 말에 대한 반박이라면 두 분 모두 하셔도 좋지만, 딩키를 위하는 마음만큼, 실패의 상처 역시 클 거에요!"
"음...... 풀밭을 보니 정말 눕고 싶네요......" 플러터샤이가 숨 섞인 소리로 겨우 나직이 말했다.
"어머님, 제 말 듣고 계세요? 이렇게 쉰다는 뜻이었어요." 하모니가 입을 떼어 말하는 동안, 플러터샤이는 조용히 발을 끌며 봄 묻은 잎사귀들 위로 걸어가더니 바로 몸을 눕혔다.
플러터샤이는 미친 듯 머릿속에서 날뛰는 두통과 씨름하며 무어라 작게 웅얼거리더니, 딩키와 그 뿔이 빛을 내뿜는 자리를 향해 등을 보이며 몸을 말고 누웠다. "너무...... 너무 길게는 안 돼요, 하모니. 아셨죠?" 여자의 목소리는 울며 부르는 노래처럼 들렸고, 눈을 열고 닫는 사이, 그 흐릿한 순간 보이지 않는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오렌지색 그림자 하나가 보인 것 같았다.
하모니는 녹색 불꽃이 어른거리는 두 눈을 힘주어 닫았다. 여자는 마비될 것만 같은 고통의 구름에 몸서리치다가, 다시 호박색 눈을 열어 혼자 누운 플러터샤이를, 얌전하고 평화롭게 두 날개를 접어두고 곤히 잠든 여자를 바라보았다. 반쯤 기절한 채 잠든 플러터샤이 너머 십 미터 떨어진 곳에 더피 후브즈가 근처에 그어진 나무들의 선 위 서슬에 걸쳐진 외로운 바위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여자는 우편물 가방을 풀어두고 있었는데, 가방 끈은 여전히 회색 몸으로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다. 어머니는 가방 주머니에 넣어주었던 어린 유니콘을 두 앞다리로 천천히 꺼내어 자신의 두 발굽 사이 풀밭 위에서 요람처럼 가만히 흔들어 주었다. 아이는 여전히 떨고 있었다.
"아...... 고대의 뱀과 그 위성이여...... 밤의 아이들처럼 홀로 쓸쓸하구나! 흐으으음...... 온실 속 더럽혀진 겨울의 아이들아, 하늘의 목구멍 너머를 들여다보지 말아라...... 으...... 큭......"
고통스러운 한숨에 더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자는 두 사시 눈을 꽉 밀어 닫고는 아무렇게나 떠들고 있는 작은 아이를 더 단단히 잡았다. 아이의 뿔은 눈이 멀 것 같은 강력한 빛을 방출하고 있었는데, 거기 더피의 피부가 살짝 닿자 미세하게 지글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아픈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잠든 플러터샤이의 위쪽에 앉으며, 하모니는 의식적으로 계속 엄마와 딸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으려고 애썼다. 또 다른 비극 하나가 지금 여자의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데는 플러터샤이를 향한 일말의 동정조차도 뒤틀어 떼어낼 필요가 있었고, 그 일은 엔트로파 공주의 힘을 전부 쏟아내야 할 정도로 버거운 일이었다.
"어떻게...... 음......" 마지막 포니가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어머님,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시고 계셨던 거에요?"
"감당한 게 아니에요." 더피가 몸을 떨며 다시 눈을 떴다. 여전히 사시였다. 흐느끼는 듯한 숨결이 그대로 닿는 거리에서도, 어머니의 시선은 아파하는 자신의 딸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무너지고 있는 거죠." 더피가 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전 언제나 무너져 내리고 있었어요. 우리 머핀이랑 있을 때나...... 이 모든 이, 이, 이, 이, 일을 바로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죠."
"어머님, 제발—" 하모니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의 머리 속에 웅크리고 있던 수많은 위선들에 정면으로 부딪치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제발 옛날에는 그랬었다, 라는 어조로 말씀하시지 마세요."
"미안해요." 더피가 몸서리치며 말했다. "지금은 제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래요. 설령 제가 멀쩡할 때라 한들, 저랑 말하는 누군가를 멀쩡한 채 대하긴 힘들어요...... 저랑 말하는, 그 귀찮은 수고를 하는 이들에겐." 여자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몸을 덜덜 떠는 딩키를 안고 가만히 흔들어 주며 밤하늘의 양 끝을 동시에 쳐다보았다. "어떤 생각을 하실지 짐작이 가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아마 몇 년쯤 뒤에 우리 머핀을 그리 보내야만 한다는 법을 담은 규정집들이 캔틀롯에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러니 제가 당연한 처분을 받는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거에요. 어쨌든, 이 아이는 반쪽 페가수스일 뿐이니......"
"어머님......" 하모니가 조용히 소곤거리며 대답했다. "저는 그런 말을...... 제 말은, 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괜찮아요. 딩키가 어떤 아이인지는 저도 아니까. 제가 어떤 여자인지도, 저는 아니까." 더피가 한층 강한 숨을 들이마셨다. 순간 팽팽한 입술 위로 나름의 각오가 보였다. 여자는 자신의 회색 코로 콧김을 뿜어내고는 푸념하듯 말했다. "저에게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매일같이 모...... 모요, 요, 요, 요, 요....... 끔찍한 순간이었던 과거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그것이 딩키를 다시 제 삶 속으로 데려오는 것이라면, 기꺼이 돌아갈 수 있어요."
"따님께서 어머님을 굉장히 사랑하시더군요." 하모니가 말했다. "깊이 존중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떨리는 숨결이 흘러나왔다. "알아요." 더피가 울먹이며 말했다. 여자는 다시 울음을 삼키고는 마력으로 불타는 아이의 이마를 가만히 쓸어주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걸 받을 자격이 없어요......"
"딩키는 어머님을 존중해요......" 하모니가 몇 발짝 발을 질질 끌며 더피에게 다가가며, 다시 힘있게 말했다. 힘을 더욱 실은, 당당한 목소리로, 여자가 말했다. "그러므로 딩키는 어머님께도 똑같은 존중을 받아야 해요."
"전 우리 딸을 존중해요!"
"어머님......" 마지막 포니의 호박색 눈이 가늘어졌다. "마을 포니들 전부, 딩키가 바보가 아닌 걸 알아요. 딩키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고 싶어해요. 아버지가 누군지, 딩키는 알아야만 해요."
슬픈 두 눈이 정확히 하모니를 바라볼 때까지, 더피의 얼굴이 서서히 기울어져 갔다. 샛노란 눈동자 위에 어린 물기 위에 애처로운 별빛이 흐르고 있었고, 그 목소리는 더욱 더듬거리고 있었다. "저 역시, 그이가 누군지 알아야 해요......"
하모니는 여전히 입술을 씹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여자는 이 상황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더피는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다른 이들은 전부 저를 비웃거나, 웃음거리로 삼거나, 제 뒤에서 온갖 지저분한 말을 하는 작자들밖에 없었어요. 제가 무언가를 똑바로 볼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똑바로 들을 수는 있답니다. 그들을 비난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저는 항상 뭔가 다른 걸...... 그 이상의 것을 원하고 있었어요. 솔직히, 평범하든 그렇지 않든 이 세상 살아가는 이라면,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평범'하다는 말이 들렸을 때, 하모니는 잠시 고개를 돌려 등 뒤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던 플러터샤이를 쳐다보았다. 마지막 포니는 지금 이 순간이 셋 클라우드데일 불량품들을 보듬는 순간임을 깨달았다. 속이 좋지 않았다. 여자의 일부는 지금 당장, 여기서 소멸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더피가 계속 말했다. "오 년 전 어느 여름날에, 잘생기고 늠름한 유니콘 청년이었던 그이를 만났어요." 여자의 얼굴은 순간 회색 수평선을 떠가는 난파선처럼, 씁쓸하고도 달콤한 미소 속에 표류했다. "다른 수많은 이들이 저에게 한 마디 말도 건네지 않을 때, 그가 저에게 말을 걸었죠. 저는 그 누구도 꿈꾸지 않을 꿈을 꾸고 있다는 걸, 그이는 말해줬어요." 여자는 자신의 폐 안쪽부터 바깥쪽까지 베어내기라도 하듯 날카로운 숨을 내쉬었다. 부끄러운지 말을 더듬거리며, 여자가 말했다. "당신이 이 이야기에 완벽히 공감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부디 그러지 않기를 바랄게요. 비웃음과 조롱 속에서 혼자 외롭게 살다 보면, 정말로 멍, 멍, 멍, 멍, 멍청한 짓을 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저 역시 외로움이 무엇인지 안답니다." 하모니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걸 무엇이라 부르시든 상관없지만, 저는 절박이란 것이 우리 모두를 바보로 만든다고 생각해요." 여자는 숨을 내뱉으며, 불현듯 떠오른 재 섞인 공기 속을 떠돌던 피 맛과 피 냄새를 생각했다.
"음......" 더피가 딩키의 금발 갈기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어느 날, 제 삶 속 그 잘생긴 사내는 가 버렸어요. 내게 해준 모든 달콤한 말들과, 부드러운 웃음과, 그 모든 거짓말을 가지고." 여자는 마른침을 삼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저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절대로...... 절대로...... 제 삶에 난 커다란 구멍을, 우리 머핀이 채워 주었으니까요. 우리 딸이 쉽게 세상에 나온 건 아니에요. 클라우드데일 병원들은 저를 거부했고, 우리 가족들은 저랑은 말을 섞지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제 안에서 자, 자, 자, 자, 자라고 있던 한 생명을 포기할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제 삶을 돌이켜보면, 저 자체를 세상은 거부했어요. 하지만 저는 아이를 거부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마침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포니빌 시립병원 레드하트 간호사의 도움 아래 아이를 낳을 수 있었죠.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말할 수조차 없겠네요. 페가수스의 몸은 유니콘을 낳기 적합한 구조가 아니니까요. 딩키가 태어난 뒤 며칠 동안 계속 정신을 잃고 있었는데, 그 동안은 제가 죽은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전 죽지 않았죠. 어느 날 아침에 정신을 차리자, 간호사들이 우리 머핀을 제, 제, 제, 제, 제, 제 발굽에 안겨주더군요...... 아이를 봤을 때...... 제가 아이를 봤을 때...... 우리 딸이...... 제 아이가......"
더피의 두 눈이 꽉 닫히며 감겼다. 여자의 어깨가 한 번, 두 번 흔들렸다. 여자는 한 번 딸꾹질을 하더니 낮은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두 눈을 열어 떴다. 노란 눈동자에 고여 떨어지는 눈물의 폭포 너머로, 여자의 시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저, 저, 저, 절 쳐다봤어요. 저를 봤다고요. 그 누구도 똑바로 절 쳐다보지 않았는데, 우리 머핀은 저를 똑바로 보고 있었어요. 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자기 엄마를, 저를, 엄마를." 여자는 악문 이 사이로 숨을 흘리더니, 눈물이 흐르는 두 눈을 젖혀 별들을 바라보며 경련하는 아이의 몸을 자신의 떨리는 회색 몸으로 단단히 안았다. "그제야 알게 된 거죠...... 기적처럼...... 이 세상에 너무나 소중하고 상냥한 이들이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 깊은 아픔을 간직한 숨이 쉬어졌다. "제가 살아온 그 모든 고, 고, 고, 고, 고통스러운 삶 한 순간 한 순간은 제 딸을 제 삶 속으로 데려오기 위해서였고, 그것만으로도 제 삶은 순식간에 가치 있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저 같은 포니도 사랑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가 있을 수 있고...... 제가 그 사랑을 다시 되돌려줄 수도 있다는 것을 증거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하모니는 우편배달부의 훌쩍이는 목소리로 떨리는 공기에 풍화되는 한 덩이 돌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여자는 몸을 떨며 딩키를 풀밭 위에 가만히 내려놓고는, 아이의 경련하는 얼굴을 가만히 쓸어주었다.
"몇 주가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한밤중에 소리를 지르면서 잠에서 깨더군요. 아이가 괜찮은지 보러 갔어요. 악몽을 꿨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옆에서 잘 지켜줄 수 있게, 같이 자지 않겠느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우리 머핀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여자는 두 젖은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악몽은 단순히 뇌가 잠을 자면서 하루 동안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하는 과, 과, 과, 과, 과정이라고 하더군요. 악몽 속 무서운 것들이 실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죠. 우리 아이에게 책을 사다 주고, 똑똑한 아, 아, 아, 아, 아이로 키운 것은 저를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우리 머핀을 위한, 해야 할 일이었죠."
더피는 두 눈을 감고는 깊고 고통스러운 숨을 들이마셨다. 여자는 숨을 내쉬면서 훌쩍이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게 맞는 일이라는 느낌은 없어요." 여자가 울먹거렸다. "악몽 속 괴물들을 물리치는 것은 엄, 엄, 엄, 엄, 엄마의 일이어야만 해요. 하지만 딩키에겐 그럴 필요가 없었죠. 그걸 보고 제가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왔는지 깨달았어요. 제겐 우리 머핀이 필요해요...... 전 딩키를 사랑하고, 딩키가 너무나 필요해요. 매일같이 비웃음과 조롱으로 가득한, 이 거꾸로 된 세상에서 우편물을 배달하지만...... 음...... 제 눈에는 딩키 하나만 보여요. 매일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건 딩키고, 딩키 하나뿐이에요."
"흐으으으으으...... 얼어붙은 대지가 보인다. 불타는 용광로의 전사들, 그 피부 아래 크리스털 기관이 있나니!" 염소자리에 홀려 버린 아이는 흐느끼며 몸을 떨고 있었다. "그것이 일어나고 있다...... 일어나고 있다......"
더피는 고개를 숙여 딩키의 불타는 뿔이 자리한 아이의 이마 위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가 댔다. 어머니의 눈물은 딸 안에 자리잡은 마력에서 나오는 고통과 열기에 한 줄기 증기로 변해 사라졌다. 여자는 얼굴을 들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자신의 금발 갈기를 넘기고는 몸서리치며 말했다.
"엄마니까 이 악몽을 몰아내고 쫓아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어요. 네뷸라 공주님, 제발 구해 주세요. 우리 머핀이 없으면 전 아무것도, 그 어떤 것도 아니게 돼요. 그렇게 되고 제가 도, 도, 도, 도, 돌아가야 할 세상은 차라리 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것이 훨씬 나을 정도로, 그 어떤 것도 똑바로 보질 못하는 눈 먼 세상일 뿐이에요. 그런 곳에서는 살 수 없어요. 조금도, 단 한 조각의 친절한 마음조차 가지지 않은 세상이니까요." 여자는 울먹거리며 초췌해진 자신의 딸의 얼굴을 쓸어주고는, 겨우 몇 마디를 중얼거렸다. "단 한, 한, 한, 한 조각조차 없으니까......"
하모니는 불편한 듯 몸을 꾸물거렸다. 앞날의 황야청소부의 고통스러운 영혼의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의 한 줄기, 한 줄기가 무감각한 엔트로파 공주의 몸뚱이를 타고 꿈틀거렸고, 여자가 가까스로 집배원 여자의 어깨 위에 발굽을 올려두고 나서야 사라져 갔다. "어머님, 제가 친절한 세상을 대신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무언가 소중한 사실 하나는 알고 있어요. 따님이 태어난 것, 그건 어머님의 삶에서 하나의 기적이었겠지만, 그와 동시에 또 다른 기적의 전조, 오늘 밤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런 기적의 전조이기도 할 거에요."
"다람쥐 아저씨, 그건 대체 어떤 기적인가요?"
더피의 말이 끝나고 나서, 하모니가 활짝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딩키가 무사히 살아남는 거죠. 오늘 밤 그 누구의 아이도 죽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어머님의 딸이나...... 염소자리의 아이, 모두."
"부디 다른 캔틀롯 왕궁비서관들도 당신처럼 다른 이를 잘 공...... 공, 공, 공, 공, 공......"
"저 역시 공감에 있어서라면 그리 뛰어난 이는 아닐 거에요." 마지막 포니가 말했다. "하지만 살아남는 것에 있어서라면, 한두 개 주워들은 게 있죠." 말을 마친 여자가 흘린 웃음에 나름의 자부심이 드리워 있었다. 바로 그 때, 숲 속 나뭇가지가 무언가에 밟힌 듯 딱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는 홀로 몸을 돌렸고......
......다급히 창문을 똑바로 흘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저 소리 들었어?" 스쿠틀루는 말을 더듬고 있었다.
플러터샤이는 벌써 네 발굽으로 튕기듯 일어나 서 있었다. 무서울 정도의 강풍이 불어오고 있었고, 여자는 펼쳐둔 카드 게임 판 위를 떠가듯 넘어가더니 독서의자 뒤로 펼쳐진, 빗물에 흠뻑 젖은 밤 앞을 막아선 이중창 앞으로 스스로를 떠밀듯 걸어갔다. 차가워진 푸른 눈동자가 가늘어진 채 검은 유리 너머를 향했고, 에버프리 숲 가장자리를 찌르며 구불구불하게 흘러 들어가는 빗물 줄기 하나하나를 날카롭게 뜯어보았다.
스쿠틀루도 떨리는 다리로 겨우 몸을 일으켰다. 보라색 눈동자가 빛났다. "또 그 창고 때문에 이러는 거지, 그렇지? 뭔가 그 안에 있는 걸 노리고 있는 거야!"
"그건...... 그건 좀 더 지켜봐야 해." 플러터샤이가 깊고, 생각에 잠긴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자는 겁을 먹었다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는데, 표정에 조금도 변화가 없어서 스쿠틀루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곧 알게 되었다. "이 정도로 오랫동안 내리는 비는 익숙지 않단다...... 보이는 게 없으니, 생각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어......"
"그냥 직접 밖에 나가서 밖에 저놈이 뭐가 됐든 겁 줘서 쫓아내 버리고 두 번 다시 못 오게 하면 어때?"
"안 돼." 플러터샤이가 고개를 저었다. 여자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넌 그냥 안에 있으렴."
"치, 또야? 플러터샤이, 내 몸쯤은 나도 알아서 지킬 수 있어. 언니가 쟤들을 쫓아내는 걸 도와 주는 게 그냥 여기 죽치고 앉아서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저 녀석들이 도대체 어떤 녀석들인지, 우리가 누군가를 지금 상대하고나 있는 건지, 확실히 하기 전까지는 절대 안 돼. 여기 있으렴."
"언니가 상대할 수 없는 녀석들이면 어떻게 하려는 건데?"
플러터샤이가 빠르게 걸어가며 자포자기한 듯한 미소를 짓고는 대답했다. "스쿠틀루, 지금 노려보기 마스터를 무시하는 거니?"
어린아이는 포기한 기색이 없었다. 아이는 툴툴대며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 "저 소리 때문에 내 반만큼도 놀라지 않은 척 할 생각은 그만둬."
"음......" 플러터샤이가 특유의 소심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우리 둘 다 겁 잘 먹기로는 수준급이지만, 스쿠틀루, 우리 둘에게 있어서 그걸 조사하는 일은 내 일이고, 나 혼자만의 일이어야만 해."
"하지만 왜? 난 도와 주지조차 말라는 거야?"
"스쿠틀루, 오늘 하루 내내 계속 얌전하게 있었잖니. 이제 갑자기...... 음...... 그렇게 버릇없게 굴면 안 되지 않겠니."
어린아이는 자신의 죄책감을 건드리는 이를 향해 겨우 한쪽 눈썹만 치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러터샤이는 앞문을 밀어 열고는 결심한 듯 빗줄기 너머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여자는 살짝 몸을 떨고 말했다. "내가 나와도 좋다고 널 부르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 이 집을 떠나지 말렴. 내 말 이해하겠니?"
"하지만 플러터샤이—"
"창고를 지키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란다. 내 생활비를 얻는 바탕이 되는 일이야. 금방 돌아올 테니......" 여자는 튕기듯 뛰어나가며 문을 홱 밀어 닫고, 어둡고 축축한 너머의 세상으로 달려갔다.
"흠......" 스쿠틀루는 얼굴을 구기며 두 앞발굽을 포개고 중얼거렸다. "플러터샤이, 무언가 얻을 필요가 있는 건 언니 혼자만이 아니야." 아이는 씩씩거리며 독서의자 쪽으로 걸어가 자신의 오렌지색 얼굴을 유리에 딱 붙이고는, 그 조그맣고 독특한 집을 검은 장막으로 둘러싼 채 내리는 빗속을 쏘아보았다. 미친 듯 내리는 빗줄기에 뒤틀리고 부서진 공기가 흔들려서, 창백한 별빛의 반그림자에 부딪혀 부서진 그림자의 환영 몇 조각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바로 그 때, 스쿠틀루의 심장이 순간 멈추었다. 무언가 소리를, 아니면 그 소리의 메아리를 들은 것이다.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는 무언가 쿵쿵 두드리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두워진 마당의 왼편에서 무언가 잽싸게 튀어나가서...... 비에 젖은 지평선으로, 더욱 어두운 오른편으로 달려갔다. 무언가 출렁이는 소리가...... 아주 깊고 낮은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곧 끝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의 날카로운 소리만 들려왔다.
"으으...... 진짜 이상해......" 아이의 반은 몸을 떨었고, 나머지 반은 변덕스레 신이 나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아이의 보라색 눈이 오가는 유리창 뒤에 벽난로의 불빛이 딱딱 소리를 내며 타고 있어서, 희미하게 아이의 얼굴이 그 위로 비쳤다. 적응해 보려고 두 눈을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두 귀가 쫑긋거렸다. 몇 분 동안 지루한 관찰의 시간이 지나간 끝에, 다시 몇 번 출렁이는 소리와 걸음소리, 낮은 숨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가 그 모든 것을 묻어 버렸다.
숨결과 숨결 사이 평온한 밤 빛이 비치는 동안, 스쿠틀루는 에버클리어를 생각했다. 땅 속으로 파고들어간 갱도가 한 마리 뱀의 창자가 되었고, 메마른 몇 덩이 바윗돌처럼 떨어져 영원히 빠져나올 수도 없을 수많은 포니들이 떠올랐다. 스쿠틀루는 그들의 영혼을 집어삼킨 그 갱도를 생각했다. 아이는 플러터샤이를 생각했고, 꽃들을 생각했고, 욕실 거울 앞에서 한쪽 발굽을 든 채 서 있을 때, 그 너머 서 있을 이의 영혼을 느끼고 있을 때, 내일이라는 수수께끼를 위해 마련된 공허의 차가운 입맞춤을 받고 있을 때 환영처럼 자신을 감싸던 어둠의 윤곽 같던 그림자를 생각했다. 집 없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살아가던 수 년 동안, 스쿠틀루는 물건을 훔치기만 했지 얻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이는 아마도 온 이퀘스트리아를 통틀어 가장 고독한 영혼일 것이었고, 거울 위 불투명한 그림자가 자신을 삼키게 내버려두는 한 절대 큐티마크를 찾을 수 없을 것이었다.
아이는 이번 일만큼은 조금 다르게 해 보려는 생각이었다. 플러터샤이가 아이에게 당부하고 나간 말이 있었으나, 그 당부는 다른 접근법까지, 더 큰 용기로 나아가야 할, 더 어렵고 초라한 방법까지 막지 못했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포기하는 것으로, 자신의 품위를 버리는 것으로, 온갖 소음으로 가득한 어둡고 축축한 밤 속으로 무작정 뛰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스쿠틀루는 무언가 포기하는 것이 무서웠으나, 그 결과를 끌어낸 것은 플러터샤이였다. 스쿠틀루의 한 단편은 기꺼이 그것을 받아낼 의지가 있었고, 그것은 아이가 지금 욕지기를 느끼는 만큼 동시에 축복받았다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신을 초대해 준 집 주인을 위해서, 스쿠틀루는 자신이 늘 부정해 왔던 자신의 재능 하나를 꺼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습이 좀 필요할 것 같았는데, 그 와중에 큐티마크가 아니라 피를 보게 될 수도 있었으나, 해야 할 일이었다. 스쿠틀루는 보이지 않는 용기의 날개를, 오직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해야 했던 외로운 삶에서 아이를 지켜 준 유일한 방패를, 그와 동시에 삶의 아름다운 부분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둔 방벽을, 비 오는 오후에 들려온 아름다운 목소리에 담겨 온 그림자를,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힘으로 얻어낸 것들을 활짝 열어 펼쳤다.
"휴...... 좋아. 한 번 해 볼까." 아이는 절반을 미소로 채우고 나머지를 조소로 채운 미소를 지으며 다리를 쭉 뻗어 비에 젖은 채 삐걱거리는 창문을 밀어 열었다. 깊은 숨을 한 번 들이쉰 뒤, 스쿠틀루는 비가 쏟아지는 세상 속으로 뛰어나가 빗물이 흥건한 풀밭 위에 물을 튀기며 착지했다.
발이 땅에 닿자마자 오렌지색 망아지는 몸을 떨었다. 바깥이 얼마나 추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에 더 지독한 폭풍이 왔을 때는 잠만 자고 있었지만, 오늘 저녁은 어딘지 달랐다. 번개 치는 밤 속으로 아이가 날쌔게 달려갔고, 따뜻한 벽난로를 배경으로 옆구리에서 떨어진 카드 더미들은 아득한 별빛처럼 흩날렸다.
아이는 가늘어진 눈으로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분홍 갈기가 이미 젖어 힘없이 목을 덮은 채 번들거리며 늘어져 있었으나, 아이는 몸을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의 발걸음 소리가 아닌 소리를 들은 탓이었다. 그것은 플러터샤이일 수 있었고 아닐 수도 있었다. 그 다음 순간 들려온 것은 천둥 소리, 아득하지만 우르릉거리기는 마찬가지인 소리뿐이었는데, 그 순간 삭막하기 그지없는 에버프리 숲의 뒤틀린 뼈대를 이루는, 나무 이빨을 드러낸 깊고 어두운 숲 너머에서 몇 줄기 섬광이 번쩍거려 질척이는 길을 비추었다.
광기와 모호성만이 사방을 채우고 있었다. 아이는 불안하기보다는 오히려 피로했다. 아이는 결심한 듯한 숨과 함께, 차가운 비를 맞으며 돌아서서 북쪽으로, 집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 바로 그 곳으로.
창고는 오두막 창문 너머에서 흘러온 빛의 가장자리 위에 색 바랜 나무로 지어둔 이글루처럼 아이 앞에 우뚝 서 있었다. 흠뻑 젖은 채 다급히 달려오던 아이의 흔들리는 시선 안에서도 그 모습은 온전하게 드러났다. 스쿠틀루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완벽하고 철저하게 터무니없다는 것에 겨우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아마 이 모든 것은 나뭇가지가 떨어지면서 난 소리 때문에 플러터샤이가 밖으로 나선 것이고, 창문 너머를 들여다볼 때 들었던 철벅거리는 소음은 비에 젖은 플러터샤이가 집 주변 어둠 속에서 빙빙 돌며 헤매는 소리였던 것일 터였다. 말 그대로 흙탕에 젖은 이 소동이 끝나고 나면, 둘은 길게 웃으며—
스쿠틀루는 진흙탕 위로 미끄러지며 몸을 멈췄다. 흙탕물이 사방에 튀었다. 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창고의 나무문을 흘끗 쳐다보았다. 문틀의 빛 바랜 나무껍질 위로 몇 곳 그어진 자국이, 발톱 자국이 나 있었는데, 피 고인 상처처럼 깊숙이 파여 반쯤 쪼개진 자리에 빗물이 고여 있었다.
그 흔적이 던져준 공포 때문에 스쿠틀루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바보 같은 실수 때문에, 그 바보 부랑아가 그에 맞는 멍청한 최후를 맞게 되었다는 수치심 때문이었다. 빗물에 젖은 갈기가 곤두선 바로 그 때, 뒤편에서 깊고 낮은 숨소리가 아이 주변에 고인 온 물웅덩이를 흔들어 깨우며 일어섰다. 스쿠틀루는 소리 없는 욕설을 퍼부으며 몸을 돌렸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한 줄기 번개가 내리쳐 번쩍였을 때에야, 비로소 보였다. 좀더 정확히 해두자면,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희게 질린 얼굴이 수십 번 상아색 무언가에 스쳐 깜박거렸다. 면도날처럼 시퍼런 서슬을 드러낸 날카로운 이빨들이 희게 번들거리며 줄지어 선 채 아이를 똑바로 겨냥하고 있었다. 곧 번개의 궤적이 사라지며 빛이 모습을 감추었을 때, 아이는 더욱 깊어지고 길어진, 날카로운 포효 소리 앞에 몸을 떨며 어둠 속에 갇혔다.
마지막 포니의 두 호박색 눈동자가 급히 열렸고, 자신도 모르는 새 낸 헉 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여자는 십 분 동안 조용히 명상하듯 눈을 감았을 때와 같은 풀 덮인 고원 위로 흐르는 보라색 별빛들에 눈만 깜박거렸다. 플러터샤이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는데, 고통스러운 발작처럼 올라오는 무서운 고통에 그 노란 몸이 가끔 경련하듯 씰룩거리고 있었다. 더피는 창백한 돌덩이 하나에 기대어 두 눈을 감은 채 앉아 있었는데, 잠시 잠이 든 듯 몸이 천천히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딩키는 자신의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고, 조금 전과 변함없이 의식이 없었다.
"으으으으...... 하늘이 붉게 물들어갈 때, 대지는 피를 흘리리라. 다시 한 번 칠흑의 시선이 돌아오리라. 별들이 녹아 사라지리라. 아아......"
하모니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황동색 발굽을 들어 두 눈을 비비며, 해야 할 일이라는 듯 회색 잿더미와 눈으로 뒤덮인 마음의 벽 위를 덮은 비 내리던 그 날 밤의 기억을 씻어냈다. 지금 이 순간...... 지금이자 과거인 지금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꼬마, 다시 봤어." 여자는 탁한 에버프리 숲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중얼거렸다. "비정상들 한가운데 섞인 유일한 정상. 이 숲 안에서 그나마 말이 통할 만한 포니는 너밖에 없을 거야. 네가 하는 말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은 나오겠는데."
"그가 너에게 다가왔던 모습과 같은 부류가 되지 말아라, 지금까지 달려왔던 것과 같은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야 한다!"
"자, 내가 말한 대로네." 하모니가 피곤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플러터샤이를, 그 부드럽고 지친 몸뚱이를, 언젠가 빗물과...... 눈물로 잠겨 죽어가던 한 칠흑 같은 밤 너머로 달려가던 그 무기력한 네 다리를 쳐다보았다.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것들로...... 수많은 책을 쓸 수 있겠지. 나 자신과...... 내가 된 것들만 가지고도." 여자는 코 밖으로 무거운 한숨을 뿜어냈고, 다시 일어난 두통에 이마를 찌푸렸다. "하지만 추모라니, 스파이크? 그건 너무...... 그건 너무...... 해. 난 못 해. 난 이 짓은 더는 못 하겠어—"
"야, 꼬마야. 내가 죽으면 세상이 덜 쿨해지는데, 내가 순순히 죽어 줄 것 같니?"
하모니는 순간 얼어붙었다. 느리지만 싸늘하게, 여자의 황동색 머리가 돌아가 뿔에서 빛을 뿜는 유니콘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불현듯 여자의 두 호박색 눈동자가 황무지를 영원히 비출 두 개의 태양처럼 빛났다.
"네가 죽게 내버려두면 욕을 푸짐하게 먹을 게 뻔하거든!" 딩키의 입술이 상아빛으로 번쩍이는 한 쌍의 눈 아래에서 움직였다. 바람처럼 빠르고 멋진 목소리가 아이의 목을 타고 나오고 있었다. "쫄지 말라고. 한 30분 있다가 돌아올 테니까. 알았냐?"
십 초쯤이 지나고 나서야, 마지막 포니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여자는 몸을 떨며 아이처럼 다리를 절뚝거리며 잔디밭 위를 천천히 걸어 다가가기 시작했는데, 그 두 눈은 티타늄 못처럼 아이의 번쩍이는 뿔에 가 박혀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뿔이 고동했다.
"그 모습은 네 것이 아니다......" 딩키가 발굽을 더욱 굽혀 자신의 회색 배를 더욱 꽉 안으며 으르렁거렸다."그건 네가 써도 되는 모습이 아니란 말이다!"
"방금...... 방금 대체 뭐라고......" 하모니가 말을 더듬으며 초라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류. 포니들 눈에는 그럴 거라구, 생각허고 있었어유." 딩키가 경련하고 몸을 떨자 희미한 목소리가 날리며 몸 밖으로 내왔다. "브루스는 알......"
하모니는 흔들리는 동상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여자는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넌 대체 누구......"
"쉬이이이......" 차갑고 거친 목소리가 끈적하게 비웃으며 말했다. "빈 엉덩이야, 대체 무슨 생각을 그리 하니?"
"너......" 하모니가 얼굴을 찌푸렸다. "......대체 뭐야? 딩키의 몸을 빌어서 뭘 어쩌려는 거야?"
"선의 천사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구나, 하모니." 그윽하고 아름다운 어조에 슬픔과 기쁨이 동시에 어린 목소리였다. "내가 한 번 소리쳐 부른 적 없는 존재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하모니의 숨이 갈수록 가빠져 가고 있었다. 염소자리 들린 아이의 빛나는 뿔과 가까워 갈수록, 쳐다볼수록, 녹색 불꽃이 피어올라 몸을 서서히 먹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여자는 순간 세상이 당장 아래쪽부터 빙빙 돌아 검은 가시숲과 가시, 가시, 가시, 가시로 가득한 세상으로 바뀌기라도 하듯 날카로운 숨을 내뱉었다.
"흐으으으윽...... 오, 오, 오, 오닉스 이클립스. 무자비한 별들의 죽은 열쇠구멍 너머에서, 오닉스 이클립스가 다가오고 있다."
하모니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여자는 끝없이 펼쳐진 이퀘스트리아 별자리들의 보라색 연무를 쳐다보았다.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고는 곧장 아이에게 공포에 질린 시선을 던졌다. "뭐라고?"
"그녀의 아이들의 모든 빛을 앗아갈 것이며......" 딩키의 뿔 밖으로 한 줄기 섬광이 뿜어져 나가 검은 밤 너머로 사라졌다. "그 모든 요람을 혼돈의 화염으로 태워 씻어낼 것이."
"넌 누구야?" 여자는 다시 한 번 별들을 쳐다보고는, 비록 조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유니콘 아이의 빛나는 얼굴을 쳐다보며 소리쳐 물었다. "오닉스 이클립스는 대체 뭐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해?" 순간 목소리가 깊게 울리며 들려왔다. 눈물이 말라 날아갔다. "아직도 모르겠어? 나는 내 어머니를 죽였어."
걸귀 들린 트롤 한 마리가 하모니의 살을 찢고 튀어나왔다. 여자는 날카롭게 으르렁거리며 두 떨리는 발굽으로 딩키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흔들었다. "이 망할 자식아, 말해! 너 누구야? 저 염병할 별들 사이에서 대체 뭘 본 건지 말하라고!"
딩키는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밝게 빛나던 두 눈이 뒤집혔고, 다시 한 번 가냘픈 울음소리가 흐르더니 곧 갈라지는 목소리가 나왔다. "저들을 위해 살려는 게 아니야! 하모니, 너를 위해서만 살고 싶다고—!"
"온 이퀘스트리아가 불길 속에 불타야만 하는 이유가 뭐야?" 하모니가 소리쳤다. 두 눈은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노랗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여자의 뒤에서 뒤채었다. "왜 내가 아직도 안 죽은 건데? 왜 나 빼고 모두가 죽어 버린 건데? 이유가 뭐야, 젠장, 이유가 뭐냐고!"
딩키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의 노란 갈기 위를 회색 잿가루가 쓸고 지나가자 마시멜로 같은 흰색과 라벤더 색으로 물들었다. "우리 큐티마크만 있으면, 온 이퀘스트리아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을 거야." 스위티벨이 더듬거리며 덧붙였다. "우리, 소화하는 데 위장 쓰는 거 맞지?"
(역주: "With our cutie marks, we'll rock Equestria. We use our stomachs to digestia?"로, 이퀘스트리아와 발음을 맞추기 위해 digest를 다이제스티아로 바꾼 말장난)
하모니는 녹색 거품 속에서 몸을 떨었다. 여자의 두 눈이 호박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곧 보라색으로—
"하모니?"
여자는 몸을 돌려 흩어진 카드가 널린 카펫 건너편을 흘끗 바라보았다. 플러터샤이가 벽난로 위편 돌 벽에 검은 가시덩굴로 매달려서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은 거에요?" 그녀의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는 클라우드데일에서 떨어져 내리던 시신들처럼, 빗물에 젖은 창 너머로 잠겨 사라졌다. 에버프리 숲을 덮치고 비밀 저장고의 검은 문살에 와 부딪치는 불길의 파도처럼, 달이 무너져 부서지고 있었다. 그 뒤에서, 오렌지색 망아지를 향해 새된 소리를 지르며 날아오는 회색 그림자 하나가 있었다.
마지막 포니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순간, 발굽이 벼락처럼 얼굴에 날아와 부딪쳤다. 온 세상이 월안 마법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하얗게 변했고, 여자는 완전히 쓰러져 풀 덮인 고원에 널브러지기 전까지 뒤로 날려갔다. 누운 여자 위로 보라색 별빛이 보였다. 주먹을 날린 더피는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몸 떠는, 염소자리 들린 아이를 가슴에 안으며 시간여행자를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당신 미, 미, 미, 미, 미쳤어?" 어머니의 비난이 떨어졌다. 더피의 찌푸린 눈길이 황동색 페가수스의 양 옆에 노란 운석처럼 떨어졌다. "우리 머핀한테서 떨어져. 내 말 이해해?"
"딩키가 한 말 들었어요?" 하모니가 감각 없는 네 다리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창백한 두려움이 묻어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들었냐고요!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까 쟤가 한 말 들은 포니 있냐고요!"
"내 딸 아픈 거 안 보여! 이렇게 소리 질러 봤자 하나도 안 나아지니까 좀 조용히 해!"
순간 천둥처럼 깊게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긴 목소리가 대기를 감싸며 녹색의 세상을 뒤흔들었다. "음...... 저기요......?" 플러터샤이가 뒤편에서 말을 더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제발, 딩키와 한 번만 더 이야기를 하게 해 주세요!" 하모니는 다리 하나를 길게 뻗어 상황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도 몸을 계속 떨고 있었다. "무언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해요!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를 더 들어 봐야 해요!"
"이제 됐어! 내가 아주 잠깐이었다지만, 당신을 믿었다는 것 자체가 난 이해가 안 돼!"
"절 믿었다고요? 어머님, 전 지금 따님을 구하려고 이러는 거에요! 플러터샤이처럼요! 두 분 모두 지금 엄청나게 당혹스러운 건 알지만, 부탁드려요. 저를...... 아니...... 음..... 캔틀롯 왕실을 위한 일이에요. 그저 잠시만—"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풀 잎사귀들이 흔들렸다. 플러터샤이가 네 힘없는 다리로 일어서며 다시 한 번 나직이 말했다. "저기, 두 분 모두 부디 조금만—"
"그게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위한 일이라 해도 상관 안 해!" 더피가 얼굴을 찌푸렸다. "저리 떨어져! 농담 아냐! 당신이 친절한 포니라 생각했었는데! 내가 멍, 멍, 멍, 멍, 멍, 멍청했지! 아니, 늘 멍청했지!"
"아 젠장, 더피, 이건 망할 단서를 찾는 일이라고요! 난 당신 편이에요!"
"그럴 리가! 전에 거기 속아 넘어갔었는데! 두 번은 안 돼, 다람쥐 아저씨—"
"포니라고요! 포. 니. 라고요!" 하모니가 더피의 비틀거리는 얼굴을 향해 찌르듯 소리쳤다. 여자는 회색 여인의 사시 눈 앞에서 두 앞다리를 마구 흔들어 보이며 외쳤다. "발굽 안 보여요! 도토리 주우러 다니라고 달아놓은 부위가 아니라고요, 이 루나 공주님이 내려올 때 잊고 내려온 직소 퍼즐 같은 양반아! 이 빌어먹을 놈의 발굽, 똑바로 들여다봐요! 플러터샤이, 얘기 좀 해 줘요! 저 여자한테 이게 망할 놈의 발굽이라고 얘기 좀 해 달라고요!"
"음...... 그게 망할 놈의 발굽이라는 건 확실해요."
"그거에요! 똑바로 들었어요?"
"하지만...... 음...... 두 분, 잠깐만 말다툼을 멈춰 주시면—"
더피가 쏘아붙여서 대답했다. 울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내 확신하는데, 당신이 지금 여기 있는 건 플러터샤이를 겁주고 싶어서 그런 거야. 우리 머핀이 죽던지 살던지, 하나도 관심이 없, 없, 없, 없, 없지!"
"어머님." 하모니가 으르렁거리며 답했다. "제가 전에 약속했던 거, 들으신 거에요, 안 들으신 거에요?"
"멍청이 하나 기분이라도 좋아지라고 했던 것뿐이잖아!"
"난 친절하게 대하려고 했던 것뿐이야. 편지봉투에 코나 푸는—"
"여보세요!" 플러터샤이가 갑자기 둘 사이로 절뚝거리며 걸어와 끼어들며 노란 발굽을 들어 가리키며 악을 썼다.
하모니가 흘끗 내려다보며 말했다. "땅이 대체 뭐가 어쨌—으앗!"
귀를 찢는 듯한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들이 밟고 서 있던 땅이 터져나갔다. 페가수스 셋 모두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딩키의 비명이 에버프리 숲의 밤을 찢어냈지만, 땅 밑에서 무언가 하얗고 거대한 무언가가 미끄러지듯 올라오며 내지른 우레 같은 포효 소리에 묻혀 버렸다. 놈이 기어 올라오며 휘두른 꼬리에 풀밭이 찢겨나갔고, 가죽질의 거대한 짐승 하나가 걸신들린 듯 은하수처럼 희고 번들거리는 눈으로 당황한 채 버둥거리는 포니들을 쏘아보았다.
"저건 대체 뭐야?" 더피가 말을 더듬었다.
플러터샤이가 숨을 헐떡이며 낑낑거렸다. "세상에! 세상에...... 우리가 영역을 침범하고 있었어요!" 여자는 마른침을 삼키며 마력 때문에 힘이 빠진 다리를 겨우 들어 그 괴물을 가리키려 애쓰며 말했다. "이건 상아선충이에요!"
"그야 당연히 그렇겠죠!" 하모니가 으르렁거리며 대답했다. 황동 페가수스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득 담아, 무자비한 속도로 공기를 가르고 똑바로 돌진하며 발굽 하나를 쭉 뻗었다. "지금 저 녀석 안아 주려고 날아가는 거 아니니까 안심들 해요!"
"안 돼요!" 플러터샤이가 헉 소리를 내며 말했다. "너무 커요—"
거대한 도마뱀이 밴시의 울음소리 같은 비명을 내지르더니, 백팔십 도 회전하며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삼나무 하나 정도 되는 꼬리로 시간여행자를 강타했다. 다급한 소리와 함께 하모니의 몸이 고무공처럼 튕겨져 나와 뒤로 날아갔다. 여자는 땅에 부딪히고도 한참을 더 미끄러져 길고 깊은 흔적을 남겼는데, 그렇게 도착한 곳은 깜짝 놀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던 더피 옆이었다.
"네뷸라 공주님 세상에! 괜찮아요?"
"네......" 하모니의 흔들리는 시선 위로 녹색 불꽃이 어른거렸고, 여자는 쉿 소리를 내며 말했다. "복슬복슬한 꼬리를 깔고 앉아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마지막 포니가 다시 네 다리로 버티고 서며 말했다. "저 빌어먹을 도롱뇽 자식이 어디서 왔는지, 그것만 말씀해 주세요! 저 꼬리를 주둥이에 집어넣는 방법이 뭔지, 똑똑히 보여 줄 테니—"
"플러터샤이!" 더피가 갑자기 소리쳤다.
하모니가 더피를 쳐다보더니, 이내 둔덕 위 창백한 돌덩이 쪽으로 다급히 시선을 옮겼다. 얼굴이 푸르게 질렸다. "에포나 공주님 맙소사......"
플러터샤이가 외로운 돌덩이에 깔려 숨을 헐떡이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여자의 크고 푸른 눈동자 위로 상아선충이 그 큰 몸뚱이를 끌고, 포효하면서 다가가는 모습이 비쳤고, 놈의 창백하고 번들거리는 가죽은 한 줄기 번개가 스치고 지나가......
......밤의 두꺼운 장막에 구멍을 뚫어, 어린 스쿠틀루보다도 훨씬 큰 번들거리는 주둥이를 드러냈다. 낮게 깔리며 울리는 숨소리가 음흉한 입가에서 흘러나왔고, 침 흘리는 주둥이에는 바로 앞에 선 망아지가 비치는, 번들거리는 두 눈의 시커먼 그림자가 어려 있었다.
오렌지색 망아지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그대로 서서 밤의 폭우에 깊이 젖어 가고 있었다. 아이의 뒤에는 플러터샤이가 쓸 귀중한 물건들을 발톱 자국 난 몸으로 품고 있는 창고가 있었다. 스쿠틀루도 그걸 알았다. 그것 하나 때문에, 아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삶의 궤적 안에는 아이가 받을 만한 것들이 아주 적었고, 스스로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것들은 그보다도 훨씬 적었다. 아이 자신에게서 뽑혀나간 자리처럼, 입을 쩍 벌린 채 남아 있는 그 구멍처럼, 모든 것이 공허하다는 것이 아이에겐 평범한 것이었다. 그 구멍들은 땅 깊숙이 파인 구멍처럼, 빈 갱도처럼 길게 남아 썩어 들어갔다. 흰 날개와 그 옆에 쓰인 이름들과 잠자는 아이의 숨소리 사이마다 들려오는 흐느낌 사이에서 공허한 노래를 부르며.
놈의 주둥이가 살짝 벌어져 열렸고, 곧 뜨거운 숨을 내뿜으며 쩍 벌어졌다. 스쿠틀루는 그 공허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두운 방 안에서 거울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아이는 바로 앞에 고여 있던 물웅덩이에서 나뭇가지들을 천천히, 계속 건져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행동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스쿠틀루는 이를 악물어 대강 만든 도리깨를 단단히 잡았다. 나뭇가지는 자신이 부수어 버린 파란 탁자처럼, 바로 다음에 자신이 내던져 부수어 버릴 그것보다도 더욱 가치 있고 소중한 그 물건처럼 단단하고 괜찮은 물건이었다.
아이는 마지막으로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를 생각했고, 그 생각을 곧장 한쪽으로 몰아가 자리를 비워둔 뒤 자신의 눈 앞에 떨어진 악몽을 그 자리에 대신 채우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리고는 집중된 화력으로, 어둠 너머에 있을 괴물의 정면을 향하여 달려들었다.
※ 얼개에서 언급된 부분들을 옳게 수정. 당시에는 누가 말하는지 정보가 없어서 신적 존재가 말한 것이라 가정하고 옮겼습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얼개 보고 나서야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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