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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Forever Faithful

by Mergo 2023. 7. 18.

Forever Faithful

 

by Konseiga

 

 

Forever Faithful

The best students are always faithful...even in death.

www.fimfiction.net

 

 

셀레스티아 공주가 이퀘스트리아의 공주로 옹립된 후 지금까지 살아오는 평생 동안 온갖 일을 다 겪었지만, 이렇게까지 슬픈 일을 당한 적은 없었다.

투명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낮, 포니빌 주민들은 길게 늘어지는 예복부터 시작해 온갖 종류의 옷을 걸치고 모여들었다. 하나같이 새까만 색이었다. 도처에 늘어선 건물들마다 검은 깃발을 휘감았고,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던 도서관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셀레스티아 공주가 예상했던 대로, 트와일라잇의 다섯 벗들은 더욱 힘겨워하고 있었다. 가장 앞의 자리는 살아남은 다섯을 위한 자리였다.

레인보우 대쉬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고 짓물러 있었고, 얼굴은 눈물로 젖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입은 굳게 다물어져 미동도 없었다.

애플잭은 멍하니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굴러 떨어진 눈물이 땅에 부딪쳐 부서지는 소리만이 침묵을 깨는 유일한 소리였다.

플러터샤이는 발굽에 얼굴을 파묻고 조용히 흐느껴 울고 있었고, 옆에는 엔젤이 앉아 있었다.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표정만 짓고 다니던 그 토끼의 얼굴에는 이제 바닥을 알 수 없는 슬픔만이 어려 있었다.

래리티는 고개를 저으며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됐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됐는데......"

 

핑키 파이는 완전히 기가 죽어 있었다. 꼬리에 매단 검은 풍선 하나가 바람에 날리며 건들거렸다. 분홍 갈기와 솜털로 유명한 여자는 울지도, 혼잣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진행되고 있는 절차를 똑바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검은 예복을 갖춰 입은 사내 여섯이서 관을 짊어졌다. 검은 나무로 짠 관이었다. 사내들의 시선은 아래로 고정되어 있었다. 관의 가장자리마다 분홍색 육망성 문양이 찍혀 있었다. 장례 행렬을 인도하는 것은 스파이크였다. 꼿꼿하게 쳐든 얼굴 위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셀레스티아 공주를 본 스파이크가 잠시 장례 행렬에서 이탈해 공주의 곁에 가 섰다.

셀레스티아 공주가 스파이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섯 사내들이 조심스레 관을 내려놓았다. 여섯 중 하나가 앞으로 다가가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자세로 땅을 긁었다.

 

"트,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만인의 귀감이었고......" 사내는 말을 더듬었다.

레인보우 대쉬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단박에 말을 끊었다. "꺼져. 사지를 끊어놓기 전에." 그녀는 그렇게 으르렁거리며 어느 한쪽을 가리켜 보였다.

여섯은 꽁지가 빠져라 그대로 줄행랑을 놓았다. 레인보우 대쉬는 욕설을 중얼거리더니 운집한 인파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어제, 우리 모두의 친구 한 명이 영영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고," 래인보우 대쉬가 입을 열며 다른 네 명의 친구들을 가리켰다. "말하는 것은 바르지 않은 일이겠지. 어제는, 포니빌이, 아니, 온 이퀘스트리아가, 평생 가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그런 친구를 떠나보내고 만 날이야. 클라우드데일의 통제를 벗어난 폭풍우 때문에 말이지."

레인보우가 훌쩍였다. "트와일라잇은 대충 덮어놓고 믿는 부류가 아니었어. 시간이 빌 때마다 그 과학인가 뭔가를 파고드는 똑똑이였지. 이거 순 헛똑똑이 되려고 작정한 거 아니냐고 놀리고 그랬는데......" 레인보우 대쉬는 말을 멈추고, 치솟는 울음을 삼켰다. "걘 항상 남이 뭐 필요한 게 없나, 내가 도와 줄 게 없나 살피던 녀석이었어. 누가 부탁하면 바로 발굽 내밀 녀석이었다고."

애플잭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모자를 집어 들고 터벅터벅 걸어가 레인보우 대쉬의 곁에 섰다. 그리고는 자기 모자로 관을 덮어주고 조용히 말했다. "나보다도 정직한 아는 야 말고는 없을 기다. 야가 힘이 세지 못헐지는 몰러두, 아무리 작은 일에두 정직할 사람은 맞어."

플러터샤이가 둘 곁에 가 서더니, 인파를 향해 말했다. "트와일라잇이 포니빌에 처음 왔을 때, 걔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플러터샤이는 몇 번 심호흡하여 호흡을 가다듬은 뒤에야 말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금방 친해질 수 있었지요. 제 평생 그렇게 친절한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어요. 트와일라잇은 자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했어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트와일라잇의 꿈이었고, 누구라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우려고 했죠."

래리티가 가세했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하든, 트와일라잇은 들어 줬어요. 우리가 아무리 쓰잘데없고 사소한 얘기를 하더라도 들어 주었죠. 우리가 무슨 말을 하든 끝까지 들어 보고, 우리에게 필요한 조언을 주었어요. 살면서 두 번 다시 그런 사람은 없을 거에요."

핑키 파이가 비척거리며 관으로 다가갔다. 모여든 인파와, 그 앞에 선 친구들을 뒤로 하고 관 옆에 가 앉았다.

"트와아아아아아아아일라아아아잇! 일어나 빨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핑키 파이가 관을 두들기며 울부짖었다.

"아, 핑키......" 래리티가 조용히 말하며 핑키 파이를 안아 일으켰다. 핑키 파이는 래리티의 품에 안겨 통곡했다.

"대체 왜? 왜 얘가 죽었어야 했는데?" 핑키가 울며 소리쳤다. 래리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핑키의 등을 두드렸다.

셀레스티아 공주는 인파 사이로 빠져나와 천천히, 살아남은 다섯을 향했다. 등에는 스파이크를 태우고 있었는데, 스파이크는 공주의 갈기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공주의 시선이 울부짖는 다섯 명과, 관과, 군중을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그대들이 트와일라잇 스파클에 대해 어떤 사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공주가 천천히 말했다. "다만 정직하고, 충실하며,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것만 기억해 다오. 누군가에겐 믿을 수 있는 스승이었고, 나에게는 신실한 제자였으며, 저들에게는 참된 벗이었단다." 공주가 관 위에 한쪽 발굽을 올려 애도하고, 뿔을 밝혀 관을 들고, 매장지에 하관했다.

"편히 잠들거라. 사랑하는 제자야."


 

"계속 슬퍼하기만 해서 어찌 하겠는가." 루나가 말했다.

"슬프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트와일라잇이 어린 아이였을 시절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안고 있던 셀레스티아가 따지고 들었다. "내 가장 아끼는 제자가 세상을 떠났는데, 스승으로 슬퍼하지도 못하게 한다니?"

"다스려야 할 왕국이 남아 있지, '티아' 언니." 루나가 조용히 말했다. "나 혼자서는 힘들어."

"너 없는 천 년 동안은 누가 했지." 셀레스티아가 쏘아붙였다.

루나가 움찔했다. 어조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나도 알아. 알긴 아는데, 아직 서툴러서 그래. 언니가 도와 줘야 해." 루나가 셀레스티아 곁에 가 앉았다. "나도 트와일라잇이 그리운 건 매한가지고."

"전혀 그렇게 굴진 않던데."

"그럼 언니가 관심이 없었단 얘기지. 관심 좀 가져 줘." 루나가 조용히 말했다.

셀레스티아가 뭐라고 입을 열어 말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허공에서 검은 불길이 치솟더니, 웬 두루마리 하나를 두 자매 앞에 툭 떨어뜨리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셀레스티아는 어안이 벙벙해져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저런 식으로 편지를 보내는 건, 그 아이 말고는 아무도 몰라."

루나가 잽싸게 뿔을 밝혀 두루마리를 낚아채고는 봉인을 뜯어 펼쳤다. 종이 곳곳에 붉은 얼룩들이 묻어 있었고, 얼룩을 제외하더라도 그리 깨끗한 종이는 아니었다. 마치 진흙탕에 비비기라도 한 것 같았다. 처음 몇 줄을 읽은 루나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거 뭐니?" 셀레스티아가 물었다.

"뭔지 알면 듣고 싶지 않을걸."

"읽어 보렴."

"안 돼."

"루나. 당장. 읽어."

루나는 몸을 움찔하면서 편지를 눈 앞으로 들어 올리고는 헛기침해서 목청을 닦았다.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공주님 슬하에서 여러 해 동안 가르침을 얻었지만, 정작 죽음에 관하여, 그리고 사후세계에 관하여는 언급조차 없으셨네요. 왜 그러셨을까요? 그런 어두운 주제에 굳이 눈을 돌리지 않도록 공주님께서 신경 써 주신 걸까요, 아니면 신뢰성 있는 연구가 없어서 그러셨던 걸까요? 죽어 보니 이거 꽤나 이상한 곳이네요. 엄청나게 깜깜하고 추워요. 그런데 또 신기한 게, 그냥 상상하는 것만으로 상상했던 것들이 바로바로 튀어나온답니다! 정말 굉장해요. 온 사방에 마력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아요. 여기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으니까요! 그래도 외로운 건 어쩔 수 없네요. 가끔 어떤 속삭임 같은 게 들리기는 하는데, 여기에 있는 건 저 하나뿐인 것 같으니까요.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그래도 상상만으로 이 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아, 죄송해요. 맥락도 없이 되는 대로 주절거리고 있었네요. 뵙고 싶네요, 공주님. 포니빌에 남겨두고 온 친구들도 보고 싶고, 스파이크도 보고 싶어요. 죄송하지만 걔들한테 안부 좀 전해 주시겠어요? 저는 죽음의 마법을 계속 연구해 볼 생각이에요. 어쩌면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공주님의 신실한 제자, 트와일라잇 스파클 배상"

 

읽기를 마친 루나가 두루마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셀레스티아의 두 눈은 한껏 팽창해서 핏발을 세우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지..." 셀레스티아가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해?" 루나가 물었다.

"포니빌로 근위대를 파견할 거야." 셀레스티아가 말했다. "지휘는 네가 하도록 하렴. 가서 편지를 위조하는 자가 있는지 수색해 봐." 셀레스티아의 입 밖으로 떨어지는 말에는 아무런 감정도, 생기도 없었다.

"가는 건 좋은데 어떻게 찾으라고?"

셀레스티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편지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불길이 다시 나타나 셀레스티아의 발굽 앞에 두루마리 하나를 던져 놓았다. 공주는 판결을 구하며 찾아온 부부를(이 부부는 영 좋지 못한 식으로 결혼 생활을 끝내는 중이었고, 양육권을 누가 가질지를 두고 다투고 있었다) 즉시 물리치고 급히 두루마리를 풀어 보았다.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오늘은 정말 굉장한 발견을 했습니다. 바로 빛이지요! 영겁의 세월 동안 여기 산 느낌이라, 시간 감각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올리는 이 글월들이 공주님께 빨리 당도했으면 합니다. 늦어지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니까요. 지난 편지에서 제가 무어라 적었는지 공주님께서도 기억하실 걸로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제 이번 발견에 관하여 말씀드려야겠군요. 어느 한 지점에 또렷하게 정신을 집중하면, 아주 희미하기는 하지만 빛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사후세계는 대단히 넓고 어두운 곳인 것 같네요. 그래도 점점 행사할 수 있는 권능이 강력해져 가는 것이 느껴지니, 퍽 마음에 든답니다. 세상 모든 것을 한번에 다룰 수 있게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는 동안에도(말 그대로입니다. 글쓰기는 퍽 좋은 습관이니까요.) 제가 피워낸 빛이 조금씩 더 커지면서 밝아지고 있답니다. 염동력으로 행사할 수 있는 물리력도 증강되고 있고, 예컨대 어느 피아노를 표적으로 한다고 치면,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순간이동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아, 하마터면 또 두서 없이 주절거릴 뻔했군요. 아마 제가 다스리게 된 권능은 공주님께는 아주 일상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공주님께서는 가장 강력한 마법사일 테니까요. 생각해 보니 신세계의 공주가 된 느낌이 드네요!

공주님의 신실한 제자,

 

트와일라잇 스파클 배상

 

 

셀레스티아는 대기 중인 민원인들을 모두 물리쳐 돌아가게 했다. 공주는 그 날 밤 내내 잠을 설쳤다.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지금 저는 살아 생전의 저보다도 강력한 권능을 다루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전에는 어려웠던 것들이 이제는 한낱 시시한 것으로 느껴지고, 굳이 시간을 들여 그런 짓을 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어요. 여전히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이제 보니 저를 격려하고 북돋아 주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합니다. 꽤나 괜찮은 말들을 하더군요. 제가 얻게 될 것들이 무엇인지 속삭이기도 하고, 좀 더 가열차게 노력하고 용맹정진할 것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공주님 생각이 좀 나더라고요.

각설하고, 어젯밤에 레인보우 대쉬를 찾아갔습니다. 자고 있더군요. 반가운 해후가 있고 나서 몇 마디 나누는데 대쉬가 울음을 터뜨리더군요. 다 잘 되었는데 왜 울지 싶어서 이해를 잘 못 했습니다. 물론 제가 죽은 몸인 것은 맞지만, 사람이란 언젠가 죽기 마련이지 않은가요? 한 번만 더 절 보고 싶었다고 대쉬가 그러더군요. 그래서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원래도 추웠지만 한층 더 추워졌습니다. 발굽에 감각도 없지만 편지는 계속 쓰고 있어요. 몸을 일으킬 때마다 발굽이 따끔한 걸 빼면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으니까요. 저도 혼자인 건 더 바라지 않고.

 

공주님의 신실한 벗,

 

트와일라잇 스파클 배상

 

셀레스티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잠에 들었다 깨어나 보니 침대 바로 옆에 두루마리 몇 개가 나타나 있었다. 셀레스티아는 그 사이로 날아들어 첫 번째를 쳐 떨어뜨리고, 두 번째 두루마리를 풀어 읽기 시작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성공한 것 같아요! 혼자 있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어떤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포착해서, 그 때 그 사람을 이리로 데려오면 영원히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제 가설입니다. 멋지지 않은가요?

다시 레인보우 대쉬를 찾아갔습니다. 완전히 엉망이더라고요. 꿈 속의 모습이 현실의 모습을 투영한다면 말이에요. 갈기가 어떻게 되든 신경조차 쓰지 않고, 계속 울고만 있는 그런 모습이었어요.

항상 그랬어요.

뭐 어쨌든, 많은 말을 나누진 않았어요. 그냥 울면서 저를 껴안고 있기만 하고, 자기를 떠나지 말라고만 하죠. 저 슬픔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정확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네요. 죽고 나니 더 살기가 낫다고 계속 얘기하는데, 그럴 때마다 더 크게 울더라고요.

아, 이번에는 15마일을 순간이동하는 데 성공했어요! 제게는 기념비적인 성공이지요. 아마 공주님께서도 쉽지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대쉬를 만나러 가야겠어요. 이번에는 저와 함께해 줄 사람을 데려올 수도 있으니까요.

끝없는 존경을 담아,

 

트와일라잇 스파클 배상

 

셀레스티아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두 번째 편지를 던져 버리고는 세 번째 두루마리를 풀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레인보우 대쉬가 저와 함께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고 하네요. 역시 제 가장 좋은 친구라니까요. 뭐 어쨌든 제가 나머지 다섯을 한데 모은 핵심이었으니까, 당연한 거겠죠. 아이쿠, 꽤나 오만방자한 소리를 해 버렸군요. 그래도 괜찮겠죠. 제가 이런 소릴 한 건 아무도 모를 테니까요.

모든 게 제 계산대로 흘러간다면, 조만간 레인보우 대쉬는 저와 사후세계에서 재회하게 될 거에요. 그러니 이 편지는 이쯤에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계획할 게 많거든요. 일이 잘 풀리면 바로 편지 올리겠습니다.

공주님의 내제자,

 

트와일라잇 스파클 배상



셀레스티아는 읽기를 마치고 나서도 한참 동안을 충격에 휩싸인 채 멍하니 두루마리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니!" 루나가 셀레스티아의 처소로 들이닥쳤다. "티아 언니, 일 났어!"

"위조범 찾았어?" 셀레스티아가 급히 물었다. 그러기를 바라는 희망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아냐." 루나가 대답했다. "레인보우 대쉬가 죽었어."

"죽어?!" 셀레스티아가 비명을 질렀다. "죽다니, 어떻게 죽었다는 거야?!"

"그게...... 확실치 않아." 루나가 눈을 내리깔고 대답했다. "유일한 단서는 벽에 써 둔 유서 같은 건데, 그것도 영 이상하단 말이야."

"이상하다니? 어디가?"

"레인보우 대쉬가 직접 썼는데......" 루나가 말했다. "그게 혈서거든."

"뭐라고 적었든?"

"이제 함께다."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제 생각이 맞았어요! 하느님 맙소사, 제 생각이 맞았어요! 레인보우 대쉬가 제 곁에 있어요. 그것만으로 여기가 훨씬 밝아졌답니다! 이전까지는 흑과 백만 있던 세상에 비로소 색이 생겨났어요. 조만간 풀도 자라고, 나무도 생기고 하지 않을까요!

레인보우로 말하자면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여기서도 엄청 빠르게 날아다닐 수 있는 게 마음에 드나 봐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꽤나 흥미로운 대화 거리도 몇 개 있었지요.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도 이리로 데려오는 게 좋겠다고 합의도 봤고요.

정말 멋진 일이지요. 이제 와서 제가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거라곤 아가리를 벌리고 기다리는 공허밖에 없다 보니, 다른 모든 것들을 더욱 탐하게 되네요. 필요한 권능은 이미 제 것이 되었고, 친구 하나도 곁에 있죠. 헌데, 친구 하나로는 모자라지 않을까요?

공주님의 애제자,

 

트와일라잇 스파클 배상

 

 

"티아. 이 편지가 정말 트와일라잇에게서 온 편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루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앞으로 네 명이 더 죽게 되겠지." 셀레스티아가 조용히 대답했다. "다만 불가능한 일이야. 살아오면서 훌륭한 마법사는 많이 만나 봤지만, 그 누구도 죽음의 장막을 걷어내고 권능을 행사하지는 못했어.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그야 그렇지만, 그들 중 어느 하나라도 마법의 원소가 있었어?" 루나가 대답하는 순간, 두 공주 사이에서 검은 불꽃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이번에 데려올 사람으로 누가 좋을까 하다가, 핑키 파이가 제격이라고 레인보우 대쉬와 합의했어요. 핑키는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 생기를 불어넣는 재주가 있으니, 다음으로 데려오는 게 논리적이지요. 웃음과 죽음은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게 좀 묘하다면 묘하네요.

 

사족을 붙이자면, 제가 레인보우 대쉬를 죽인 셈이 된다는 걸 깨달았아요. 그, 제가 죽인 게 아닌가 좀 켕기는 게 있긴 했지만요.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을 눈치채셨나요? 제가 쥐뿔 신경 안 쓴다는 점이죠! 제가 사람 목숨을 빼앗았든 어쨌든 신경 안 써요. 사실, 꽤나 기분이 괜찮았어요. 이승과 저승 모두 제가 주무를 수 있는 것 같아서요.

글쎄, 공주님이 저를 막을 방책이 있기나 할지 잘 모르겠네요.

 

공주님의 전지전능한 제자,

 

트와일라잇 스파클 올림

 

 

"서둘러." 셀레스티아가 말했다. 루나는 제때 슈가큐브코너에 당도하기 위해 사라지듯이 뛰쳐나갔다.

"아, 트와일라잇." 셀레스티아가 얼굴을 발굽에 파묻었다. "대체 뭐가 되어 버린 거니?"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슈가큐브코너에 루나 공주님이 오셨더군요. 핑키 파이의 최후를 지켜보게 하려고 보내신 건가요? 아주 잘하셨어요. 핑키의 몸이 자리에 쿵, 하고 쓰러져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되는 걸 보시고는 기쁨의 비명을 지르시더라고요.

여기는 이제 훨씬 밝은 세상이 되었어요. 핑키는 마법을 쓰지 못하지만, 어디서 풍선이나 장식끈, 색종이, 파티 용품을 구해 왔더라고요. 핑키가 어떤 아이인지 조금 더 깊이 연구했어야 했는데 아쉬워요.

지금 하면 안 되냐고요? 염병할 공부는 집어치우라지요. 친구 데려오는 것도 바빠 죽겠어요.

친구라 하니, 다음으로는 플러터샤이가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지금 계절이 언제쯤인지는 모르겠지만 애플잭이야 바쁠 테고, 래리티도 아직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니 유예 기간을 주는 것이 옳을 테니까요.

 

공부는 개나 줘 버린

 

트와일라잇 스파클 올림

 

 

"막지 못했어." 루나가 축 처진 채 문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래." 셀레스티아가 서글프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아."

두루마리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플러터샤이도 저승으로 데려오는 게 어떠냐고 하니 핑키와 레인보우 대쉬도 찬성했어요. 사실 오늘 일찍 찾아갔었는데, 절 보고는 글쎄 죽을 지경으로 놀라 까무러치더라고요. 저희 계획을 차분하게 설명해 주기는 했는데, 불행하게도 이미 졸도했더라고요. 그래도 뭐 듣기는 했겠죠.

공주님도 이런 속담은 아시겠죠? 둘이 있으면 친하게 지내지만 셋이 있으면 틀어지기 마련이라는 거. 이것은 틀림없이 전보다도 더 활기찬 생활이 가능해진다는 뜻이죠. 다만 아직 턱없이 부족해요. 레인보우 대쉬도 같은 생각이에요.

공주님의 영원한 제자,

 

트와일라잇 스파클 올림

"어째 편지가 갈수록 짧아지는데." 루나가 말했다.


 

그 날 트와일라잇이 보낸 편지는 더 오지 않았다. 셀레스티아는 평소처럼 업무를 처리했지만, 역력한 피로가 밖으로 드러났다. 근위대는 공주의 안위를 걱정하였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경애하는 공주를 보호하고자 경계 태세를 더욱 강화했다.

편지가 온 것은 다음 날 저녁때였다. 셀레스티아가 창 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꼬리 위로 두루마리 하나가 떨어졌다.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플러터샤이도 이제 저희와 함께에요. 좀 놀란 거 같긴 한데 괜찮아지겠죠. 핑키와 레인보우가 달라붙어서 달래 주고 있기는 한데, 제 외모가 좀 충격적이기는 했나 봐요.

어떻게 시각이 남아 있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안구 전체가 새까맣게 변해 버렸는데도 멀쩡하게 잘 보고 다니거든요. 뭐 그딴 건 상관없지만요. 안 그런가요?

래리티를 보러 갔어요. 불쌍하게도 완전히 미쳐 버려서는 부티크에 처박혀 나오질 않더군요. 저렇게 계속 살아 있느니 차라리 이쪽으로 데려오는 게 더 자비로울 거라 확신해요. 마침 치어릴리도 입양을 계획하는 거 같더군요. 글쎄, 스위티벨 정도면 수양딸로 꽤나 훌륭할 거 같은데, 공주님 생각도 그렇지요?

래리티도 곧 저희와 함께할 거에요.

편지에는 서명이나 마침 인사조차 없었다.

"티아." 루나가 셀레스티아의 처소로 들어오며 입을 열었다.

"어디 맞춰 볼까." 백색 알리콘이 침울하게 대답했다. "플러터샤이도 세상을 떴다는 이야기겠지."

"맞아." 루나가 서글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화의 원소가 사라지고 있어. 하나씩."

"그렇다면, 정말로 트와일라잇이 벌이는 짓이군."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거의 다 모였어요. 애플잭만 오면 된답니다.

제가 발굽에 피를 묻혔나요? 아무래도 가장 친했던 친구들을 하나하나 제가 직접 죽였으니 어디 묻어 있기야 할 텐데요. 그래도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니 아무 문제도 없겠지요?

이제 더 외로워할 필요가 없다고, 이제 멈춰야 한다고 가슴 속 어디에선가 비명을 질러대네요. 애플잭을 만나러 갔어요. 우리 모두 사후세계에서 만나 잘 지내고 있다고 얘기했고, 애플잭도 함께했으면 한다고 말했어요. 직접 보니 애가 아주 넝마가 되어 있더라고요. 며칠 안 되는 사이 친구 다섯이 연달아 죽었으니 그럴 만도 하죠. 그 말인즉슨, 애플잭도 저희와 함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야말로 자비라는 것 아니겠어요?

저희가 사는 곳은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성장했어요. 산천초목이 생겼고 산들바람까지 분답니다. 뭐 해가 없긴 한데, 살 만하니 상관은 없겠죠. 애플잭도 저희만큼 여길 마음에 들어하면 좋겠는데.

공주님의 신실한 제자,

 

트와일라잇 스파클 올림

 


 

셀레스티아 공주님.

여섯이 모두 모였어요. 너무 좋아요. 다들 만나서 기뻐하고 있어요. 친구들이 모두 모이니 정말 기분이 좋네요. 게다가, 이제 두 번 다시 사별의 슬픔을 겪을 일도 없게 되었어요!

그렇기는 한데, 아무래도 사람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의견이 모여서 말이에요.

축하드려요 공주님. 공주님을 제일 먼저 모셔오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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