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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The Well

by Mergo 2023. 7. 26.

우물

 

 

by BlueColton

 

 

The Well

When Apple Bloom goes missing, Applejack desperately searches for her missing sister. She finds Apple Bloom trapped inside a well. But what she pulls out may not be her sister at all.

www.fimfiction.net

 

천둥이 울렸다. 바람이 보이지 않는 뱀처럼 나무를 휘감고 돌며 혀를 낼름거렸다. 아직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잎새들도 더 붙잡고 견디기를 힘들어했다. 힘이 빠진 잎새들은 붙잡고 있던 가지에서 거칠게 뜯겨나가 바람에 날렸다. 지독한 폭풍이었다. 비바람에 자비라는 것이 있다 한들, 뜯어낸 잎새들을 차라리 안전한 곳으로 보내 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안전, 은 중요했지만 여기 있는 누군가에게는 그런 것은 안중에 없다. 다급한 발굽이 비바람에 씻겨나가 속살을 드러낸 진흙을 짓밟고 달린다. 발굽 소리가 미친 듯 두들기는 북소리 같다. 쓰러진 통나무를 뛰어넘는 여자의 금빛 갈기가 촉광처럼 빛나며 뒤로 날린다. 땅에 발굽이 닿는 순간에도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듯 바로 뛰쳐나간다. 누가 여자를 옭아매기라도 한 양 숨소리가 거칠어져 있어도 쉬질 않는다. 멈출 수가 없었다. 여자의 심장은 발굽이라도 달린 것마냥 흉곽을 밟아대며 마구 뛰었다.

몸은 지치고 정신은 피폐해졌지만 애플잭은 계속 달렸다.

멀리서 천둥이 울면서 더한 시련을 예고했다. 철저한 실용주의자인 여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실외로 나가 미친 듯 뛰어다니는 바보 짓을 할 위인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지고 들 때가 아니었다. 당장 여자의 머릿속에 들어차 있는 생각이라고는 오직 하나, 동생인 애플블룸을 찾는 일이었다. 큐티마크 크루세이더의 정기 모임을 마치고 난 뒤 바로 집에 들어왔어야 마땅했다. 아이는 집에 나타나지 않았고, 애플잭은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여자를 맞은 것은 텅 빈 클럽하우스였다. 그 때 폭풍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애플블룸이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야 따지고 보면 처음은 아니었다. 이런 일 때문에 동생을 나무란 일도 여럿 있었다. 눈에 뜨이기만 하면 잡아다가 그 노란 궁둥이를 사정없이 두들겨 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만 알 수 없는 것은, 스윗 애플 에이커로 폭풍우가 다가오고 있는데 애플블룸이 굳이 집에 안 들어오고 밖에서 뭘 하느냐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숲 속에서 어딜 다치기라도 했나. 나무늑대Timberwolf가 공격한 것인가.

이런 끔찍한 가능성들이 맹금류의 발톱처럼 애플잭의 머릿속을 온통 할퀴고 헤집어 놓았다. 그것들은 생각하기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 애플블룸을 찾아다가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했다. 그랬으므로, 애플잭은 트리하우스에서 뛰쳐나와 동생을 찾아 나섰다.

"애플블룸!" 소리를 너무 친 탓에 목이 쉬어 있었다. 애플잭은 대답 소리가 있다면 들으려고 잠시 침묵했다. 그녀 자신의 숨소리는 폭풍우 소리에 가까울 정도로 거칠었다. 애플잭이 귀를 쫑긋 세워 대답 소리를 탐색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애플잭은 다시 달렸다.

대체 어느 정도나 뛰어다닌 것인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영겁의 세월 동안 달린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사방에 늘어선 나무들은 다름아닌 애플잭이 심어 길러낸 것들이었다. 애플잭은 스윗 애플 에이커의 곳곳을 발굽 들여다보듯 훤히 꿰고 있었고, 모르는 나무가 없었으며 어느 울타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돌이 어디에 박혀 있는지 전부 꿰고 있었다. 그랬으므로, 애플잭 스스로 집이라 불러 오던 장소가 이만치 낯설게 느껴지는 때도 없었다. 원래의 과수원을 비틀어 놓은 공간에 들어서기라도 한 듯한 느낌이었다. 나무에 생기가 도는 것이 아니라 살기가 도는 듯싶었다. 하필이면 잔디도 덜 덮인 곳이었고, 들이마시는 공기마저 무엇인가 잘못된 듯했다.

 

"애플블룸!" 애플잭이 미친 듯 내지른 소리는 무엇인가 박살나는 듯한 굉음에 묻혀 사라졌다. 나무 사이로 거대 생명체가 발을 들여놓는다면 그런 소리가 날 것 같았다. 뼈까지 갈아 버릴 것만 같은 소리와 함께 나무 한 그루가 부러져 애플잭의 경로를 덮쳐왔다. 애플잭이 비명을 질렀다. 나무는 차라리 창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날카롭게 부러진 가지로 애플잭의 목을 노리고 쓰러졌다. 애플잭은 불과 몇 인치를 남기고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네가 감히 발을 들일 곳이 아니다, 라고 저 낯선 숲이 경고라도 하는 것 같았다. 당장 사라져라!, 라고.

정직의 원소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놀란 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사신Grim Pony이 등 뒤를 따라다니며 입 밖으로 뿜는 차가운 숨결이 뒤통수를 스치는 감각이 생생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추웠다. 숨결이 희뿌연 입김으로 변해 눈 앞에서 엉겼다.

머리 위로 낙뢰의 섬광이 스쳤다. 눈부시도록 찬란한 푸르스름한 빛과 섬광이 가지를 치며 장창처럼 대지를 찔렀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모자를 떨어뜨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도 일 분 가까이 걸렸다. 모자는 5피트도 되지 않는 거리의 땅 위를 나뒹굴고 있었다. 신체 일부를 상실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애플잭은 신속히 자기 분신이라 해도 적당할 그것을 집어 머리에 썼다. 정비를 마친 애플잭은 죽기 직전까지 갔다 왔다는 섬뜩한 기분을 흔들어 털어 버리고는 쓰러진 나무를 넘어 계속 달렸다. 애플블룸을 찾을 때까지는 그 어떤 것도 애플잭을 방해하도록 놔두지 않을 심산이었다. 죽음이 꼬리를 낚아챌 수도 있는 거리까지 다가오든지 말든지 알 바 아니었다.

"살려 주소!"

애플잭이 급히 속도를 줄이자 발굽이 미끄러졌다. 분명히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애플블룸이가?" 애플잭이 소리쳤다. 빌어처먹을 폭풍우 같으니. 애플잭은 대답이 들릴 때까지 계속 소리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마 애플블룸!"

"언니가?" 작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근처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유령이 말을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공허한 소리였다.

"좀만 버티고 있그라!" 애플잭은 죽을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대체 얼마 동안이나 더 뛰었는지, 애플잭도 알지 못했다. 애플블룸의 목소리를 따라 달려 들어간 곳은 숲 안이었고, 그 중에서도 낯설고 예상 외의 장소였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우물 앞이었다. 단순히 오래됐다 수준이 아니라, 고대의 것이라 해도 믿어질 만큼 낡은 것이었으며 옆구리에는 덩굴을 휘감았고 이끼 이불을 덮었다. 뚜껑이 반쯤 덮여 있기는 했는데, 그 뚜껑이란 것도 다 썩고 부스러진 것이었다. 열린 틈으로 뱀 시체처럼 밧줄 하나가 늘어져 있었고, 그 옆에는 부서진 바구니 하나가 있었다. 우물 곁에는 일종의 감시 초소를 세워 놓기라도 한 듯 높게 쌓은 돌벽이 서서 우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둘을 둘러싸고 고리처럼 나무들이 늘어서서 포위하고 있었고, 우물 위로 뚫린 하늘은 다가오는 폭풍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애플잭은 그것이 우물인지도 몰라보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동생 목소리가 들린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애플블룸!" 애플잭이 우물로 달려들었다. 썩은 물을 비롯해 우물 안에 고인 각종 오염물의 냄새가 풍겨왔다. 모든 삿된 것들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라고 하면 적당할, 그런 냄새였다. 애플잭은 악취에 얼굴을 찡그렸다. 셀레스티아 공주님 맙소사. 애플블룸이 대체 뭐하자고 이런 데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틈으로 들여다보니 오직 어둠만이 들어앉아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쩍 벌린 아가리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애플블룸?" 목소리가 메아리졌다. 그 '아가리'는 애플잭의 목소리를 게걸스레 먹어치우고, 더 내놓으라는 듯 다시 입을 쩍 벌렸다.

"언니가?" 작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언니 와 준 기가?" 아래서 물이 철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애플잭 언니 맞제?"

"마 이게 다 무슨 일이고 애플블룸. 대체 뭔 짓거리 하고 다니다 떨어진 기가?"

"언니 미안타. 늦을라꼬 한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까 길을 잃어가... 그... 어......" 애플블룸이 울기 시작했다. "내 좀 도와 도. 다리 하나 작살난 거 같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좀만 있그라! 내 당장 꺼내 주께!" 바람이 다시 거세졌다. 폭풍우가 들이닥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였다. 에버프리 숲에 폭풍우가 이렇게 근접했다면 위험했다. 아무리 드센 어스 포니라 해도 여기 맞서는 게 바보 짓이라는 것쯤은 안다. 너무 늦어 버리기 전에 돌아가야 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애플잭의 눈에 마침 적당한 곳에 버려진 밧줄이 들어왔다. 좀 냄새가 나긴 해도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튼튼해 보였다. "애플블룸." 애플잭이 우물에 대고 말했다. "나가 밧줄을 하나 안으로 던질 기다. 그거 갖다가 몸에 칭칭 두르고 꽉 묶으래이. 할 수 있제?"

"어... 할 수 있을 거 같다. 빨리 던져 도. 다리가 너무 아프다."

애플잭은 신속하게 밧줄을 들어 둘둘 말았다. 해일의 진행 경로상에 있는 물고기가 해일의 전조를 느끼듯, 애플잭은 폭풍이 점점 가까워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애플블룸의 체중을 지탱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을 마친 뒤, 애플잭이 우물 가장자리에 섰다. "머리 들고 있으래이. 밧줄 내릴 기다."

애플잭이 내려보내기 시작한 밧줄은 우물 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듯이 하강했다. 애플잭은 뒷다리로 버티고 서서 천천히 우물 속으로 밧줄을 내렸다. 비상 상황이었지만 애플잭은 서두르지 않았다. 급하다고 서둘러 봤자 상황이 나아질 것은 조금도 없었으며, 애플블룸에게는 더더욱 그러했다.

 

"밧줄 보이나?" 잠시 뒤 애플잭이 물었다. 우물 깊이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짐작할 길은 없었지만, 밧줄을 거의 다 써 가고 있었기 때문에 대충 밑바닥에 다다르기는 했을 것이었다.

"보이는 거 같다." 애플블룸이 대답했다. "어... 있다. 찾았다!" 애플블룸의 목소리에 희망이 찾아들었고, 애플잭이 들고 있던 밧줄로 장난치듯 당기는 느낌이 전해졌다.

"됐다. 나가 전에 보여 준 것마냥 너그 어깨 주위로 밧줄 둘러라." 애플잭이 든 한쪽 끝으로 밧줄이 잡아당겨지는 느낌과, 매듭이 지어지는 느낌이 찾아왔다.

"다 했다 언니!" 애플블룸이 밧줄을 당겼다. "준비됐다."

"꽉 잡으래이!" 애플잭은 뒷다리를 지렛대 삼아 밧줄을 당겼다. 근력이 붙은 앞다리는 꼬마 하나 정도는 가볍게 들어올릴 수 있었다. 애플블룸이 끌려 올라오다가 우물 벽에 다친 다리나 찧지 않기를 애플잭은 바랐다. 질주로 지친 몸뚱이가 애플잭에게 청구서를 내밀었다. 애플잭의 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근육은 더 이상의 작동을 거부했고, 관절은 신음을 흘렸다. 여자의 목숨을 노리고 달려들던 나뭇가지가 겨냥했던 지점에서 희미하게, 뜨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여자의 등 뒤에서 불어닥친 바람은 마치 여자를 우물 속으로 밀어 넣으려 달려드는 듯했다.

"좀 어떻나?" 애플잭은 당장 신체 말단에 느껴지는 고통을 분산시키려 말을 걸었다.

"밝아지는 거 같다." 애플블룸은 거의 꺅꺅 소리를 지르듯 말했다. "방금 보였다! 뭐가 번쩍했다."

"번개 치는 걸 봤구마." 애플잭은 혼잣말하듯 말했다. "거의 다 끌어올린 모양이다!" 애플잭이 우물 밑으로 내려주었던 밧줄이 거의 그 끝까지 끌려 올라왔다. 끌려온 밧줄이 다리 근처에 말리기 시작했다.

"인쟈 언니 목소리 잘 들리네!" 애플블룸이 소리쳤다. "끄트머리도 보이네."

애플잭의 만면에 미소가 스쳤다. 거의 다 되었다. "거 잘됐다." 그 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폭풍이 몰고 올 수 있는 그 어떤 소리보다도 소름끼치는 소리였다. 그것은 무엇인가 당겨지다가, 이내 조금씩 찢어지는, 그런 소리였다. 빗즐 반대편이 코앞까지 당겨진 순간에야 애플잭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밧줄이 끊어져 가고 있었다.

"안 돼!"

밧줄이 끊겼다.

애플블룸이 비명을 질렀다.

"애플블룸!" 애플잭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끊어진 밧줄을 던져 버리고 우물을 향해 뛰어들었다. 우물 뚜껑이 열려 있는 틈새가 원체 작았던 나머지, 오른쪽 앞다리와 어깨 일부만 아래로 뻗을 수 있었다. 애플잭은 미친 듯이 앞다리를 휘저으며 애플블룸을 찾았다. 애플블룸은 발굽으로 잡을 수 있는 것보다도 깊은 곳으로 떨어진 것이 확실했다. "애플블룸!" 뜨거운 눈물에 눈이 화끈해졌다. 달려들면서 우물 뚜껑에 얼굴을 처박다시피 했으므로, 코끝에서 피가 뚝뚝 흘러 떨어졌지만 애플잭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딴 건 알 바 아니었다.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만이 중요했다.

"살려 도!" 애플블룸의 목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떨어지다가 우물 벽 안쪽으로 튀어나온 돌이나 덩굴을 어떻게 움켜잡은 모양이었다. 애플잭이 절망했던 것과 달리, 애플블룸은 죽지 않았다.

"발굽 잡으라!" 애플잭이 소리쳤다. 폭풍우는 이제 머리 꼭대기까지 다가와 있었다. 애플잭 스스로도 자기 말이 안 들려서, 소리를 질러야 겨우 들릴 지경이었다. "냉큼 잡으라!"

무엇인가 애플잭의 발굽을 더듬어 오는 느낌이 전해졌다. 축축하고 끈적했다. 퀘퀘한 썩은내가 코를 찔렀다. 도저히 견딜 수 있을 만한 냄새가 아니어서 위장이 꿈틀대며 욕지기를 일으켰지만 애플잭은 억지로 참았다. "단단히 잡으라!" 미끈거리기도 보통이 아니어서 잡지 못할 것 같았지만, 애플잭은 간신히 애플블룸의 발굽을 잡을 수 있었다. 애플블룸의 발굽은 젖어 있었다. 우물 밑바닥에 물이 좀 고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덕분에 애플블룸이 떨어졌을 때 완충 작용을 하며 애플블룸의 목숨을 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 또한 기적이었다.

"나가 잡았다! 인쟈 걱정할 거 없다! 나가 인쟈..."

"은니?" 폭풍우가 순식간에 잠잠해지기라도 한 듯, 막막한 적막이 숲 속 모든 소음을 밀어내고 자리잡았다. 귀가 멀 정도의 침묵이었다. 그 적막도 놀라운 것이었지만, 애플블룸의 목소리가 다름아닌 등 뒤에서 들렸다는 것이야말로 애플잭을 진정 놀라게 했다.

애플잭이 서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자 애플블룸이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진흙과 빗물을 뒤집어써 엉망이 된 몰골과, 피로에 찌든 얼굴에 달라붙은 빨간 갈기가 보였다. 휘둥그레 뜬 두 눈은 혼란과 불안감이 가득했고, 작은 몸은 거칠어진 숨으로 들썩거렸다. 죽을 고생을 하며 타르타로스를 탈출한 것 같은 생김새가 되어 있었지만 애플블룸임이 확실했다.

애플잭의 헤벌어진 입은 한동안 말을 잊었다.

"은니 이게 다 뭐 하는 기고? 와 그래 소리를 지르능데?"

"애... 애플블룸?" 애플잭은 살아 생전에 애플블룸이란 사람을 처음 보는 것처럼 말했다. "거...... 너그가 여기 빠진 줄 알았따." 애플잭의 앞다리를 타고 올라온 소름이 전신에 퍼졌다. 우물 속으로 시선을 돌리자, 틈새로 반쯤 뻗어 들어간 앞다리가 너무나 명백히 보였다. 그 안에서 무엇인가 애플잭을 붙잡고 있었다. 축축한 무엇인가가. 애플블룸은 절대 아닌 무언가가.

그 다음 순간, 애플잭의 발굽을 붙잡은 무언가는 가공할 힘으로 애플잭을 우물 속으로 잡아당겼다. 애플잭의 뒷다리가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애플블룸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와 애플잭의 꼬리를 붙잡았다. 아이는 입으로 언니의 꼬리를 붙잡고 온 힘을 쥐어짜 당겼다. 애플잭이 뒷다리나마 땅에 붙어 있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애플잭의 앞다리를 타고 격통이 달려들었다. 안에서 어떤 것이 앞다리를 당기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 갈급함을 느긋한 사냥으로 풀어내 애플잭의 몸뚱이를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놔라 이 씨부럴 놈아!" 애플잭이 소리쳤다. 여자는 야생 동물처럼 울부짖으며 온 힘을 끌어모아 다리를 당겼다. 양쪽 사이에서 당겨진 힘줄들은 이제 더 견디지 못할 것이었다. 안에 들어앉은 것이 무엇이든, 최소한 여자의 다리 하나는 뜯어먹고야 말 작정이라는 것은 자명했다. 한쪽 다리를 잃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여기서 몸을 빼내 달아날 수만 있다면 다리 하나 정도는 충분히 잘라낼 수도 있었다. 덫에 걸린 동물들은 으레 그러한 선택을 해 왔다. 도망칠 수만 있다면 다리 하나쯤은 제 주둥이로 물어뜯고 달아나는 것이다. 애플잭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자기 다리를 물어뜯어 끊어낼 수 있을까?

"은니 이게 대체 다 먼데?" 애플블룸이 이를 악물고 악을 쓰며 말했다.

"내도 모른다! 더 세게 땡기라! 더 세게!"

애플잭 자매는 힘을 합쳐 우물 속에 도사린 무언가와 힘겨루기를 계속했다. 애플잭은 구역질이 났다. 감각이 모호해져 가고 있었다. 자기를 붙잡은 것이 발굽인지 발톱인지 촉수인지도 알 수 없었다. 느껴지는 것은 오직 축축함과 미끈거리면서 끈적한 감각, 그리고 적이 자신을 놓아 줄 생각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적은 우물 속으로, 자신의 소굴로 애플잭을 끌어들일 생각이었고, 일단 한번 빠지면 애플잭이 두 번 다시 지상으로 돌아올 방법은 없을 것이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몇 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애플잭을 엄습한 고통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애플잭과 애플블룸은 어스 포니로서 타고난 근력을 전부 끌어내며 버텼다. 버틸 수는 있었으되, 적의 아가리에서 애플잭의 다리를 빼낼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은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무승부 상태일지 몰라도, 애플잭 자매의 기력도 머지않아 바닥날 것이며, 우물 속 무언가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앞다리가 거의 끊어지기 일 보 직전에야 그것은 애플잭을 놓아주었다. 애플잭은 뒤로 엉덩방아를 찧듯이 밀려나 애플블룸을 깔아뭉개는 식으로 자리에 쓰러졌다. 애플블룸이 비명을 질렀다. 애플잭은 즉시 옆으로 굴러서 비켜주었다. 애플잭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엉덩이로 기듯이 가능한 우물로부터 멀리 벗어나는 것이었다. "애플블룸, 가까이 가덜 마라!"

애플잭 자매는 이쯤이면 우물 또는 그 안에 도사리는 괴물이 자기들을 잡으러 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달아났다. 애플잭은 놀란 숨을 다스리며 붙잡혔던 앞다리를 살펴보았다. 검은색과 갈색이 뒤섞인 무언가로 범벅이 되어 엉망이었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겨운 냄새가 났다. 앞다리 곳곳에 베인 상처가 있어 피가 배어나와 땅에 뚝뚝 떨어졌다. 이끼도 조금 묻어 있었다. 애플잭은 신속히 문질러 닦아냈다.

다친 다리가 격통으로 경련하기 시작하자 애플잭은 몸을 움찔하더니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애플블룸이 그나마 제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은니, 후딱 집에 가야 쓰겄다. 할매헌티 봐 달라꼬 하자!"

 

애플블룸의 말은 애플잭에게 닿지 않았다. 우물에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대체 뭐였단 말인가? 애플블룸의 목소리는 어떻게 흉내낸 것인가?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괴물은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거기 있었던 것일까?

"빨랑 가자!" 애플블룸이 애플잭의 종아리를 들이받으며 언니를 일으켜 세웠다. "냉큼 가야 헌다! 냉큼!" 의식은 반쯤 흐릿해지고 이성적 사고는 마비되어 있었지만, 애플잭의 생존 본능이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애플블룸이 애플잭의 다친 쪽 다리 곁에 서서 애플잭을 우물 반대 방향으로 밀어냈다. 그저 그 방향이 스윗 애플 에이커로 가는 가장 빠른 방향이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그들 뒤로 남겨진 우물은 셀 수 없는 세월 동안 그래왔듯이,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오롯이 홀로 존재했지만 우물을 찾아오는 자들은 있었다. 언젠가 현혹된 자가 우물로 찾아올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것은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

그것은 단 한 번도 서둘러 본 적이 없었으므로.

 

 

 

 

작가의 변

 

내가 꾼 꿈에 기초하여 쓴 글이오. 불행히도, 내가 아뽀으잭이었소.

주말 내내 유우튜브로 마이 리를 포오니 팬픽숀을 청취하면 이렇게 되오.

 

 

역자의 변

 

작가의 변을 하오체로 옮겨 보았소. 역자 또한 하오체를 써 보았소. 위대한 시인 이상의 작품들을 옮겨 쓰다가, 하오체에 맛을 들였소. 하오체는 상대를 높이되 자신은 낮추지 않는 경어라 하오. 생각하면 굳이 나를 낮추어 상대를 이중으로 높일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구료마는, 그런 인식이 대중적으로 자리잡고 있지는 않으니 직장 동기에게나 쓸 만할 것이라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소. 실은 이미 백그라운드-포오니 챕터11에서 하오체를 쓰기는 하였으되 그 때는 하오체가 어울리겠지 싶어 가져다 쓴 것이고,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오. 다음은 아마 단편을 하나 더 하든지 옮기던 장편을 마저 옮겨서 가져오든지 할 것 같소. 둘 중 무엇으로 결정할지는 잘 모르겠소.

 

역자 블로그를 지켜봐 온 분들이라면 비슷한 소설이 있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소. 있소. 사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라, 등장인물, 상황 등만 변주할 뿐 그 골격은 공유한다고 봄이 좋을 것이오. 나의 블로오그 게시물 중 비슷한 글이, SS&E의 The Bird Feeder이오. 이 이야기가 사람 간의 정을 이용해 하나씩 사냥하는 양식을 취하고 있다면, The Bird Feeder는 탐욕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를 휩쓰는 양식을 취한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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