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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 발번역, 졸역의 흑역사205

Chapter 32. The Pinkest Storm ※ 챕터명은 영화 퍼펙트 스톰의 패러디로 보임 “오닉스 이클립스가 다가온대.” 한 줄기 밝은 녹색 불꽃이 살풍경한 연구실 천장을 쓸고 지나갔다. 녹색 손톱을 한 두 손이 에메랄드 빛이 들끓는 유리 단지의 룬 각인 마개를 단단히 비틀어 닫았다. 보랏빛 드래곤은 기침을 토해내고 눈을 가늘게 뜨며 자그마한 포니이자 자신의 친구인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 오닉스 이클립스라는 게 뭔지, 말해 줄 수 있겠어?” 스파이크가 석벽에 대고 잘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스쿠틀루가 유리 단지를 쥐고 있는 스파이크의 두 손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W'nyhhm.” 여자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주문을 중얼거렸다. 룬 봉인이 보라색으로 빛나며 작동하자 단지 안에 들어 있던 녹색 불꽃은 짙고 차가운 구름으로 변해 잦아들었다. “.. 2019. 8. 26.
Chapter 31. Heart of Pinkness ※ 챕터명은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 (Heart of Darkness)의 패러디. 비록 자신 혼자만의 생각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스쿠틀루는 살아 있었다. 여자는 느긋하게 흔들리는 그물침대 위에 등을 대고 누워 진홍 눈동자로 하모니 호 선실의 적갈색 골격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위로 환희도 비애도 없이 평온한 표정이 감돌았다. 옥타비아의 현악기 소리가 진작에 그쳐서, 그 자리는 이제 그물침대에서 몇 걸음 떨어져 있던 레코드 플레이어의 바늘의 회전운동이 종료되면서 하염없이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며 내는 딱딱거리는 잡음으로 채워져 있었다. 스쿠틀루는 그걸 고쳐놓으러 일어선다는 것이 한없이 귀찮았고, 거기에 또 무언가 냉정하면서 관조적이고 흐릿한 무엇인가가 여자 내면의 창백한 난각卵殼과 같은.. 2019. 8. 26.
Chapter 30. Everlove 갈라지는 녹색 불꽃처럼 편두통이 밀려왔다. 하모니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다. 작은 굴처럼 평온한 분위기가 감도는 플러터샤이의 오두막집이 눈에 들어왔다. 에버프리 숲에서 돌아온 이후, 미래의 시공간이 여자가 빌려 쓰는 엔트로파 공주의 몸을 열세 번인지 열네 번인지 잡아당기다가 이내 흩어져 사라져 갔으므로, 여자는 마음을 보다 편히 할 수 있었다. 네 다리의 무게가 새삼스레 다시 느껴졌고, 과거에 자신의 존재가 더 단단히 고정되었음을 확인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리던 그녀는 흐릿해져 가는 루비 색 그림자를 감지하고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레드게일 부서장이 플러터샤이의 오두막집 거실에 서서 불 꺼진 벽난로에 기댄 채, 기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이 든 클라우드데.. 2019. 8. 25.
Chapter 29. Evercircle "얘들아!" 플러터샤이가 소리쳤다. 코카트리스가 살기등등하게 그녀의 앞으로 날아들어서, 여자는 앞다리 한쪽을 구부리며 몸을 떨었다. 그럼에도,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자신의 등 뒤로 던진 말들은 태산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내 뒤로 오렴, 당장!" 세 아이들은 몸을 덜덜 떨면서도 눈 깜박할 새 플러터샤이의 말을 따랐다. 빨간색과 황금색이 섞인 크루세이더 망토를 펄럭이며, 꼬마들은 노란 페가수스의 뒤에 단단히 붙어 섰다. 그 가운데서 숨을 헐떡이는 한 아이가 있었는데, 보라색 눈을 한 페가수스 꼬마였다. 그 아이는 플러터샤이의 등 뒤에서, 자신들을 영원히 돌로 만들어 버릴지 모를 괴물 사이에 선 방어선 뒤에서, 계속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서 있었다. 코카트리스의 새된 울음소리가 에버프리 숲 속에 늘어선 검.. 2019. 8. 25.
Chapter 28. Evertime 한 줄로 늘어선 페가수스 셋이 반쯤 넋이 나간 유니콘 하나를 데리고 녹음 우거진 에버프리 숲 한가운데로 서두르면서도 단단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가 우거진 곳을 조용히 지나가기도 했고 구불구불한 골짜기를 따라가기도 했으며 높게 쌓인 언덕을 넘기도 하고 뒤틀린 나뭇가지를 피해 납작 엎드려 기어가기도 했다. 길이 깊어질수록 녹음이 더욱 짙어져서, 눈을 떼기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던 숲 속 그림자가 서서히 녹색 연무로 변해갔다. 아이의 번쩍이는 뿔에서 가끔씩 쏘아지는 섬광만이 유일한 이정표였기에, 세 여자는 빛이 향한 방향이 어느 쪽이고, 얼마나 걸음을 틀어야 하는지 계속 확인해야 겨우 어둠 속으로 찌르는 듯한 걸음을 걸어갈 수 있었다. 빛은 마력의 흐름을 따라 흔.. 2019. 8. 25.
Chapter 27. Everdarling "스쿠틀루, 어디 안 좋아?" "으음? 어?" "괜찮은지 물어 보려던..." "어! 어, 당연하지. 흠흠. 난 괜찮아, 플러터샤이." 스쿠틀루가 현기증에 아찔해하면서도 아닌 척, 오두막 거실 벽난로 앞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비가 흡사 실크 스크린으로 찍어낸 그림처럼 창 밖 세상을 가려 밖이 서서히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근데 왜?" "나올 때 조금 어지러워 하는 것 같아서......" "아...... 피, 별 거 아니야." 아이는 히죽거리며 발굽을 가로저었다. "집에서 살아 본 적이 없으니까." 스쿠틀루는 숨을 들이마시다가 순간 흠칫하더니 다급히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아, 내 말은 비 때문에 집에 붙어 있는 게 힘들단 말이었어! 기상관리팀 이 양반들이 아주 작정하고 .. 2019. 8. 25.